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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1화
PAYLUA ORIGINAL · 제41화

41화. 돈이 사라졌다는 말의 가격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3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는 차가운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지난밤 리네아가 끓여 준 차였다. 정확히는 두 사람이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차였다. 마르셀의 전달석이 울린 뒤로 태오는 조정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찻잎을 버릴 사람이에요.” 리네아가 그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왜요? 이게 무슨 왕실 차인가요?” “아뇨. 제가 직접 우렸거든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절대 버리면 안 되겠네요.” 태오가 컵을 집어 들자 리네아가 빼앗았다. “차갑잖아요. 다시 끓일게요.” “제게는 사채 이자보다 무서운 말이 하나 더 생겼군요.” “뭔데요?” “내가 직접 해 줬다는 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 오늘 저녁에 다시 해 봐요.” 태오는 대답 대신 웃었다. 드래곤을 상대할 때보다 더 신중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둘은 등록소로 향했다. 새로 확인된 것은 ‘금액 차이 조정표가 존재한다’는 사실뿐이었다. 금액이 얼마인지, 누가 작성했는지,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소문은 벌써 ‘고대 드래곤이 보증금을 통째로 빼돌렸다’는 제목을 달고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파벨 신문의 젊은 기자가 등록소 앞에서 달려왔다. “김태오 씨! 드디어 횡령 증거가 나왔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아뇨.” “아직 못 들으셨군요?” “들었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아니니까요.” “차액 조정표라면서요?” “차이가 있으면 왜 있는지 확인해야죠. 교환한 화폐 단위가 달랐을 수도 있고, 명단 작성일이 달랐을 수도 있고요.” 기자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제목은 어떻게 쓰죠?” “‘차이가 있는 표를 발견해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요.” “너무 재미없습니다.” “제 삶은 재미있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리네아가 작게 웃었다. 기자는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수첩에 제목을 적었다. 등록소 안에서는 마르셀이 이미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유리 덮개 아래 오래된 참조표의 작은 부분이 놓여 있었다. 사본이었다. 원본은 왕실 자료실과 시립 보관소 간 이관 여부를 확인 중이라 아직 열람할 수 없었다. “오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목록에 연결된 분류번호와 작성 시점뿐입니다.” 마르셀이 말했다. “그러면 액수는요?” “원본 대조 후입니다.” “제가 조급하게 묻는 거 아시죠?” “아주 잘 압니다.” 마르셀은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하지만 조급해서 틀린 금액을 적으면 그 실수를 고치기 위해 열 배의 문서가 필요해집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숫자에 관한 한 그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 이벨은 조정표가 세 종류의 자료를 연결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원금 수령기록, 보관계정 이관기록, 그리고 수익권자 통지명단이었다. 세 자료는 작성 날짜와 금액을 적는 기준이 달랐다. 원금 수령기록은 받은 돈을, 이관기록은 옮겨 놓은 자산을, 통지명단은 연락해야 할 사람을 기준으로 했다. “연락할 사람 명단에 돈이 똑같이 적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군요.” “그렇죠. 누군가 이사했다고 원금이 늘지는 않으니까요.”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표정이 그렇지 않은데요.” 태오는 입술을 다물었다. 리네아가 옆에서 손등을 톡 건드렸다. 마르셀은 사본의 오른쪽에 표시된 작은 글씨를 가리켰다. [차액 사유 미확정. 지급 보류 대상과 별도 기록.] “이 문구가 원본과 같다면, 작성 당시에도 차이를 지급 가능한 돈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돈이 있다는 뜻도, 없다는 뜻도 아니네요.” “정확합니다.” 태오는 수첩에 그렇게 적었다. 쓸데없어 보이는 문장인데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적어도 누군가가 함부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살펴야 할 문턱이 있다는 뜻이었다. *** 오전 열한 시쯤 발카스 측 대리인 바렌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낡은 외투를 입었는데, 태오의 시선을 눈치챈 듯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동굴에 들르지 않고 왔습니다.” “그러면 용암 냄새가 안 나겠군요.” “내 외투에 용암 냄새가 났습니까?” “아니요. 매번 금액이 타 버리는 냄새가 났습니다.” 마르셀이 기침했다. 바렌은 웃지 않았다. 대신 밀봉한 목록을 제출했다. “별도 자산을 통한 변제 검토 첫 자료입니다. 드래곤께서 비계정 자산을 현금화할 가능성을 확인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태오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어떤 자산인데요?” “동쪽 창고에 있는 물품과 임대료 채권 등입니다. 다만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은 물건을 포함하지 않도록 검사 중입니다.” “저한테 언제, 얼마가 들어오는지를 알려 주시면 됩니다.” “그걸 정하려고 조사를 하는 겁니다.” “그 말은 제가 달력에 적어 둘게요.” “비꼬는 말입니까?” “아뇨. 다음 회의에서 같은 말이 나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계산하려고요.” 바렌은 잠시 침묵하다가 마르셀에게 서명된 제출증을 요구했다. 태오는 서명의 잉크가 마르는 순간까지 지켜보았다. 서명된 종이는 돈이 아니다. 그러나 말뿐인 약속과는 달랐다. 그 차이가 그의 지난 몇 주를 버티게 했다. *** 점심 무렵 헤스가 빵을 한 바구니 들고 등록소를 찾았다.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노파는 공무원이든 드래곤이든 배가 고프면 잘못된 결정을 한다고 믿었다. “이건 뇌물이 아니라 간식이야.” “그 말 자체가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이벨이 말했다. “그럼 왜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어?” 이벨이 빵을 내려놓았다. 태오는 웃음을 참았다. 헤스는 가방에서 오래된 보증금 증표 31-A를 꺼냈다가 도로 넣었다. “내가 받은 돌도 돈이 된다던 소문이 돌더라.” “아직 확인된 건 조회에 관한 역할뿐이에요.” 리네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시장에서 누가 사겠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니?” 태오가 말했다. “조건을 서면으로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권리 자체를 넘기는 것인지, 돌만 맡기는 것인지 분리해서요.” “네가 내 손자였으면 아주 피곤했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헤스가 웃다가 표정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나 말고도 많이들 흔들려. 아픈 사람이 있고, 빚이 있는 사람이 있고, 오늘 저녁 장작값이 없는 사람이 있거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동 진정의 서류만 두껍게 만드는 일이 누군가의 밥상을 채우지는 않았다. 발카스가 별도 자산으로 실제 돈을 지급하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그날 오후 태오는 등록소 뒤쪽의 작은 기록실에서 미라를 만났다. 오래된 주택조합 청산 기록을 누구보다 많이 본 사람이었지만, 그녀도 차액 조정표의 정본을 기억하지는 못했다. “처분 보류는 저희 부서가 최종 결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료를 발송한 흔적은 남겼지요.” 미라는 반쯤 바랜 색인 카드를 꺼냈다. 카드에는 같은 분류번호가 두 번 등장했다. 앞의 것에는 ‘이관’, 뒤의 것에는 ‘통지’라는 글자가 있었다. “같은 문서입니까?” “그렇게 단정하면 안 돼요. 이관 완료와 통지 완료는 처리하는 일이 달랐으니까요. 옛날에는 서기들이 한 장의 원본을 들고 여러 부서로 뛰어다니기도 했어요.” “그럼 하나가 없어지면 전부 멈췄겠군요.” “그래서 사본을 남기도록 했는데, 그 사본 때문에 또 분쟁이 생겼어요. 도장이 찍혔다고 다 정본으로 생각했거든요.”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리네아가 중개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요. 오래된 인장을 봤다고 해서 그 안에 적힌 권리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요.” “그 엘프 중개인 말이 옳아요.” 미라는 그에게 두 가지 질문을 적어 주었다. 원본이 지금 어느 기관에 있는가. 차액을 최종 승인한 서명자가 누구인가. 그 둘을 확인하기 전에는 액수만 알아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럼 아직 할 일이 많군요.” “그렇게 낙담하지 말아요. 적어도 지금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까요.” 태오는 감사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문 옆 게시판에는 청산이 끝난 주택조합들의 이름이 여러 줄 적혀 있었다. 파벨 주택조합 옆에는 ‘잔여 문서 미정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세상에서 끝난 일로 취급하는 것과, 정말 끝난 일은 달랐다. *** 태오는 돌아오는 길에 작은 환전상을 들렀다. 금화 삼십 닢을 처음 받았던 날부터 그가 꾸준히 찾아오던 곳이었다. 새 거처의 보증금으로 얼마를 더 모아야 할지 계산하려고 장부를 펼쳤다. “집은 찾았습니까?” 환전상이 물었다. “아직요. 마음에 드는 곳은 비싸고 싼 곳은 지붕이 샙니다.” “드래곤 집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비는 우산으로 막을 수 있지만 드래곤은 우산으로 안 되더라고요.” 환전상이 큰 소리로 웃었다. 태오는 웃지 못했다. 보증금이 일부 돌아왔다고 해도 새집에 들어가려면 현재 가진 현금과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따져야 했다. 그때 옆 창구에서 늙은 마부 로벤이 작은 동전 여러 개를 꺼내고 있었다. 급한 약값을 내려면 은화가 모자란다고 했다. 태오는 도우려다 손을 멈췄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듣고 무조건 돈부터 빌려주는 것이 맞을까. “혹시 필요한 게 약값만인가요?” 로벤이 얼굴을 들었다. “새 말 편자를 맞추는 돈도 필요한데, 그건 다음 주까지 벌 수 있어.” 태오는 약방에 함께 가서 청구서를 확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로벤은 고맙다며 그의 팔을 두드렸다. 태오는 약값을 빌려주는 대신, 로벤이 현재 받을 수 있는 조합의 긴급 의료지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동행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도 당사자의 선택이 먼저였다. 돌아오면서 태오는 생각했다. 원금 1180닢이라고 적힌 숫자 뒤에는 매일 약값과 장작값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액 조정표를 조사하는 이유가 장부를 이기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 오후에는 마르셀의 부탁으로 태오가 보존 신청서에 당사자 의견을 적었다. 정확한 돈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전, 표가 훼손되거나 다른 문서와 섞이지 않도록 원본 위치와 열람 이력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것은 조사 자료를 보호하는 조치이지 금고 인출 권한을 달라는 신청이 아니었다. 리네아는 중개업 자격과 관련된 자료가 들어가자 별도 증명 부분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제가 관여한 중개 계약을 제가 독립적으로 인증했다고 해서는 안 되니까요.” “그럼 제 연인이라는 사실은 어디에 적습니까?” 태오가 농담했다. 그녀가 서류를 내려다봤다. “서류에는 안 적어도 돼요.” “왜요?” “제가 원하면 지금 직접 알려 줄 수 있으니까.” 그녀는 다가와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오늘 저녁도 같이 먹고 싶어요.” 태오는 귀 끝이 뜨거워졌다. 이벨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제 앞에서는 비공식 합의를 조용히 해 주십시오.” “아, 들으셨습니까?” “등록소 벽이 얇습니다.” 리네아는 태연한 얼굴로 펜을 내려놓았다. 태오 혼자만 불필요하게 진땀을 흘렸다. *** 그날 조정실이 원본 보존 요청을 접수했다. 승인 여부는 따로 통지하기로 했다. 태오는 돌아오는 길에 수첩의 앞장을 펼쳤다. [내 돈 270금화.] [조정표: 액수 미확인.] [금고 외 자산: 자료 제출, 매각 가능액 미확인.] [계정47 집행정지: 독립 명령 효력 미확인.] 마지막 줄을 쓰는데 검은 마차 한 대가 골목 끝에 멈췄다. 마차 옆에는 브라운 금고상회의 문장이 달려 있었다. 젊은 직원이 태오를 향해 뛰어왔다. “김태오 씨, 잠깐만요. 이번 제안은 정말 다릅니다.” “얼마인가요?” “돈이 아닙니다.” 태오는 걸음을 멈췄다. 직원은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금액 차이 조정표의 일부를 알고 싶으시죠? 저희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대가는요?” “그저 대화 한 번입니다.” 태오는 리네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봉투를 경계하며 보고 있었다. “말만 듣는 데는 대가가 없다는 계약서부터 주세요.” 직원의 미소가 굳었다. 태오는 덧붙였다. “그리고 자료가 공적인 보관물이라면, 가지고 있는 이유도 설명하셔야 합니다.” 직원은 봉투를 거두었다. 마차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봉투를 내밀 때 태오는 겉면에 찍힌 작은 번호를 보았다. 제4 보전 통로. 옛 조합 자료의 분류번호였다. 이제 막 원본 보존을 신청한 자료의 위치를, 사적인 금고상회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 의문은 금화 몇 닢보다 빠르게 태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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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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