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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57화
PAYLUA ORIGINAL · 제57화

57화. 사라진 다렌에게도 증명서가 필요하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58자

오프라인 책장
사라졌다가 돌아온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증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태오는 다렌 코르의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일곱 해 동안의 행적에는 빈칸이 많았다. 주소도 여러 번 바뀌었고, 치료 기록에는 이름의 철자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어떤 빈칸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게 모두 제 기록이오.” 코르가 말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오. 제가 걸어다녔던 길을 보여 주는 거요.” 태오는 그 말을 적었다. 마르셀 등록관은 독립 신원 심사에서 요구한 대조 항목을 설명했다. 치료 기록과 옛 운송권의 시기가 겹치는지, 과거 주택 계약의 서명 습관이 연결되는지, 확인 가능한 증인이 있는지를 나눠 살피는 방식이었다. “모두 일치하면 바로 계정 47 관리권을 돌려받습니까?” 코르가 물었다. 이벨이 고개를 저었다. “신원 확인과 관리권 승인 여부는 전혀 다른 절차입니다. 일곱 해 전 신청은 보류된 상태였습니다.” “그럼 난 왜 여기까지 왔소?” 코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태오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본인이 누구인지 확인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서 오신 거잖아요. 관리권이 없더라도, 그때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코르는 한참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난 그때 누군가의 편지가 엉뚱한 집으로 가는 걸 막으려 했소.” “그 사실부터 확인합시다.” 태오가 말했다. *** 다렌 베스는 두꺼운 장부를 들고 나타났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옛 주택조합에서 회계 보조로 일했던 베스는 접수와 지급 승인 차이를 설명하느라 몇 주째 자신의 옛 기억을 헤집고 있었다. “난 이걸 보면 알 수 있소.” 그는 장부의 빈 서명란을 가리켰다. “우리가 돈을 보내려면 원금을 지급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따로 확인해야 했소. 그런데 우편을 재발송하는 사람은 그 권한이 없었지.” 태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그 사람이 아무리 서명을 많이 해도 돈을 내주는 건 아니군요.” “그렇소. 하지만 편지가 올바른 곳으로 갔다는 기록은 나중에 지급을 판단할 때 참고됐지.” “참고가 잘못되면요?” 베스는 침묵했다. “잘못된 사실을 믿고 다음 사람이 서명할 수 있겠지.” 그것이 두려운 지점이었다. 통지에 관한 서명 자체가 돈을 가져간 흔적은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통지 기록이 누군가의 판단을 흐렸을 가능성은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이벨은 베스의 진술을 받아 적되, 그것이 현재 계정 47에 실제로 어떤 피해를 일으켰는지는 별도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왕실 외부 보관소에서 찾은 옛 인계 일지는 훼손이 심했다. 종이 위쪽은 물에 젖었던 흔적이 있고, 하단에는 검은 잉크가 번져 있었다. 하지만 두 군데 숫자는 남아 있었다. 오전 교대 시각. 그리고 오후 임시 대체 시작 시각. 세딘은 인계 일지의 표기가 제4 확인석의 당직표와 연결되는지 먼저 확인할 계획이었다. 당시 왕실 부서는 하루가 시작되는 시각을 현행 파벨시 기준과 다르게 세었으므로, 시간을 맞추기 전에는 어느 사람이 해당 서류를 처리했는지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특정 날짜의 정규 근무자와 대체 근무자가 있었던 건 분명하죠?” 태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누구의 인장이 수령 확인표에 찍혔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럼 확인석이 비어 있었던 건 아닙니까?” “그날 두 차례 교대가 기록돼 있다는 사실까지만 확인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도 예전보다 훨씬 낫네요.” 리네아가 웃었다. “드디어 작은 진전에 기뻐하는 법을 배웠어요.” “대신 큰 진전에 얼마나 기뻐해야 할지는 잊었습니다.” “그건 그때 제가 알려 줄게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죠.” 리네아의 표정은 지나치게 태연했다. 태오는 그 웃음이 무엇을 예고하는지 몰라 오히려 긴장했다. *** 점심에는 로벤이 찾아왔다. 마부는 발카스 측에서 자신의 계약에 관한 별도 면담 일정을 제시했다며 종이를 내밀었다. “날짜가 적혔소.” 태오는 내용을 확인했다. [개별 원금 및 지급재원 검토 결과 설명 예정.] “좋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급 약속은 아니네요.” “알고 있소.” 로벤은 실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 이름이 저쪽 장부에 제대로 적힌 걸 보니 기분이 다르오. 전엔 마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기만 했거든.” 태오는 그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떠올렸다. “면담에는 누가 함께 갑니까?” “내 조카가 따라올 거요. 글을 잘 읽는 아이라서.” “좋네요.” “네가 다 따라올 필요는 없소.”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로벤은 웃고 있었다. “이젠 나도 묻는 법을 알거든. 내 돈이 얼마인지, 무슨 조건이 있는지, 언제 다음 답을 주는지.” 태오는 그 말이 하루 중 가장 반가웠다. “잘 다녀오세요.” “그러마.” 로벤이 천천히 돌아섰다. 태오는 처음 이 사건을 시작할 때 자신도 그와 같았다는 것을 기억했다. 큰소리로 따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날들. 이제는 묻는 순서와 남겨야 할 자료를 배웠다. 그것을 누군가도 배워 가고 있었다. *** 오후에 바렌이 다음 공개 매각 후보 목록을 제출했다. 동쪽 창고의 물품 중 일부는 납품 주문이 이미 잡혀 있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고, 일부는 별도의 담보 표시 때문에 권리 확인이 필요했다. “전부 팔 수는 없는 거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팔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는 셈이 되는 물품도 있습니다.” “그럼 확인된 것만 파세요.” 바렌은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발카스 님께서 들으시면 화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왜요?” “이전에는 뭐든 자신이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셨으니까요.” “그게 문제였군요.” 바렌은 웃지 않았다. 대신 태오에게 소유권 확인표를 내밀었다. 새 매각 후보는 수리된 운송 설비 일부와 오래된 광물 표본이었는데, 모두 발카스 측의 소유가 확인되는지 감정을 진행 중이었다. 예상 가격이 적혀 있었지만 확정 가격은 아니었다. 태오는 마지막 줄을 짚었다. “보증금 지급 예정액이 빈칸입니다.” “경매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럼 빈칸 그대로 두고 수령인 서명도 받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바렌은 아주 당연한 일을 다시 배우는 사람처럼 대답했다. *** 해 질 무렵 코르의 신원 심사에서 새 소식이 도착했다. 여러 지역의 치료 기록과 운송권에 찍힌 신체 특징 설명이 과거 세입자 기록의 일부와 일치했다. 목격인 진술도 특정 연도 이후의 이동 경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을 모두 이어 주는 독립 문서가 부족했고, 과거 계약서의 원본 필적 감정도 끝나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워졌군요.” 태오가 말했다. 코르는 표정을 구겼다. “난 내 이름 하나 찾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소.” “저도 제 돈 하나 찾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코르가 그를 바라봤다. 둘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동시에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대도 참 불쌍하오.” “저는 불쌍한 게 아니라 부지런한 겁니다.” “그렇다고 합시다.” 다렌 베스가 옆에서 덧붙였다. “적어도 우리 둘을 같은 사람으로 적지는 말아 주시오.” 태오가 바로 대답했다. “그건 제가 제일 자신 있습니다.” *** 바렌이 돌아간 뒤 태오는 그가 두고 간 매각 후보 목록의 뒷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공식 확정 가격표가 아니라 권리 검증표였다. 각 물품 옆에는 '발카스 단독 소유 확인 중', '선납 주문 존재', '담보 대조 필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렇게 나누는 데 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토른이 표를 읽었다. “오래된 주인일수록 남의 물건을 자기 창고에 들여놓았을 수도 있으니까.” “집주인님이 훔쳤다는 겁니까?” “그런 말은 안 했어. 보관해 주는 물건도 있고, 수리를 맡아 둔 물건도 있고, 옛 계약으로 넘겨받은 물건도 있는 법이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이를 모르고 마구 팔았다면 보증금은 조금 빨리 받을지 몰라도 또 다른 사람의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누가 누구의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따져 왔던 이유와 같은 문제였다. “그럼 경매 대상이 적더라도 확인된 것부터 팔자는 게 맞겠네요.” “맞아. 그리고 저 운송 설비는 정말 값어치가 있어.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주인이 누군지는 확인되지만, 보수 기록에 비용을 댄 사람이 따로 있을 수 있거든.” “그것도 가려야겠군요.” 토른은 도면의 작은 서명을 가리켰다. 자신과 다른 장인이 남긴 보수 흔적이었다. 태오는 그 사본을 바렌에게 전달해 경매 전에 비용 부담 관계를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그날 오후 우편조합에서도 짧은 답이 왔다. 제4 확인석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일곱 해 전 대량 발송 장부 일부는 보존됐지만, 실제 편지 수령인의 전체 이름과 주소가 적힌 부분은 보호 규정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마르셀은 계약 당사자의 통지 번호가 장부에 있는지만 먼저 확인해 달라고 신청하기로 했다. 태오는 그 과정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렌 코르가 말한 옛 주소로 보내진 편지도 그 장부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코르 씨의 진술만으로 전체 서신을 조회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 계약번호와 관계 있는 자료부터 확인해 보죠.” 태오는 코르에게 연락해 관련 자료 제출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코르는 자신의 계약 기록 범위에서 확인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다른 세입자의 주소나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내가 누굴 찾아다니게 하려는 건 아니오.” 코르가 말했다. “편지가 가야 할 곳에 갔는지만 알고 싶소.” “그걸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코르는 잠시 태오를 바라봤다. “그대는 내가 정말 그 다렌이라고 믿소?” 태오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판정할 일은 아닙니다. 대신 당신이 겪었다는 일을 함부로 가짜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코르의 얼굴에서 굳은 기색이 조금 풀렸다. “그 대답이면 됐소.” 그들은 함께 등록소까지 걸었다. 신원을 확인받는 일과 잃어버린 보증금을 찾는 일이 서로 다른 길이라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알았다. 그러나 그 길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오늘처럼 조금씩 찾아낼 수 있었다. 등록소 앞에서 코르가 갑자기 물었다. “그대는 이 돈을 다 받으면 정말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오?”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새 집은 구해야겠죠.” “내가 이 도시를 떠났다가 돌아왔을 땐 사람이 많이 바뀌어 있었소.” 태오는 그 말을 곱씹었다. “전 아직 떠나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코르가 웃었다. “적어도 서류는 아주 많이 늘어났겠지.” “그건 확실합니다.” *** 저녁에는 발카스의 호출이 있었다. 태오는 검은 산맥까지 갈 생각을 하다가 장소를 보고 놀랐다. 파벨시의 공개 경매장. 드래곤은 이번에 직접 물건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인간.” “네.” “내 재산을 팔기 위해 인간들의 허가를 받는 일이 즐겁지는 않다.” “집주인님 재산만 팔아야 하니까요.” “네놈은 입만 열면 돈 이야기구나.” “오늘은 소유권 이야기였습니다.” 발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더 싫군.” 바렌은 경매장 담당자에게 감정 일정과 권리 확인표를 넘겼다. 태오는 그 과정에서 가슴이 조금 놓였다. 드래곤이 돈을 갚겠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그 말을 실현할 서류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편이 믿을 만했다. 돌아가는 길에 리네아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다음 경매도 같이 보겠네요.” “제 눈으로 돈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요.” “그러면 나중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요?” “새 집 계약.” “그다음은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하고 먼 곳에 가 보고 싶어요.” “보증금 걱정 없이요?” “네. 그곳에서는 누구의 영수증도 읽지 않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들은 잠시 말없이 걸었다. 그는 돌아가는 길에 실제 확인된 사실과 아직 의심에 불과한 내용을 두 칸으로 나누어 적었다. 누구의 기억이든 존중하되 그 기억을 곧장 판결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태오는 오랜만에 보증금과 다른 미래를 상상했다. 그것도 자신에게 필요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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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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