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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28화. 돌아오지 않은 문서함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57자

오프라인 책장
파벨 중앙 운송보관소는 나루터보다 조용했다. 김태오는 입구의 구호를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는 모든 물건의 길을 기억합니다.] “정말 모든 길을 기억하면 제 보증금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있겠네요.” 리네아가 웃었다. “여긴 돈이 아니라 화물을 다루는 곳이에요.” “돈도 포장하면 화물 아닌가요?” “그걸 창고 직원에게 물어보진 마세요.” 그들이 찾는 것은 일곱 해 전 다렌 이름으로 발송 의뢰됐던 밀봉 문서함이었다. 남문 나루터의 기록은 운항 취소와 육로 이송 요청까지만 남아 있었다. 화재를 계기로 확인된 중앙 이관 접수번호 덕분에 처음으로 다른 창고의 장부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접수 담당자는 번호를 읽고 말했다. “이건 일반 수송이 아니라 미수령 보존물품 분류에 들어갔습니다.” “미수령이라는 뜻은요?” “최종 인도 완료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보관 절차로 돌렸다는 뜻입니다. 실물이 지금도 있다는 뜻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태오는 반사적으로 수첩을 폈다. “제가 좋아하는 설명이군요.” “왜요?” “있다는 말과 있어야 한다는 말을 다르게 하시잖아요.” 직원이 잠시 그를 보더니 웃었다. “이 일 오래 하면 그렇게 됩니다.” *** 기록 담당 서기는 은퇴를 앞둔 인간 남자 세벨이었다. 그는 장부의 낡은 제본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서른 해 했습니다. 전쟁도 겪었고 수로가 마른 해도 봤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일곱 해 전 어떤 상자를 직접 옮겼는지까지 기억할 거라 생각합니다.”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묻지 않겠습니다. 기억나는 것과 기록이 있는 것을 따로 말씀해 주세요.” 세벨은 처음으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그럼 기록부터.” 장부에는 세 단계의 운송 경로가 남아 있었다. [남문 나루터: 운항 취소.] [북쪽 교각 중계소: 임시 인수 요청.] [중앙 운송보관소: 조건부 이관 접수.] “이동했다는 뜻입니까?” “서류상으로는 그렇게 분류됐습니다. 그런데 북쪽 교각에 누가 상자를 실제로 실었는지는 원본 인수서가 없습니다.” “상자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뜻일 수도 있군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쪽이 기록을 제대로 옮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죠.” 태오는 뒤쪽 도장을 가리켰다. [중앙 보관분류: 봉인 손상 신고 없음.] “그럼 중앙 보관소는 상자의 봉인이 온전하다고 확인한 겁니까?” “그 도장은 당시 접수 목록에 적혀 있는 상태값입니다. 누가 실물을 보고 찍었는지는 아직 조사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한참 뒤 세벨은 자신의 기억도 꺼냈다. “그 무렵 북쪽 교각의 중계소에서 이상한 일이 많았습니다. 장부가 두 종류였거든요. 종이 장부와 마법 인장 기록이 서로 늦게 올라왔어요.” 토른이 물었다. “수로 공사 때문이오?” “일부는. 하지만 당시 직원들은 관리부와 운송조합의 책임 범위를 놓고 자주 다퉜습니다.” “계정 47 때문에요?” “그건 나도 몰라요. 내가 기억하는 건 종이 한 장을 누가 보관할지로 사흘씩 싸웠다는 사실뿐입니다.” 태오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여기까지 오며 본 것은 거대한 음모보다 수십 명의 사람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고 그 틈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감췄을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 *** 세벨은 그들을 창고의 뒤편 열람대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운송 사고와 미수령 물품을 별도로 정리한 얇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보관 문서가 이렇게 많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사람은 물건을 보내는 데는 열심인데, 받으러 오는 데는 느리지요.” “돈도 그렇습니다.” 세벨이 웃었다. “돈을 맡기는 사람도 돌려받을 때 힘들어하는군요.” 그가 꺼낸 책에는 수취인 서명란이 세 가지 색으로 구분돼 있었다. 검은색은 실제 인도 확인, 파란색은 임시 보관 이관, 붉은색은 분쟁으로 보류된 항목이었다. “다렌 문서함은 어느 색입니까?” “파란색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만들어진 시점에는 이전 장부에서 번호를 옮겨 적기만 했을 수도 있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물을 본 사람이 있었다는 보장은 없군요.” “그렇죠. 물건이 실제로 여기 들어왔다면 창고 출입 일지에도 다른 흔적이 있어야 할 겁니다.” 세벨은 문서함 크기와 무게가 적힌 옛 목록을 찾아냈다. 무게는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였고, 크기는 작은 여행가방과 비슷했다. 토른이 그림을 보았다. “이 정도면 마차 아래 보관함에도 들어갔겠군.” “배 안에 실어도 공간은 적게 차지했을 거고요.” 태오가 말했다. 세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가정으로는 물건의 위치를 좁히기 어렵습니다. 같은 크기의 상자가 수백 개나 있었으니까요.” 태오는 괜히 멋쩍어졌다. “제가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렸네요.” 세벨이 책을 덮었다. “그래도 질문은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분실 사고를 들으면 먼저 도둑부터 찾거든요.” “저도 그랬을 겁니다. 이 일을 겪기 전에는요.” *** 점심을 먹으러 나왔을 때 리네아가 말했다. “그럼 실제 물건이 남았는지 알아내려면 중앙 보관소 전체를 확인해야 하나요?” “아마 번호별로 분류된 선반 목록을 대조해야 할 거예요.” “엄청난 일이겠네요.” “그래서 담당자의 도움을 받는 거죠. 저희가 허가도 없이 창고를 뒤지면 오히려 기록이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리네아는 빵 한 조각을 태오에게 건넸다. “혹시 이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작은 물류 작업장을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창고 관리요?” “네. 원래는 그걸 하려고 돈을 모았거든요. 집 계약 끝나면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직원도 한 명쯤 고용해 볼 생각이었죠.” “그 계획이 다 망가진 거군요.” “늦어진 거죠. 아주 많이.” 태오는 잠시 강을 바라봤다. “그런데 요즘은 일단 보증금만 돌아오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네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때 작업장 자리도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중개 수수료가 또 들겠네요.” “설마 또 그 이야기예요?” 그녀가 웃더니 빵을 내려놓았다. “이번엔 무료로 해 줄게요.” 태오가 놀랐다. “정말입니까?” “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어떤 조건이요?” “작업장을 열면 첫 손님은 저로 해 주세요.” “제가 짐을 실어 드릴까요?” “짐은 없어도 돼요. 당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싶어요.” 태오는 잠시 대답을 잊었다. “그건 돈이 안 되는 손님인데요.” “그럼 차 한 잔 사 주세요.” 그는 웃었다. “그 정도면 얼마든지요.” 리네아가 그의 소매를 가볍게 잡았다. “그 약속은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태오는 멀리 강물을 바라봤다. 서류 때문에 잊고 있던 미래가 잠깐 눈앞에 그려졌다. *** 다시 기록실로 돌아오자 세벨이 서류 한 장을 추가로 보여 주었다. 중앙 보관소는 수 년 전 대대적인 선반 재배치를 진행했는데, 그때 미수령품의 보관 번호가 일괄 변경됐다는 기록이었다. “이 기록 때문에 지금 물건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반대로 원래 없던 물건의 번호만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재배치 전후의 실물 검수 목록을 비교해야겠군요.” “맞습니다. 그 자료는 별도 보관 중입니다.” 태오는 정식 요청서를 작성했다. 오래된 장부 사이를 돌아다니는 동안, 적어도 한 가지 기술은 배웠다. 모르는 것을 발견했을 때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곧바로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으로 확인할 기록을 찾는 것이었다. *** 오후에는 북쪽 교각을 찾았다. 넓은 강 위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아래로 낡은 중계소 건물이 서 있었다. “여기가 익명 제보에 적힌 곳이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죠.” 태오는 주변을 둘러봤다. 건물의 문은 잠겨 있었고, 입구에는 '시립 수로 시설'이라는 새 표찰이 걸려 있었다. 토른은 다리 아래를 살피다가 낡은 운반 레일을 발견했다. “여기로 상자가 이동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저 레일은 일곱 해 전에도 있었고 그보다 훨씬 전에도 있었어.” “문서함 하나 때문에 만든 시설은 아니군요.” “당연하지. 그랬으면 정말 비싼 문서함이겠지.” 그때 수로 관리소의 현직 직원이 나타났다. “무슨 일입니까?” 태오는 허가서를 내밀었다. “옛 수송기록과 관련한 장소 확인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허가는 없으니 외부 구조만 보고 있습니다.” 직원은 서류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었네요.” “누가 또 왔습니까?” “지난주에도 오래된 장부를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신분증과 열람 허가는 없어서 돌려보냈습니다.”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망토를 쓴 손님이었습니다. 얼굴은 잘 못 봤고요.” “이름은요?” “말하지 않았습니다.” 태오는 물어볼 수 있는 만큼만 물었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직원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니 누군가의 소속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였다. “접근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만 관리소 일지에 남겨 둘 수 있을까요?” “이미 적어 뒀습니다.” 직원이 웃었다. “한 번은 허가 없이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다리 밑을 파헤쳤거든요. 이후엔 이상한 일은 다 기록해요.” 토른이 발끈했다. “멀쩡한 돌다리를 왜 파헤쳐!” “저도 모르죠.” 태오가 작게 속삭였다. “건축 장인에게는 그게 제일 화나는 일이군요.” “그럼 넌 누가 네 계약서를 태워도 괜찮겠냐?” “절대 안 되죠.” “그거랑 같아.” ***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리네아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혹시 우리가 너무 늦게 움직인 건 아닐까요?” “일곱 해 전 일이니까요.” “증거가 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다렌 씨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꼭 찾아야만 제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태오가 말했다. “우리는 반환 청구를 계속할 수 있고, 조정도 진행 중이에요. 다렌 씨는 계정의 역사와 관련된 다른 문제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찾고 싶어요?” “네.” “왜요?” “그 사람도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였으니까요.” 태오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기록을 이렇게 오래 남긴 사람이 왜 사라졌는지도 궁금합니다.” 리네아가 미소 지었다. “당신은 참 이상해요. 집주인 드래곤을 상대하면서 낯선 세입자를 걱정하다니.” “제 직업이 바뀌는 건가요?” “뭐로요?” “실종 세입자 전문 상담원.” “그건 돈이 잘 안 될 것 같은데요.” “요즘 하는 일도 그다지 돈이 안 됩니다.” 리네아는 웃다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 태오는 손안의 사본을 다시 펴고 앞서 열람 담당자와 대조해 두었던 번호를 확인했다. 숫자 하나라도 잘못 옮기면 다음 창고에서 엉뚱한 문서를 찾게 될 수 있었다. 리네아는 번호 끝의 작은 선 하나를 가리켰다. 태오가 놓친 구분 기호였다. ‘이걸 빠뜨렸으면 다른 물건을 찾을 뻔했네요.’ 태오가 중얼거리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둘이 같이 보자는 거예요.’ 그 말이 유난히 든든하게 들렸다. 그는 확인된 접수번호를 두 번 적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었다. 숫자가 틀리면 사람의 흔적도 다른 길로 흩어질 수 있었다. 그 작은 실수를 막아준 리네아가 고마웠다. *** 그날 저녁 세벨이 추가로 보내 준 사본에는 중요한 주석이 있었다. [미수령 분류 물품의 보존 기한 연장 신청: 옛 주택조합 청산 관리인단 접수.] [연장 신청 사유: 계정 47 관련 권리 관계 확정 전 임의 처분 방지.] 태오는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청산 관리인단이 상자를 없애지 말라고 요청했군요.” 토른이 말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안에 중요한 서류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겠지.” “내용물은 몰라도 보존 필요성은 인정했다는 뜻이겠네요.” “그러나 실제 상자가 여기에 있다고 보장하진 않지.” “네. 알아요.” 태오는 사본을 마르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낯선 숫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이관 참조: B-19/부속 6.] 그가 앞서 열람한 부속대장 B-19에는 마지막 첨부의 일부가 가려져 있었다. 이번 숫자는 그 가려진 자료와 문서함이 연결되는 고리일 수 있었다. 증거는 여전히 문 앞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조금씩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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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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