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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중개인에게도 비밀은 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0자

오프라인 책장
리네아의 중개 길드 감독관이 찾아온 날, 김태오는 집 안에 있는 종이 상자가 얼마나 많은지 처음 알았다. “이건 뭐죠?” 감독관이 물었다. “집주인이 보낸 수리비 청구서입니다.” “저건요?” “그 청구서가 맞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저 큰 상자는?” “증거가 왜 증거인지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감독관이 펜을 멈췄다. “여기 집이 아니라 작은 등록소를 차리셨군요.” 태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보증금을 돌려주면 줄어듭니다.” 감독관의 방문 목적은 리네아의 징계가 아니었다. 길드가 최근 강화한 고대종족 소유 자산의 중개 이력을 점검하려는 것이었다. 리네아는 공식 경고를 받았지만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정 기간 계약 설명 과정과 고객 고지 기록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했다. “사전에 설명하지 못한 정보가 있었지요?” “네. 발카스 님이 고대 드래곤이라는 사실과 부속 시설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리네아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드래곤이라는 걸 정말 몰랐습니까?” “소유주가 고대종족이라는 사실은 알았습니다. 다만 실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길드 관행대로 처리했어요. 그게 부족했습니다.” 태오는 그녀가 변명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봤다. 책임을 인정하는 일은 서류에 쓰인 숫자를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었다. 감독관은 계약 파일을 넘기다 질문했다. “당시 건물 설명자료와 지금 남아 있는 자료가 같은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리네아가 자료를 건넸다. 그러자 감독관의 손이 멈췄다. “이 첨부 문서를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종이 가장자리에는 엷은 청록색 선이 있었다. 당시에는 낡은 복사본의 흔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중개인 배포용 안내자료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서식은 일곱 해 전에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제 계약은 불과 몇 해 전인데요.” “그래서 확인하는 겁니다.” *** 그날 저녁 리네아는 길드의 기록 창고에서 오래된 교육자료를 가져왔다. 태오는 그녀가 허가받아 열람할 수 있는 범위의 문서를 확인했다. [고대 공동 보관시설 연계 주택의 계약 시 중개인 설명 의무.] [관리권 미등재 또는 원금 반환 경로 불명확 시 계약 전 별도 고지.] 그 밑에는 날짜와 함께 폐기 예정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왜 폐기하려고 했습니까?” “새 서식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새 서식에는 뭐가 적혀 있었죠?” 리네아가 다음 페이지를 내밀었다. [기타 부속 설비의 이용 제한 사항은 자산관리사무소 고지에 따름.] 태오는 두 문장을 비교했다. 이전 문구에는 관리권과 반환 경로를 따로 설명하라고 되어 있었다. 나중 문구에서는 그 설명 책임이 자산관리사무소로 넘어간 듯했다. “이걸 바꾼 사람이 누굽니까?” “길드 위원회 결재라고 되어 있지만, 초안 작성자는 기록에 없어요.” “그럼 리네아 씨만 잘못한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저는 직접 확인했어야 했어요.” 그녀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날 당신에게 집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태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리네아가 죄책감을 느끼는 걸 여러 번 봤지만, 오늘은 그것을 웃음으로 덮지 않고 싶었다. “그랬다면 저는 다른 집을 구했겠죠.” “그렇죠.” “그런데 그 다른 집주인도 보증금을 돌려줄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눈을 들었다. “그러니까 모든 결과를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마세요. 저도 계약서를 읽고 서명한 사람이에요.” “그 말은 절 위로하려는 건가요?” “절반은요.” “나머지 절반은?” “오늘도 아침부터 걱정하는 얼굴을 보기 싫어서요.” 리네아는 그를 한참 바라봤다. “당신은 사람이 속상할 때 정말 이상한 방식으로 다정하네요.” “그렇습니까?” “네. 그래서 좀 위험해요.” 태오는 무슨 위험인지 묻지 않았다. 오늘은 모르는 것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 *** 오후에는 중개 길드의 교육 책임자가 리네아를 불렀다. 태오는 건물 밖에서 기다렸다. 처음에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데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리네아가 직접 함께 와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은 제가 진술하는 자리에 같이 계셔도 돼요?”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태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 책임자는 낡은 서식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걸 지금 다시 문제 삼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리네아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중개했던 집에서 보증금 반환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당시 사용된 설명서와 현재 문구가 달라 누가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자격 심사에서 이미 경고를 받으셨지요.” “네. 그 결정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녀는 조금 숨을 골랐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중개인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면 잘못된 설명서도 고쳐야 합니다.” 교육 책임자는 잠시 리네아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오래된 보관 목록을 펼쳤다. “문구 변경은 중개 길드만 결정한 게 아닙니다. 당시에는 여러 기관이 공동 자산을 매매할 때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자료를 작성한 기관별 의견도 남아 있습니까?” “보관 요청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명과 개인 계약 정보가 포함된 부분은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태오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물었다. “적어도 변경 전과 후의 계약 고지 사항을 비교해서, 해당 시기에 길드가 적용한 표준 문구가 무엇이었는지는 공개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검토할 수 있겠네요.” 교육 책임자는 답변 기한을 적은 접수증을 내밀었다. 리네아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나셨어요?” 태오가 물었다. “아뇨. 조금 부끄러워요.” “왜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저는 서류를 다 외우는 중개인인 줄 알았거든요. 계약서에 적힌 것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계약서에 속아서 집을 빌렸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녀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태오는 웃었다. “알아요. 농담입니다.” “그런 농담은 안 좋아요.” “그럼 다른 걸로 할게요.” 그녀는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들었다. “뭐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비싼 공부는 집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업에 좋은 선생님도 한 분 생겼죠.” “누군데요?” “어떻게 하면 계약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지 지금도 배우는 엘프 중개인요.” 리네아의 귀 끝이 붉어졌다. “그건 너무 반칙 아닌가요?” “뭐가요?” “평소엔 숫자만 말하다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태오는 모른 척했다. “회계에도 가끔 예외 항목이 있습니다.” “정말.” 리네아는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쳤다. *** 길드 앞 광장에는 중개업을 배우는 견습생들이 모여 있었다. 한 견습생이 리네아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선배님, 고대종족 건물은 계약하면 위험한가요?” 리네아는 잠시 생각했다. “종족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계약 내용과 건물 상태, 소유권과 실제 관리 책임을 확인하지 않는 것이 위험하지.” “드래곤이 집주인이라도요?” “드래곤이 집주인인 걸 숨기는 건 좋은 설명이 아니지. 그런데 드래곤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못 하게 하는 것도 맞는 방법은 아니야.” 태오는 그녀가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예전이라면 밝게 웃으며 고객을 설득하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자신이 모르는 것까지 알아두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는 듯했다. 견습생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러면 계약하기 전에 제일 중요한 질문이 뭔가요?” 리네아는 태오를 돌아봤다. “어디에 돈을 맡기고, 계약이 끝나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돌려주는지.”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안 돌려주면 어디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지요.” 견습생은 급히 수첩에 적었다. 리네아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웃었다. “이젠 저도 배운 걸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겠네요.” *** 늦은 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창 너머에는 종이 모자를 쓴 배달원이 서 있었다. “중개 길드에서 맡긴 자료입니다.” “오늘 점검은 끝났는데요.” “늦게 들어온 문서가 있답니다.” 봉투 안에는 짧은 익명 제보가 있었다. [다렌은 남문 나루터에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북쪽 교각입니다.] 태오는 제보를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지난번 익명 경고문의 세 고리 인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봉투에는 그런 문양이 없었다. 글씨는 마법으로 지워지지도 않았고, 보낸 사람도 밝혀져 있지 않았다. “또 익명이군요.” 리네아가 말했다. “그렇죠. 다렌 씨가 살아 있다는 증거도, 사라졌다는 증거도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북쪽 교각에 갔다면요?” “확인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 일부러 우리를 잘못된 곳으로 보내려는 걸 수도 있어요.” 리네아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의심하면서 살면 지치지 않아요?” “지칩니다.” 태오가 인정했다. “그래도 믿고 싶은 말을 곧바로 믿었다가,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은 제가 길드 기록을 맡을게요. 당신은 나루터 기록을 확인하고요.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예요.” “그 전에 약속 하나만 합시다.” “뭔데요?” “위험해 보이는 일이 있으면 혼자 나서지 않기.” 리네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약속은 제가 먼저 요구하려고 했는데.” “제가 선수를 쳤습니다.” “그럼 보상도 있나요?” 태오가 눈을 깜빡였다. “보상이요?” “약속을 지켰을 때요.” “식사 한 번?” “너무 적은데요.” “두 번?” “금방 늘어나네.” 그녀가 웃으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에 작은 탁자 하나가 있었다. 리네아는 탁자 위에 놓인 차잔을 옆으로 밀었다. “태오 씨는 아주 중요한 계약에서 자꾸 가격을 올리는 버릇이 있어요.” “그러니까 얼마면 되는지 말씀을…….” “그냥 내일도 무사히 돌아오면 돼요.” 말끝이 조용해졌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태오는 중개 길드에 자료를 제출할 때 꼭 본인에게 사본을 남겨 두라고 말했다. 리네아는 웃으며 자신도 이제 그 정도는 배웠다고 대답했다. 태오는 멋쩍어져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같은 사건을 다른 쪽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계약을 설명한 책임이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계약을 믿고 돈을 맡긴 사람이었다. 서로의 책임을 전부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가 놓친 부분을 알려 줄 수는 있었다. 리네아가 먼저 문을 열며 말했다. ‘오늘도 일 잘했어요, 태오 씨.’ 그는 대답했다. ‘리네아 씨도요. 다만 오늘 칭찬은 중개 수수료에 포함되지 않는 걸로 하죠.’ 그녀가 또 웃었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방 안에는 따뜻한 차 향기가 남아 있었다. *** 다음 날 길드의 공개 심의기록에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고대종족 자산 중개 설명서가 개정된 시점은 다렌이 관리권 등재를 신청했다가 보류된 시기와 가까웠다. 그러나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연관성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길드는 당시 계약 분쟁이 늘어나 서식을 통일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태오는 길드에 공식 질의를 보냈다. [구 서식 폐기 사유 및 신 서식 작성 기관 확인 요청.] 그리고 익명 제보는 별도로 봉인해 마르셀에게 신고했다. 토른은 제보를 전해 듣고 말했다. “북쪽 교각이라. 거긴 오래된 수로 관리소가 있었지.” “지금도 있습니까?” “건물은 있을 거야. 사람은 모르겠고.” 태오는 가방을 챙겼다. “이번에는 집 밑이 아니라 다리 밑이군요.” “이번엔 괜히 땅을 파지 마라.” “장인님 없이 땅을 판 적 없습니다.” “그건 잘했군.” 북쪽 교각으로 향하는 길에는 오래된 물길이 있었다. 강의 흐름이 뒤집히는 곳이었다. 태오는 생각했다. 수로가 방향을 바꾸듯, 누군가의 이름도 기록 속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다렌은 단지 사라진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다른 기록으로 옮겨진 사람이었을까. 답은 아직 없었다. 다만 갈림길 하나가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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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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