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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다렌은 둘인데 서명은 셋이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7자

오프라인 책장
익명의 종이에는 잉크 냄새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김태오는 문서를 봉투에 넣고 마르셀에게 가져갔다. 전에는 이런 물건을 받으면 즉시 내용을 확인하려고 접어 펼쳤지만, 요즘은 무엇보다 먼저 손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이제는 아주 숙련된 제보 접수인이 되셨군요.” 마르셀이 말했다. “제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신데요?” “보증금을 받고 평범하게 이사하는 사람이요.” “그건 직업이 아닙니다.” “요즘 제게는 전일제 업무입니다.” 마르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익명 문구에는 ‘임시 대체 칸의 작성자가 죽었다’는 주장과 ‘발송과 수령을 구분하라고 말한 사람’을 찾으라는 제안이 동시에 적혀 있었다. 마르셀은 이를 별개 주장으로 나눴다. 사망 사실은 인구·사망 기록으로 확인해야 하고, 업무 담당자에 대한 기억은 서명 또는 당시 인사명부로 대조해야 했다. 태오는 어제 다렌 베스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러면 명부를 찾아서 보여 주면 떠올릴까요?” “유도 질문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자료 확인을 먼저 하고 독립적으로 묻는 것이 낫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차근차근 하는 사이 상대는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이름을 붙잡으면 전혀 다른 사람을 해칠 수도 있었다. *** 다렌 코르의 신원 대조 면담은 그날 오후였다. 과거 실종되었다고 알려졌던 전 세입자가 정말 코르인지, 그가 일곱 해 전 관리권 신청서를 썼는지, 그리고 당시 실제로 그 권리를 취득했는지는 모두 다른 질문이었다. 코르는 오래된 수술 자국과 주소를 기억했고, 로벤의 은빛 호루라기에 관한 설명도 상당 부분 일치했다. 그렇다고 기록관이 즉시 관리인 자격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는 데 몇 주가 걸리는군.” 코르가 피곤하게 말했다. “저도 제 돈이 제 돈이라는 걸 몇 달째 증명 중입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비슷한 처지로군.” “비슷해 보여도 법적 문제는 다릅니다.” 코르는 씁쓸하게 웃었다. 마르셀은 옛 서명 원본과 현재 코르의 필적을 비교하도록 허가를 구했다. 코르는 동의했다. 그러나 건강 상태와 오랜 시간 차이 때문에 필적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 붙었다. “내가 이걸 썼다면 뭘 얻는 거요?” 코르가 물었다. “관리권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입니다.” “그럼 금고는?” “그 신청은 당시 보류됐습니다.” 코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돈을 가지려는 게 아니었소. 명단을 확인하고 싶었소.” “그 이유를 아십니까?” “그때 사람들 이름이 바뀌어 있었거든.” 태오의 손에 쥔 펜이 멈췄다. “어떤 이름이요?” “받아야 할 사람 이름이 아니라 연락받을 사람 이름이었소. 누가 나중에 정정한다고 했는데, 그 전에 내가 신청서를 냈던 것 같소.” “누가 정정한다고 했습니까?” 코르는 얼굴을 찌푸렸다. “기억이 희미하오. 회색 장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건 최근에 본 사람이었나.” 마르셀은 즉시 해당 문장을 불확실한 기억으로 기록했다. 태오는 더 묻지 않았다. *** 다른 방에서는 다렌 베스가 별도로 질문을 받았다. 태오가 모든 면담에 참관할 수는 없었지만, 이후 당사자에게 공개 가능한 요약을 전달받았다. 베스는 ‘발송은 수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담당자가 낯선 서명을 쓰는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정식 이름 대신 세 고리 모양의 간략한 표시를 남기곤 했다는 것이다. “그럼 세 번째 다렌이 있다는 겁니까?” 리네아가 물었다. “아니요.” 이벨이 말했다. “현재 확인된 다렌이라는 이름의 사람은 둘입니다. 표시가 다른 세 번째 서명이라는 것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건 전혀 다릅니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코르: 사람. 베스: 사람. 세 고리 서명: 작성자 미상.] “이렇게 적으니까 좀 낫네요.” “처음부터 이렇게 정리했어야 했어요.” 리네아가 말했다.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렌 세 명이 복도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소설에나 나오겠네요.” “제 삶 자체가 소설 같기는 합니다.” 그녀는 웃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코르 씨는 지금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왜요?” “일곱 해나 어디 있었는지 말하려다가도 멈추잖아요.” 태오는 코르가 손에 쥐고 있던 낡은 장갑을 떠올렸다. 한 손의 화상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코르가 기억을 숨기는지,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지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 같은 날 토른은 표식함을 옮기던 옛 수레 설계를 알아본 장인을 찾아냈다. 손목이 굽은 노년의 드워프는 파벨 외곽에서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제4 보전 통로라니, 아직도 그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나?” 노인은 망치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누구의 물건을 옮긴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일곱 해 전이면 너무 오래전이야.” “설계만이라도요.” 노인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 수레는 내용물의 진동을 줄이도록 만들었지. 부피보다 미세한 흔들림을 견뎌야 하는 물건을 옮길 때 쓰려고.” “금속 금고를요?” “금속 안에 있는 유리나 수정판일 수도 있지. 아니면 낡은 인장판일 수도 있고.” 노인은 공중에 작은 사각형을 그렸다. “그런 물건이 깨지면 돈보다 더 큰일이 난다고들 했어. 같은 글자를 다시 찍을 수 없거든.” 토른의 눈이 번뜩였다. “원본 판형 말인가요?” “그럴 수도.” 태오가 물었다. “그럼 내용물이 원본 명단을 복제하는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은 있지. 내가 본 건 수레뿐이야.” 노인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태오는 감사 인사를 했다. 여기서도 진술의 한계가 분명했다. 수레의 종류는 알았지만 표식함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 마르셀은 다렌 코르의 과거 거주지에서 받은 오래된 보관증도 대조했다. 예전에 그가 맡겨 두었다는 작은 나무상자에는 헌 장갑과 손수건, 마부 조합의 운송권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이걸 내가 맡겼다는 증명은 있소?” 코르가 물었다. “영수증 번호와 당시 기록이 일치합니다. 하지만 누가 직접 맡겼는지까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태오는 나무상자 안을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의 물건이 아니었다. 마르셀이 코르의 허락을 구하자 코르는 오래된 운송권을 꺼내 보여 주었다. 운송권에는 북쪽 교각과 파벨 주택조합 사이를 오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 날짜가 관리권 신청 바로 전날이네요.” 태오가 말했다. “맞소. 나는 누군가에게 서류를 전달하러 갔던 것 같소.” “누구에게요?” “그게 기억나지 않소.” 코르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화내기보다,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 더 괴로워하는 듯했다. 리네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몸이 아프면 기억이 끊길 수도 있어요. 지금 기억나지 않는 걸 억지로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코르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태오는 마르셀에게 운송권 사본을 적법하게 보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 직접 가져갈 이유는 없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배운 것은 진실을 찾는 것만큼 그것을 남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 다렌 베스의 오래된 업무수첩에서는 다른 단서가 나왔다. 정규 회계 담당자가 결근했을 때 통지부 직무대리인이 대신 업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기록이었다. 다렌 베스는 그때마다 자기 이름으로 사본을 접수하면서도 실제 승인자는 따로 있는 점이 불편했다고 적어 두었다. “그래서 사본에 ‘접수 확인’이라고만 적었소.” 베스가 말했다. “그걸 ‘지급 승인’으로 착각하면 위험했겠군요.” “그렇지. 책임이 달라지니까.” 이벨은 두 용어를 구분해 설명했다. 접수는 문서를 받았다는 뜻이고, 승인은 그 문서의 내용에 따라 행위해도 된다는 뜻이다. 두 가지 절차가 같은 날, 같은 책상에서 이뤄질 수도 있지만 법적 효과는 다르다. 태오는 이 말을 듣고 지나간 일을 떠올렸다. 발카스도 오래전에 ‘보류를 요청했다’고 했지 ‘보류 명령을 받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동안 그 차이를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지웠다 다시 쓰고 있었다. “제가 이세계에 오기 전에 이런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왜요?” 리네아가 물었다. “그러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한 달쯤 더 고민했겠죠.” “그랬다면 저를 못 만났을 수도 있어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좀 아쉽네요.” “조금만요?” “상당히요.” 그녀는 웃으며 그의 옆구리를 가볍게 찔렀다. *** 저녁에는 발카스의 별도 자산 지급 상황을 확인하는 짧은 조정 회의가 있었다. 마흔 금화가 실제 지급됐다는 사실과 태오의 잔여 원금 이백삼십 금화가 확인되었다. 바렌은 다른 세입자들에 관한 별도 배분 기준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발카스는 인간형으로 앉아 있었다. 지난번 중고 난로 경매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인간.” “네, 집주인님.” “이제는 나를 보며 웃지 않는군.” “오늘은 웃을 일이 없어서요.” “무슨 일이지?” 태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일곱 해 전 제4 보전 통로에서 어떤 물건을 동쪽 창고로 옮긴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발카스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때 많은 물품을 옮겼다.” “표식함은요?” “이름을 듣고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에게 원본 일지를 보여 다오.” “기록 열람 권한을 확인한 다음에요.” 발카스는 코웃음을 쳤다. “네가 내게 절차를 요구하는군.” “제가 누구한테 배웠겠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발카스가 아주 작게 웃었다. “좋다. 절차대로 하자.” 면담을 마친 뒤 태오는 다렌 코르와 파벨 시장 입구까지 걸었다. 두 사람은 공적인 방 안에서는 하지 못했던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르는 한동안 변두리에서 목재를 옮기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건강이 나빠진 뒤에는 정식 계약을 맺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싫었소. 모두 내가 돈 때문에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저도 돈 때문에 드래곤을 찾아간 건 맞습니다.” 코르가 웃었다. “그건 당신 권리였겠지.” “당신도 본인 기록을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남에게 권리를 넘겨받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고요.”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 태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코르가 누구인지 완전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대화하는 동안 자신이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구분할 수는 있었다. 시장에서 헤스가 빵을 팔고 있었다. 태오는 코르에게 빵 하나를 사 주려다 그가 먼저 동전을 꺼내는 걸 보았다. 코르는 웃으며 말했다.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사겠소.” “알겠습니다.” 그 말은 태오가 가장 좋아할 법한 종류의 대답이었다. 그는 나란히 걸으며 빵을 먹었다. 코르의 과거는 복잡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까지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 집에 돌아온 태오는 옛 직원 명부를 다시 훑었다. ‘발송은 수령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 담당자의 이름을 특정할 수 있는 건 아직 없었다. 대신 명부와 사유부를 대조하던 마르셀이 보내온 공문이 하나 있었다. [임시 대체 처리 사유번호와 연결된 확인 서명은 일반 직원 실명이 아닌 대리 직무표기일 가능성. 해당 직무표기는 일곱 해 전 왕실 외부 통지대행 부서에서 사용.] 태오는 종이를 놓고 리네아에게 물었다. “그럼 세 고리 서명은 왕실 사람이라는 뜻입니까?” “아직은 왕실의 외부 일을 맡은 부서에서 쓰던 표기라는 뜻뿐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리네아가 그의 표정을 바라봤다. “당신은 방금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들켰네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늘은 빨리 자요. 왕국 전체를 조사하느라 쓰러지면 안 되니까.” 태오는 문서를 접었다. 물론 이불에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단순한 보증금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건에 왕실의 외부 통지 부서가 나타났다. 그 사실만으로 범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누구에게 돈을 보내라고 통지했는지를 확인할 곳은, 이제 조금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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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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