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북부 봉함 보존구역으로 가는 길은 산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태오를 가장 먼저 실망시켰다. 검은 산맥의 제0호 관측소를 조사하러 갔을 때는 발밑에 안개가 흐르고, 수정시계가 기침하듯 울리고, 멀리서 용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파벨시 북쪽의 평평한 회색 건물이었다. 정문 앞에는 배달 수레 세 대와 국왕의 이름이 적힌 민원 대기표가 걸려 있었다.
“모험의 끝이 결국 관공서라니요.”
태오의 말을 들은 리네아가 웃었다.
“관공서에서 끝나는 모험이면 얼마나 다행이에요. 우리 집 지붕을 다시 뜯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 지붕은 끝났습니다. 검사를 통과했고, 토른 씨도 서명했어요.”
“그러면 이제 마음 놓고 집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리네아는 그 표정을 보더니 그의 팔꿈치를 가볍게 쳤다.
“농담이에요. 오늘은 우리 둘 다 허가받은 시간까지만 일하기로 했죠.”
두 사람은 아침에 각자의 일정표를 확인했다. 태오는 파벨 기록방에서 맡은 고객의 출고 장부를 오전에 끝냈고, 리네아는 중개 사무실의 신규 임대차 설명을 마쳤다. 이번 방문은 누구의 계약을 대신 체결하러 온 것도 아니고, 수익권을 인수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감찰실이 발표한 보존구역 이동 요청의 실제 인수 내역을 제한된 범위에서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문 담당자는 이름과 자격을 각각 적게 했다. 태오는 ‘자료 정리 보조인’, 리네아는 ‘관계 계약의 이해관계 신고가 된 중개인’이라고 썼다. 이벨은 법률 조력인, 디아나는 독립 기록 감정인, 세딘은 관할 기록관의 입회인으로 등록됐다. 발카스의 이름도 방문 예정 명부에 있었지만, 거기에는 특별한 칭호 대신 ‘관련 임대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드래곤도 대기표를 뽑나요?” 태오가 물었다.
담당자가 눈을 깜박였다.
“법정 방문 절차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좋은 제도군요.”
“단, 건물에 들어오실 때 원형으로 변하지 않으신다는 안전 확인서를 써 주셔야 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제도에는 언제나 부속서류가 있었다.
***
첫 번째 문 안쪽에는 두 종류의 장부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북부 보존구역이 받기로 예정했던 물품 목록,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인수인이 서명한 장부였다. 태오는 지난 백여 회차 동안 배운 습관대로 두 장부의 제목부터 적었다.
“이동 요청은 여기 있습니다.” 세딘이 손가락으로 표제만 가리켰다. “47-C 계열 독립 대조 기준물, 수량 한 점, 봉인번호 N-47-삼.”
“그럼 실제 인수 장부에는요?”
“동일 사건번호로 들어온 물품이 두 점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대조 기준판이고 다른 하나는 회송 목록지입니다.”
“두 점이면 요청보다 늘어난 것 아닙니까?”
디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품목 구성을 확인하기 전에는 수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기준판 한 점과 그것을 설명하는 목록 한 장일 수도 있죠.”
이벨이 덧붙였다.
“무엇보다 ‘47-C 원표식’이라는 이름은 어느 장부에도 없습니다. 요청 제목의 ‘계열’을 지우고 읽으면 안 됩니다.”
태오는 조용히 웃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드디어 47-C 발견!’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지금은 소리칠 일이 없었다. 구체적인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다.
보관 담당자 라웰은 그들 앞에 얇은 금속판의 비접촉 영상을 보여 주었다. 판에는 타원형 인영 여섯 개가 다른 깊이로 새겨져 있었다. 인영마다 작은 흠집과 기준 연도가 적혀 있었다. 실제 물건은 보존 환경을 유지한 채 별실에 있었고, 오늘은 허가된 특징만 확대했다.
“이건 우편함이나 계정의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닙니다.” 라웰이 설명했다. “봉함 문서에 찍힌 표시가 어느 시기의 서식과 부합하는지 비교할 때 쓰는 판입니다.”
“그럼 누군가가 이걸 들고 다녔다면 감시 담당자였다는 뜻도 아니겠군요.”
“그렇죠. 판을 제작하고 운반한 사람과 실제 감시 업무를 한 사람은 달랐을 수 있습니다.”
태오는 자신의 검은 47-B 비늘을 주머니 안에서 한 번 만졌다. 그것은 여전히 조회 요청의 표식일 뿐이었다. 그는 오늘 그 물건을 꺼내 보이지 않기로 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꺼내면 사람들은 그것에 필요 없는 의미를 붙이곤 했다.
***
서고 담당자 라웰은 태오가 적은 세 줄을 보더니 별도의 기록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과거 북부 구역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교육용 사례집이 있었다. 오늘 허가된 자료는 개인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봉인번호를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왜 이름 뒤에 한 글자를 덧붙였는지 이해하려면 당시 물품 구분표를 보는 게 낫겠군요.”
라웰은 낡은 표를 펼쳤다. 금속 인영판, 종이 탁본, 임시 참조물, 원표식, 반환 요청서가 각각 다른 칸에 적혀 있었다. 그중 ‘가’는 복제판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시용 사본에는 같은 글자가 쓰이지 않았다.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한번은 견본판을 원표식으로 착각해 물품 인계서를 잘못 작성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표기 체계를 나누었죠. 다만 모든 시대에 똑같이 적용한 것은 아닙니다.”
태오는 그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이든 규칙이 만들어진 배경이 있었다. 규칙만 보고 역사를 추측하면 틀릴 수도 있고, 배경을 모르고 규칙을 버리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었다.
디아나는 북부 기록의 봉인일과 제작판의 금속 성분 대조 허가를 확인했다. 손에 쥘 수 있는 모양이 같아도 표식의 기능은 다를 수 있었다. 왕실 기준판은 원본 도장을 찍는 데 쓰는 물건이 아니라 여러 도장의 인영을 비교하는 기준물일 수 있었다. 실제로 그 판에는 어느 개인의 이름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이걸 들고 나타난 사람이 금고를 열겠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라웰은 즉시 답했다.
“열람이나 인출 권한의 증빙을 요구해야죠. 물건을 가져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태오는 웃었다. 이 대답을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부를 뒤졌던가. 초창기에는 반짝이는 물건이 나타날 때마다 모든 문제가 풀린 것처럼 여겼다. 지금은 반짝이지 않는 기록 한 줄이 무엇보다 든든했다.
라웰은 마지막으로 기록의 범위를 설명했다. 북부 구역은 물건을 보존하는 곳이지 모든 물건의 법적 주인을 결정하는 법정이 아니었다. 따라서 물품 등록란에 발카스의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드래곤이 그 물건의 소유자라는 뜻도 아니었다. 그는 관련 신청자일 수도, 예전 보관계약의 담당자일 수도 있었다.
“이제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없는지도 알겠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게 이곳을 제대로 다녀간 사람의 태도죠.” 라웰이 웃었다.
리네아는 옆에서 작은 메모를 했다. 그녀는 고객들에게도 새 건물의 소유와 공용설비의 운영 권한을 구분해 설명해야겠다고 했다. 태오가 ‘그건 제 전문 분야 아니냐’고 놀리자 리네아는 오히려 당당하게 답했다.
“당신 덕분에 배운 것도 있고, 제가 원래 알던 것도 있죠. 우리가 같은 곳에 와도 서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지 않아요?”
“네. 아주 좋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도시락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을 읽다가 점심을 놓치지 않게 된 것도 꽤 큰 발전이었다.
***
두 번째 문은 더 작고 두꺼웠다. 그 앞에는 발카스가 인간 모습으로 서 있었다. 큼직한 어깨 때문에 문틀이 좁아 보였다.
“이렇게 작은 문은 누가 만든 것이냐.”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이라서요.” 태오가 대답했다.
“내가 만든 성이라면 여섯 배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 난방비가 여섯 배가 되겠죠.”
발카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네 보증금은 다 주었거늘, 왜 여전히 내 지출을 걱정하느냐?”
“다음 세입자에게 관리비로 청구하실까 봐요.”
바렌이 한 발 물러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웃음을 참는 방법이었다.
발카스는 방문확인서에 손도장을 찍은 뒤 물었다.
“두 번째 문은 열 수 있느냐?”
라웰이 답했다.
“물품 인수 담당만 출입하는 보존실입니다. 이 자리에서 열람 허가는 확대된 특징 영상과 인수 장부 대조까지입니다.”
“돈을 내면?”
“안 됩니다.”
발카스는 태오를 돌아봤다.
“알고 있다. 확인해 본 것뿐이다.”
“좋은 확인이었습니다.”
그 말에 리네아가 웃었다. 예전의 드래곤은 문이 닫혔다는 사실만으로 화를 냈다. 지금의 드래곤은 닫힌 문 앞에서 자신에게 허용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
문제는 두 번째 장부의 아래쪽에서 발견됐다. 인수 확인란의 봉인번호가 요청서보다 한 획 길었다. 디아나는 그 차이를 확대해 확인했다.
“요청서는 N-47-삼, 인수서는 N-47-삼-가입니다.”
“같은 물건 아닙니까?” 태오가 물었다.
“연결된 물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하다고 쓰려면 보존기관의 봉인번호 체계와 인계장 원본을 확인해야 해요.”
라웰은 표준 등록표를 꺼냈다. 끝에 ‘가’가 붙은 것은 본품이 아니라 비교용 복제판에 사용하는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 관행이 일곱 해 전에도 동일했는지는 옛 규정집과 대조해야 했다.
“그러면 진짜 원표식은 어디 있습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세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서고에는 원표식의 실제 인수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어디 있는지, 실물이 존재하는지, 누가 맡았는지는 다른 경로를 살펴야 합니다.”
“아예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군.” 태오가 말했다.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합니다.”
발카스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원표식을 찾으면 금고 처분 문제도 끝날 것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태오 역시 한때 그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하나의 표식이 관리권도, 사람의 동의도, 실지급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복도에 걸린 큰 시계가 정오를 알렸다. 북부 서고의 시계는 검은 산맥의 수정시계와 달리 평범하게 움직였다. 태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에게 남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원표식의 소지인을 추적하는 일은 중요한 역사 조사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모든 밤을 그 일에 바치겠다는 사람은 아니었다.
***
점심시간에 리네아는 도시락을 꺼냈다. 두 사람은 서고 뒤 작은 정원에 앉았다. 발카스가 멀찍이서 사람 크기의 찻잔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찻잔이 너무 작아 손톱 위에 놓인 것 같았다.
“또 보물 찾기 실패인가요?” 리네아가 물었다.
“보물은 찾았습니다. 실체가 있는 대조판이요.”
“금화는 아니고요.”
“금화는 제게는 이미 돌아왔잖아요.”
태오는 쑥스러워 잠깐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에는 금화만 찾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기록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를 너무 훌륭한 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일찍 가겠습니다.”
“방금 두 번째 문 이야기를 들었는데도요?”
“문은 내일도 닫혀 있을 테니까요.”
리네아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 대답이 좋아요.”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그녀가 웃다가 그의 손등을 톡 건드렸다.
“이것도 기록해요?”
“무슨 기록이요?”
“제가 당신을 칭찬했다는 거요.”
“제 마음속 원부에 남기겠습니다.”
“점점 느끼해지네요.”
“연애도 연습하면 늘더군요.”
그녀는 웃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태오는 잠시 모든 장부를 잊었다.
***
오후 마지막 대조에서 라웰은 북부 보존구역의 옛 배송확인 지도를 펼쳤다. 기준판의 인수장은 존재했지만, 원표식으로 추정되는 물품의 행선지는 아예 작성되지 않았다. 대신 작은 회송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원표식의 소지 여부는 별도 감시 당직 인계서로 확인할 것. 본 보존구역은 대조 기준판만 인수함.]
태오는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이제는 적어도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북부 보존구역이 받은 것은 47-C의 원표식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기준판이었다. 그리고 당시 작성자는 원표식과 기준판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었다.
“별도 감시 당직 인계서라면 제0호 관측소로 돌아가야 합니까?”
세딘이 고개를 저었다.
“그곳의 수신 기록은 기술 운용자료입니다. 감시 당직의 사람별 인계서는 왕실 감찰실의 다른 목록에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행선지는 감찰실이군요.”
“자료가 실제로 남아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발카스는 문득 오래된 기억을 꺼냈다.
“일곱 해 전 어떤 관리인이 내게 ‘감시자의 봉인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오는 그를 바라봤다.
“그때 그 말을 금고 열쇠가 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으셨습니까?”
“그랬다. 그 말이 누구의 보고를 뜻하는지 묻지 않았지.”
“이번에는 물어보시죠.”
발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기록은 길지 않았다. 북부 봉함구역에 실제 인수된 기준판의 존재, 원표식 인수 기록의 부재, 별도 감시 당직 인계서로 향하는 교차 참조. 세 가지였다. 태오는 수첩에 정확히 세 줄을 쓰고 펜을 놓았다.
새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네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종이 말고 사람과 같이 돌아가네요.”
“그렇습니다. 제 인생의 중요한 원본이니까요.”
“이번 말은 조금 과했어요.”
“그럼 취소하겠습니다.”
“취소는 안 돼요. 마음에 들었으니까.”
태오는 웃었다. 오늘 두 개의 문을 지나 얻은 것은 금고 열쇠가 아니었다. 누가 받은 물건과 누가 아직 받지 못한 말을 구별하는 방법이었다.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려면 그 구별부터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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