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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세입자 하나에 값이 매겨졌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65자

오프라인 책장
브라운 금고상회가 새로운 제안을 내민 건 월요일 아침이었다. 김태오의 가게 문 앞에 금색 테두리가 둘러진 서류함이 놓여 있었다. 상단에는 공손한 필체로 ‘개별 채권 정리 안내’라고 적혀 있었고, 안쪽에는 정산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미환급 원금 210금화. 즉시 매입가 155금화.] 태오는 두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오십다섯 닢을 포기하라는 건가요?” 리네아가 어깨 너머로 표를 읽었다. “그 대신 지금 바로 돈을 받는 조건이네요.” “예전에 발카스 쪽에서 전액 준다고 하면서 공동 진정을 포기하라고 했던 것과는 다르군요.” “이번엔 채권 자체를 사겠다는 거니까요. 나중에 발카스 님에게 받는 돈은 상회 몫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수수료 조건이 여기 붙어 있네요.” 표 아래에는 작게 ‘서류 취합 및 권리 확정 비용은 별도’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인지는 없었다. “웃긴 건요.” 태오가 말했다. “제 전세금을 제가 세 번 읽어야 가격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리네아는 서류를 가져가 펴 놓았다. “조건을 더 달라고 해 봅시다. 다만 오늘 바로 결정할 필요는 없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155금화면 작은 점포를 빌리고 장비를 살 수 있었다. 몇 달째 늦어지는 계획을 오늘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는 그 유혹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세히 봐야 했다. *** 브라운은 오후에 직접 찾아왔다. 그는 향이 진한 차를 주문하고는 한참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김태오 씨, 저는 좋은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계약서를 보여 주세요.” “아직 계약서가 부족합니까?” “제 인생에 계약서가 너무 많아서 생긴 일입니다.” 브라운은 조용히 웃었다. “당신은 현금이 필요합니다. 저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지요. 위험을 저에게 파는 대신 돈을 받으세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논리 자체는 이해했다. 채권을 할인해 파는 것이 언제나 부당한 거래는 아니었다.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한 조건에 동의하는 것이었다. “이 계약에 서명하면 제47-B 증표도 넘겨야 합니까?” “관련 기록 조회를 위임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회 위임과 증표 소유권을 구분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세세하게 나누면 거래가 복잡해집니다.” “복잡해도 제 것입니다.” 브라운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어차피 당신은 이 돈을 당장 받을 길이 없잖습니까.” 태오는 웃음을 지웠다. “그렇다고 제가 가진 걸 전부 넘겨야 하는 건 아니죠.” 브라운은 종이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대체 통지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혼란이 커지면 모두가 피해를 봅니다. 우리는 그런 혼란을 줄이는 일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권리자들 대신 서류를 받아 주는 겁니다.” “실제 권리자가 모르는 사이에 받았다고 처리되는 문제는 없습니까?” 브라운의 손가락이 멈췄다. “우리가 그런 일을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브라운 님의 회사가 일곱 해 전 대체 우편함을 관리했는지도 모릅니다.” 태오가 말했다. “확인된 건 아니고요.” “우리는 그때 지금과 다른 상호를 썼습니다.” 그 말은 대답이자 새로운 질문이었다. “옛 상호가 뭐였습니까?” 브라운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필요하다면 등록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 브라운이 돌아간 뒤, 태오는 한참 계산표를 들여다봤다. 210금화를 지금 받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155금화를 받는다면 바로 임시 작업장을 구할 수도 있었다. 낯선 세계에서 몇 년간 일하며 모아 온 돈으로 한 번의 기회를 다시 사는 셈이었다. 그는 종이 한 장에 두 선택을 적었다. [채권 보유: 210금화 받을 권리 유지, 시간 불확실.] [할인 양도: 즉시 155금화 제안, 권리 이전 및 추가 비용 불확실.] 리네아가 그 종이를 보더니 물었다. “왜 제 쪽에 안 보여 줬어요?” “당신이 거래 당사자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의견은 듣고 싶어요.” “그럼 먼저 물어볼게요. 155금화가 들어오면 어떤 작업장을 구하고 싶어요?” 태오는 한참 생각했다. 여러 달 동안 돈을 받는 문제만 붙들고 살다 보니 무엇을 하려고 돈을 모았는지 잊고 있었다. “물류 상단이랑 계약해서 수리 공구랑 포장 설비를 다루는 작은 곳이요. 창고에서 배운 게 있으니까요. 발카스 님 집이 아닌 다른 장소면 더 좋고요.” “전망 좋은 곳은요?” “사람이 드래곤보다 적게 보이는 곳이면 됩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그럼 다음 휴일에 같이 돌아보죠. 계약은 오늘 안 해도 되니까.” 태오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결정해야 할 일이 돈을 포기할지 말지의 이분법만은 아니었다. 다른 장소를 알아보는 일은 오늘 당장 할 수 있었다. *** 두 사람은 시장 남쪽의 작은 빈 가게를 둘러봤다. 전 세입자는 목공 장인이었고, 간판이 떨어진 자리에는 나사 자국만 남아 있었다. “보증금은 얼마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가게 주인은 먼저 지붕을 가리켰다. “수리해야 해서 싸게 내놓았소. 하지만 직접 들어와서 고치면 안 됩니다. 건물주가 하기로 했거든.” 태오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요. 계약서에 누가 수리할지 분명히 적는 건 좋은 일이라서요.” 주인은 가격을 이야기하기 전에 소유권 확인서와 최근 수리 내역을 내밀었다. 태오는 종이를 보고 거의 감동했다. “이런 분도 계셨군요.” “어떤 집주인을 만나고 오셨길래 그러시오?” 리네아가 옆에서 대답했다. “조금 큰 분이요.” “키가 큰가?” “몸집이 상당히 크세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 말을 막았다. 리네아는 눈웃음을 지었다. 가게는 계약하지 않았다. 보증금이 아직 부족했고 건물 상태도 검토해야 했다. 그래도 태오는 그곳에 자신의 공구대가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잃어버린 돈만 바라보느라 잊고 있던 미래가 있었다. *** 공동 모임에 쓰일 설명서를 만들 때는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태오는 각 문장의 뜻이 정확해야 한다는 이유로 글을 길게 썼고, 로벤은 첫 장을 읽다가 눈을 감아 버렸다. “자네가 나를 시험 보는 건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평생 말을 몰았지 법전을 외운 건 아니잖아.” 태오는 부끄러워졌다. 리네아는 종이를 가져가 문장을 세 칸으로 나눴다. [지금 받을 돈.] [나중에 포기하는 권리.] [별도 수수료.] “이렇게 쓰면 어때요?” 소피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겠어요. 돈을 미리 받는다고 해서 공짜는 아니군요.” “맞아요.” 태오가 말했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그 비용을 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선택을 하는 분도 존중해야 하고요.” 헤스가 대꾸했다. “빵도 큰 걸 사는 손님이 있고 작은 걸 사는 손님이 있지. 다만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해.” 태오는 설명서 맨 앞에 헤스의 말을 적었다. 한 달 전이라면 자신이 다른 세입자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지금은 반대로 그들에게서 계약을 이해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 세입자 공동 모임은 그날 저녁 열렸다. 태오는 브라운의 제안서를 책상 한쪽에 놓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건 저한테 온 제안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같은 조건이 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채권을 할인해 파는 게 무조건 나쁜 일도 아니고요.” 로벤이 물었다. “그럼 왜 안 팔겠다는 건가?” “금액과 권리 이전 범위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원금 210금화에서 55금화를 포기하는 게 얼마나 큰지도 제가 잘 아니까요.” 소피가 아이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당장 돈이 필요하면 흔들릴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죠.” 태오가 말했다. “누가 그걸 가지고 비난하면 안 됩니다. 대신 어떤 권리를 파는지 알고 결정하셔야 해요.” 헤스가 종이를 들여다봤다. “여기 수수료 별도라고 적혀 있네. 빵값으로 치면 버터 값을 나중에 다시 받겠다는 거잖아.” 리네아가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그 금액을 미리 알려 달라고 해야 해요.” 이벨은 모임에 참석해 선택지를 설명했다. 할인 매각, 개별 조정, 공동 분쟁 유지, 권리 보유 후 추가 증빙 신청. 어떤 선택도 상대방 동의 없이 대신 결정할 수 없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로벤이 태오에게 다가왔다. “자네는 늘 계약을 먼저 읽으라 하네. 하지만 글을 잘 못 읽는 사람은 어떡하나?” 태오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 분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서를 만들어야죠.” “누가 만들어 주나?” “제가 하겠습니다. 리네아 씨가 도와주면 더 잘할 수 있고요.” 리네아가 눈썹을 들었다. “지금 저를 채용하는 거예요?” “업무 범위와 보수는 협의하겠습니다.” “저는 보수를 이미 정했는데요.” “뭡니까?” “오늘 밤 산책.” 로벤이 웃으며 지팡이를 들었다. “그 계약은 자네가 빨리 서명하게.” *** 밖에는 얇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두 사람은 강둑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태오가 말했다. “155금화가 있으면 제 작업장을 다시 구할 수 있어요.” “알아요.” “그냥 팔아 버리고 끝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리네아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러기로 결정하면 저는 존중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화나는 건 돈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또 누군가가 당신을 모르는 채 결정하게 하려는 것 같아서죠?” “그렇네요.” “그럼 당신이 알 수 있는 만큼 알아보고 결정해요.” 그녀는 그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작업장을 구할 때는 제가 좋은 집을 찾아 줄게요.” “중개수수료는요?” “비싸요.” “얼만데요?” “매일 밥 같이 먹기.” 태오는 발걸음을 멈췄다. 리네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조건이 무거워요?” “아니요. 너무 좋은 조건이라서요.” 그녀는 갑자기 눈을 피했다. 태오는 그녀가 아무리 능청스러워도 가끔은 자신보다 더 쉽게 얼굴이 붉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 브라운의 제안서를 보관하기 전 태오는 마지막으로 서명란을 확인했다. 상대편 서명칸 아래에는 ‘대리 수령 및 통지에 관한 모든 권리’라는 문구가 있었다. 돈의 원금을 매입하겠다는 표면 조건에 비해 지나치게 넓었다. “이 문구는 지울 수 있는 겁니까?” 태오가 리네아에게 물었다. “상대방과 협의하면 계약 문구를 고칠 수 있죠.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하지 않으면 되고요.” “처음부터 왜 이렇게 썼을까요?” “상대가 넓은 범위를 원할 수도 있고, 표준 양식을 그대로 썼을 수도 있어요. 이유를 확인하기 전엔 모르죠.” 태오는 수정 요청 목록에 한 줄을 더했다. [47-B 조회 표식의 소유와 사용 권한은 별도로 협의할 것.] 리네아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이제 어떤 계약을 봐도 물건의 이름부터 적네요.” “이름을 안 적어서 다렌이 둘이나 생겼잖아요.” “다렌은 이름을 안 적어서 생긴 게 아니에요.” “그런가요?” 두 사람은 웃었다. 피곤한 밤이었다. 그래도 누가 무엇을 넘기는지 정확하게 쓰는 일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다음 날 마르셀은 브라운 금고상회의 옛 등록부 일부를 보내왔다. 현재 상호와 연결되는 이전 사업자의 명칭은 확인됐지만, 일곱 해 전 제7 임시 보관 우편함의 계약 관리인이 동일 법인인지는 추가 대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오래된 등록부의 한 줄이 눈에 걸렸다. [연락 대행업과 권리 정산 대행업의 인수 범위 구분 필요.] 태오는 그 문장을 수첩에 적었다. 한쪽에서는 편지를 대신 받아 주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 받을 권리를 대신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그 둘의 경계가 흐려지면 가장 먼저 곤란해지는 건 평범한 세입자들이었다. 그는 브라운에게 회신을 보냈다. [제안 검토 보류. 수수료 총액 및 조회 위임·권리 양도의 분리된 계약서 요청.]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당분간 제 보증금 잔액은 210금화입니다.] 편지를 접은 뒤 태오는 혼잣말했다. “정말 이 숫자 때문에 내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건 아니겠지.” 책상 한쪽에서 리네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당신이 그 숫자를 다 받으면 다른 장부를 만들 거예요.” “무슨 장부요?” “우리 둘이 같이 쓸 생활비 장부요.” 태오는 한동안 펜을 쥔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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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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