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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89화
PAYLUA ORIGINAL · 제189화

189화. 두 사람의 첫 번째 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17자

오프라인 책장
새집의 최종 방수 시험이 끝난 것은 바람이 잔잔한 오전이었다. 토른은 지붕에 물을 일정한 시간 동안 흘려보낸 뒤 천장의 안쪽을 확인했다. 리네아는 창틀에 손을 대고 습기를 살폈고, 태오는 점검표의 날짜와 서명을 대조했다. “이제 입주해도 됩니다.” 토른이 말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요?” “네 눈으로 방금 봤잖아. 더 검사할 게 있으면 말해 봐.” “그건…” “없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 “드디어 우리 집이에요.” 집주인은 수리 완료 내역과 최종 안전 확인서를 내놓았다. 계약서에 적힌 부담 주체에 따라 비용이 처리됐으며 추가 비용을 두 사람에게 청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 서명을 확인하고 열쇠를 받았다. 이미 계약을 체결해 둔 집이지만 실제로 살아도 되는 상태가 되니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이제 시작이네요.” 태오가 말했다. “무슨 시작이요?” “둘이서 같은 집에 산다는 일요.” 리네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손을 들어 태오의 얼굴을 살짝 감쌌다. “그럼 시작부터 잘 부탁해요.” *** 이사는 시끄러웠다. 토른은 큰 책장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고 로벤은 마차에 실어 온 이삿짐을 내렸다. 아델은 이사 날 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물건 이름을 맞히는 놀이를 하자며 작은 표지를 만들어 왔다. “여기는 그릇, 여기는 책, 여기는 태오 씨가 한밤중에 들여다볼 서류입니다.” 아델이 말했다. 리네아가 마지막 표지를 빼앗았다. “그건 서재에만 놓아야 해요.” 태오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저도 잠은 잡니다.” “그럴 때도 있죠.” 토른이 책장을 세우다 폭소했다. 로벤의 말 로지는 대문 앞에서 태연하게 여물을 씹고 있었다. 로벤은 새로 산 마구 덕분에 이삿짐을 옮기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자랑했다. “그 여덟 닢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앞으로도 많이 다니실 수 있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지. 다만 집안까지 마차를 끌고 들어갈 수는 없겠구먼.” 사람들이 웃었다. 태오는 이 순간이 마음에 들었다.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았다는 사실보다, 자기 집에 들어갈 짐을 함께 옮겨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 서재에는 책상 두 개가 나란히 놓였다. 한쪽은 태오의 기록방 업무를 위한 책상이고, 다른 쪽은 리네아가 집에서 중개 자료를 검토할 때 쓰는 자리였다. 업무 보안상 실제 고객 원본은 각자의 사무실에 보관하고, 집에는 공개 가능한 참고자료나 개인용 필기만 가져오기로 했다. “왜 서로 다른 자물쇠가 필요해요?” 리네아가 물었다. “서로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 둘 모두에게 맡긴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연인이라고 고객 비밀까지 공유할 수는 없어요.” 태오는 작은 나무 칸막이를 놓았다. 그녀는 그 위에 바다 여행에서 가져온 매끈한 조약돌을 올려놓았다. “이건 공동 소유로 할래요.” “좋습니다.” “그럼 마음대로 가져가도 되죠?” “어느 책상에 놓을지는 상의합시다.”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정말 못 말려요.” *** 저녁 무렵 발카스가 축하 선물을 들고 왔다. 예상대로 엄청나게 큰 물건이었다. 검은 산맥에서 가져온 석재 화분이었는데 소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너비보다 조금 넓었다. “이게 소형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내 동굴에서는 손바닥만 한 것이다.” “이 집의 손바닥과는 기준이 다르군요.” 토른이 팔짱을 끼고 화분을 살폈다. “바닥 하중부터 확인해야 해.” 발카스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준 축복의 화분인데.” “축복도 바닥을 무너뜨릴 수 있네.” 토른이 답했다. 발카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결국 화분은 마당에 놓이기로 했다. 토른은 받침대를 만들어 무게를 분산했고 발카스는 보수 계획에 동의했다. “참으로 피곤한 인간들이군.” 태오가 웃었다. “전에도 말씀드렸죠. 제 집에서는 계약과 안전이 먼저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 선물도 기록하겠군.” “네. 선물이지 보증금 지급은 아닙니다.” “네 보증금은 이미 다 줬다!” 드래곤의 외침에 마당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리네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손님들이 돌아간 뒤 집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식탁에는 접시 두 개와 남은 빵이 있었고 창가에는 리네아가 고른 푸른 커튼이 걸려 있었다. 태오는 조심스레 서재 문을 닫았다. “왜 문을 닫아요?” 리네아가 물었다. “오늘은 업무를 끝냈습니다.”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요?” “약속했잖아요. 침실에는 서류를 들이지 않기로.” 리네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을 할까요?” 태오는 잠깐 망설였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말해 봐요.” “당신과 오늘 하루를 기념하고 싶습니다.” “좋아요. 어떤 방식으로요?” “우선 차를 마시고, 그리고…” “그리고?”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 줍시다.”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목을 감쌌다. 둘은 조용히 입을 맞췄다. 긴 여행과 많은 기다림이 지나간 뒤 찾아온 시간이었다. 태오는 그녀를 꼭 안았고, 리네아는 손을 놓지 않았다. *** 밤이 깊어지기 전에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각자의 생활비 규칙을 확인했다. 공동 비용과 개인 사업 비용을 분리하고, 집의 보증금은 계약서에 정한 각자의 출자와 반환 상대에 따라 관리하기로 했다. 어느 한쪽의 사업상 손실이 자동으로 다른 사람의 채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거 참 연인답지 못한 분위기 아닌가요?” 태오가 농담했다. 리네아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런 이야기도 연인답다고 생각해요.” “왜요?” “오래 같이 살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불편할 수 있는 걸 미리 이야기하는 건.” 태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런가요.” “그래요.”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그 대신 누가 설거지를 할지는 치열하게 협상해야겠죠.” “공동 부담으로 하시죠.” “오늘은 당신이요.” 태오는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 “첫날이니 받아들이겠습니다.” ***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태오는 우연히 한국에서 가져왔던 작은 손목시계를 찾았다. 오래전에 멈춘 시계였다. 이세계에 온 첫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목을 여러 번 들여다봤지만 시계는 그 뒤로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왜 안 버렸어요?” 리네아가 물었다. “원래 살던 곳에서 가져온 몇 안 되는 물건이라서요.” “고칠 수는 없어요?” “이 세계에서 같은 부품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리네아는 시계를 천천히 돌려 봤다. 숫자 대신 가느다란 표시들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태오에게 건넸다. “그럼 고장난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보관한 물건이네요.” 태오는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그 시계를 볼 때마다 자기 인생이 중간에 끊어졌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기억을 보관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달라질 수 있었다. “새집 서재에 놓아도 될까요?” “그럼요.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이 집의 일부니까요.” 태오는 시계를 작은 유리 상자에 넣었다. 그 옆에 리네아가 바다에서 주운 조약돌을 놓았다. 하나는 멈춘 시간, 다른 하나는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두 물건은 뜻밖에도 잘 어울렸다. *** 새집에 짐을 들이는 날 동네 주민들이 문밖에 모였다. 전에 살던 집주인과 달리 이번 집주인은 임대인이 직접 관리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이 화분을 보내온다는 소문 때문에 구경꾼이 생겼다. “정말 용이 온대요?” 옆집 아주머니가 물었다. “잠깐 들르실 수도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럼 우리 지붕은 괜찮겠죠?” “불을 뿜지 말아 달라고 미리 요청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이런 말을 실제로 해야 하는 삶이 조금 우스웠다. 그때 발카스의 마차가 골목 끝에 나타났다. 커다란 석재 화분을 실은 마차를 보자 주민들이 뒤로 물러났다. 태오는 먼저 물었다. “혹시 화분 밑에 집문서가 들어 있습니까?” 발카스가 불쾌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건 없다.” “정말 선물이군요.” “그렇다!” 그들의 대화에 주민들이 웃었다. 드래곤이 주는 선물이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었다. 태오는 발카스에게 선물을 놓을 위치와 안전상 제한을 설명했다. 발카스는 한숨을 쉬었지만 토른의 의견을 들었다. 마당에서 돌 받침대를 세우는 동안 아이 하나가 발카스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왜 세입자 돈을 늦게 돌려줬어요?” 사람들이 잠깐 조용해졌다. 태오는 아이를 말리려다가 발카스의 표정을 보았다. 드래곤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금고에서 꺼낼 수 없는 돈은 돌려줄 수도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갚을 책임이 있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다음엔 제때 주세요.” “그러마.” 발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 약속이 앞으로 지켜질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이사 마지막에는 각자의 물건이 어느 방에 놓이는지 정리했다. 태오는 컴컴한 상자 하나를 실수로 리네아의 의상 수납장에 넣었다. 안에는 자신의 서류철이 가득했다. 리네아가 상자를 열고 멈췄다. “이건 뭐예요?” “옛 계약자료인데요.” “왜 제 드레스 아래에 있죠?” “상자에 푸른 리본이 묶여 있어서 당신 것인 줄 알았습니다.” “제 리본은 더 예쁘거든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오늘은 벌칙이 있어요.” “무슨 벌칙인가요?” 리네아는 앞치마를 건넸다. “저녁 설거지요.” 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집 안에 정해진 규칙과 서로 장난칠 여유가 생긴 것이 기뻤다. 그날 밤 그는 서재 문턱 앞에 서서 집 안을 돌아봤다. 책상 두 개, 푸른 커튼, 작은 조약돌, 고장난 시계, 마당의 과한 화분.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선택한 물건들이었다. 리네아가 다가와 등을 기대었다. “무슨 생각해요?” “이제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지 확실히 알겠다는 생각요.” “그럼 오늘부터 매일 돌아와요.” 그 말이 태오의 가슴에 오래 남았다. 마당의 새 화분 앞에서는 작은 새가 물을 마셨다. 태오는 화분 아래 받침대가 안전한지 마지막으로 살폈다. 토른은 무거운 선물이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중을 나눠 놓았고, 집주인은 마당 사용 조건을 확인해 주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태오는 비로소 흙 위로 올라온 연한 싹을 자세히 보았다. 가늘고 여린 잎이었다. “이걸 드래곤이 가져왔다고 믿기 어렵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큰 사람도 작은 걸 선물할 수 있나 봐요.” “큰 드래곤이 작은 화분이라 우긴 건 별개지만요.” “그렇죠.” 둘은 한참 웃었다. 태오는 흙을 더 얹고 물을 조금 주었다. 그는 선물이란 결국 받는 사람이 잘 돌볼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발카스도 언젠가는 그 차이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리네아는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 “잘 자라면 같이 이름을 붙여 줘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 아침에는 창문에 햇살이 비쳤다. 태오는 잠에서 깨어나 한동안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그러다 푸른 커튼과 옆에서 들리는 리네아의 숨소리를 보고 미소 지었다. 그는 아무 문서도 펼치지 않고 조용히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 그날 밤 태오는 작은 수첩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자신의 보증금 300금화는 완전히 돌아왔고, 이제는 남의 계약을 대신 결정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기록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 소피나 헤스, 로벤에게 추가 지급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제 소피가 받은 여덟 닢이 마지막 확인된 지급이었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더는 매일 자신의 잔액을 확인하며 잠들 필요가 없었다. 새집 복도에서 리네아가 그를 불렀다. “불 끄고 와요.” “네.” “그리고 서류는 두고요.” 태오는 빈손을 들어 보였다. “오늘은 없습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좋아요. 이 집의 첫 번째 밤이니까요.” 태오는 집 안의 마지막 등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는 바깥의 작은 빗소리가 들렸다. 지붕은 조용했고, 천장은 마른 상태였다. 그 평범한 사실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는 리네아와 함께 복도를 걸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에게 돌아갈 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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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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