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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31화
PAYLUA ORIGINAL · 제31화

31화. 돌아온 사람에게 먼저 요구할 서류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99자

오프라인 책장
일곱 해 만에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차도 아니고 의자도 아니었다. “47-B를 보여 주십시오.” 김태오는 수첩 첫 장에 그 말을 적었다. 그리고 수첩을 돌려 남자에게 보여 주었다. “방금 하신 말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태오는 펜을 가리켰다. “신원 확인 동의서요.” 남자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리네아는 옆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웃음소리를 숨기는 솜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가 일곱 해 동안 어디 있었는지 아십니까?” “아뇨.” “그런데 내게 서류를 쓰라고 합니까?” “모르니까 쓰시라는 겁니다.” 밤늦은 파벨시 등록소에는 탁상등 네 개가 켜져 있었다. 문 앞의 경비병 둘과 등록관 마르셀이 있었고, 자문관 이벨은 연락을 받고 도착하는 중이었다. 회색 외투를 입은 남자는 자기가 다렌이라고 했다. 오래된 화상 자국이 손등에 있었고, 눈 밑에는 긴 세월이 만든 주름이 깊었다. 생김새만으로 일곱 해 전 사람이라고 확인할 수는 없었다. 마르셀이 말했다. “아직 증언을 듣기 전입니다. 원본 봉투는 접수 대기 상태로 두겠습니다. 누구도 임의로 개봉하지 않습니다.” “내 물건인데도요?” “소유권이 확인되지 않은 공적 기록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본인 소지 사실과 내용 열람 권한은 별도입니다.” 남자는 태오를 돌아봤다. “당신들이 왜 다들 이런 말투를 쓰는지 알겠습니다.” 태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처음에는 안 그랬습니다. 보증금 때문에 변했습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이벨이 빗물 묻은 외투를 벗으며 들어왔다. 나이 든 자문관은 서류를 훑고 의자를 당겼다. “사람을 믿느냐고 묻는 문제는 여기서 다루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확인할 건 세 가지입니다. 이 사람이 과거 신청인인지, 봉투가 무엇인지, 그리고 말할 권한이 있는지.” “셋 다 확인해야 합니까?” 남자가 물었다. “하나라도 생략하면 나중에 전부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싫습니다.” 남자는 잠시 그를 보다가 어두운 웃음을 지었다. “다렌이라고 부르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접수된 신청서의 첫 장은 기억합니다. 수익권자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썼지요.” “그 표현은 열람 가능한 자료에 일부 있습니다.” 이벨이 말했다. “공개 정보만으로는 본인임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군.” “감사합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칭찬이 아니었소.” “그 말씀도 기록하겠습니다.” 마르셀이 드디어 펜을 내려놓고 이마를 짚었다. *** 남자는 신원 확인에 필요한 제한적 조회에 동의했다. 이름과 옛 거주지, 계약 당시 사용한 표식, 본인이 제공할 수 있는 자료의 목록을 썼다. 봉투는 두 사람이 입회한 가운데 겉면만 촬영하듯 마법 기록판에 복제했다. 봉인을 건드리지 않았다. 기록판의 연한 빛이 세 고리 문양 가장자리를 훑었으나 출처를 알려 주지는 않았다. “손등에 화상이 있군요.” 마르셀이 말했다. “북쪽 교각에서 난 일입니다.” “그 일에 관한 공적 기록이 있습니까?” “사고로 신고한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진술로 남깁니다.” 남자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상처를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태오도 그 마음은 알았다. 하지만 상처 하나가 일곱 해의 빈칸을 메우지는 못했다. “기억하는 사람을 불러도 됩니까?” 태오가 물었다. 남자가 먼저 대답했다. “로벤. 그 늙은 마부는 아직 살아 있습니까?” “그분을 아십니까?” “그 사람은 장부보다 날짜를 잘 기억했습니다. 말이 먹이를 거부한 날까지 적는 사람이었지요.” 태오의 눈빛이 달라졌다. 로벤이 마부라는 것은 공개된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먹이 기록은 개인적이었다. 여전히 확정할 근거는 아니어도 대조할 만한 진술이었다. “오늘 밤 부르진 않겠습니다. 어르신을 쉬게 해 드려야죠.” 남자가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 사람은 아직도 밤에 마차를 끌 겁니다.” “그래서 더 쉬셔야죠.” 이벨이 종이를 내밀었다. “추가 진술은 내일 하십시오. 지금까지 소지하거나 언급한 문서의 원본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신청인 지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이 봉투를 빼앗지 못하도록 보존 신청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그건 해 주겠소.” “마치 대단히 관대한 제안처럼 말씀하시네요.” 리네아가 중얼거렸다. 남자는 리네아를 바라봤다. “엘프 중개인. 당신이 바로 태오 씨를 집에 들인 사람입니까?”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렇습니다. 제가 중개했습니다.” “그럼 당신도 처음엔 몰랐겠군요.” “무엇을요?”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에 태오가 끼어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을 암시하고 멈추시면 곤란합니다. 신문 연재가 아니거든요.” “공적인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소.” “그럼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서 다시 오시죠.” 태오는 일부러 단호하게 말했다. 상대가 알고 있다는 이유로 자기 선택을 대신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 등록소에서 나왔을 때 비가 그쳐 있었다. 골목의 돌바닥은 불빛을 받아 젖은 비늘처럼 번들거렸다. 리네아가 태오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대단해요.” “뭐가요?” “일곱 해 만에 돌아온 실종자한테 제일 먼저 서류를 내밀다니.”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제가 실종됐다 돌아왔는데 누가 신분증을 요구하면?” “전 바로 알아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요?” 그녀가 태오의 얼굴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세상에서 제일 심각한 표정으로 돈 얘기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으니까.” 태오는 잠시 대꾸하지 못했다. 리네아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면 더 확실한 확인 방법이 있을까요?” “무슨 방법인데요?” “눈을 감아 봐요.” 태오는 얌전히 눈을 감았다. 리네아의 손끝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에 붙은 작은 종이 조각을 떼어 냈다. “등록소 서식이 붙었네요.” “……저를 속이셨군요.” “눈 감으라니까 정말 감네요.” “서류 검증을 너무 많이 했나 봅니다.” 리네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웃던 얼굴이 조금 진지해졌다. “태오 씨, 다렌이라는 사람이 진짜라면요?” “확인하고 할 일을 하죠.” “가짜라면요?” “역시 확인하고 할 일을 해야겠죠.” “다 똑같네요.” “제가 무슨 영웅도 아니니까요.” 그녀는 맞잡은 손에 힘을 조금 주었다. “그래서 좋아요.” 태오는 걸음을 멈췄다. “방금 무슨…….” “지금 들은 그대로요. 증인도 있잖아요.” “증인요?” “저요.” “당사자가 증인까지 겸하면 곤란한데.” 리네아가 그의 팔을 때렸다. 아프지 않았지만 태오는 과장되게 팔을 감쌌다. 그녀가 웃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조금만 움직이면 서로의 이마가 닿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태오가 먼저 물었다. “혹시 이 상황도 기록해야 합니까?” “그러면 제가 찢어 버릴 거예요.” 그 말이 오히려 기뻤다. 그들은 골목 끝의 우편조합까지 천천히 걸었다. 늦게까지 불이 켜진 창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태오는 그곳에서 다렌이 들고 온 봉투의 전달 경로를 알아낼 방법을 물었다. 당연히 직원이 모든 편지를 열어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공식 봉인 우편이면 접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 봉투는 공식 우편 인장이 아니라 개인 전달 인장처럼 보입니다.” 창구 직원이 복제 문양을 보며 말했다. “다만 기록판에 남은 세 고리 문양을 따라 특정 영업소가 사용한 서식인지 비교할 수는 있어요.” “진행하려면 뭘 준비해야 합니까?” “봉투 소지자의 동의와 접수기록 조회 신청입니다.” 태오는 이벨에게 보낼 메모를 적었다. 리네아는 구석에 놓인 오래된 의자에서 그의 글씨를 지켜봤다. “혹시 이 도시에서 당신이 제일 많이 들은 단어가 뭔지 알아요?” “보증금?” “신청서요.” “일리가 있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열심히 써요?” 태오는 잠시 펜을 멈췄다. “아까 그 남자가 정말 다렌이면, 자기 이름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가짜라면 우리 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요.” 리네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중요한 이유네요.” “네. 진짜라고 믿어 버린 다음 틀렸다고 밝혀지면 로벤 씨가 가장 크게 상처받을 겁니다.” 그녀는 그를 오래 바라봤다. “당신은 말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하면서, 마음은 그렇게 쓰네요.” 태오는 괜히 신청서 끝을 접었다 펴며 대답했다. “마음은 일종의 유지비가 안 드는 자산 아닐까요?” “그런 농담은 앞으로 금지해요.” 리네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창구 직원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회 기간은 확답할 수 없어요. 오래된 기록은 수기로 넘어간 경우도 많거든요.” 태오는 놀라지 않았다. “가능한 범위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접수번호를 드릴게요.” 직원이 숫자가 적힌 작은 종이를 건넸다. 태오는 순간 그 작은 종이가 이 세계의 진짜 마법도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은 산맥을 옮길 수 있지만, 접수번호 하나가 없으면 담당자에게 문서 한 장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집에 가까워졌을 때 그는 문득 발카스를 떠올렸다. 몇 주 전까지라면 집주인이 다렌을 경계하라고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 가능성도 생각했다. 드래곤이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경고했을 수도, 정말 옛 사건을 알기에 조심하라고 했을 수도 있었다. “생각이 많아졌죠?” 리네아가 물었다. “아무도 우리 편이라고 확정할 수 없어서요.” “그럼 저는요?” 태오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 근처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리네아 씨는 편을 정해 줄 필요 없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말 참 어렵게 해요.” “제 말은…… 같이 있어 달라고요.” 리네아가 놀란 듯 웃었다. “그게 훨씬 잘 들리네요.” 그녀가 태오의 어깨에 머리를 잠시 기댔다. 밤 공기가 차가워도 이상하게 따뜻한 거리였다. 그가 집에 다다르기 전 리네아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오늘 그 사람이 정말 다렌이라면 우리가 어떤 말을 가장 먼저 해 줘야 할까요?” 태오는 가로등 아래서 생각했다.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요. 다만 그건 로벤 씨가 하실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서류가 확인되면 그다음에 할 일들을 같이 찾아보자고 할 겁니다.” 리네아는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은 듯 미소 지었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잡았다. 증명되지 않은 것을 증명됐다고 말하지 않는 일은 차갑게 구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 다시 돌아갈 자리를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오늘에서야 조금 배웠다. 태오는 그날 처음으로 수첩의 첫 장을 보았다. 이세계에 떨어진 날 적었던 세 문장이 남아 있었다. 버섯 먹지 말 것, 요정과 거래할 때 조건 확인할 것, 계약서 읽을 것. 그중 마지막 문장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숙제였다. 하지만 그 숙제를 혼자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리네아와 나란히 걸으며 작게 웃었다. *** 집에 돌아와 그는 오늘의 자료를 나눠 보관했다. 자신의 계약서 원본은 방수 상자, 비늘은 별도의 잠금함, 복사 기록은 두 곳에 두었다. 이벨이 권한대로였다. 비늘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한 가방에 넣고 다니면 오히려 한 번에 잃을 수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졌을 때 전달석이 작게 울렸다. 마르셀의 짧은 문자였다. [자칭 다렌의 옛 주소 진술과 7년 전 신청서의 비공개 주소 일부가 일치함. 단, 동일인 확인 아님. 추가 원본 대조 필요.] 태오는 문자를 세 번 읽었다.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옛 신청서를 보았을 가능성 역시 남아 있었다. 문자 아래 두 번째 통지가 이어졌다. [임시 보관 신청에 따라 봉투 겉면 기록 완료. 봉투 접착부에서 최근 1년 안에 교체된 재료 흔적 발견. 원본 작성 시기와 개봉 여부는 감정 전.] 태오는 입술을 다물었다. 일곱 해 전의 문서라면서, 봉투 접착부는 최근에 손을 탔을 수도 있다. 누가 봉투를 고쳤을까.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바꾸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수첩 맨 아래에 적었다. [다렌 확인 전. 봉투 확인 전. 보증금 잔액 270금화.] 세 가지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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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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