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렌 코르가 기록방 문을 두드린 것은 비가 그친 다음 날이었다.
그는 새로 산 종이봉투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오른손 흉터가 있는 사람답지 않게 글씨는 또박또박했다. 봉투 겉면에는 ‘다렌 코르의 현재 진술’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구 대신 쓴 것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받아 적은 것도 아니었다.
“직접 쓰셨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내가 쓰고, 아델 선생이 어려운 철자만 봐 주었소.”
“잘 쓰셨습니다.”
“그 말은 듣기 좋지만, 오늘은 칭찬받으러 온 게 아니오.”
코르가 웃었다. 태오는 그를 안으로 모셨다.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 자료를 찾아왔지만, 그의 과거 신원은 한동안 서류 어디에서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과거 인계 수령증에 적힌 이름이 다렌 코르라는 사실과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당시 같은 사람인지 여부는 따로 검증해야 했다. 더구나 그 이름으로 돈을 실제로 받았는지는 또 다른 질문이었다.
“오늘은 의료 기록과 옛 주소장 대조 결과가 나옵니다.” 코르가 말했다. “내가 동의한 범위만 확인할 수 있다더군.”
“네. 당시 손 치료의 세부 내용은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좋소. 나는 내 이름을 찾으러 온 거지 상처를 전시하러 온 게 아니니까.”
태오는 미소 지었다. 예전에는 코르가 누가 자기를 기억해 줄지 모르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직접 요구할 범위를 말할 수 있었다.
***
왕실 등록관 마르셀은 아침 면담에 두 사람을 따로 불렀다. 다렌 코르와 다렌 베스였다. 두 사람 모두 ‘다렌’이라는 이름을 썼다는 이유로 옛 기록에서 여러 차례 섞여 있었다. 그러나 베스는 주택조합의 회계 보조였고, 코르는 당시 세입자 명의 수령증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오늘 대조할 것은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역할입니다.” 마르셀이 분명히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대신해 증언할 필요는 없습니다.”
베스가 먼저 손을 들었다.
“나는 계약 원금표를 손봤소. 당시 전달 대기표를 만들 때 같은 번호가 두 번 등장한 건, 하나는 계약별 원금이고 하나는 통지할 주소였기 때문이오.”
“그 두 목록을 뒤섞었다고 누가 돈을 두 번 받았다고 볼 수는 없겠군요.” 태오가 물었다.
“바로 그 말이오. 나는 그 사실을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사람들이 숫자만 보고 듣질 않았지.”
코르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글자를 잘 읽지 못해 남에게 읽어 달라고 했소. 그게 다른 사람의 돈을 대신 받을 권한이 된 줄은 몰랐소.”
베스는 코르를 바라봤다.
“그런 권한은 장부에 적힌 이름 하나로 생기지 않소. 그리고 나는 그때 당신의 서명을 대신하지 않았소.”
“고맙소.”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랫동안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이름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과거를 다른 사람이 떠안는 상황. 누구의 잘못인지 아직 판단되지 않은 사건에서도 서로가 서로의 의혹이 됐다.
마르셀은 공식 기록에 ‘코르의 증언’과 ‘베스의 설명’을 별도 항목으로 작성했다. 태오는 그 행위를 지켜보며 자신이 처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작성한 표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떠올렸다. 세입자 열한 명, 최초 원금 합계 1,180금화. 그것은 필요했던 출발점이지만 사람들을 설명하는 최종 문장은 아니었다.
***
의료 기록 대조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 남문 자선치료소의 하멜은 코르가 제공한 동의 범위 안에서 당시 방문 날짜와 부상 부위, 치료소에 남긴 독립적인 신원 단서가 현재 신분 기록과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로벤도 오래된 운송일지에서 그가 사용하던 별칭과 주소 일부를 대조했다.
“이 정도면 일곱 해 전 인계 수령증을 코르 씨가 직접 썼다고 확정되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하멜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서명 원본이 필요합니다. 오늘 확인한 것은 그 시기에 그 이름의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고, 현재 코르 씨와 연결될 수 있는 독립적인 기록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르셀은 공식적인 현재 본인 확인에 관한 결론을 내렸다. 코르는 자신의 과거 진료 기록과 주소 등록에 기초한 동일인 확인 절차를 통과했고, **자기 이름과 자기 계약에 관한 정식 질의를 할 자격**을 갖추었다. 그러나 일곱 해 전 문제의 수령증에 직접 서명했다는 점, 대리 수령을 허가했다는 점, 타인들의 관리권을 얻었다는 점은 여전히 별개였다.
코르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럼 적어도 내 이름으로 질문할 수는 있군요.”
“그렇습니다.” 마르셀이 대답했다.
태오는 그가 잠깐 눈물을 보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모른 척했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보다 자기 이름으로 묻는 일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
마르셀의 면담실을 나왔을 때 로벤은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마부는 코르를 보자 모자를 벗었다. 코르는 갑자기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누군가를 기다린 기억과 그 사람이 법적으로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서로 다른 길이었다.
“잘 끝났소?” 로벤이 물었다.
“내 이름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됐소.” 코르가 대답했다.
로벤은 그 말을 들은 뒤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참 다행이오.”
태오는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몇 걸음 물러났다. 로벤은 주머니에서 낡은 은빛 호루라기를 꺼냈다. 오래전 코르와 연관된 물건이라고 여겨졌지만 실제 소유와 인계 관계는 확정되지 않은 물건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호루라기를 바로 건네지 않았다.
“이걸 아직 가지고 있소. 당신이 옛날에 불던 것과 같은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기억나면 이야기해 주시오.”
코르는 호루라기를 바라봤다.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가 곧 사라졌다.
“소리는 기억나는 것 같소. 그런데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렸는지는 아직 모르겠소.”
“그럼 서두를 것 없지.”
로벤은 물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들은 함께 걸었다. 태오는 로벤이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왔다는 극적인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오늘 확인된 것은 일부 독립 기록의 일치와 현재 본인 확인이지 모든 옛 기억의 복원이 아니었다.
복도 벽에는 오래된 도시 지도 하나가 걸려 있었다. 파벨의 남문 아래에 작은 치료소가 표시돼 있었다. 코르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길은 기억하오. 비가 많이 오면 발목까지 물이 차던 곳이지.”
로벤이 웃었다.
“그때 말들이 길을 돌아가려고 했소.”
“나도 그랬지.”
두 노인은 뜻밖에 동시에 웃었다. 그 웃음은 오래된 상처를 단번에 치료하지 못했지만,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길 하나를 되찾게 해 주었다.
태오는 그 장면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남의 사적인 기억까지 업무 보고서에 남길 필요는 없었다. 대신 면담실에 제출된 자료의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현재의 자필 진술, 신원 확인 기록, 옛 수령증의 감정 대기 여부가 각각 구분돼 있었다.
잠시 뒤 다렌 베스가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코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옛날에 내 이름과 당신 이름이 한 표에 섞였을 때 불편했을 거요.”
코르가 웃었다.
“나는 글자를 잘 못 읽어 왜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는지도 모르곤 했소.”
“그럼 이제는 서로 자기 이름으로 답하면 되겠군.”
두 사람은 짧게 악수했다. 태오는 그 악수가 지난 일의 책임을 모두 면제하는 선언이 아님을 알았다. 다만 서로에게 떠넘겨졌던 이름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는 행동이었다.
헤스의 빵집으로 가는 길에 로벤은 코르에게 말했다.
“빵이 마음에 들면 다음에는 마차를 타고 강변에 갑시다.”
“그때는 내가 길을 읽어 주겠소.”
“그럼 나는 말을 몰겠소.”
둘은 자기 몫을 정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일을 모두 대신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여정은 이전보다 훨씬 안전해 보였다.
리네아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미소 지었다. “두 다렌이 모두 자기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은 같았네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각자가 실제로 한 일은 다르죠.” 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당신도 이제 남의 이야기에 결론을 대신 써 주지 않네요.” 태오는 웃었다. “예전에는 제 결론부터 적었으니까요. 이제는 그분들이 직접 쓴 문장을 마지막에 남기고 싶습니다.”
***
아델 마린의 문해교실에 돌아온 코르는 직접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오늘 제출할 진술이 들어 있었다.
[나는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대신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내 옛 수령증에 내 이름이 왜 적혔는지 알고 싶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던 일을 내가 동의했다고 쓰지 말아 달라.]
아델은 글씨를 천천히 읽었다. 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쓴 말이 맞소.”
“그러면 직접 서명하세요.”
코르는 새 펜을 잡았다. 굳은 손가락이 잠시 떨렸지만 글씨는 끝까지 이어졌다. 다렌 코르. 세 글자 이름과 성이 종이 위에 남았다.
“옛날에는 누군가 읽어 줘야만 알 수 있었는데.”
아델이 대답했다.
“지금도 어려운 문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도움받는 것과 결정권을 넘기는 건 다르니까요.”
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지난 세월 내내 듣고 싶었을 것이다.
태오는 문해교실 뒷자리에서 아이들이 연습한 글씨를 보았다. 한 아이는 자기 이름을 열두 번이나 썼다. 처음 쓴 글자는 삐뚤었지만 마지막 글자는 반듯했다. 코르는 그 아이에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
“어릴 때부터 연습하시오. 자기 이름은 다른 사람 손에 맡겨도 되는 물건이 아니오.”
아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웃었다. 오늘의 수업은 어느 왕실 조사보다 오래 남을지도 몰랐다.
***
오후에는 다렌 베스가 기록방을 찾아왔다. 그는 좁은 작업장을 둘러보더니 오래전 조합 사무실이 생각난다며 웃었다.
“그때는 장부가 많을수록 권위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지.”
“지금은 어떻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많은 장부보다 서로 다른 뜻을 구분한 장부가 좋소.”
베스는 당시 사용한 표 양식을 다시 그렸다. 왼쪽 칸에는 계약번호, 가운데에는 돈을 맡긴 사람, 오른쪽에는 통지 보낼 주소가 있었다. 오래전 수정된 서식에서는 세 칸이 한 줄로 합쳐졌다. 그래서 같은 계약이 두 번 있는 듯한 기록이 생겼다는 것이다.
“누가 서식을 바꾸었습니까?”
“당시 청산 준비실에서 통지 업무를 간소화하려고 요청했던 걸로 기억하오. 이름은 원본에서 확인해야 하오.”
“그게 잘못된 금전 지급을 만들었습니까?”
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는 건 서식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사실까지요. 그 뒤 금화가 어디로 갔는지는 또 다른 기록을 봐야 하지.”
태오는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사람도 자기가 아는 부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
저녁 무렵 코르가 다시 왔다. 그는 서명한 진술서 사본을 자신의 가방에 넣고 있었다.
“오늘 당신 덕분에 내 이름을 찾았소.”
“제가 한 일은 자료를 나누어 적은 것뿐입니다.”
“그걸 아무도 안 해 줬소.”
태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럼 오늘은 축하하셔야겠네요.”
“무얼로?”
“로벤 씨 마차를 타고 옛날에 좋아하던 빵집에 가시면 어떨까요? 헤스 씨가 오늘 작은 파이를 굽는다고 했습니다.”
코르가 웃었다. 그는 오랫동안 자기를 기다려 준 로벤을 떠올린 듯했다.
“좋겠군. 다만 파이값은 내가 내겠소.”
“그건 아주 중요한 권리입니다.”
두 사람은 웃었다.
태오는 새집에 돌아와 리네아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했다. 리네아는 물을 끓이며 듣다가 조용히 말했다.
“돈을 못 받은 사람한테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자기 말이 받아들여지는 자리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물론 돈도 받아야죠.”
“당신답네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럼 오늘은 제가 당신 말도 들어 드릴까요?”
“좋아요. 내일 제 중개 고객과 상담이 있으니 오전 설거지를 맡아 주세요.”
“그 이야기는 조금 다른 범주 아닙니까?”
“우리 집 공동생활 범주죠.”
태오는 웃었다. 자신에게 돌아온 이름이 있는 사람처럼, 리네아도 자기 이름으로 일하고 자기 이름으로 요구했다. 그 사실이 새집을 더 믿음직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날 밤 태오는 코르의 서명 진술을 기록방의 의뢰인 파일에서 분리 보관하고, 다른 세입자들의 원본에 섞지 않았다. 현재의 자필 진술은 현재의 진술일 뿐, 옛날 서명의 진위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주석도 달았다. 이것은 사건을 늦추는 절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을 지키는 절차였다.
제1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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