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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왕실 시계는 어제를 가리킨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74자

오프라인 책장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기억을 잃고, 종이는 바래고, 도장은 닳는다. 그래서 김태오는 처음부터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기록에 찍힌 날짜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기록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기록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알아야 했다. “오전 열 시가 다른 부서에서는 어제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세딘 기록관이 대답했다. “정확히는 당시 왕실 통지대행 부서가 자정이 아니라 새벽 교대 시각을 행정일 변경 기준으로 사용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럼 같은 사건에 두 날짜가 적힐 수 있겠군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실제로 그런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셀과 세딘은 발카스가 일곱 해 전 제출한 보류 요구서, 제4 확인석에서 발급한 수령 확인표, 수장함의 옛 이관 목록을 서로 나란히 놓았다. 각 문서에는 발급 기관이 적혀 있었지만 시간 기준을 뜻하는 작은 부호가 다르게 찍혀 있었다. “여기 이 표식이요?” “네. 이 부호는 당시 북부 통지대행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날짜만 말하지 말고, 날짜의 기준을 확인한다.] 이것은 예상보다 큰 일일지도 몰랐다. 발카스가 먼저 금고를 막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고, 왕국이 먼저 움직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두 이야기 모두 정확한 시간순서를 확인하기 전에는 확정할 수 없었다. *** 브라운은 그날 오후 마르셀을 찾아와 제한 열람 요청을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는 수령 확인표의 실명이 아니라, 자신의 고객이 제공한 옛 통지 번호와 연결되는지 확인해 달라는 신청이었다. “고객의 신원은 비공개로 할 수 있습니까?” 이벨이 물었다. “저는 대리권이 있다고 했습니다.” 브라운이 대답했다. “그 대리권의 원본을 확인하면 제한 범위에서 심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절차 때문에 수익권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그럴 수 있으니 심사 일정과 임시 보호 조치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대리인에게 제3자의 주소와 지급 권리를 보여 주는 일도 위험합니다.” 브라운의 얼굴이 굳었다. 태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의 보증금 지급 확인서를 떠올렸다. 만약 자신이 모르는 대리인이 나타나 210금화를 대신 받아 가겠다고 했다면 어떨까. 그것은 결코 빠른 해결이 아니었다. 브라운은 잠시 침묵한 뒤 새로운 종이를 내밀었다. “그럼 이 등록증을 보시죠.” 종이에는 상회가 운영하는 연락 대행 사업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업 등록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확인 가능했다. 그러나 특정 수익권자의 지급 권리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르셀은 그렇게 설명했고, 브라운은 문서를 접었다. 태오는 상대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사람을 찾는 일인가, 그 사람에게 지급될 돈의 권리를 가져오는 일인가. 하지만 대답을 추측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서류를 하나 더 요청했다. “고객이 동의한 위임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제출해 주세요. 모두에게 유리할 겁니다.” “김태오 씨는 늘 종이를 찾는군요.” “종이가 없어서 돈을 못 받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브라운은 한동안 태오를 바라봤다. *** 청산 관리인단 대표에게서는 또 다른 의견이 도착했다. 누군가 관리인단 명의를 사용해 수장함 인도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과거 인장 등록대장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토른이 그 자료를 살펴봤다. “이 인장은 함 제작 당시에는 없었던 것 같아.” “후대에 조직이 생겼으니까요.” 태오가 말했다. “그래.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나중에 적법하게 찍었을 가능성도 있어.” “그러면 인도 신청서에 찍힌 인장이 진짜인지 알 수 있습니까?” “모양만 같다고 진짜는 아니지. 누가 언제 어떤 권한으로 사용했는지 확인해야 해.” 태오는 웃었다. “도장 하나에도 사람과 날짜가 들어가는군요.” 토른은 그를 흘겨봤다. “도장이 원래 그렇지.” 옆에 있던 리네아가 말을 보탰다. “태오 씨는 이제 도장도 사람 취급하겠어요.” “아니에요. 사람은 약속을 안 지키기도 하지만 도장은 적어도 찍힌 자리에 남잖아요.” “하지만 누가 찍었는지 모를 수도 있죠.” “당신까지 그러기예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 회색 장갑을 낀 수행원이 다시 나타난 것은 다음 날이었다. 그는 브라운의 뒤가 아니라 서류 접수창 앞에 서 있었다. 두꺼운 봉투를 들고 있었지만 창구 직원에게 자신이 누구를 대리하는지 먼저 설명하지 못했다. 태오는 우연히 그 장면을 보았다. “접수 번호가 필요합니다.” 직원이 말했다. “상회에서 보낸 문서입니다.” “어느 사건에 관한 건가요?” “통지대행 관련…….” 젊은 수행원은 주저했다. 그때 브라운이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이 문서는 제 명의 의견서입니다.” 직원은 내용을 확인한 뒤 접수증을 발급했다. 아무도 비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태오는 수행원의 장갑에 박힌 작은 금속 문양을 본 것 같았다. 세 고리 모양이었다. 그것은 드래곤 동굴 관리인의 옛 문양과 닮았지만, 같은 조직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마르셀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장갑의 문양만으로 누구를 특정할 수는 없죠?” “그렇습니다. 그래도 사건과 관련된 공개 표식이라면 비교 자료로 남길 수는 있습니다.” “그럼 본 사실만 기록하겠습니다.” 태오는 장갑의 정확한 위치와 색깔을 그렸다. 그것이 비밀 조직의 표식인지, 단순한 회사 장식인지 아직 몰랐다. *** 오후 기록 대조실에서는 위임장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브라운이 제출한 사업 등록 자료가 사실이라는 점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개별 사람의 돈을 대신 받을 권한을 갖는다는 사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마르셀은 두 종류의 위임 문구를 나란히 보여 줬다. 하나는 주소를 확인하고 연락을 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지급 권리의 양도와 정산에 관한 내용이었다. “소피 씨가 받았던 서류엔 두 내용이 같은 종이에 있었죠?” 태오가 물었다. “네. 서명란도 이어져 있었어요.” 소피가 대답했다. 이벨이 종이를 살폈다. “같은 종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청인이 범위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겠네요.” 소피는 손을 꼭 잡았다. “저는 그때 돈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말만 들었어요.” “상대가 실제로 그렇게 설명했는지, 문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지 나눠서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그 장면을 보며 자기에게 처음 개인 합의를 제안했던 발카스의 대리인을 떠올렸다. 돈을 주겠다고 하면서 47-B를 넘기고 공동 진정을 그만두라고 했던 일. 그는 서면 제안을 달라고 했고, 그 뒤에야 조건을 분리해 볼 수 있었다. “서류를 받았을 때 무조건 빨리 서명하지 않는 게 중요하군요.” 태오가 말했다. “내용을 알 때까지 묻는 편이 안전하죠.” 이벨이 답했다. 소피는 자신의 서류 사본에 설명을 요청할 항목을 표시했다. 누구에게 연락처를 제공하는지, 어떤 경우에 수수료가 발생하는지, 지급 권리를 실제로 이전하는지. 태오는 그녀가 하나씩 질문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예전에는 그런 질문을 할 생각도 못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스로 물었다. 그 변화가 금화로 계산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옛 우편조합의 반송 대장도 일부 확인됐다. 제4 확인석의 통지 묶음과 같은 번호가 몇 개 발견됐지만, 모든 우편이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봉투에 찍힌 도장의 시간과 창구에서 기록한 날짜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세딘이 말했다. “인계 담당자가 받았다는 표시와 수취인이 받았다는 표시는 구분됩니다. 오래된 장부에서는 그 부분이 하나의 칸에 적혀 있습니다.” 태오는 긴 숨을 쉬었다. “결국 이 사건은 칸 하나 때문에 커진 것 같습니다.” “작은 칸이라도 여러 업무가 모이면 문제가 커질 수 있죠.” 마르셀은 반송 대장에 남은 계약번호와 코르가 제출한 문서가 겹치는지부터 비교할 것을 제안했다. 코르가 실제로 그 시기에 신청서를 냈는지 확인된다면 그의 진술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코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내가 기억하는 게 전부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소. 다만 그때 누군가에게 편지를 다시 보내 달라고 부탁했던 건 분명하오.” 태오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실제로 부탁했는지 증명할 기록이 남아 있다면 좋겠지만, 남아 있지 않더라도 함부로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일 이유는 없었다. 반대로 당사자의 확신만으로 모든 서류를 고칠 수도 없었다. 그때 세딘이 작은 부호 하나를 발견했다. 특정 반송 장부의 가장자리에는 제4 확인석에서 임시 확인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날짜 부호는 기존 문서와 달랐다. “같은 날인가요?” 태오가 물었다. “기준일을 변환한 뒤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은 이제 태오에게 익숙했다. 시간순서가 풀려야 서로 다른 서류를 같은 사건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 저녁에 태오는 리네아와 함께 빵집에 들렀다. 헤스는 빵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발카스가 안 오나?” “매일 오시면 빵집이 드래곤 식당이 되지 않을까요?” 태오가 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돈은 받겠어.” 리네아가 웃었다. “헤스 님은 태오 씨와 잘 맞으시네요.” “저 청년은 빚진 사람에게 돈 내라고 할 줄 알아. 그런 점은 마음에 들어.” 태오는 빵을 받아 들었다. “헤스 님 계약도 따로 확인 중인 거 잊지 않으셨죠?” “알지. 31-A가 아직 그냥 붉은 돌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용도가 있지만 현금처럼 쓸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 나도 이제 손님한테 빵값 대신 용 비늘을 받진 않을 거야.” 셋은 웃었다. 식사를 마친 뒤 리네아가 태오의 팔을 끌었다. “오늘은 일찍 끝냈으니까 공원까지 걸어요.” “좋아요.” “업무 이야기 없이요.” “그건 자신이 없는데요.” “그러면 규칙을 하나 정하죠. 드래곤 이야기를 꺼내면 손잡기 금지.” 태오는 당황했다.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럼 계약 이야기까지 포함할까요?” “아니요. 그건 안 됩니다.”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시작해요.” 태오는 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계정 47을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자신의 하루에 얼마나 깊게 들어왔는지,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 공원 연못 앞에서 리네아가 걸음을 멈췄다. “당신은 돈을 다 돌려받으면 어떻게 살고 싶어요?” “일단 평범하게요.” “평범하다는 게 뭔데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집주인 생각 안 하고, 저녁엔 당신이랑 밥 먹는 거죠.” “생각보다 소박하네요.”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표보다 현실적이죠.” 리네아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 그 평범함이 좋네요.” 태오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감쌌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서 수면 위로 달빛이 흔들렸다. 리네아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당신, 아까부터 왜 자꾸 제 얼굴만 봐요?” “안 보고 있었는데요.” “거짓말.” 태오는 웃었다. “오늘은 계약서가 없으니까 증명할 방법이 없네요.” 그녀가 그의 뺨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그럼 제가 믿어 줄게요.” 두 사람은 짧게 입맞춤했다. 태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더 긴장됐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살 미래가 아주 구체적인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그날 밤, 마르셀에게서 시간대 대조 중간 결과가 왔다. 옛 왕실 통지대행 문서의 날짜 부호가 현대 달력과 다른 방식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날짜를 실제로 변환하려면 당일 교대 시각과 문서 발행 시각을 함께 봐야 했다. 마르셀은 마지막 문장에 주의를 덧붙였다. [문서 발행 순서의 추정은 검증 전임. 발카스 제출 요구와 제4 확인석 확인표의 선후관계를 아직 단정하지 말 것.] 태오는 종이를 수첩에 넣었다.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에서 가장 큰 반전은 마법이나 드래곤이 아닐지도 몰랐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건의 순서가 달랐다는 사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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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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