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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25화
PAYLUA ORIGINAL · 제25화

25화. 삼천 년 묵은 집주인의 계산법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78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가 다시 회의에 나오겠다고 하자 파벨 상단회관은 커다란 의자를 준비했다. 김태오는 그걸 보고 물었다. “어차피 인간 모습으로 오시는데 저렇게까지 큰 의자가 필요합니까?” 마르셀이 답했다. “지난번에 등받이가 부러졌습니다.” “몸무게 때문에요?” “원인을 따지면 고대종족 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태오는 더 묻지 않았다. 이 왕국에서는 의자 하나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회의 주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태오에게 청구된 수리비 212금화의 근거. 둘째는 발카스 측이 제기한 47-B 임시 보전 신청의 향후 처리였다. “보증금은요?” 태오가 물었다. “보증금도 원칙적으로 별개 의제로 확인합니다.” 마르셀이 대답했다. “그게 제일 중요한데 자꾸 뒤로 밀리는 기분입니다.” “기분은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채권자 불만 계속’이라고 적어 주세요.”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마르셀이 펜을 들었다. *** 발카스는 이번에도 검은 외투를 입고 왔다. 짙은 눈동자 속에 세로로 긴 붉은 선이 빛났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방 안을 위압하지는 않았다. “인간.” “집주인님.” “나는 네 이름을 기억한다.” “저도 계약서에 집주인 이름을 계속 적어서 외웠습니다.” 발카스의 콧등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바렌이 서류를 펼쳤다. “시설복구 청구 금화 212닢에 대한 보완 자료입니다. 계단 손상 86닢, 봉인구역 오염 70닢, 방화 시설 관리 56닢입니다.” 토른이 뒤쪽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계단은 내가 고쳤어. 그것도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했지. 그 공사는 안전보강이고 집주인 손해액으로 다시 청구할 게 아니야.” 바렌이 반박했다. “임차인이 구조물을 손댄 사실은…….” “그 말 말고 실제 손해가 뭔지 보여 줘.” 토른은 시공 기록과 전후 사진을 꺼냈다. 과거 계단 안쪽의 갈라진 지지목이 그려져 있었다. 임차인 사용으로 발생한 손상인지, 오랜 노후 때문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수리 영수증도 정리돼 있었다. 마르셀이 물었다. “86금화 항목을 재검토하시겠습니까?” 바렌이 발카스를 바라봤다. 드래곤은 마지못해 말했다. “그 항목은 제외하라.” 태오가 즉시 적었다. [86, 청구 보류가 아니라 철회인지 확인 필요.] “인간, 왜 내가 말한 것을 또 적느냐?” “나중에 서로 다르게 기억할까 봐요.” “나는 삼천 년의 기억을 가졌다.” “저는 삼십 금화 받는 데도 한참 걸렸습니다.” 발카스가 허공을 바라봤다. 그 순간 회의실 천장의 등불이 조금 어두워졌다. *** 두 번째 항목은 봉인구역 오염이었다. “접촉판에 무단으로 손을 댔다면 봉인 점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렌이 말했다. 태오는 토른을 바라봤다. “비파괴 점검은 관리사무소 기술자 켈이 입회했고, 접촉판을 망가뜨리지 않았습니다.” “증표를 가까이 댔지 않습니까?” “그 점검에서 47-B가 반응했다는 것은 켈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응했다는 것과 오염이 생겼다는 건 다른 말이지요.” 마르셀은 켈의 보고서 사본을 읽었다. [현장 구조 파손 없음. 추가 접근 제한 권고. 오염 측정값 미기재.] 바렌의 입술이 얇아졌다. “측정은 추가로 할 예정입니다.” “그럼 청구도 측정 뒤에 하세요.” 태오는 침착하게 말했다. “증거가 없는데 청구서부터 보내면 저도 내일 집주인님께 드래곤 그림자 때문에 햇빛을 못 봤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회의실 한쪽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은 사람은 리네아였다. 그녀는 서둘러 입을 막았다. 발카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계산서는 누가 만들었느냐?” “관리사무소의 산정표를 기준으로…….” “수치 없는 오염의 가치는 얼마냐?” 바렌이 더듬었다. “추정으로는…….” “추정이 금화 70닢이면 내 비늘 하나는 나라를 사겠구나.” 태오가 무심코 말했다. “그 비늘은 이미 하나 받았습니다.” 드래곤의 눈이 태오에게 꽂혔다. “그 비늘은 팔지 마라.” “그 이야기는 지금 의제가 아닙니다.” 마르셀이 끼어들었다. 발카스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오염 항목은 근거를 갖출 때까지 징수를 중단하라.” 태오는 철회와 중단의 차이를 기록했다. 생각보다 드래곤이 말에 조심스러워진 것이 보였다. *** 세 번째 항목인 방화 시설 관리비는 토른이 더 빠르게 처리했다. “이건 임대계약 전에 이미 설치돼 있던 시설이오. 특별한 사용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없으면 임차인에게 일괄 청구할 수 없지.” 마르셀은 계약서를 확인했다. 태오의 계약에는 일반적인 안전설비 유지 협조 조항만 있었다. 특별 고대 시설 관리비를 임차인에게 전가한다는 문구는 없었다. 발카스는 바렌을 바라봤다. “누가 만든 계산서라 했지?” “자산관리사무소의 실무팀입니다.” “돌아가서 실무팀에게 계산법을 다시 배우게 하라.” 바렌이 얼굴을 굳혔다. 방화 시설 56금화도 태오에 대한 청구에서 철회됐다. 212금화 전부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봉인 오염 관련 70금화는 근거 확인 전 징수 중단으로 남았고, 새 사실이 나올 가능성은 있었다. 적어도 근거 없는 수리비가 당장 보증금 270금화에서 자동 공제되는 상황은 막혔다. 태오가 회의록을 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발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엇이?” “잘못된 항목을 바로잡으셨잖아요.” “나는 네게 친절을 베푼 게 아니다.” “그렇죠. 당연한 일을 하신 겁니다.” 토른이 커다랗게 웃었다.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 *** 회의가 잠시 중단되었을 때 태오는 복도에 마련된 물잔을 들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말은 태연하게 했지만 고대 드래곤과 같은 탁자에 앉아 수리비 항목을 따지는 일은 몸에 좋을 리 없었다. 토른이 다가와 그를 살폈다. “얼굴이 창백하다.” “정상입니다. 집주인이 드래곤이면 얼굴색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말은 여전히 멀쩡하군.” “입은 원래 손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토른은 그가 든 잔에 물을 조금 더 채웠다. “네가 내 기록을 잘 써먹었어. 하지만 이번 일을 가지고 그 늙은 용이 이제 완전히 물러났다고 생각하진 마.” “그럴 생각 없습니다.” “금화를 안 주는 문제와 금고가 잠긴 문제는 서로 얽혀 있지만, 발카스에게는 둘 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잘못된 청구서를 바로잡은 날입니다. 그 이상은 아직 아닙니다.” 토른은 커다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한 번쯤은 웃어도 된다. 네가 잘한 건 맞으니까.” 태오는 작게 웃었다. “장인님이 칭찬하면 수리비가 또 오르는 건 아니죠?” “칭찬은 공짜다. 다음 공사부터 비싸지겠지.” *** 잠시 뒤 이벨 자문관이 태오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회의록에 적힌 항목별 결론을 하나씩 짚었다. “철회된 청구와 징수가 중단된 청구를 구분해야 합니다. 나중에 70금화에 대한 근거를 새로 제시하면 별도로 검토해야 해요.” “그럼 그 금액은 남아 있는 겁니까?” “현재 금전채무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주장만 하고 있는 상태죠.” “제 보증금에서 먼저 빼겠다고 하면요?” “그렇게 처리한 기록이 없고, 지금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할 수 있다고 인정된 것도 아닙니다. 통지받으면 바로 이의를 제기하세요.” 태오는 수첩에 썼다. “제가 일찍 대응한 게 다행이군요.” 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항목을 이겼다는 생각에 다른 항목의 심사를 놓치지 않는 겁니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오늘 의사록 사본을 받아 두세요. 발카스 님이 직접 한 발언은 나중에 기억 싸움이 되는 걸 막아 줍니다.” 태오는 봉투를 소중히 받아 들었다. “발카스 님은 삼천 년 기억을 갖고 계시다던데요.” “그럼 아마 오늘도 기억하시겠죠.” 이벨이 웃었다. “하지만 법원은 누구의 기억력이 좋으냐보다 무엇이 기록에 남았느냐를 봅니다.” 태오는 다시 회의장 문을 바라봤다. “그럼 오늘 들은 말은 꼭 남기겠습니다.” *** 회의실 안에서는 바렌이 직원에게 짧게 지시하고 있었다. “항목별 산정표를 다시 만들어라. 이번에는 사진과 검측값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태오는 그 말을 들었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바렌이 지시한 것이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새로운 청구서가 오면 기존 서류와 비교할 수 있도록 날짜를 적었다. 그때 작은 전달서 하나가 도착했다. 로벤이 자신의 마구간에서 발견한 오래된 수리 영수증 사본이었다. 태오의 집과는 다른 건물의 기록이었다. [낡은 지붕 보강. 소유주 부담.] 태오는 그것을 잠깐 보다가 별도 봉투에 넣었다. 비교할 수 있는 관행 자료일 수는 있었지만, 다른 건물의 계약 조건이 곧바로 자신의 집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별로 도움이 안 됩니까?” 전달원이 물었다. “아뇨. 어느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자료입니다.” “무슨 질문이요?” “같은 집주인이 같은 종류의 수리를 누구 부담으로 처리했는지요.” 그는 로벤에게 고맙다는 답장을 보냈다. 서류 하나가 생긴 것보다, 자신의 일이라고 여겨 함께 찾아 준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 회의가 끝난 뒤 발카스가 태오를 불러 세웠다. 복도에는 경비원이 있었고, 리네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다. “인간. 다렌이라는 이름을 찾았다고 들었다.”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그가 관리인이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신청을 했다는 것만 압니다.” 발카스의 표정에 아주 작은 변화가 일었다. “그렇다면 너는 적어도 오래된 잘못을 반복하지는 않겠군.”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어떤 잘못입니까?” “이름이 적힌 종이를 곧바로 권리로 바꾸는 잘못.” “그 잘못을 누가 저질렀습니까?” 발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발카스 님, 관리사무소가 제게 47-B를 내놓으라고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그 물건은 소지자를 속일 수 있다.” “마법으로요?” “마법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손에 쥔 것을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 착각하지.” “저는 그걸 조회 증표라고 알고 있습니다.” “계속 그렇게 알아라.” “그럼 보증금은요?” 드래곤이 천천히 돌아봤다. “네가 요구하는 이백칠십 닢은 여전히 채무로 남아 있다. 부정한 적 없다.” “언제 주실 건가요?” “계정의 위험이 정리되면…….” “그건 반환 기한이 아닙니다.” 발카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 말이 옳다.” 태오가 놀라 눈을 깜빡였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두 번 말하진 않겠다.” 드래곤은 외투를 여미고 걸어갔다. *** 회의장을 나서기 전에 태오는 철회된 항목과 중단된 항목에 서로 다른 표시를 했다. 종이에는 그날의 결론이 남아 있었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곳에는 빈칸이 남았다. 빈칸을 멋대로 채우지 않기로 한 것은 이제 그의 습관이었다. 발카스가 일부 청구를 거둬들였다고 해서 채무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태오는 수첩의 맨 위에 다시 한 줄을 적었다. [반환받을 금화 270닢. 변동 없음.] *** 리네아가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집주인이 제 말이 옳다고 했습니다.” “정말요?” “증인이 필요했는데 안 계셨네요.” “아쉽네요. 다시 한번 말하게 해 볼까요?” “그랬다가는 도시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리네아가 작게 웃었다. 태오는 수첩 마지막 줄에 적었다. [채무 확인 발언. 변제 기한 여전히 미정. 47-B에 대한 새 정보는 암시 수준.] 그날의 성과는 확실했다. 부당한 청구 두 항목은 철회됐고, 한 항목은 징수 중단됐다. 그렇지만 누가 고대 계정의 관리인이 될 수 있는지, 다렌이 왜 신청했는지, 발카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토른이 찾아와 구석에 낡은 도면을 펼쳤다. “태오. 네 비늘에 적힌 B가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알아냈다.”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 아닙니까?” “그런 농담 하려면 공구값 내라.” 토른이 오래된 글씨를 짚었다. [47-A, 47-B, 47-C. 감시용 구분표.] “이건 금고 열쇠 세 개가 아닐 수도 있어.” 태오는 도면을 바라봤다. 이제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니라, 누가 문을 감시하고 있었는지를 물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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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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