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5화
PAYLUA ORIGINAL · 제45화

45화. 장부에는 네 번째 칸이 있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67자

오프라인 책장
철제 표식함을 찾겠다는 사람이 둘이었다. 한쪽은 브라운 금고상회였다. 다른 쪽은 7년 전 파벨 주택조합의 청산 업무를 맡았던 관리인단이었다. 문제는 관리인단이 그 물건에 관해 처음 듣는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신청한 적은 없습니다.” 미라는 공식 회신을 읽고 얼굴을 굳혔다. “그런데 누가 우리 명의로 신청했단 말입니까?” 김태오는 서류를 넘겼다. 신청자 이름 아래에는 대리인 표기만 있었다. ‘청산 관리인단 위임’이라는 짧은 문구와 서명처럼 보이는 얼룩. 그러나 위임장은 아직 원본 대조를 통과하지 못했다. “어쩌면 옛 관리인 가운데 누군가 혼자 한 일일 수도 있겠죠.” 태오가 말했다. “가능합니다.” 이벨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도 관리인단을 대표할 권리가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토른은 표식함 사진을 돌려보았다. 철제 모서리에 드워프 문자 세 글자가 찍혀 있었다. “이건 잠금장치 제작번호야. 소유권 표시는 아니고.” “열쇠를 만들 수 있습니까?” “만들 수 있다는 말과 열어도 된다는 말은 다르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드워프는 세상 모든 문을 열 기술이 있으면서도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유난히 엄격했다. “그럼 누가 열 권리가 있는지부터 찾죠.” “오늘은 네가 더 현명한 것 같군.” “지난번에 계단을 뜯었다가 혼난 경험이 있잖아요.” 토른이 소리 내 웃었다. *** 마르셀은 두 신청을 모두 보류하고 원본 서명 대조를 요청했다. 그사이 이벨은 참조번호 하나를 더 찾아냈다. 7년 전 금액 차이 조정표가 옛 공동 보관소의 ‘네 번째 열’과 연결된다는 기록이었다. “계정 표식은 A, B, C 세 종류라면서요?” 태오가 물었다. “이건 열쇠가 아니라 장부의 열입니다.” “아.”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네 번째 열쇠가 등장했습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세 번째 열쇠도 제대로 못 찾았는데 네 번째라니요.” “저도 부담됩니다.” 옛 회계 양식에는 수령액, 이관액, 통지 대상액 다음에 작은 공간이 하나 더 있었다. 제목은 ‘임시 대체’. 숫자가 바로 적히지 않고 참조 문서번호를 적도록 만든 칸이었다. 미라는 오래된 업무 책자를 펼치며 설명했다. “돈이 이동하기 전에 원본과 임시 계정 사이의 차이를 보관할 때 사용했어요. 실제 돈을 넘겨준 기록이 아니라 대조할 때 쓰는 임시 표시였죠.” “그렇다면 거기에 금액이 있어도 누가 돈을 가져갔다는 뜻은 아니겠네요.” “네. 반대로 반드시 안전하게 남아 있다는 뜻도 아니고요.” 태오는 이벨을 바라봤다. “요즘 이쪽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로 그겁니다.” 이벨은 대답 대신 차를 마셨다. 그날 공개된 사본에는 임시 대체 칸에 연결된 참조번호 두 개가 보였다. 하나는 동쪽 이관창고의 재고조정 문서, 다른 하나는 북부 수익권 통지창구의 발송일지였다. 두 문서 모두 당시 정본이 완전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서로 다른 기관에서 같은 차이를 잡았다는 뜻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또는 한 기관의 오류를 다른 기관이 그대로 옮겨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르셀은 날짜를 가리켰다. “중요한 건 작성일이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태오는 수첩에 두 날짜를 나란히 적었다. 첫 번째는 처분 보류 요구 전날. 두 번째는 그로부터 아흐레 뒤였다. “그 아흐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무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 다렌 베스가 먼저 답할 실마리를 가져왔다. 옛 조합 회계 보조였던 그는 오래전에 업무를 그만뒀고, 동명이인 다렌 코르와 이름이 겹쳐 몇 번이나 혼란을 겪었다. “당시 우리 사무실에는 종이 명단이 두 부였습니다.” “수익권 확인 명단과 주소 통지 명단이요?” “맞소. 그런데 서류를 접수하는 사람이 그걸 두 장의 지급 명단으로 착각하는 일이 있었소.” “그 때문에 돈이 두 번 나갔습니까?” “나는 그런 기록을 본 적이 없소. 다만 반대로 통지가 두 번 갔다고 해서 돈을 두 번 주는 줄 아는 사람이 있었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아듣는 말로 낯선 제도를 이해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오류를 낳기도 한다. “임시 대체 칸은 아세요?” 다렌 베스는 움찔했다. “그걸 어디서 들었소?” “사유부와 연결된 옛 양식에 있습니다.” “그 칸에 수를 적는 사람은 많지 않았소. 통지 대조 담당이 따로 있었거든.” “이름을 기억하세요?” 다렌 베스는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오. 대신 그 사람은 늘 한 가지 말을 했소. ‘발송했다는 표시는, 도착했다는 뜻이 아니다.’” 미라가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변했다. “제가 전에 말했던 완료 도장 이야기군요.” 다렌 베스가 그녀를 쳐다봤다. “그 말, 당신도 들었소?” “내가 찍으라는 지시를 받은 도장도 그 문제와 관련 있었어요.” 이벨은 두 사람에게 각각 독립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서로의 기억에 맞춰 말을 바꾸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를 분리했다. 태오는 처음으로 ‘차액’과 ‘통지 완료 도장’이 같은 업무 문제의 앞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돈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류가 잘못된 사람에게 도착한 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 미라는 잠시 회의를 멈추고 태오에게 옛 조합 사무실의 책상 배치를 그려 보였다. 수령기록을 관리하는 책상이 문 옆에 있었고, 통지 기록을 관리하는 책상은 창가에 있었다. 임시 대체 칸은 그 두 책상 사이를 오가는 서류에만 붙었다고 했다. “그러면 돈을 실제로 옮기는 담당자는 따로 있었겠네요.” “네. 하지만 돈을 옮길지 말지 결정할 때 이 표의 번호를 참고했어요.” “참고만 했다는 거죠?” “원칙은 그랬어요.” 태오는 책상 모양을 보며 생각했다. 종이 한 장이 어느 책상에서 어느 책상으로 옮겨갔는지 알면, 누가 그 종이를 읽을 수 있었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완료 도장을 먼저 찍으라는 지시는 어느 책상에서 받으셨어요?” 미라는 손을 멈췄다. “창가 쪽이었어요. 그날 담당자가 아팠는지 대리 직원이 왔던 걸로 기억해요.” “그 대리 직원이 누구였는지는요?” “기억나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날 업무가 너무 많았거든요.” 이벨이 말했다. “그 진술은 날짜와 당시 직원 명부를 대조해야 합니다.”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만으로 누군가를 의심하는 일을 그녀도 원치 않았다. *** 회의가 길어지자 다렌 베스는 건물 밖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태오가 물을 가져다주자 그는 고맙다며 받아 마셨다. “왜 그만두셨습니까?” “그때는 일이 끝났다고들 했소. 조합이 청산되고 돈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고.” “그걸 믿으셨고요?” “믿고 싶었지. 솔직히 나는 젊었고, 다른 직장을 구해야 했소.” 태오는 그 말이 이해됐다. 조직이 문을 닫을 때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모두 영웅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생활 때문에 떠난다. “그 뒤로 다렌 코르 씨를 만나 본 적 있습니까?” “그 이름만 몇 번 들었소. 우리 둘이 같은 사람이라고 오해받은 적도 있었지.” “오늘은 두 분이 따로 면담한 게 다행이네요.” 베스는 작게 웃었다. “옛날에는 내가 그 사람 대신 전세금을 받으러 왔다는 얘기까지 들었소.” 태오는 깜짝 놀랐다.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죠?” “없소.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은.” 베스는 말을 멈추고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누군가 내 이름을 이용해 뭔가 하려고 했을 가능성은 생각해 보게 되오.” 태오는 그 말을 그대로 진술서에 옮기지 않았다. 추측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동명이인 때문에 수령인 확인 절차가 실제로 혼동을 겪은 적이 있는지 조사할 항목으로 적었다. *** 그날의 마지막 확인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이벨이 공개 가능한 옛 거래 양식 하나를 꺼냈다. 같은 계약번호가 두 문서에 쓰였는데, 한쪽에는 수취인 이름이, 다른 쪽에는 통지를 받을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것만 보면 똑같은 돈을 두 번 보낼 것 같죠?” “네.” 태오가 말했다. “하지만 정산 마감을 보면 한 번만 지급한 것으로 정리된 사례입니다.” “그럼 같은 번호가 두 번 나오는 건 정상일 수도 있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 정상적 재분류와 실제 오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예요.” 태오는 노트 한가운데 선을 그었다. ‘같은 번호’라고 크게 쓰고, 그 아래 ‘돈’, ‘문서’, ‘주소’를 각각 다른 칸에 넣었다. 돈이 여러 번 기록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계약이 여러 업무를 통과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여러 업무 사이를 연결했는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됐다. *** 오후 늦게 브라운이 다시 나타났다. “표식함 관련 신청을 왜 보류하셨습니까?” “대리권 자료가 없어서요.” 마르셀이 대답했다. “비밀 고객의 위임장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비공개 열람으로 확인할 절차가 있습니다.” “그럼 확인에 며칠이 더 걸리겠군요.” 태오가 끼어들었다. “급하신가 봅니다.” 브라운은 그를 무시하려 했으나 눈이 마주쳤다.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제 보증금 문제를 조사하던 중 발견된 물건이라서요. 다만 제 소유라는 뜻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상회장님이 돈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돈이 아니라 물건과 주소를 찾으시네요.” 브라운의 손가락이 멈췄다. “주소라니?” “옛 통지명단에 관심이 있으시잖아요.” 그는 미소를 회복했다. “적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채권자를 찾는 일은 금융업의 기본입니다.” “그럼 적법한 확인 절차를 밟으시면 되겠네요.” 마르셀은 두 사람의 말을 끝내고 서류를 거두었다. 브라운은 서류에 적힌 대리인 이름을 가리고 나갔다. 자료 대조를 마친 뒤 태오는 잠시 혼자 등록소 앞에 섰다. 돌계단 틈새에는 작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오래전 누군가 조심해서 쌓았을 건물도 시간이 지나면 틈이 생겼다. 마르셀이 서류철을 들고 뒤따라 나왔다. “오늘은 실망하셨습니까?” “절반은요. 조정표가 뭔지 알게 됐는데, 정작 누가 그 칸을 작성했는지는 모르겠거든요.” “정확한 질문을 발견한 것도 결과입니다.” “그 말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유행합니까?” “아뇨. 오늘 처음 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마르셀은 사유부 참조번호 두 개를 다시 대조해 보겠다고 했다. 특히 먼저 작성된 동쪽 창고 기록에 번호를 부여한 기관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럼 저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집으로 가서 쉬십시오. 중요한 증거를 찾는 일에 잠을 못 잔 사람의 기억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태오는 잠시 반박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하루도 충분히 많은 숫자를 봤다. *** 그는 같은 번호가 다른 목적의 장부에 등장하는 이유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같은 숫자를 봤다는 사실만으로는 누군가를 탓할 수 없었다. 리네아는 밤길에 태오에게 물었다. “이제 사람을 좀 믿을 수 있겠어요?” “누구요?” “브라운 같은 사람 말고요.” “저는 당신이랑 토른은 믿어요. 마르셀도요. 이벨도 그렇고요.” “발카스 님은요?” 태오는 걸음을 늦췄다.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럼 완전히 믿는 건 아니군요.” “돈이 다 돌아오면 생각해 보죠.” 리네아는 웃었다. “당신에게 신뢰는 할부로 지급되는군요.” “아뇨. 분할 확인되는 겁니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태오는 현관 틈에 끼어 있는 얇은 종이를 발견했다. 아무 인장도 없었다. 맨 위에는 딱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임시 대체 칸의 이름을 찾지 마라. 그 사람은 벌써 죽었다.] 그리고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발송과 수령을 구분하라는 사람의 이름부터 확인해라.] 태오는 종이를 리네아에게 건넸다. “누군가 일부러 서로 반대되는 말을 적었네요.” “경고일까요, 안내일까요?” “모르겠어요. 진짜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야죠.” 그는 종이를 손으로 문지르지 않고 깨끗한 봉투에 넣었다. 드래곤과 싸우면서 배운 작은 습관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찾기 위한 단서일 뿐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4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4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