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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30화
PAYLUA ORIGINAL · 제30화

30화. 일곱 해 만에 돌아온 이름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96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열람 요청이 접수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처음에는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누군가 오래된 이름을 빌려 계정 47의 자료를 보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일곱 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숨기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남의 이름을 훔칠 방법을 찾기에도 충분했다. 태오는 다음 날 아침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봤다. “다렌 씨가 나타나면 뭐라고 해야 하지?” 뒤에서 리네아가 대답했다. “우선 정말 그분인지 확인해야죠.” “그렇죠.” “그리고 인사부터 하세요.” 태오가 돌아봤다. “제가 그렇게 무례해 보입니까?” “당신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접수번호부터 물어보잖아요.” “중요하니까요.” “오늘은 사람을 먼저 보고 종이를 보세요.”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목도리를 고쳐 주었다. “그리고 아침은 드셨어요?” “빵 반쪽이요.” “그걸 아침이라고 해요?” 태오는 머뭇거렸다. “보증금을 받으면 제대로 먹겠습니다.” “그 말 또 하면 제가 밥값을 청구할 거예요.” “그건 제 계약에 없는데요.” “오늘부터 넣을게요.” 그녀가 작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 마르셀은 최신 열람 요청의 존재를 확인해 주었지만, 신청인의 신원은 확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제 접수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접수 단계에서 이름이 적혔다고 신원이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직접 온 겁니까?” “서류 전달자를 통해 접수됐습니다.” “그 전달자는 누구입니까?” “운송조합 소속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뢰인이 누구인지는 추가 확인 중입니다.” 태오는 의자를 밀어 앉았다. “그럼 아직 다렌 씨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같은 이름이 등장했을까요?” “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마르셀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이 사건을 맡은 뒤 서류함이 몇 배로 늘었다고 했다. 태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제 사건 때문에 야근이 많아졌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다음에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건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마르셀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 새 요청서에는 과거 신청서와 다른 점이 있었다. 문서가 B-19 원본 전체가 아니라 부속 6의 보존 경위를 특정해 열람하고 싶다고 적고 있었다. “일곱 해 전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은 있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누구든 당시 내용을 알아내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태오가 답했다. “그럼 확인하려면 뭘 비교해야 하죠?” 마르셀은 자료실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오래된 서명 원본과 새로 제출된 서명을 대조하더라도 필적만으로 동일 인물이라 단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과거 기록 일부는 가림 처리 상태였다. “서명보다 제출 자격과 증명 서류를 봐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 열람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담당자가 얇은 종이를 내밀었다. “새 신청서에 문의사항이 하나 붙었습니다. 신청인 측이 공개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입니다.” [47-B 현 소지자가 임차인 김태오인지 확인 요청.] 태오는 굳었다. “제 이름까지 알고 있습니까?” “공동 분쟁 공고에 이름이 일부 공개됐을 수 있습니다. 새 신청서만으로 정보 취득 경로를 알 수는 없어요.” 그 말은 맞았다. 그러나 왜 오래된 관리권 신청인과 같은 이름을 쓴 사람이 자신을 찾는지 궁금증은 더 커졌다. *** 오후에는 엘레아 조정실 의장이 관련 당사자들을 모았다. 발카스 측의 바렌과 이벨, 마르셀, 리네아가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새 신청인을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라 보존 문서의 취급 범위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원본 보존 요청을 강화하겠습니다.” 엘레아가 말했다. “화재가 발생했고, 오래된 기록에 대한 새로운 열람 신청도 들어왔습니다. 어느 한쪽이 임의로 자료를 가져가거나 폐기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합니다.” 바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기록이 훼손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태오가 물었다. “그럼 47-B를 넘기라는 신청도 철회하시겠습니까?” “그 문제는 별개입니다.” “그러니까 기록 보존에는 동의하지만 제 증표 보관 방식에는 이견이 있다는 거군요.” 바렌이 못마땅하게 말했다. “당신은 늘 말을 복잡하게 만들어요.” “저는 구분만 합니다.” 이벨이 기침을 했다. 웃음을 감추려는 것 같았다. 엘레아는 회의 내용을 정리했다. 증표에 대한 기존 보전 조건은 유지됐다. 중앙 이관 목록과 B-19 관련 원본은 담당 기관이 보존하고, 열람은 절차에 따라 심사하기로 했다.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새 신청인의 이름만으로 이전 기록을 변경하지 않도록 주의사항도 남겼다. “마지막으로,” 엘레아가 말했다. “계정 47의 관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보증금 반환 문제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임대인이 받은 보증금은 관리권 분쟁 때문에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자신이 처음부터 요구한 것이었다. 그가 가진 금화 30닢의 확인서와 아직 받지 못한 270금화의 채권은 오늘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많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확인했다는 점은 중요했다. *** 회의가 끝난 뒤 바렌이 태오를 따로 불렀다. “발카스 님이 당신에게 전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또 비늘을 돌려달라고 하십니까?” “아닙니다.” 바렌이 망설였다. “‘그 이름으로 찾아오는 자를 곧바로 믿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태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발카스 님은 다렌 씨를 직접 아십니까?” “그 말씀 이상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다렌 씨가 실제로 살아 있는지는요?” “저도 모릅니다.” 태오는 바렌을 바라봤다. 평소라면 관리사무소를 대신해 확신에 찬 말을 쏟아냈을 사람이었다. 오늘만큼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게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렌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뭐가 말입니까?” “모른다고 말씀하신 거요.” “그게 감사할 일입니까?” “저한텐 아주 중요합니다.” 바렌은 더 말하지 않고 떠났다. *** 그날 저녁 태오는 소피와 로벤, 헤스에게 공동 분쟁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실종됐던 분이 돌아온 건가요?” 소피가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같은 이름으로 신청서가 들어왔을 뿐이에요.” “하지만 직접 찾아온다면 정말 큰일이겠네요.” “그렇겠죠.” 로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다렌이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기억한다.” 태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었습니까?” “자기 이름이 없어져도 원금 기록만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그래. 그때는 그냥 나이 든 세입자의 화풀이처럼 들렸지.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는 자신이 무엇을 뒤쫓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태오는 조용히 적었다. 로벤의 증언은 기억에 의존했고, 정확한 날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렌이 돈의 소유권과 기록 보존 문제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증언은 기존 문서와 맥락상 맞닿아 있었다. 헤스가 말했다. “누가 오든 우리 돈은 돌려달라고 하자. 그게 제일 중요해.” 태오가 웃었다. “맞습니다. 누가 왔는지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죠.” *** 밤이 깊었다. 태오는 집 앞에서 리네아와 헤어지려 했다. “오늘도 걱정 많으셨죠?” 그가 물었다. “조금요. 그래도 당신이 혼자 다 해결하려 하지 않아서 괜찮았어요.” “제가 요즘 바뀌었습니까?” “네. 처음엔 집주인 돈만 받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 말은 지금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젠 다른 사람들을 두고 못 가죠.” 태오는 대답을 망설였다. “솔직히 제가 모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녀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누군가 어려울 때 자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태오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리네아 씨도 그러고 계시잖아요.” “그럼 우리 서로 잘하고 있는 거네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얼굴 사이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태오는 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 “오늘은 가로등이 몇 개 켜져 있습니까?” 리네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지금 그걸 물어요?”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요.” “그럼 조용히 있으면 되잖아요.” 그녀가 그의 입술 앞에 손가락을 가볍게 세웠다.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리네아가 손을 내렸을 때, 둘은 동시에 웃었다. 급하게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현관의 전달석이 울렸다. 태오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 시간에?” “안 받으면 안 돼요?” 리네아가 아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긴급이라는데요.” “맨날 긴급이네요, 이 집은.” 태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전달석을 받았다. 마르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태오 씨, 지금 계정 47 새 열람 요청과 관련해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직접 만나겠다고 왔어요.” “누구입니까?” “자신을 다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태오가 말을 잃었다. “본인 확인은 됐습니까?” “아직입니다. 정식 확인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당신을 만나지 않으면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태오는 숨을 들이켰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등록소 야간 접수실입니다. 이벨 자문관에게도 연락했습니다. 혼자 오지 마십시오.” *** 태오는 등록소로 향하는 길에 손에 쥔 계약서의 접힌 모서리를 폈다. 이곳까지 데려온 것은 거대한 예언도 신비로운 주문도 아니었다. 몇 년 전 맡긴 금화와 끝나지 않은 약속이었다. 누가 다렌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더라도 그 약속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가방의 비늘이 제자리에 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문 앞에 섰다. *** 등록소 앞에는 두 명의 경비병이 서 있었다. 태오와 리네아가 도착하자 마르셀이 직접 안내했다. “안에 계신 분은 신분증을 일부 제시했지만, 오래된 기록과 대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같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여러분 앞에서 확인할 사실을 정리하려 합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닙니다.” 작은 대기실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짙은 회색 외투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오른쪽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얼굴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눈빛은 놀랄 만큼 또렷했다. 태오는 문턱에서 멈췄다.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태오 씨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이 47-B를 가지고 있습니까?” “왜 물으십니까?” 남자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이 다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태오가 마르셀을 돌아봤다. 등록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뜻이었다. 태오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남자는 잠시 태오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천천히 답했다. “다렌입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일곱 해 전, 계정 47의 관리권 등재를 신청했던 사람이지요.” 태오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러나 그는 손부터 내밀지 않았다. 가방 속 비늘도 꺼내지 않았다. 책상 위에 자신의 수첩을 올려놓고, 펜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일곱 해 전 당신이 제출한 신청서부터 확인해 봅시다.” 남자가 처음으로 웃었다. “그걸 먼저 묻는군요.” “그래야 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태오는 잠시 리네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렌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천천히 외투 안에서 낡은 종이 봉투 하나를 꺼냈다. 봉투 앞면에는 세 고리 문양과 함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제47 공동 보관계정. 승계 이의 기록.] 그리고 그 아래에는, 태오가 처음 보는 문구가 있었다. [원본 보관 주체: 채권자 측 임시 보관인.] 그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고를 여는 열쇠부터 찾지 마십시오. 일단 누가 금고를 잠글 권한을 가졌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태오는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래곤의 빚에서 시작된 일은 이제 일곱 해 전의 청산 기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남자의 정체가, 다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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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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