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드래곤의 관리비는 하늘에서도 떨어진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73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가 시장에서 소금과 감자를 사고 돌아왔을 때, 집 앞에는 낯선 관리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관은 훌륭한 제복을 입었다. 제복의 단추가 너무 반짝여서 태오는 순간 왕궁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다. “김태오 씨 맞습니까?” “네.” “주택 안전 대기 관리비에 관한 현장 확인을 하러 왔습니다.” 태오는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금화 백스물여섯 닢 이야기군요.” “내용을 알고 계시는군요.” “제 보증금에서 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관리관은 얼굴을 굳혔다. “저는 개인 보증금에 관해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닙니다.” “좋습니다. 그럼 누가 어떤 안전 업무를 했는지부터 확인합시다.” 관리관이 서류를 펼쳤다. 제목에는 ‘긴급 안전 대기 관찰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자는 기록 보관 창고에 불이 났던 날과 겹쳤다. “그날 당신 집 아래 오래된 봉인 구조가 활성화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누가 신고했습니까?” “발카스 자산관리사무소입니다.” “관찰은 누가 했나요?” “우리 부서는 현장 감독을 지정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왔다는 기록은 있습니까?” 관리관은 종이를 넘겼다. “여기 확인 도장이 있습니다.” 태오는 도장 옆의 작은 칸을 바라봤다. 칸에는 ‘대기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출입 시각과 감독관 이름은 비어 있었다. “여기 빈칸은요?” “구서식이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태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수 있죠. 그럼 누가 일했는지는 다른 자료로 확인하면 되겠네요.” 관리관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태오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대신 자료를 요구하는 법을 배웠다. 마법으로 봉인된 문을 걷어차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 *** 토른이 집에 도착하자 곧바로 지하 계단의 구조를 확인했다. “여기 새로 설치한 지지대는 내 작품이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날 불이 난 건 기록 창고였고, 이 집은 멀쩡했어. 물론 봉인 장치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있지. 그런데 그게 백스물여섯 닢이라는 것과는 별개야.” 관리관은 답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비용은 안전 감독과 대기 물품, 임시 순찰 등을 포함합니다.” “순찰 일지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물품 지급 확인서는?” “그것도.” 토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엔 그 두 가지부터 가져오쇼.” 태오는 감자를 한 알 집어 들었다. “감자도 안전 물품에 포함됩니까?” 토른이 물었다. “아니지.” “그럼 다행입니다. 제 점심까지 청구할까 봐요.” 리네아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관리관은 곤란한 표정이었다. 태오는 그에게 따뜻한 물을 권했다. 누구의 실수든 진상을 확인해야 할 사람이 괜히 적이 될 필요는 없었다. *** 이벨은 관리비 명세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실제 점검이 있었다면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계약에서 부담 주체가 정해졌다면 일부를 청구할 근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점검을 했다고 주장한다’는 말과 ‘태오가 그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안전 관리를 위해 지출한 비용 전부가 세입자 부담은 아닙니다.” “그 말이 제일 듣기 좋네요.” “아직 청구를 무효로 판단한 건 아닙니다.” “그건 잘 압니다.” “정말인가요?” 태오는 미소만 지었다. 바렌도 자료를 제출했다. 그는 신규 126금화 청구가 조사 중인 상태라 징수를 계속 보류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태오의 잔여 보증금 230금화에서 자동 공제하지 않았으며, 최근 40금화 지급과도 별개의 문제라고 적었다. “그럼 왜 서류를 계속 보내시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내부 감사에서 청구서를 처리하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내부 감사가 있군요.” “있습니다.” “그러면 제 보증금은 왜 아직 못 돌려받았는지 그 감사에서 묻지 않습니까?” 바렌이 조용히 웃었다. “묻습니다. 요즘은 아주 자주요.” “그 감사 담당자에게 차라도 한 잔 사 드리고 싶네요.” “부탁드리지만 선물은 하지 마십시오.” *** 관리관이 다녀간 뒤 이벨은 태오에게 안전 대기 관리비 청구와 기존 212금화 수리비 분쟁의 경위를 차근차근 비교해 보자고 했다. 앞선 청구에서 계단 수리비 86금화와 방화시설 56금화는 철회되었고, 봉인 오염을 이유로 한 70금화의 징수도 중단된 상태였다. “새로운 청구가 생겼다고 옛 청구가 되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다행입니다. 청구서가 부활하는 마법까지 있으면 못 버팁니다.” 이벨은 웃지 않고 펜을 움직였다. “126금화 청구에는 안전 대기, 임시 순찰, 장치 확인이 들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존 봉인 오염 70금화와 같은 업무를 다시 청구한 부분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중복 청구 가능성이군요.” “가능성입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사람이 각기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태오는 종이에 업무명과 날짜를 적었다. 누구에게 의무가 있는지도 표시했다. 건물 구조의 안전 확보는 기본적으로 소유자 측의 일일 수 있고, 세입자가 직접 훼손한 경우에는 계약상 다른 책임이 생길 수 있었다. 토른은 자신이 수리할 때 찍은 현장 기록을 제출했다. 계단 아래 봉인은 건드리지 않았으며, 지지대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적혀 있었다. “저라면 사고 위험을 방치했다는 말보다 이 기록을 먼저 보겠습니다.” 이벨은 그의 작업일지를 검토했다. “드워프 공방 인장과 작업일이 확인되는군요. 다만 그날 전후의 다른 작업 기록도 대조해야 합니다.” 토른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좋소. 내 공구는 거짓말을 안 하오.” “공구는 말을 못하니까요.” 태오가 말했다. “그래서 너보다 믿을 만하지.” 리네아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오후 늦게 시립 안전 부서에서 전날 관리관이 가지고 왔던 도장의 사용대장을 일부 확인해 줬다. 같은 도장이 그날 다른 건물 점검에도 사용된 흔적이 있었다. 한 명의 감독관이 여러 현장을 돌았을 수 있었고, 다른 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제 집에서 점검했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거네요.” “네. 그리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태오는 작은 원을 두 개 그렸다. 실제 출장자 확인과 장비 사용 기록 대조. 관리비를 걷으려면 적어도 누가 무슨 업무를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날 밤 바렌은 태오의 요청에 답했다. [신규 126금화 청구는 담당 부서의 작업일지 원본 확인 전까지 계속 징수 보류. 기존 270금화 중 일부 변제 후 현재 잔여 원금 230금화이며, 위 청구를 이유로 추가 공제하지 않음.] 태오는 답장하지 않고 서류 보관함에 넣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건 커다란 불길만이 아니었다. 작은 비용을 이유 없이 떠안게 되는 일도 충분히 삶을 흔들었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것은 남의 잘못을 증명하는 승리보다 자기에게 없는 의무를 떠안지 않는 평범한 생활이었다. 태오는 점검 기록의 사본을 챙기려다가 토른의 도구가방 안에서 낡은 나무망치를 발견했다. 손잡이는 여러 번 덧대어져 있었다. “새 걸 사셔도 되잖아요.” “손에 맞는 건 돈으로도 못 사지.” 토른이 망치를 꺼내 들었다. “내 할아버지가 쓰던 거야. 창고 구조를 만들 때도 비슷한 망치를 썼지. 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 그때 주택조합이 멀쩡하게 유지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요?” “모르지. 안전하게 돈을 지키려는 설계도 사람이 운용을 잘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결국 사람을 찾아야 하는군요.” 토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좋은 설계는 사람이 실수해도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게 한다. 기록을 둘로 나누고 확인 인장을 따로 찍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일 수 있어.” 태오는 지하 계단 아래를 잠깐 내려다봤다. 한때 보물창고처럼 보였던 장소는 이제 사람의 실수와 그것을 막으려는 노력이 함께 남은 구조물로 보였다. 그가 장부를 덮으려 하자 토른이 말했다. “오늘은 그만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요.” “내일도 많아. 네가 오늘 다 해 버리려고 하면 내일은 몸이 남아 있지 않을걸.” 태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업대 위의 낡은 망치를 다시 바라봤다. 시간을 들여 만든 구조물이 오래 버틴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자신의 생활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오늘은 점검 기록과 계약서를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토른은 가방을 닫고 덧붙였다. “드래곤도 나무 계단을 잘못 밟으면 넘어질 수 있어. 돈이 많다고 위험을 마음대로 남에게 넘길 수 있는 건 아니지.” 태오는 웃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을 만큼 정확했다. *** 오후에는 리네아가 새 길드 통지를 가져왔다. 외부 원본 대조 절차가 지정되었고, 리네아는 자신이 중개한 계약에 대해 독립 확인 담당자와 협조하면 됐다. 그녀의 중개 자격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과거 고지 의무 관련 경고와 감독 기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완전히 끝난 겁니까?” “아직 한동안 서류를 제출해야 해요.” “우린 서류가 없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요?” “없을 때도 있겠죠.” “언제요?” “당신이 제게 편지 쓸 때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것도 서류 아닙니까?” “당신이 적은 건 계약서일 것 같긴 하네요.” 리네아가 웃었다. 그날 저녁 둘은 작은 선술집에서 식사를 했다. 태오는 종이뭉치도, 계약서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시장에서 산 소금과 감자를 집에 두고 나왔다. 주머니에 금화를 많이 넣지 않은 것도 일부러였다. “드디어 예산에 맞춘 데이트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첫 데이트부터 예산이 있었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그날은 제게 숨기셨잖아요.” “어떻게 알았습니까?” “당신이 메뉴판을 볼 때 계산부터 했거든요.” 태오는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신한테는 숨길 게 없군요.” “있어도 돼요.” 그녀가 말했다. “대신 중요한 건 언젠가 말해 주세요.” 그 말은 장난스럽지 않았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중요한 건 말할게요.” 리네아는 그의 손가락을 살짝 당겼다. “그럼 하나만 더요.” “네.” “오늘은 ‘잔액’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말기.” 태오는 시선을 피했다. “그런 계약은 이행하기 어려운데요.” “아직 계약도 안 했잖아요.” “서면이 없으니까요.” 그녀가 낮게 웃으며 그의 뺨 가까이 다가왔다. “말로 해도 되는 약속이 있어요.” 태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리네아는 그가 자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그는 신기하게도 숫자를 하나도 떠올리지 않았다. *** 늦은 밤, 귀가하던 두 사람은 집 앞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문가에는 젖은 진흙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바람과 비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익명 쪽지가 끼워져 있었던 바로 그 틈에 새로 접힌 종이가 보였다. 태오는 먼저 리네아를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녀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같이 봐요.” “네. 서로 손대지 말고요.” 집 안에서 작은 봉투를 가져와 종이를 받쳐 꺼냈다. 종이에는 어제 표식함을 옮기려 했던 운반인 이름과 연락 가능한 마차 조합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한 문장이 더 있었다. [그 운반인은 돈을 받고 일했다. 누가 돈을 냈는지는 장부에 남는다.] 태오는 글을 읽고 입을 다물었다. 리네아가 물었다. “그 운반인을 찾아볼까요?” “네. 하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그 사람에게 보내려는 이유부터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오는 문을 잠갔다. 집 바깥의 오래된 봉인이 잠깐 미세하게 울렸다가 고요해졌다. 경보 장치였는지, 단순한 바람에 반응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리네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내일은 마차 조합부터 가죠.” “그럼 오늘 밤은요?” “문단속하고 쉽시다.” 리네아가 웃었다. “드래곤과 싸우는 영웅의 계획치고는 소박하네요.” “돈을 받으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까요.” 둘은 불을 끄고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태오는 오래간만에 잠을 청하려 했지만, 현관 밖을 지나가는 발소리에 몇 번이나 귀를 기울였다. 이튿날 새벽 마차 조합에서는 표식함 운반 대금의 지급자가 다름 아닌 ‘브라운 금고상회 계약 대행 계정’으로 적혀 있다는 임시 조회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급자 이름과 실제 의뢰인의 이름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4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4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