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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194화. 끝난 환전, 끝나지 않은 빚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54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가 가져온 상자는 금화로 가득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것이 왠지 반가웠다. 검은 산맥의 고대 드래곤이 커다란 가죽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면 누구나 보석이나 마법 무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렌은 상자를 기록방 책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옛 자산관리실의 외부 결제 지시 관련 보존 목록입니다. 원본은 왕실 대조 후 별도 보관할 예정이고, 오늘은 제한 열람 가능한 사본만 가져왔습니다.” “돈이 든 건 아니군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제 돈은 이미 받았으니 괜찮습니다.” 발카스가 콧김을 뿜었다. “그 말을 들으니 기쁘다가도 자꾸 모욕당하는 기분이구나.” “정확한 상태를 말한 것뿐입니다.” 리네아가 웃으며 차를 내왔다. 태오의 기록방은 이제 사적인 세입자 싸움의 사무실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자기 장부를 읽기 쉽게 정리받는 독립적인 작업장이었다. 발카스가 들고 온 자료도 다른 고객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정리할 수 있었다. 태오는 외부 결제 지시 E-47/4가 들어 있는 목록을 살폈다. 일곱 해 전 동문 환전소에서 출발한 지시는 서부 정산지와 동부 보관 대리점을 거쳤다. 그 사이 ‘업무 종료’라는 표기가 후대 색인에서 ‘지급 완료’로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 폐업 19일 뒤 찍힌 도장은 잔무 정리용 인장일 수 있었지만 실제 금전 지급 승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은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바렌이 새 서류를 펼쳤다. “환전소 결산 당시의 상대 계정 대조표를 찾았습니다. 금전이 실제 지급됐다면 서로 다른 기관의 장부에 같은 금액과 수취 관련 증빙이 있어야 합니다.” “없다면 지급이 없었다는 뜻인가요?” 디아나가 바로 대답했다. “현재 대조 범위에 없다는 뜻입니다. 장부가 누락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관됐을 가능성을 검증해야 하죠. 다만 ‘완료됐다’고 주장하는 측에는 그에 맞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반대 사실이 저절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증명하지 못한 지급을 완료로 처리할 수도 없었다. *** 왕실 기록국은 그날 소규모 대조회의를 열었다. 노엘 카시가 환전소 폐업 결산의 원부를, 세딘이 계정 47의 보조원장을, 디아나가 잉크와 서식의 선후관계를 각각 검토했다. 마르셀은 세입자들의 개인정보가 나오지 않도록 계약번호만 표시했다. 처음 대조한 항목은 E-47/4였다. 그것은 ‘외부 결제 예정’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금화 반입을 확인하는 서명란은 비어 있었다. 서부 정산지의 장부에는 재송달과 보완 요청이, 동부 대리점에는 문서 보관이 기재돼 있었다. 이 세 기관에서 오늘 확인된 자료 어느 것도 최종 수취인에게 금화가 전달됐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 않았다. “그럼 지급 완료 색인이 근거 없는 요약일 가능성이 큰 거군요.” 태오가 말했다. 노엘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적어도 오늘 검토한 원문과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지급 완료라는 요약은 정정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디아나가 후대 색인의 작성 시기를 보여 주었다. 환전소가 문을 닫은 뒤 꽤 시간이 지난 시기에 여러 ‘업무 종료’ 항목이 간편 검색을 위해 한 범주로 합쳐졌다. 그 과정에서 ‘정산 완료’와 ‘통지 업무 종료’ 같은 서로 다른 표기가 모두 같은 단어로 옮겨진 흔적이 있었다.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까?” “표기와 실제 뜻이 맞지 않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왜 그렇게 바꾸었는지는 별도의 감사 대상입니다. 편의를 위한 분류였을 수도 있고, 특정 결과에 영향을 주려 했을 수도 있죠.” 태오는 둘을 구별해 적었다. 문서의 뜻이 어긋난다는 결론과 특정 사람이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결론은 같지 않았다. *** 대조회의가 잠시 중단된 동안 노엘은 태오에게 폐업 결산서의 옛 작성 규칙을 보여 주었다. 그 당시 ‘외부 결제’라는 말은 실제 금화를 상대방 손에 쥐여 주는 일을 뜻할 수도 있었지만, 상대 기관에 지급 지시서만 넘기는 업무를 뜻하기도 했다. 정확한 의미는 주변 칸의 수납 확인과 인계 기록을 함께 읽어야 했다. “한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일을 뜻하면 누가 실수하지 않겠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노엘은 머리를 긁었다. “그래서 당시에도 상세 구분표가 있었어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분표를 같이 보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태오는 작업장에 사용하는 출고관리 표를 떠올렸다. 그는 고객에게 ‘출고 완료’라고 표시하기 전에 포장 완료와 수레 적재, 실제 수취를 별도로 체크하게 했다. 그 일이 번거롭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류 하나를 찾는 데 드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저도 설명서를 장부와 같이 보관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훗날 누군가 당신 장부를 읽을 테니까요.” 태오는 잠깐 어깨가 무거워졌다. 자신이 만든 기록도 언젠가 오래된 서류가 될 수 있다. 그때 읽는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무엇을 남겨야 할지 생각했다. 노엘은 E-47/4의 복사본 옆에 작은 보조표를 붙였다. 거래 원금, 지시 접수, 실물 인계 확인, 최종 수취인 서명, 반송, 종료 사유. 대부분의 칸에는 확인 대기 표시가 있었다. 그중 실제 확인된 것은 문서 반송 경로와 업무 종료 분류였다. “그럼 이걸 해결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칸입니까?” “업무상 문서가 어디로 이동했는지의 일부는 확인됐죠. 그게 돈의 이동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 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금고 속에 돈이 있다고 생각한 시간이 줄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도 금고가 닫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 안에 모든 이유가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때의 제가 이 표를 믿었을까요?” 태오가 작게 물었다. 노엘은 웃었다. “모르죠. 대개 사람은 필요한 대답부터 찾으니까요.” “그렇겠네요.” 디아나가 돌아오자 태오는 보조표의 각 문구가 현재 확인 수준과 맞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녀는 일부 표현을 고쳤다. ‘미지급’ 대신 ‘실지급 확인 증빙 미발견’, ‘원본 없음’ 대신 ‘현재 열람 범위에서 원본 미확인’. 두 표현은 얼핏 비슷했지만 앞으로 다른 기관에서 새로운 자료가 나왔을 때 판단을 바꿀 여지를 지켰다. “이렇게 길게 쓰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짧게 쓰고 틀리는 것보다 낫죠.” 태오는 웃었다. 오늘의 대조 작업은 돈을 한 닢도 새로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지급 완료’라는 잘못된 확신을 조금씩 해체하고 있었다. 그 차이는 이미 돈을 받았다고 취급돼 질문할 기회조차 잃었던 사람들에게 중요했다. *** 회의가 끝나자 발카스는 빈 의자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내 자산관리실은 일곱 해 전 저 항목을 지급 완료라고 보고했지.” “그 보고를 믿으셨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일부는 믿었고, 일부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금고의 관리권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드래곤이 두려워했다고요?” 발카스는 태오를 쳐다보았다. “나는 인간처럼 늙지 않는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맡긴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일은 견디기 어려웠다.” 태오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수천 년 동안 재산을 쌓아 온 용이 자기 통제 밖의 장부를 무서워했다는 사실은 어딘가 인간적이었다. 그러나 두려웠다는 말이 세입자들의 반환 지연을 정당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돈을 돌려주는 일을 멈추셨군요.” “그랬다.” “하지만 금고 안에 돈이 있는지 모른다고 사람에게 빚진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안다.” 발카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인간 모습의 손에는 오래된 화상처럼 붉은 비늘 자국이 있었다. “나는 금고를 지키겠다고 생각했지. 정작 지켜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태오는 그를 쉽게 용서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이미 300금화는 모두 돌려받았다. 그래도 다른 세입자들의 생활에는 오랫동안 남은 빈자리가 있었다. 드래곤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다음 지급과 다음 약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점심에는 소피가 기록방을 방문했다. 그녀는 아이의 새 신발을 포장한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최근 실제로 받은 금화 스무 닢 가운데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써야 했다고 했다. “제가 이제 돈을 받았다고 기사에 나더군요.” “일부 지급을 받으신 건 맞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런데 제가 다 받은 것처럼 읽히게 쓴 사람이 있어요.” 리네아가 종이를 확인했다. 기사에는 ‘정산 진행’이라는 말이 있었고, 제목에는 ‘마침내 해결’이라는 표현이 크게 쓰여 있었다. “현재 지급액과 남은 청구는 구분해야겠네요.”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남은 원금을 확인하는 중이고, 과거 통지 문제도 따로 진행 중이에요. 돈을 조금 받았다고 해서 그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건 아니죠.” 태오는 공개 가능한 범위의 정정 요청 초안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마지막 문장은 소피가 직접 고쳤다. [원금 일부 수령은 나머지 청구나 과거 통지에 대한 이의 포기를 뜻하지 않습니다.] “이게 제 말이에요.” 소피가 말했다. “그대로 제출하겠습니다.” 태오는 자신의 이름으로 대신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한 문장만 문서에 옮겼다. *** 그날 오후 브라운이 대조회의에 참석했다. 그의 상회가 인수한 일부 구 서식과 설비 목록이 후대 색인의 판본 확인에 도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오는 브라운을 보자 예전의 제안을 떠올렸다. 47-B와 포괄적인 채권 양도를 요구하며 금화를 주겠다고 했던 일.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지금도 그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내 회사 서식이 이번 오류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브라운이 먼저 물었다. “아직 없습니다.” 디아나가 답했다. “오늘 검토할 것은 사용 시기와 편철 경로입니다.” 브라운은 준비해 온 도안 목록을 펼쳤다. 동일한 세 고리 문양이 여러 기관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문양 하나로 특정 회사를 지목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다만 이 목록과 E-47/4가 실제로 이어지는지는 별도 판본 검증이 필요했다. “당신은 여전히 나를 의심합니까?” 브라운이 태오에게 물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서식 자료를 낸 사실과 과거의 어떤 행위를 했다는 주장은 구분하겠습니다.” 브라운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결국 비슷한 일을 하는군. 나는 금전을 분류하고, 당신은 사람 말을 분류하니.” “제 업무는 말을 분류하는 게 아니라 누구 말인지 남기는 일입니다.” 브라운은 씁쓸하게 웃었다. *** 저녁이 되자 태오는 기록방 책상을 정리했다. 리네아는 중개 사무실의 고객에게서 전화 마법을 받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통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은 어떤 문제가 있었어요?” 리네아가 물었다. “장부 속에서 돈이 지워진 게 아니라, 다른 뜻의 완료가 잘못 읽혀 왔다는 단서가 강해졌어요.” “그렇다면 정말 돈이 없었던 건가요?” “그 말도 아직 조심해야죠. 확인한 경로에서 실지급 증거가 없고, 지급 완료라는 표기는 원문과 맞지 않습니다. 다른 계정과 계약들은 각각 대조해야 해요.” 리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당신이 설명하면 제가 먼저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알겠어요.” “그건 좋은 뜻이겠죠?” “물론이에요. 하지만 저녁에는 한 문장씩만 말해요.” 태오는 웃었다. 그는 긴 설명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당신도요.”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새집 앞에서는 빗물이 화분에서 무사히 빠지고 있었다. 태오는 괜히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았다. *** 밤늦게 세딘의 최종 대조 요약이 도착했다. E-47/4에서 ‘지급 완료’라고 읽힌 후대 표기는 실제로는 환전소의 미결 문서 업무를 종료 처리한 기록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였다. 최종 지급 증빙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고, 원금 채무가 없어졌다고 처리할 수 없었다. 동시에 계정 47 전체의 실제 보관 금액과 다른 계약들의 외부 지급 여부는 여전히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태오는 보고서 아래에 한 문장을 적었다. [한 항목의 지급 완료 판단을 바로잡는 일은, 다른 모든 항목의 돈을 찾았다고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보증금 장부를 펼쳐 보았다. [김태오. 최초 300금화. 실제 반환 300금화. 잔여 원금 0.] 그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받은 척하지도 않았다. 태오는 책을 덮었다. 처음 금고 안에 들어 있다고 믿었던 황금보다 이제는 장부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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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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