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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38화. 다렌이라는 이름이 두 장이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01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는 다렌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쓴 진술서에 동그라미를 쳤다. [일곱 해 전 여름. 북쪽 교각. 오른손 화상.] 그리고 그 옆에 새로 도착한 기록을 펼쳤다. [파벨 외곽 구호병원 치료 명부. 해당 해 가을. 오른손 화상 환자 1명. 이름: 다렌.] “찾았네요!” 리네아가 외쳤다. “아직은요.” “아, 또요?” “이름이 같고 상처가 같다는 건 좋은 단서입니다. 하지만 명부에 출생 연도나 옛 주소가 없어요.” 이벨이 덧붙였다. “그리고 이 의료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를 받거나 적법한 범위에서만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동의를 받고 일치 항목만 전달받은 겁니다.” 리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전보다 가까워졌잖아요.” “그건 맞습니다.” 태오가 미소 지었다. 늘 조심하자는 말만 하면 옆 사람이 지칠 수 있었다. 확인한 진전에는 기뻐할 줄도 알아야 했다. 그런데 마르셀이 다른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다른 다렌 명의의 연락이었다. 이번에는 동일 인물이 아니라, 자신이 옛 파벨 주택조합에서 회계 보조 일을 했으며 ‘다렌’이라는 이름의 당사자와 혼동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 이름이 같은 겁니까?” “그렇게 주장합니다. 신원 관련 정보는 아직 확인 중이고요.” 태오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세계 사람들은 이름 좀 다양하게 지을 수 없습니까?” 마르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다렌은 이 지방에서 흔한 이름입니다.” “그런 걸 이제야 알았네요.” “오래된 기록에는 부친명이나 주거지로 구분했습니다.” 태오가 깊게 숨을 쉬었다. “그럼 처음부터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됐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벨이 옆에서 작게 웃었다. “오늘은 본인이 직접 자기 반성도 하시는군요.” *** 새 연락의 작성자는 ‘다렌 베스’라는 이름을 썼다. 구호병원에 다녀온 남자는 서류상 ‘다렌 코르’라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과거 관리권 신청서에는 가려진 부분이 많아 성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둘 중 누가 신청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은 단지 엉뚱한 사람에게 권한을 넘길 위험을 보여 줬을 뿐이었다. 이벨은 절차를 다시 정리했다. “첫째, 옛 신청인의 신원을 확인합니다. 둘째, 돌아온 남자가 그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합니다. 셋째, 봉투의 내용과 권리 주장에 관한 별도 증명을 봅니다.” “또 셋이네요.” 태오가 말했다. “세 고리와 달리 이건 사람 머리로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사는 먼저 다렌 베스의 고용 기록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는 옛 조합 청산 당시에 단기 회계 보조로 일한 흔적이 있었다. 신청서의 서식을 작성한 부서와 접촉할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록은 관리권 신청인이라는 증거가 아니었다. 다렌 베스는 화상 환자가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옛 신청서의 초안 일부를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럼 왜 지금 나타났습니까?” 마르셀이 물었다. “신문에 이름이 나오니까 누가 나를 찾으러 왔습니다.” “누가요?” “검은 머리 남자였어요. 값비싼 장갑을 끼고 있었지요.” “이름은 알 수 있습니까?” “금고상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태오와 이벨은 동시에 시선을 교환했다. *** 브라운의 이름이 세 번째로 등장했다. 첫 번째는 47-B 매입 제안, 두 번째는 자칭 다렌 코르와의 접촉, 세 번째는 다렌 베스의 진술이었다. 브라운은 자신이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직원이나 대리인이 움직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물어볼 수 있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의심을 사실로 바꿔 쓰지는 마십시오.” 이벨이 경고했다. “그렇게 안 할 겁니다.” 태오는 브라운에게 보낸 질문서를 작성했다. 직원 혹은 대리인이 두 다렌을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업무 목적이 무엇인지, 비밀유지 사유가 있다면 어떤 범위인지 물었다.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문장도 함께 적었다. 억지로 정보를 빼앗는 방식은 그가 원하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 사이 리네아는 다렌 베스의 옛 서식 작성 일을 조사했다. 길드 보관소에서 일반 공개용 문서 목록을 대조하던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이거 보세요!” 태오가 달려갔다. 일곱 해 전 계정 47과 관련된 관리인 승계 서식 개정안이 있었다. 개정안에는 수익권자 통지를 마치지 않은 계정의 집행을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초안 작성 부서의 회계 보조자로 다렌 베스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럼 베스는 제도 개정에 참여한 사람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관리권 신청인은 아닐 수 있죠.” 태오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구분을 먼저 하시네요.” “당신한테 배웠거든요.” 리네아가 윙크했다. *** 오후에는 로벤이 다렌 코르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공식 확인 절차를 도와 주기 위해 마르셀과 이벨의 허락을 받아 진행한 일이었다. “네가 일곱 해 전에 내게 맡기고 간 것이 무엇이었지?” 코르는 한동안 생각했다. “말에게 주는 작은 휘파람 호루라기.” 로벤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걸 맡겼다고 생각하느냐?” “로지는 내 휘파람을 싫어했어요. 다리도 안 좋은데 내가 급하게 몰까 봐.” “내가 아직 가지고 있을 것 같으냐?” “모릅니다. 그걸 남길 만큼 가까운 친구였는지도 기억이 흐립니다.” 로벤은 주머니에서 작은 은빛 호루라기를 꺼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건 맞아.” 코르의 얼굴이 무너졌다. “로벤.”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내가 네게 계정 권한을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알겠지?” 코르는 눈가를 훔쳤다. “알겠습니다.” 그때 마르셀이 덧붙였다. “이 사실은 두 사람의 과거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진술입니다. 동일 인물 여부에 대한 종합 확인에는 활용하되, 법률상 관리권 유효성은 별도 검토합니다.” 태오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가 그만두었다. 이 순간까지 기록으로 잘라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로벤의 손을 잡았다. “많이 기다리셨죠.” “그래.” 노인의 대답은 한 음절이었다. 로벤이 돌아간 뒤 태오는 의도적으로 다렌 코르를 따로 만나지 않았다. 마음을 나누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눈물 어린 재회의 분위기가 공적 절차를 앞서지 않게 하고 싶었다. 리네아는 그와 함께 등록소 뒤뜰에 앉았다. 뜰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사람을 기다리는 벤치가 있었다. “오늘 로벤 아저씨가 정말 울 뻔했어요.” “저도요.” “당신이요?” “네. 마지막에는 수첩을 꺼내기가 싫더라고요.” 리네아는 그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그때는 안 써도 돼요.” “그런데 중요한 기록은 남겨야겠죠.” “직원이 남겼잖아요. 당신 혼자 다 할 필요 없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익숙했지만 오늘따라 조금 더 깊게 들어왔다. 멀리서 다렌 코르가 의료기관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과거 치료 기록 열람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병원의 의료 정보가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퍼지는 것이 싫다는 이유였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자기 신원 증명이 급한데도 모든 기록을 열지 않겠다고 하니.”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과 모든 사생활을 내놓는 건 다르니까요.” “그렇네요.” 태오는 자신도 다렌이라 주장하는 남자의 일곱 해를 모두 알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임대 보증금과 관리권 신청인인지 확인할 만큼이면 충분했다. 그날 오후 이벨은 추가 신원 확인 경과를 정리해 주었다. 옛 거주지와 치료 명부, 로벤의 독립 진술, 일부 서명 양식은 코르의 진술과 상당 부분 맞아들었다. 하지만 옛 관리권 신청인과의 공식 동일인 판단은 유예됐다. “무엇이 남았습니까?” “과거 본인 확인 원장의 비공개 항목 일부를 담당 기관끼리 대조해야 합니다. 또 코르의 지난 일곱 해를 설명하는 자료가 모두 정리되지 않았어요.” “그분이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도요.” “그렇습니다.”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코르 씨가 진짜여도 관리권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고 했죠?” “맞습니다. 옛 신청이 보류됐고, 현재 규정상 승인 요건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분이 진짜인 걸 증명해도 금고는 바로 못 여는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태오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 좀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번 새롭네요.” 이벨은 서류를 정리했다. “오늘은 오히려 괜찮은 날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함부로 빼앗지 않았고, 누구에게 돈을 줄지도 성급하게 정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말은 태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점심에는 리네아와 시장 골목의 국숫집에 갔다. 주인은 단골 세입자인 태오를 알아봤다. “젊은 양반, 전세금은 받았나?” “일부요.” “얼마나?” “삼백 중 삼십입니다.” “그럼 열 배만 더 받으면 되겠네.” 태오는 대답을 망설였다. “정확히는 나머지가 아홉 배인데요.” 국숫집 주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웃다가 겨우 젓가락을 들었다. “당신이 평생 누군가의 이야기 소재가 될 것 같아요.” “전 그냥 돈 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이제 너무 늦었어요.” 리네아의 장난스러운 웃음 덕분에 태오는 한동안 다렌과 금고를 잊고 따뜻한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코르가 치료받았던 구호병원에 관한 자료는 이후 담당 기관이 보관 규정에 따라 대조했다. 그의 손등에 남은 상처가 그 기록의 환자와 의학적으로 동일한 사람임을 단정할 방법은 없었다. 그 대신 기록의 당시 진술과 현재 기억이 일부 일치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태오는 보고서를 읽으며 이벨에게 물었다. “확실한 증명은 이렇게 어렵습니까?” “사람은 서류처럼 한 번 서명하면 똑같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 너무 늦게 돌아온 사람은 억울하겠네요.” “그래서 여러 종류의 증거를 함께 봅니다. 단 하나의 상처로 판단하지 않고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에 코르와 짧게 마주쳤을 때 그는 다른 질문을 했다. “지금 가장 먼저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관리인 등재입니까?” 코르는 한참 망설였다. “그보다 내 이름으로 접수된 일을 내가 설명할 기회를 얻고 싶소. 사람들이 그때 내 이야기를 다 들어 주지 않았거든.” “그럼 우리가 아는 사실부터 대조해 봅시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것보다 당신이 더 많이 알고 있겠군.” “그럴 리가요. 저는 지난 몇 달밖에 여기 없었습니다.” 코르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오. 당신에겐 오래된 편이 없으니까.” 태오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이미 누군가의 편이 되어 있었다. 돈을 맡긴 사람들의 편. 하지만 그건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남은 과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었다. 태오는 코르가 진짜로 일곱 해 전의 다렌이라면 그 시간을 설명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길 바랐다. 동시에 다렌 베스라는 다른 사람이 자기 이름 때문에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길 바랐다. 둘 중 하나만 지키는 방식은 옳지 않아 보였다. *** 그날 밤 다렌 베스가 태오에게 따로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이름을 엉뚱하게 쓰지 말아 달라는 간청이었다. 편지에는 오래된 서식 작업 중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계정 47 신청서 초안을 만들 때, 지급 대상자 명단이 두 벌이었습니다. 하나는 실제 세입자들의 서명이 붙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름 옆에 우편번호만 있었죠. 나는 두 번째 명단의 처리 여부를 질문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업무에서 빠졌습니다.] 태오는 편지를 책상 위에 놓았다. 두 장의 다렌이 나온 이유는 단지 이름이 흔해서만은 아닐 수 있었다. 하나는 실제 돈을 찾으려던 사람, 다른 하나는 지급 명단을 작성하며 이상한 중복을 본 사람. 만약 두 사람이 일곱 해 전 같은 장부를 다른 자리에서 보았다면, 사라진 일곱 해의 사건을 맞춰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다. 두 번째 명단이 정말 존재했는가. 그리고 존재했다면, 거기에 적힌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그는 봉투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지금 필요한 건 한 사람의 눈물을 근거로 빨리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돌아온 사람과 기다린 사람 모두를 다치지 않게 할 확인 절차였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만큼은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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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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