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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7화
PAYLUA ORIGINAL · 제67화

67화. 드래곤이 법정에서 웃지 못한 날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32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는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문이 작은 것이 불만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인간들은 왜 천장을 이렇게 낮게 짓느냐.” 김태오는 앞줄에 앉아 수첩을 넘겼다. “일반 사람 키에 맞췄으니까요.” “그렇다고 고대의 존재를 배려하지 않는단 말이냐.” “집주인님 건물은 저한테도 좁았습니다.” “그 집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지하에 금고가 있었으니까요.”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재판장에 들어오던 마르셀이 웃음을 삼켰다. 오늘은 형사 재판도, 보증금 반환을 한 번에 명령하는 결심 심리도 아니었다. 제7 임시 보관 우편함의 대행 권한과 관련 기록 공개 범위를 검증하는 공개 조정 청문이었다. 개인 이름과 주소는 가리고, 특정 사업자와 당시 창구 담당자의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태오는 그 사실을 회의 시작 전에 다시 적었다. 이 청문에서 모든 악당이 잡히거나 금고가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선을 긋는 일은 가능했다. *** 청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벨은 태오를 불러 조용한 방으로 데려갔다. “오늘 발카스 측에서 새로운 회신이 있었다고 진술할 수 있습니다.” “바렌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본이 확인되기 전에 그 회신을 전부 사실처럼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반대로 원본이 없다고 거짓이라고 단정해도 안 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질문할 때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회신을 받았다고 기억하는 날짜, 전달자, 보관 장소부터요. 효력에 대한 판단은 그 다음입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오늘 가장 필요한 건 누가 나쁜 사람인지 정하는 게 아닙니다. 같은 서류를 보고도 서로 다른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밝히는 거예요.” 태오는 벽에 걸린 왕실 문장을 바라봤다. 세 명의 왕이 바뀌는 동안에도 저 문양은 계속 쓰였다. 오래된 문장이라고 자동으로 옳은 것은 아니었다. “제가 처음 발카스 님 동굴에 갔을 때는 그냥 괴물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요?” “여전히 무섭습니다. 그런데 드래곤도 자기가 이해 못 한 문서 앞에서는 겁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벨은 미소를 지었다. “그 두려움이 거짓 진술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질문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네요.” *** 청문 중간에는 보관기관에서 보낸 검증 보고서가 도착했다. 표제는 ‘제4 확인석과 계정47의 역할 분리’였다. 마르셀은 지도처럼 그린 절차도를 벽에 걸었다. 먼저 원래 계약자가 신청서를 냈고, 우편조합이 통지를 전달했으며, 제4 확인석이 주소 충돌 여부를 검사했다. 금고의 관리자 승인은 그 다음 단계였다. 원금 지급은 아예 다른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헤스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붉은 돌 31-A를 가지고 있는 나는 어느 단계에 있는 거요?” 토른이 대답했다. “보존 상태를 조회할 수 있는 표식으로 추정됩니다. 그 돌 자체로 금화를 꺼낼 수는 없습니다.” “내 빵집에서도 저 돌은 못 쓰겠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헤스는 깊이 한숨 쉬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도 한 번씩 묻고 싶어.” 실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소피도 손을 들었다. “저는 편지가 안 왔다고 했는데, 우편함에 편지가 남아 있으면 제가 받은 걸로 되는 거예요?” 이벨이 곧장 대답했다. “그렇게 자동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대체 통지처의 효력과 실제 개별 고지 여부를 검증해야 합니다.” “그럼 제가 못 봤다는 사실도 중요한가요?” “네. 기록과 함께 조사할 내용입니다.” 소피는 안도한 듯 아이의 모자를 바로 씌웠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한 장의 절차도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복잡한 사건을 쉽게 보여 주는 일도 사람을 돕는 일이었다. *** 쉬는 시간에 브라운의 수행원이 물 한 잔을 받으러 왔다. 회색 장갑을 벗는 순간 손등의 금속 장식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지만 먼저 손을 뻗지는 않았다. “떨어뜨리셨습니다.” 수행원이 급히 장식을 집었다. “감사합니다.” “그 장식은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젊은 수행원은 조금 놀란 듯했다. “아버지가 주셨습니다. 옛날 문서 조합에서 일하셨대요.” “어느 문서 조합입니까?” “이름은 잊었습니다. 오래된 물건이라서요.” 태오는 무리해서 캐묻지 않았다. 대신 동의한다면 공개된 조합 등록 목록과 문양을 비교할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수행원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은 빼 주세요. 저는 그저 일하러 온 거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네아는 멀리서 대화를 지켜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도 누군가의 아들이네요.” “그러게요.” 태오는 자신이 가끔 상대편을 하나의 그림자처럼 취급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색 장갑 속에도 이름과 가족이 있었다. 그 사실이 조사를 멈출 이유는 아니지만, 사람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 브라운은 흰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옆에는 회색 장갑을 낀 수행원이 있었다. 세 고리 문양은 여전히 손등 부근에 박혀 있었다. 태오는 그것을 보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동굴 관리인의 표식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의장 엘레아가 먼저 물었다. “브라운 상회는 제7 임시 보관 우편함을 일곱 해 전 직접 운영했습니까?” 브라운은 준비한 종이를 펼쳤다. “현재 상회는 당시 업무를 인수한 법인의 후신입니다. 다만 어느 계약까지 승계했는지에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기 우편함 관리권이 귀하에게 있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겠군요.”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태오는 생각보다 조심스러운 답에 놀랐다. 브라운도 이제 막연한 권리 주장이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벨이 이어서 물었다. “연락 대행과 지급 권리의 인수를 별도 계약으로 했습니까?” “사업 목적상 두 계약 모두 취급할 수 있었습니다.” “취급할 수 있는 것과 특정 세입자가 실제로 위임했다는 것은 다릅니다.” “동의합니다.” 브라운은 말끝을 삼켰다. 청문실 뒤편에서는 소피가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로벤은 낡은 지팡이를 세워 두었다. 태오는 그들 쪽을 보며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서류의 주인이 누구든,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빠져서는 안 됐다. *** 미라 시엔의 발언 순서가 되자 실내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일곱 해 전 제4 확인석에서 야간 대체 근무를 했던 자격 자료와 개인 수첩을 제출했다. 공적 기록과 개인 기억이 일치하는 부분과 아직 불확실한 부분을 표시한 표도 준비해 왔다. “그때 제가 우려한 건 하나였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원래 주소로 보낸 통지가 돌아왔는데, 누군가 새 주소로만 보내면 도달한 것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새 주소가 누구의 관리 아래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어요.” 의장이 물었다. “그럼 왜 보류 표시를 남겼습니까?” “먼저 확인하라고요. 담당자에게 수취 주소 변경의 근거와 우편함 관리 계약자를 다시 조회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금고의 원금 지급을 중지시켰습니까?” “그럴 권한이 없었습니다.” 태오는 미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의 답이 사실이라면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야간 직원의 작은 보류 표시가 일곱 해 동안 가장 잘못 해석된 기록일지 몰랐다. 그러나 이벨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후에 붙은 권리 정산 위임 확인서를 본 적 있습니까?”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제목만 들었습니다. 원본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서류를 누가 접수했는지도 모르시는군요.” “네.” 그 정직한 부정은 태오에게 중요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훨씬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 발카스의 차례가 오자 의장은 일곱 해 전의 처분 보류 요구서와 익명 경고문을 분리해서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드래곤은 눈을 찌푸렸다. “내가 그때 무엇을 막으려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는 말이냐.” “당시 경고를 받고 무엇을 의심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남의 돈을 엉뚱한 자에게 넘기려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계정 47 전체 지급을 멈추라는 명령을 발급했습니까?” “그런 명령은 내가 내리지 못한다. 왕실이 결정할 일이지.”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드래곤이 처음부터 자신이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 이야기가 거칠어졌을 뿐이었다. “그럼 그 요구서 이후 왕실의 회신을 받으셨습니까?” 발카스는 잠깐 침묵했다. “받았다.” 청문실이 술렁였다. 태오조차 처음 듣는 말이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의장이 물었다. “정정 심사가 끝날 때까지 계정의 처분 권한을 임의로 주장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회신의 원본을 제출할 수 있습니까?” “바렌이 찾고 있다.” 의장은 기재했다. [발카스 진술: 처분 권한에 관한 회신 수령. 원본 미제출, 효력 범위 미확정.] 태오는 펜을 잡았다. 드래곤조차 회신을 받았다는 사실과, 회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를 수 있었다. *** 점심 휴식에 태오는 발카스에게 다가갔다. “왜 그 회신 이야기는 처음 하시는 겁니까?” “처음부터 내 말을 믿지 않았잖느냐.”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본이 있으면 같이 확인할 수 있었잖아요.” 발카스는 의외로 화내지 않았다. “내가 왕국의 금고를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일이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태오는 한동안 드래곤을 바라봤다. “보증금은 자존심으로 안 갚아집니다.” “알고 있다.” “아신다고 말씀하신 게 오늘은 조금 믿어집니다.” 발카스의 입꼬리가 꿈틀했다. “네가 주제넘게 위로하는 기분이 드는군.” “위로는 아닙니다. 청구는 계속할 겁니다.” “역시 그렇겠지.” *** 의장은 청문을 마치기 전에 방청인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 소피는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손을 들었다. “발카스 님께 질문하고 싶어요.” 드래곤의 눈이 가늘어졌다. “말하라.” “제가 편지를 못 받았을 때, 집주인은 그 사실을 알았습니까?” 발카스는 잠시 침묵했다. “몰랐다. 개별 통지는 맡긴 자들이 처리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앞으로는 우리가 실제로 알았는지도 확인해 주시겠어요?” 바렌이 먼저 입을 열려 했지만 발카스가 손을 들었다. “확인 가능한 방법을 마련하겠다.” 이벨이 그 약속을 기록했다. 구체적 시행안은 뒤에 제출하기로 했으므로 이것만으로 통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피는 조금 나아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태오는 그 대답을 보며 드래곤도 사람의 질문 앞에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 오후 청문은 구체적인 결론 세 가지를 남겼다. 첫째, 제4 확인석의 임시 보류 표시는 수취 주소 충돌에 관한 내부 절차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자체만으로 계정 47 전체 지급정지 명령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둘째, 당시 대체 우편함 관리 계약자의 권한과 권리 정산 위임 확인서의 진위는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 셋째, 발카스가 보증금 원금의 반환 의무를 지니는 문제는 별도로 유지되며, 그의 과거 보류 요구서가 자동 면책 근거가 되지 않는다. 태오는 발표를 듣고 숨을 내쉬었다. 결론이 서두르지 않았기에 누구도 억울하게 단정되지 않았다. 오늘의 정리는 내일의 질문을 가능하게 했다. 드래곤도 모든 걸 숨긴 악당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브라운도 범죄자로 단정되지 않았다. 미라도 영웅으로 칭송받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닌지는 또렷해졌다. 청문이 끝난 뒤 의장 엘레아가 태오를 불렀다. “김태오 씨. 발카스 측이 비계정 자산 매각에 대한 새 자료를 냈습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아직 소유권 검증 중입니다.” “그러면 액수는 적지 않겠습니다.” 엘레아가 웃었다. “이제 제가 말하기도 전에 아시네요.” 태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숫자가 생기기 전에는 숫자를 쓰지 않으려고요.” 그날 밤, 청문에서 나눈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린 뒤, 리네아와 함께 집에 돌아온 태오는 장부 한쪽에 크게 적었다. [진실을 밝히는 일과 돈을 받는 일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업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변함없이 210금화라는 잔액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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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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