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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40화
PAYLUA ORIGINAL · 제40화

40화. 금고를 잠가 달라고 한 드래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88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가 증인석에 앉자 의자가 작게 삐걱거렸다. 목재가 낡아서가 아니었다. 드래곤이 잠시 힘을 조절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곳 가구는 너무 작다.” 그가 말했다. 김태오는 앞자리에서 수첩을 열었다. “가구 수리비 청구하실 건 아니죠?” 바렌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엘레아 조정실 의장은 공식 절차가 시작되기 전이니 농담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태오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고작 금화 270닢을 돌려받으려고 시작된 일에서 중요한 한 조각을 확인할 기회였다. 일곱 해 전 계정 47에 접수된 처분 보류 요구. 신청인 정보는 그동안 가려져 있었다. 관리권 신청자인 다렌 코르의 신원은 여전히 종합 확인 중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처분 보류를 요청했던 당사자는 자료 열람 심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발카스였다. 태오는 이미 그럴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래도 눈앞에 직접 나타난 드래곤을 보니 목이 말랐다. *** “사유부에 있는 요청은 직접 제출하셨습니까?” 이벨이 물었다. 발카스가 대답했다. “그렇다.” “요청 내용이 ‘계정 47 관련 처분 보류’였습니까?” “처분 집행 전 권리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모든 지급을 영구히 막으라는 뜻이었습니까?” “아니다. 원금 소유자가 누구인지 증명되지 않은 집행을 막으라는 뜻이었다.” 태오는 숨을 들이켰다. 발카스의 설명은 이제까지와 달리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과 당시 기록의 효력은 별개였다. 엘레아가 확인했다. “당시 실제 보전 처분이 내려졌는지는 사유부 원본과 별도 명령 기록을 대조해야 합니다. 오늘 확인되는 것은 발카스 씨가 처분 보류를 요청했다는 사실과 그 취지에 관한 진술입니다.” “알고 있다.” 태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가지 묻겠습니다.” 드래곤이 그를 바라봤다. “왜 세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말했다고 달라졌겠느냐?” “달라졌죠. 적어도 제가 동굴까지 직접 찾아가는 시간을 아꼈을 테니까요.” “네가 그토록 고집스러울 줄은 몰랐다.” “돈을 못 받으면 보통은 고집스러워집니다.” 발카스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때는 계정 47에 서로 다른 수익권자 명단이 올라왔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하나가 잘못된 명단이라면 그걸 바탕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보류를 요청하셨다는 거군요.” “그렇다.” “잘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세입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은 일까지 정당화되진 않죠.” 발카스가 말을 멈췄다. “원금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과 집주인이 반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눈동자가 태오의 손에 있는 계약서로 내려갔다. “너는 끝내 그 종이를 내려놓지 않는군.” “이걸 들고 온 이유가 처음부터 그것이니까요.” *** 다렌 코르의 진술은 그날 별도로 진행됐다. 그의 신원 확인은 과거 거주지와 로벤의 독립 진술, 치료 기록, 오래된 계약 서명 등 여러 자료를 대조하는 과정이었고,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는 발카스의 말을 듣고 놀라지는 않았다. “그분이 신청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요?” “내가 신청서를 냈던 때 누군가 별도의 수익권자 명단을 제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나는 그걸 확인하려 했죠.” “직접 보셨습니까?” “아니요. 당시 기록 담당자가 복도를 지나며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태오는 조용히 메모했다. 다렌 코르에게 유리한 이야기였지만, 목격 정보가 아니라 전해 들은 말이었다. “발카스 님을 직접 만난 적은 있습니까?” “멀리서 한 번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화한 기억은 없소.” 발카스도 그를 본 적은 있을 수 있으나 동일 인물인지 확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의 얼굴은 드래곤에게 쉽게 섞여 보인다는 말에 태오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구별하십니까?” “넌 지나치게 시끄럽다.” “기억하시네요.” 리네아가 소리 내 웃었다. *** 중간 휴식 시간에 바렌이 조심스럽게 태오에게 다가왔다. “금고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이유를 이제 조금 아시겠습니까?” “조금요. 그런데 임대인이 제게 지급할 방법이 금고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부분은 별도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기간은요?” “아직 검토 중입니다.” “그 말씀은 이제 제 귀가 자동으로 거릅니다.” “그렇겠지요.” 바렌은 이례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번 안전 대기 관리비 126금화 청구서는 세부 근거 확인을 마칠 때까지 징수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보류와 철회는 다르죠.” “다릅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바렌은 잠시 태오를 바라봤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상대방 실수를 잡으면 기뻐하면서, 상대가 말을 고치면 또 고맙다고 하니.” “실수를 고친 건 좋은 일이잖아요.” 바렌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나갔다. 그는 곧 평소 얼굴로 돌아갔다. *** 오후에는 보관소에서 두 지급 명단의 성격에 대한 제한적 대조 결과가 도착했다. 개인정보를 가린 보고서였다. 첫 번째는 실제 계약번호와 수익권 확인 절차가 붙은 명단이었다. 두 번째는 지급이 확정된 목록이 아니라 ‘추가 주소 통지 예정자’ 명단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부 계약번호가 중복 기재된 항목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목록이 중복됐다는 사실만으로 중복 지급을 시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렌 베스 씨가 봤던 목록도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니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벨이 대답했다. “단지 작성 목적이 다른 문서일 가능성이 확인된 거죠.” “왜 일부 계약번호가 겹치는지는요?” “추가 확인 대상입니다.” 태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진실을 향해 한 발 나아가면 새로운 질문이 두 개 생겼다. 그래도 그 질문들은 이제 처음보다 구체적이었다. 엘레아는 마지막으로 발카스에게 물었다. “관리권과 봉인 여부에 관한 조사 협조를 계속하겠습니까?” “내가 낼 수 있는 자료는 제출하겠다.” “세입자 보증금 반환 계획은요?” 발카스는 잠시 바렌을 보았다. “별도 자산을 통한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다음 회의에 실행 가능 항목과 예상 일정을 제출하겠다.” 그 말은 지급 약속이 아니라 계획 제출 약속이었다. 태오는 그 차이를 알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돈의 출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변화였다. 조정실을 나서기 직전 태오는 발카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 47-B를 제게 주셨던 이유를 지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발카스는 걸음을 멈췄다. “너에게는 보증금 수령 기록을 조회할 권리가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걸 설명하는 데 인간의 규정만 열 장이 필요하더군.” “서류가 번거로워서 설명을 안 하신 겁니까?” “그때는 네가 동굴 앞에서 화를 내다가 돌아갈 줄 알았다.” “저도 그러고 싶었죠.” 발카스가 태오를 바라봤다. “그런데 왜 돌아가지 않았느냐?” “돈이 없어서요.” 리네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발카스의 얼굴도 아주 잠깐 굳었다가 풀렸다. “많은 인간이 용기나 명예를 말한다. 너는 늘 돈을 말하는군.” “그게 제 명예와 생계의 일부니까요.” 드래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태오는 말을 이었다. “집주인 사정이 복잡한 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계약할 때부터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저도 다른 선택을 했겠죠. 다른 세입자들도요.” “그렇겠지.” “혹시 제게 비늘을 준 게 다렌이나 누군가에게서 기록을 지키라는 뜻이었다면, 그건 사전에 설명해 주셨어야 합니다.” “나는 네게 그런 의무를 맡긴 적 없다.” “그럼 좋은 일입니다. 제 의무는 보증금 돌려받는 거니까요.” 발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일을 그만두면 조금 조용해지겠군.” “270닢 받으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놈의 검토!” 드래곤이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회의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몸을 굳혔다. 그러나 발카스는 몸을 돌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갔다. 태오는 뒤늦게 자기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았다. 드래곤의 위엄은 여전히 무서웠다. 그가 무섭지 않은 척할 수 있는 것은 문서 속에서뿐이었다. 리네아가 손을 잡아 주었다. “괜찮아요?” “네. 안 괜찮으면 제가 뭐라고 했겠습니까.” “울었을지도요.” “그랬다면 금화 270닢만큼 울었을 겁니다.” 그녀가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날 오후, 조정실 서기가 태오를 불러 잠정 변제 재원 검토에 관한 접수 절차를 안내했다. 세입자는 임대인의 전체 자산 내역을 요구할 권한이 당연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 변제 계획과 제출 여부를 조정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 다음 회의에 금액과 기한이 나올까요?” “그것까지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겠죠.” 태오는 안내문을 받았다. 여백에는 날짜를 적었다. 아무리 대단한 드래곤이라도 합의한 회의일만큼은 수천 년 뒤로 미룰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오래된 계정 47에 대한 질문과 별도로, 빚진 사람이 돈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그는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다. 발카스가 사라진 자리에서 바렌은 문서를 한 장 남겼다. 처분 보류 요구 당시 계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앞으로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접수 확인서였다. 태오는 그 종이의 맨 아래를 읽었다. [본 확인서는 임대 보증금 지급 완료 증빙이 아님.] “이제는 대리인도 이런 문장을 적는군요.” “당신 때문에 배웠습니다.” 바렌이 대답했다. 태오는 웃었다. “좋은 배움이었으면 좋겠네요.” “저로서는 업무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제 보증금은 여전히 270닢인데 말입니다.” 바렌은 더는 항변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 침묵이 예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상대도 이제 싸움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것 같았다. *** 집에 돌아오니 리네아가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작은 식탁에 차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오늘은 힘들었죠?” “네. 드래곤이 직접 서류를 읽으니까 세상이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무서웠어요?” “조금요. 이 세계에서는 드래곤에게 말대꾸하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도 했네요.” “더 무서운 게 있으니까요.” “뭔데요?” “평생 보증금 못 받는 거요.” 리네아가 웃다가 그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예전처럼 어색한 침묵이 없었다. 리네아가 그의 목깃을 정리해 주자 태오는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오늘은 서류 말고 저 좀 봐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 보고 있잖아요.” “일 보듯이 말고요.” 그는 웃으며 그녀를 가까이 끌어안았다. 둘은 잠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리네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도 안 방해하면 좋겠다.” “그 말은 금지어입니다.” “왜요?” “이 집은 그 말을 하면 바로 전달석이 울리거든요.” 그녀가 웃는 동안 전달석이 울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쪽을 봤다. “말도 안 돼.” 리네아가 중얼거렸다. 태오는 굳은 얼굴로 전달석을 받았다. 보낸 사람은 마르셀이었다. [사유부 원본 추가 열람 심사 통과. 일곱 해 전 별도 명령 참조번호 존재 확인. 계정 47 적용 여부 및 효력 범위는 아직 조사 중.] 그리고 한 줄이 더 있었다. [과거 처분 보류 요구서 부속 문서에 수익권자에게 통지되지 않은 금액 차이 조정표가 연결되어 있음. 원본 보존 확인 중.] 태오는 차가 식는 줄도 모르고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금액 차이요?” 리네아가 물었다. “그렇게 적혀 있네요. 액수는 안 나왔어요.” “그럼 아직 누가 돈을 가져갔다고는 말할 수 없겠네요.” “네.” 태오는 전달석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인할 게 생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금과, 옛 명단의 원금이 왜 달랐는지요.” 리네아는 잠시 생각하다 찻잔을 들었다. “그건 내일 하죠.” “네?” “이 시간은 우리 거니까요.” 그녀는 태오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당겼다. 태오는 한참 망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창밖으로 검은 산맥이 보였다. 오래된 드래곤은 금고의 문을 잠그라고 요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문이 누구의 돈을 지키기 위해 닫혔는지는 아직 아무도 끝까지 설명하지 못했다. 태오에게 남은 금화 270닢은, 여전히 그 질문의 한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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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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