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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37화
PAYLUA ORIGINAL · 제37화

37화. 내 집을 담보로 한 사람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57자

오프라인 책장
브라운이 약속한 시간보다 열 분 일찍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태오는 다소 놀랐다. 돈이 많은 사람이 시간도 정확하게 지킨다는 게 낯설었기 때문이다. “금고상회는 시간을 금으로 계산합니다.” 브라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다리시는 동안 열 분치 금을 잃으셨겠군요.” “젊은 분은 농담도 계산이 정확하군.” “아직 가격표를 못 받아서요.” 리네아는 테이블 밑에서 태오의 무릎을 가볍게 쳤다. 이벨은 참고인 기록판을 켰다. 이 자리는 계약 협상이나 화해 회의가 아니라, 브라운 측 사람이 자칭 다렌과 접촉했는지 묻는 사실 확인 면담이었다. “정말 47-B를 팔 생각이 없습니까?” 브라운이 먼저 물었다. “없습니다. 오늘 질문은 다릅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금액보다 포괄 양도 조건이 싫습니다. 제가 무엇을 넘기는지 모르니까요.” 브라운이 입술을 비틀었다. “당신은 불확실한 재산을 싫어하는군.” “남의 것도 제 것도 불확실하게 만드는 일을 싫어합니다.” 태오는 진술서를 펼쳤다. “다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파벨로 돌아오기 전 금고상회 직원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사실입니까?” 브라운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상회는 수많은 고객을 만납니다.” “그 사람과 면담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개인정보라 답변하기 어렵군요.” “그럼 접촉한 적 없다고도 말할 수 없겠네요.” “그렇다고 접촉했다는 뜻도 아니지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벨은 그대로 기록했다. 리네아가 물었다. “왜 처음에 47-B에 그토록 큰돈을 제안했나요?” “고대 계정 관련 채권의 잠재 가치 때문입니다.” “실제 보증금 원금보다요?” “채권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계산했지요.” “원금 270금화가 미환급인데 500금화를 준다니, 보통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브라운은 웃었다. “사업가라면 위험을 사고 이익을 기대하는 법입니다.” 태오는 그 말을 적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브라운이 자산의 여러 권리를 한꺼번에 사려 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숨은 목적을 당장 알아낼 수는 없었다. *** 면담에서 돌아온 태오는 새로운 통지를 받았다. [채권 관련 사전 보전 신청: 파벨 동문 주택의 특정 부속 구조물에 관한 현상 유지 요청.] 발카스의 관리사무소가 제출한 문서였다. 이번에는 주택 지하 보관구조의 출입과 설비 수리를 잠정적으로 제한해 달라는 신청이었다. 집 자체의 소유권은 이미 발카스에게 있었지만, 지하에 연결된 공동 보관계정의 관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제 집을 또 못 고치게 한다는 건가요?” 태오가 물었다. 토른은 도면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안전한 일상 수리까지 막으려는 건 아니라고 쓰여 있군. 하지만 범위가 넓다. 계단 아래 보강재까지 괜히 걸려들 수 있어.” “그 보강재는 토른 씨가 설치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화나지.” 리네아가 신청서의 한 문장을 짚었다. “이곳에 ‘채권 회수 위험 방지’라고 적혀 있어요.” 태오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쪽이 자기 권리 회수 위험을 말하고 있었다. 물론 담보 구조물을 보호할 필요는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입자의 집 사용이나 적법한 자료 확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 필요한지 정확히 따져야겠네요.” 토른은 이미 공구함을 들고 있었다. “점검 범위부터 표로 만들자. 막아야 할 위험과 쓸데없는 제한을 나눌 거야.” 태오는 드워프의 엄격함이 처음으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그 감정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 조정실 심사에서 바렌은 안전 문제를 반복했다. “계정 관련 구조물이 훼손되면 원본 상태를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이해합니다.” 태오가 답했다. “그런데 제게 안전한 주거를 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엘레아 의장이 바렌을 바라봤다. “임차인의 통상적인 출입과 위험 제거를 제한할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출하십시오.” “증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 구조물에 접근할 우려가…….” “우려는 적으셨습니다. 구체적 행동을 말씀하십시오.” 바렌은 태오를 흘겨보았다. “계단 하부에서 봉인 구조를 조사했지요.” 토른이 즉시 일어섰다. “기존 위험 부위를 점검하고 지지대를 설치했습니다. 저희가 봉인을 열지 않았다는 기록은 당신 사무소도 받았습니다.” 엘레아는 서류를 확인했다. “비파괴 점검 및 사전 입회 조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바렌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현상 유지의 필요가 인정되더라도 생활안전 수리 및 자료 보존 목적 점검과 구분해야 합니다.” 심사 결과 즉각적인 광범위 출입 제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가 구조 확인을 거친 뒤 범위를 좁혀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태오는 마음속으로 작은 승리를 기록했다. 물론 보증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 회의를 마친 후 토른은 태오를 공방으로 불렀다. “이것 좀 봐라.” 그는 파벨 동문 일대의 오래된 지하 연결도를 펼쳤다. 선은 사람의 혈관처럼 여러 주택 아래에서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여기 연결을 보면 각 집의 출입구는 계정 확인을 위한 접촉판에 가까워. 실제 보관실은 더 안쪽일 가능성이 있지.” “그럼 우리 집 밑에 금화가 가득한 건 아니네요.” “내가 처음부터 그랬다.” “조금 아쉽네요.” “네가 금화를 삽으로 퍼 올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드래곤보다 더 멍청한 거야.”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토른은 도면의 한 모서리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 오래된 판본엔 그쪽을 ‘제4 보전 통로’라고 부른다. 현행 지도엔 건물 번호만 있고 시설명이 없어졌어.” “그럼 통로를 찾아가야 합니까?” “아니. 문서부터 확인해야지. 누군가 지금도 그걸 관리할 권한이 있는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른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곡괭이 휘두르는 법이 아니었다. 곡괭이를 들기 전에 멈추는 법이었다. 토른은 제4 보전 통로를 찾았다고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흙먼지 묻은 도면을 말아 벽에 걸어 두었다. “왜 안 가 봅니까?” 태오가 물었다. “네 집 계단 밑과 다른 곳이니까.” “그래서요?” “내가 건축 장인이지 도둑은 아니잖아. 관리권도 모르는 통로를 찾아가서 문을 열면 그동안 쌓은 증거가 통째로 이상해진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른은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 말했다. “옛 도면이 현장과 같다는 보장도 없어. 통로가 막혔을 수도, 다른 건물 아래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 “그럼 도면부터 믿지 말라는 말씀입니까?” “옛 도면을 믿되, 현재 상태를 확인해. 그게 기술자야.” 토른은 벽에서 다른 도면을 떼어 비교했다. 최신 지하 기반시설 지도에는 물과 오수 관로만 표시돼 있었다. 오래된 통로는 그 위에 겹치지 않았다. 단순히 지워졌다고 판단하기보다는 관리 체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게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발카스 측이 구조 보전을 요구한 이유가 단순한 괴롭힘이라고만 단정하면 안 돼.” “그래도 제한 범위는 따져야겠죠.” “물론이지.” 토른은 손가락으로 지하 보관실의 옛 축척을 보여 주었다. 작은 마법 표시 하나가 실제로는 드워프 성인 셋이 지나갈 만큼 넓은 공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통로가 지금도 남아 있다면 사람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그것도 확인해야지. 마법 봉인은 오래되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이상한 방식으로 남을 수 있어. 힘이 축적됐을 수도 있고, 완전히 꺼졌을 수도 있어.” “그럼 제가 함부로 들어갔다가 죽을 수도 있겠네요.” “누가 못 들어가게 한 게 이렇게 대단한 친절일 줄 몰랐지?” 태오는 마지못해 웃었다. 공방 바깥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시립 안전점검 보조원이 공식 통지서를 들고 있었다. 발카스 측의 보전 신청과 별개로 옛 지하 연결 구역의 노후 시설을 확인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건물 소유주와 세입자에게 각각 일정을 안내하도록 되어 있었다. “마침 잘됐군.” 토른이 말했다. “점검에 입회할 수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보조원은 규정을 확인했다. “세입자가 사용하는 주거 부분과 관련된 안전 점검에는 입회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봉인 시설의 비공개 관리 구역은 별도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신청하겠습니다.” 태오는 일정을 수첩에 적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상한 지하 통로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내 집 바닥이 안전한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세입자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렇게 오래된 집이면 월세를 더 깎았어야 했는데.” 토른이 말했다. “그 말은 이제 너무 늦었다.” “저도 압니다.” “그래도 집이 무너지기 전에 고친 건 잘했다.” 태오는 새 지지대가 버티고 있는 집의 계단을 떠올렸다. 분쟁은 문서로 해결하더라도 몸을 지키는 건 지금 당장의 일이었다. “고맙습니다, 토른 씨.” “나중에 네가 돈 받으면 그걸로 내 망치나 하나 새로 사 줘.” “공식 수리비는 다 냈는데요?” “친구 선물도 청구서로 받을 거냐?” 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태오는 시립 점검 일정표를 가방에 넣고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계단 아래에 설치된 드워프식 지지대는 말끔했다. 그가 그날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는 이 계단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당신 처음 이 집 보고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요?” 리네아가 물었다. “빛이 잘 들고 월세가 합리적이라고 했죠.” “그다음에요.” “아, 지하실 없냐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제가 없다고 대답했어요.” 리네아는 약간 난처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보관구조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괜찮습니다. 지하 보관소를 중개한 건 아니니까요.” 그녀가 안도하며 웃었다. 태오는 문턱의 먼지를 털었다. 이 집과 오래 싸워 왔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안전하게 자고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집 앞의 오래된 등불이 저녁바람에 흔들렸다. 토른이 설치한 지지대가 든든하게 버티는 것을 확인한 태오는 문을 잠갔다.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에도 내일 아침 살아서 일어나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 사실 때문에 그는 수리와 기록을 끝까지 구분하려 했다. *** 그날 밤 소피가 찾아왔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다며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받은 문서는 ‘조기 정산 신청서’라는 이름이었다.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요.” 태오는 서류를 읽었다. 금액은 빈칸이었고, 그 아래에는 모든 부수 채권을 포기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지급 예정일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서명하지 마세요.” “그렇게 위험한 건가요?” “돈을 얼마나 받는지 안 적혀 있는데 뭘 포기하는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최소한 금액과 날짜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죠.” “그럼 관리사무소 사람에게 거절했다고 말할까요?” “검토 후 답하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서류를 보낸 곳의 신원도 확인해야 해요. 정말 직원인지 아직 모르잖아요.”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녀가 작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 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었다. 이벨에게 별도 검토를 부탁할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금액에 서명하지 않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리네아가 옆에서 말했다. “오늘 하루 종일 돈 얘기만 했네요.” “어제는 데이트했잖아요.” “그럼 오늘은?” 태오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오늘도 잠깐 같이 걸을 수는 있죠.” “한 시간요.” “삼십 분.” “한 시간.” “협상 불가능합니까?” “이건 제 최종 제안이에요.” 태오는 결국 웃었다. “알겠습니다. 한 시간.” 리네아가 그의 팔짱을 꼈다. “잘했어요. 가끔은 양보해야죠.” 다음 날 아침, 사유부의 제4 보전 통로 관련 별도 접수번호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신청인 명의란에는 뜻밖의 문구가 있었다. [해당 통로 보전 기록 최초 요청자: 파벨 주택조합 채권자 대표.] 채권자 대표가 누구였는지는 아직 가려져 있었다. 금고에 연결된 물리적 통로조차 채권을 가진 누군가의 요청으로 보존되었던 것이다. 태오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이 사건에서 가장 복잡한 것은 금고의 구조가 아니었다. 누구의 돈을 지키기 위해 문을 만들었고, 누가 그 문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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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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