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스는 마르셀의 조정실에 금화 서른아홉 닢을 가져왔다.
처음에 태오는 수량을 듣고 잠시 웃을 뻔했다. 몇 달 전만 해도 드래곤에게서 금화 한 닢을 받기 위해 정교한 설득이 필요했다. 지금은 드래곤이 먼저 다른 세입자들의 지급 날짜를 잡고, 확인된 개인 자산의 매각 영수증을 준비해 왔다. 그렇다고 돈의 출처를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번 재원은 무엇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바렌이 재원표를 펼쳤다.
“계정 47과 무관한 동부 유리 온실의 소유·담보 상태를 확인하고, 매각 대금을 실제 수납한 뒤 세금과 계약상 비용을 제외한 순액 가운데 서른아홉 금화를 마련했습니다.”
“동부 온실이라고요?”
“발카스 님이 오래전 수집품을 보관하기 위해 매입했던 시설입니다.”
태오는 발카스를 돌아봤다.
“거기에도 용의 화분이 있습니까?”
“있었다.”
“설마 화분에 금박을 입힌 건…”
“온실 전체가 금박이다.”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리네아가 아주 천천히 말했다.
“그건 관리비가 많이 들었겠네요.”
발카스는 크게 헛기침했다. 태오는 웃음을 참느라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온실은 발카스가 명확히 소유한 별도 자산이었다. 매각 대금은 검증된 계좌로 수납됐고, 다른 사람의 위탁 금화나 분쟁 중인 계정 47의 돈이 섞이지 않았다는 범위의 자료가 제출됐다. 바렌은 실제 지급할 금화와 이 비용을 구별했다. 비용을 세입자의 원금에서 상계하지도 않았다.
***
금화 지급 전에 발카스의 동부 온실 매각에 관한 별도 확인이 있었다. 태오는 온실이 정말 발카스 개인 재산이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드래곤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 사람들이 쉽게 물러났다. 지금은 그 말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줄었다.
바렌이 보여 준 등기에는 여러 차례 증축한 흔적이 있었다. 오래전에는 농사용 유리온실이었고, 뒤에 발카스가 식물과 보석을 함께 보관하는 장소로 바꿨다. 토른이 건물 안전확인에 참여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의 금전 거래와는 별개였다.
“보석이랑 식물을 같이 뒀다고요?” 리네아가 물었다.
“보석이 자랄 줄 알았던 시절도 있지.” 발카스가 말했다.
태오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요?”
“농담이다.”
그 말을 듣고 태오는 더 놀랐다. 드래곤이 진짜 농담을 하다니. 바렌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리네아는 조용히 웃었다.
온실 매각서에는 매수인의 실제 입금, 기존 담보 여부, 거래세 정산, 이의신청 기간이 표시돼 있었다. 바렌은 아직 지급할 수 없는 유보금과 사용 가능한 확정 순액을 구분했다. 이번 서른아홉 금화는 확정 순액 가운데 일부였다. 그 돈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다른 세입자들에게 어떤 포괄적 합의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확인됐다.
“예전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태오가 발카스에게 물었다.
“내가 돈을 내는 점이겠지.”
“그것도 있지만, 어떤 돈인지 설명하시는 점이요.”
발카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 재산 목록을 전부 알지 못했다. 오래 살다 보니 모르는 곳에 건물을 사 놓고 잊은 적도 있지.”
“그건 자랑하실 일이 아닙니다.”
“안다.”
태오는 웃었다. 드래곤이 자기 반성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
부분 지급 절차의 중간에는 세입자 세 사람에게 각각 다른 질문이 나왔다. 소피는 받은 금화를 집세와 생활비로 나누어 관리하고 싶다고 했다. 헤스는 빵집의 화덕을 고친 뒤 남는 비용으로 직원 한 사람의 월급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로벤은 로지를 돌볼 약값과 마구를 사는 돈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왜 이 돈을 쓸지까지 말씀하십니까?” 태오가 물었다.
로벤이 웃었다.
“이 돈이 내 돈이라는 걸 실감하려고 그러오. 오랫동안 장부 안에만 있었잖소.”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이의 외투를 사겠다고 말했을 때 처음 좀 안심됐어요. 꼭 큰돈이어야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요.”
헤스는 두 손을 비볐다.
“나에게는 화덕이 큰돈이오. 화덕이 멈추면 빵집도 멈추니까.”
태오는 세 사람의 말을 듣고 기록했다. 다만 용도는 그들의 개인적인 선택이며 공식 지급액과 섞어 공개하지 않았다. 빵집 운영 상태도 헤스의 동의 없이 회의록에 올리지 않았다.
지급이 끝난 뒤 바렌은 각 사람에게 다음 심리 일정과 잔여 청구 확인 절차를 설명했다. 소피가 가장 먼저 물었다.
“오늘 받은 금화 때문에 다음 상담 날짜가 뒤로 밀리지는 않나요?”
“개별 계약 확인 일정에 따라 진행됩니다. 일부 지급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권리 확인 요청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헤스는 자기 주머니를 두드렸다.
“다른 사람도 빨리 받으면 좋겠소.”
마르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계약들도 각각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 사람의 지급을 전원 지급으로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놓였다. 과거에는 한 사람의 기록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신했다. 오늘은 돈을 받는 방식도, 남겨 둬야 할 질문도 사람마다 달랐다.
***
저녁에 헤스는 태오에게 화덕의 새 문짝 설계도를 보여 주었다. 드워프 장인이 튼튼한 경첩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태오는 토른이 이 일에도 참여하는지 물었다.
“그 양반은 너무 비싸오.” 헤스가 말했다.
“토른 씨가 들으면 섭섭해하시겠네요.”
“아니. 전문성이 있으면 값을 받아야지. 내 형편에 맞는 장인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소.”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은 뒤에도 각자의 판단을 해야 했다. 누구도 그 선택까지 대신해 줄 수 없었다.
빵집에서 나오던 태오는 골목 끝에서 로벤의 마차를 보았다. 로지는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걷고 있었다. 노마부는 모자를 들어 인사했다.
“태오! 오늘은 동전 대신 일을 해서 돈을 벌었소!”
“저도 이제 그게 좋습니다!”
태오는 손을 흔들었다. 그날의 가장 좋은 장면은 금화가 탁자 위에 놓인 순간보다, 돈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자기 일을 하러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소피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영수증을 다시 펼쳤다. 날짜와 실제 계수한 열다섯 금화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접으며 미소 지었다. 이번만큼은 ‘누군가 받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손에 닿았던 금속의 무게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 기억은 앞으로의 상담에서도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로 남을 것이다.
***
첫 번째 수령인은 소피였다. 그녀는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조정실에 도착했다. 마르셀은 신분을 확인하고 과거 지급 내역을 보여 주었다.
[기존 실제 반환 20금화.]
[이번 예정 지급 15금화.]
소피는 표를 보더니 말했다.
“예정이라는 말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직접 계수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셀이 답했다.
바렌이 봉함된 작은 주머니를 열었다. 소피는 금화를 하나씩 꺼내 탁자에 놓았다. 열다섯 닢을 다 세자 이벨이 계약별 부분 원금 반환 영수증을 읽어 주었다. 서류에는 나머지 미환급 원금이나 과거 통지에 관한 이의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없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소피가 말했다.
서명이 끝나자 마르셀은 이번 실지급을 기록했다.
[소피. 종전 누적 20 + 오늘 15 = 누적 35금화 일부 반환. 잔여 원금은 개별 계약 대조로 확정할 것.]
태오는 그녀가 주머니를 닫는 모습을 보았다. 소피는 영수증을 두 번 읽고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아이가 겨울에 입을 외투를 살 수 있겠어요.”
그 짧은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금화가 금고에 있을 때는 숫자였지만 사람에게 돌아오면 옷과 난방과 집세가 됐다.
***
다음은 헤스였다. 빵집 주인은 가게를 잠시 닫고 왔다. 그의 손에는 밀가루가 묻은 흔적이 있었다. 그는 금화 열두 닢을 받기로 했지만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원금 공제 내역이었다.
“옛날 그 계단 수리비 같은 걸 다시 꺼내지는 않는 거요?”
바렌이 단호하게 말했다.
“철회된 계단 86금화, 방화 시설 56금화, 봉인 오염 70금화 청구는 다시 적용하지 않습니다. 126금화 안전 대기 관리비도 징수 보류 중이며 이번 원금과 상계하지 않습니다.”
“좋소. 그럼 마음 놓고 세겠소.”
헤스는 열두 금화를 두 번 세었다. 태오는 그가 자꾸 한 닢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는 모습을 보았다. 빵 반죽을 오래 다룬 손이라 무게에 민감한 듯했다.
“진짜 금화 같소.”
“진짜여야죠.” 태오가 말했다.
“옛날에는 장부 속에 금화가 너무 많았거든.”
헤스는 웃으며 영수증에 서명했다. 그의 누적 실제 반환액은 이전 열 닢에 이번 열두 닢을 더한 **22금화**가 됐다. 아직 남은 청구는 계약별로 따로 확인해야 했다. 헤스는 이번 돈으로 빵집의 낡은 화덕 문을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 다음에는 빵을 더 맛있게 굽겠군요.”
“손님들이 맛을 구별하겠지. 네가 제일 먼저 와서 사 먹으시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를 주고 먹는 빵이 공짜 빵보다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
로벤의 차례가 되자 마당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로지가 마차 앞에서 초조하게 발굽을 구르고 있었다. 노마부는 모자를 벗고 들어왔다.
“오늘은 내 몫이 맞소?”
마르셀은 그의 계약과 이전 지급 내역을 확인했다. 로벤은 지난번 **8금화**를 이미 실수령했다. 이번에는 **12금화**를 추가로 받는다. 그는 먼저 주머니를 열어 금화를 세었다. 그러고는 태오를 바라봤다.
“이 돈으로 로지를 위한 새 마구를 하나 더 사겠소.”
“지난번에도 마구를 고치지 않으셨나요?”
“고쳤지. 하지만 늙은 말에게도 오래 쓸 물건은 좋은 것이오.”
태오는 웃었다. 로벤은 원래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말도, 낡은 일지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이름도 오래 붙잡고 있었다.
마르셀은 로벤의 누적 실지급액을 **20금화**로 정리했다. 헤스와 소피의 금액은 서로 합쳐서 ‘해결’이라고 표시하지 않았다. 다른 세입자들의 독립적인 계약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잔액도 그대로 남았다.
***
발카스는 세 사람이 서명을 마칠 때까지 조용히 서 있었다. 누군가 그의 자존심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왜 이제야 이런 방법을 생각하셨습니까?” 소피가 물었다.
발카스는 긴 침묵 끝에 말했다.
“나는 내 금고가 열려야만 모든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버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다음 사람도 그렇게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그러겠다.”
바렌은 다음 지급 계획에 관해 명확히 설명했다. 오늘 돈을 실제 받은 세 사람 외에도 확인해야 할 계약이 남아 있고, 추가 자산 처분과 재원 검증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아직 확보되지 않은 금액과 일정은 ‘예정’이라고 표시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드래곤이 착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돈과 약속을 구분할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
그날 저녁 태오는 헤스의 빵집에 갔다. 새 화덕 문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지만 헤스는 특별히 작은 달콤한 빵을 하나 구워 두었다.
“오늘 받은 돈을 축하하는 빵이오.”
“얼마입니까?”
“공짜로 주려고 했는데.”
태오는 동전을 꺼냈다.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기록방 사장도 장사를 해야 먹고살죠.”
헤스는 잠시 그를 보다가 동전을 받았다.
“그럼 나는 빵집 사장으로서 팔겠소.”
태오는 따뜻한 빵을 들고 새집으로 돌아왔다. 리네아는 식탁에 그릇 두 개를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많이 받으셨어요?”
“제가요? 전 받은 금화가 없습니다.”
“그 말이 좋아요.”
그녀는 웃으며 빵을 반으로 갈랐다. 태오도 따라 웃었다. 오늘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정확히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은 자신이 맡은 고객의 출고표를 제시간에 끝내고 싶었다.
드래곤의 자존심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장부에 적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동부 온실의 매각대금이 실재했고 금화 서른아홉 닢이 세 사람의 손으로 실제 이동했다는 사실이었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소피 35, 헤스 22, 로벤 20. 모두 각 계약 원금의 일부 실제 반환. 다른 채권은 별도.]
[김태오 300 완납, 잔액 0.]
그리고 책을 덮었다. 금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금화가 사람에게 돌아갈 때 그 일을 실제로 시작하는 것은 사람이었다.
제19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