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용이 처음으로 중고 물건을 팔았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43자

오프라인 책장
드래곤 발카스가 중고 농기구와 철판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퍼진 날, 파벨시는 이상한 열기로 들끓었다. 어떤 사람은 왕국이 파산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드래곤이 인간에게 굴복했다고 했다. 가장 우스운 소문은 고대 드래곤이 낡은 난로 수집가였다는 것이었다. “정말 난로가 스물셋이나 있다고요?” 신문 기자가 물었다. “있다던데요.” 김태오가 답했다. “그걸 다 어디에 쓰려고 모았을까요?” “추운 날에 썼겠죠.” “드래곤이 추위를 탑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가 그분 세입자지 의사는 아니잖아요.” 기자는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경매는 동쪽 창고 앞마당에서 열렸다. 조정실은 경매 자체를 명령하지 않았다. 발카스 측이 자발적으로 처분 가능한 물품을 정하고, 독립 감정과 공개 매수 절차에 동의했다. 매각대금 중 기존 주문자의 계약금과 창고 보관에 필요한 직접 비용을 뺀 뒤, 합의된 일부를 태오의 보증금 반환에 쓰는 구조였다. 이벨은 서류를 세 번 확인했다. “태오 씨, 돈을 받으면 ‘채권 일부 변제’라고 명확히 적으세요. 최종 합의나 나머지 채권 포기 문구가 끼어 있으면 안 됩니다.” “이제는 제가 이벨 선생님 말을 외워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실수할 일은 줄겠군요.” “실수하면 선생님이 또 놀릴 거잖아요.” “그럴 겁니다.” *** 발카스는 직접 경매장에 나타났다. 인간형으로, 검은 외투와 금색 장갑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의 등장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리자 입찰하러 온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누가 나팔을 불라고 했느냐?” 드래곤이 물었다. 바렌이 낮게 답했다. “상회가 관례라고 했습니다.” “내가 물건을 팔러 온 것이지 즉위하러 온 것이 아니다.” 태오는 속으로 웃었다. 언제나 남을 내려다보던 드래곤이 오늘만큼은 거래 당사자로 앉아야 했다. 입찰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을 뿜을 수도 없었다. 공개 경매장의 안전 조항에는 ‘위협적 마력 행사 금지’라는 문구가 있었다. 토른이 그 조항을 가리켰다. “드래곤 전용이군.” “저 때문에 생긴 규정은 아니겠죠?” 태오가 말했다. “그건 모를 일이지.” 경매사가 난로 하나를 들어 보이자 입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조심스러워했다. 드래곤 물품이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드래곤의 시선을 피하느라 손을 못 드는 사람도 있었다.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해 주십시오.” 바렌이 경고했다. 발카스가 낮게 말했다. “나는 저 난로를 백 년 전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럼 금화 반 닢!” “더 내려가지 마라.” “방금 직접 쓸모없다고 하셨잖습니까.” 태오가 말했다. “네가 내 물건을 흥정하겠다는 것이냐?” “아뇨. 가격은 시장이 정하고 있습니다.” 태오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발카스가 얼굴을 찡그리자 리네아가 팔꿈치로 그를 쿡 찔렀다. “그만 놀려요. 돈 받으려면 경매가 잘돼야죠.” “맞아요. 제 생계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아해요?” “드래곤도 중고 거래 평점을 걱정하는 모습을 처음 보거든요.” *** 경매는 해 질 무렵 끝났다. 최종 매각대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모두가 장부를 둘러쌌지만, 매각대금 전부가 발카스의 자유 재산인 것은 아니었다. 일부 물품에는 선납 계약금의 반환 문제가 있었고, 창고에 보관해 둔 남의 물품은 처음부터 경매 대상이 아니었다. 감정인들은 정산표를 작성했다. 바렌이 조정실에 제출한 문서에는 태오에게 즉시 배정 가능한 변제액으로 **금화 마흔 닢**이 적혀 있었다. 다른 채권자에 대한 배분 계획은 별도 심사 대상이었다. “당장 받을 수 있다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대금이 결제되고 확인되면요.” “언제요?” “오늘 지급 가능하도록 준비했습니다.” 태오는 귀를 의심했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바렌이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김태오 씨 보증금 원금 일부 변제 금화 마흔 닢. 오늘 지급합니다. 잔액은 이백삼십 닢입니다.” 태오는 숫자를 계산했다. 처음 원금 삼백. 이미 받은 삼십. 오늘 받을 마흔. 남는 금액 이백삼십. 태오가 한참 말이 없자 리네아가 물었다. “왜요? 계산이 안 맞아요?” “아뇨. 너무 잘 맞아서요.” 발카스가 다가왔다. “인간. 네가 원하던 금화다.” “일부죠.” “남은 돈도 갚을 길을 찾고 있다.” “그건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만 묻겠습니다.” “또 무엇이냐?” “중고 난로를 팔면 돈이 생긴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발카스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네 목숨과 상관없는 질문이다.” “알겠습니다. 답변 거부로 기록하겠습니다.” “기록하지 마라!” 바렌이 재빨리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왔다. “개인 대화는 조정 서류에 적지 않습니다. 제발.” *** 경매장에 남아 있던 몇몇 세입자는 기쁜 표정을 짓지 못했다. 태오에게만 금화 마흔 닢을 준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로벤은 축하한다고 했지만, 뒤쪽의 젊은 세입자 한 명은 공개적으로 물었다. “왜 저 사람부터 주는 겁니까? 우리도 오래 기다렸는데.” 태오는 앞으로 나섰다. “제가 먼저 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제 계약에 관해 진행하던 조정 과정에서 별도 변제 제안을 받은 겁니다.” “그럼 우린요?” “각자 계약과 미지급 금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같은 방식을 원하면 조정실에 제출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유하겠습니다.” 청년은 실망한 얼굴이었다. “자료로 밥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태오는 한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엘레아가 회의장을 정리하며 설명했다. 이 경매가 모든 세입자의 공동 원금을 균등 배분하기 위한 법적 집행은 아니었고, 발카스가 일부 이행에 동의한 개별 조정이었다. 그렇다고 이를 기준 삼아 나머지 채권자들의 정당한 청구를 배제할 수는 없었다. “동일한 조건에 있는 임차인에 대한 추가 변제 계획도 요구하겠습니다.” 발카스 측 바렌이 말했다. “당연히 계약별로 정리해야겠지요.” “정리만 하다가 몇 년 더 가는 건 아니죠?” 청년이 물었다. 바렌은 잠시 말을 고르다 대답했다. “오늘 지급일과 금액을 기록한 방식처럼, 다음 계획에도 예상 시점을 제출하겠습니다.” 태오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저도 그 문서가 실제로 제출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돈을 거절한다고 다른 분 몫으로 자동 배분되는 건 아니에요.” 청년은 오래 태오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기다리는 게 지쳐서요.” “압니다.” 태오는 그에게 따뜻한 차를 권했다. 청년은 한 모금 마신 뒤 슬며시 웃었다. “이렇게 용을 상대로 경매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요. 다음에는 평범한 시장에서 채소만 사고 싶습니다.” 경매사와 바렌은 정산표를 한 번 더 대조했다. 구매자 중 한 명이 은화와 금화의 환산 비율을 잘못 적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오류를 놓쳤다면 실제 지급 가능한 금액을 다시 계산해야 했을 것이다. “세상이 온통 숫자로 되어 있군요.” 태오가 말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리네아가 놀렸다. “좋아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숫자입니다.” 발카스는 그 대화를 듣고 물었다. “동전 몇 개가 그렇게 중요하냐?” 태오가 대답했다. “드래곤이시니까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잘못 계산된 한 닢은 누군가의 한 달 장작값이 될 수도 있어요.” 발카스는 잠시 침묵하다 계산 담당자의 수정 표기를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보고 바렌이 태오에게 아주 작은 미소를 보냈다. 더는 금화가 전부라고 우길 수는 없었다. 숫자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을, 적어도 오늘만큼은 회의장 모두가 알게 됐다. *** 지급을 준비하는 사이, 바렌은 매각 절차에 관한 민원도 처리해야 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귀족이 난로에 발카스의 마력이 남아 있다며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로 남아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토른이 난로를 검사했다. “불을 피운 흔적은 있어도 특별한 마력 잔재는 없는데.” 귀족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고대 드래곤의 물건이라면 보증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발카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난로는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오래된 창고 인수 물품이다.” “그럼 직접 쓰지 않았다는 겁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고대 드래곤이 사용한 난로라고 광고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경매사가 서류를 펴 보였다. “광고 문구는 ‘고대 드래곤 소유 자산 중 매각 가능 물품’입니다. 사용 여부를 보증하지 않았습니다.” 태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발카스가 자기 물건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사용 경험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은 기이했다. 바렌은 조심스럽게 귀족에게 반품 가능 조건을 설명했다. 계약서에 적힌 품질 하자가 없는 한 단순한 기대와 실제 상품의 차이는 재검토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럼 마력은 없는 겁니까?” 귀족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발카스가 말했다. “네가 그 난로를 사겠다고 입찰한 순간 이미 충분히 뜨거워졌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태오는 발카스를 바라봤다. 드래곤도 가끔 농담을 할 줄 알았다. 다만 웃음을 잃은 건 바렌뿐이었다. *** 태오는 지급 확인서를 읽고 또 읽었다. 제목은 ‘보증금 원금 일부 변제 확인서’. 중간에는 금화 마흔 닢이라는 액수가 적혀 있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문장은 따로 있었다. [미지급 원금 금화 230닢은 소멸하지 않음. 기존 분쟁 절차 및 이의권 보유.] 태오는 조용히 서명했다. 대리인은 금화 마흔 닢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내용물을 직접 확인한 뒤 마르셀 입회 아래 수령했다. 30닢을 처음 받던 때처럼 손끝이 떨리지는 않았다. 대신 손바닥 안에서 아주 작은 확신이 생겨났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어떤 때에는 정말 돈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마부 로벤에게 소식을 전했다. 로벤은 눈물을 글썽이다가 웃었다. “내 몫도 언젠가는 돌아올까?” “반환 계획이 정리되면 각자 계약에 따라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확답은 못 드려요.” “네가 말을 아끼는 건 이제 익숙하구나.” “돈에 관해서는 자주 틀리고 싶지 않아서요.” 로벤은 손을 내밀었다. 태오는 마부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세입자 열한 명의 이름을 적어 둔 수첩이 주머니에서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자기 돈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일이 끝난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받는 돈을 미안해할 이유도 없었다. 각자의 계약과 상황에 맞게 공정하게 처리할 절차를 요구하면 됐다. *** 그날 밤, 발카스가 보낸 짧은 서신이 도착했다. [일부 채무를 이행하였다. 계정 47 조사와 별도로 앞으로의 지급 계획을 계속 협의한다.] 태오는 서신을 읽고 살짝 미소 지었다. 드래곤의 편지는 처음에 비해 놀랄 만큼 인간의 편지 같아졌다. “뭐라고 왔어요?” 리네아가 물었다. “돈을 더 갚겠다는 약속은 아니고, 계획을 협의한다네요.”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군요.” “그렇죠. 오늘은 실제 돈도 받았으니까요.” 리네아는 그의 손에서 봉투를 가져가 살펴봤다. “그럼 축하해야겠는데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금화 마흔 닢 생겼다고 갑자기 큰손이 되셨네요.” “아뇨. 그중 일부는 이사 보증금으로 남겨야죠.” “그럼 아주 소박하게요.” “소박한 건 어느 정도입니까?” 그녀는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식사는 한 접시만 먹을게요. 대신 식사 끝나고 저랑 조금 더 걸어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얼마든지요.” “정말요?” “네. 시간이 있으면.” 리네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간이 없으면?” “일정을 조정하겠습니다.” “아주 훌륭한 답변이에요.” 둘은 웃었다. 밖에서는 경매를 마친 운송 마차들이 마지막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좁은 골목에서 잠시 멈췄다. 검은 천을 두른 수레에 실린 것은 경매에서 빠진 철제 표식함이었다. 운반인이 서류를 보여 주자 창고 관리인이 고개를 저었다. “인도 허가는 아직 안 났습니다.” “그런데 오늘 안 옮기면 큰일이 납니다.” “무슨 일인데요?” 운반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일이면 저 물건을 찾겠다는 사람이 둘이 되거든요.” 관리인은 그 말을 그대로 야간 근무일지에 적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그 문장을 읽은 태오는 경매보다 더 골치 아픈 싸움이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4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4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