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가 받은 다음 금화는 여덟 닢이었다.
그 숫자가 확정되기까지 바렌은 세 가지 문서를 제출했다. 발카스 개인 소유 과수원에서 나온 순수익 확인서, 이미 지급된 소피의 열두 금화와 중복되지 않는다는 계약별 지급 대조표, 그리고 소피가 확인한 부분 수령 영수증의 초안이었다.
태오는 감찰실 조사가 아니라 소피의 요청을 받은 기록보조인 자격으로 옆에 앉아 있었다. 금화를 세는 사람이 아니었다. 소피는 마르셀의 입회 아래 자기 눈으로 동전을 세었다.
“하나, 둘, 셋… 여덟.”
바렌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여덟 금화입니다.”
“이걸 받으면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계약상 미반환 원금과 통지 이의는 별도로 유지됩니다. 그 문구를 영수증에 명시했습니다.”
소피는 서류를 끝까지 읽었다. 지난번 재통지를 받을 때처럼 급하게 서명하지 않았다. 리네아가 이해하기 어려운 조항을 한 번 더 풀어 설명했고, 이벨은 법률상 확인이 필요한 문장을 직접 검토했다.
소피는 자신이 동의한 부분에만 이름을 적었다. 금화 여덟 닢은 그 자리에서 실제로 그녀의 손으로 옮겨졌다.
그 순간 태오는 여러 해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긴장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보낼 예정’이 아니라 ‘받았다’는 사실. 숫자와 손끝이 일치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
기록방으로 돌아오자 태오는 소피의 지급 기록을 분리해 적었다.
[이전에 확인된 실제 일부 반환: 12금화.]
[오늘 추가 실지급: 8금화.]
[소피의 누적 일부 반환: 20금화.]
[소피의 최종 계약별 미환급 원금: 별도 대조 필요.]
그는 다른 사람의 기록을 열어 봤다. 헤스 10금화 일부 반환, 로벤 8금화 일부 반환. 두 사람에게 오늘 추가 지급된 금화는 없었다. 태오 자신의 보증금은 원금 300금화 전액 반환, 남은 돈 0금화 그대로였다.
리네아가 물었다.
“소피 씨가 기뻐하셨어요?”
“기뻐하면서도 조심스러워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죠. 돈을 받았다고 지난 시간이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소피는 이번 금화로 겨울 연료와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먼저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결정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
“조만간 소피 씨가 직접 물건을 고르러 가실 겁니다.”
“필요하면 함께 가 드려야겠네요. 다만 부탁하시면요.”
“그렇죠.”
두 사람은 웃었다. 돕는 일과 대신 결정하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분명한 선이 있었다.
***
오후에 열린 조정실 회의에서는 추가 지급 때문에 새로운 혼동이 생기지 않도록 확인했다. 바렌은 발카스 개인 과수원 수익의 일부를 다른 세입자의 개별 지급에 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태오에게 예전에 반환했던 과수원 수익과 같은 소유주 계열이라도 수익 발생 기간과 배정 금액은 별도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한 재원에서 예전 지급과 새 지급이 모두 가능한 경우는 있겠지만, 그 돈을 두 번 썼다고 기록해서는 안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맞습니다.” 바렌이 답했다. “이번에는 기간별 순수익 명세와 지급 영수증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마르셀은 소피의 영수증을 당사자가 허용한 범위에서 기록했다. 소피의 아이 이름과 현재 주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발카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복잡한 장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요?” 태오가 물었다.
“내가 늙어서인지 인간들의 수가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 헷갈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건 안다.”
태오가 미소 지었다.
“그걸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
조정실 바깥에서 소피는 리네아와 장을 보러 갔다. 태오는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모든 일정에 끼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 대신 기록방의 새 고객을 만났다. 보잘것없는 장갑 가게를 운영하는 남자가 매월 도매상에 지불한 외상금과 이미 들어온 물건 대금을 혼동하고 있었다.
“이 숫자는 언제 확정됐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지난달에 거래처가 그렇게 말했소.”
“문서나 영수증은 있습니까?”
“일부만 있소.”
태오는 두 종류의 장부를 나란히 만들어 주었다. 장갑 가게 주인은 숫자가 달라진 것을 보고 처음에는 불안해했지만 곧 자기가 어떤 항목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이해했다.
“값이 줄어든 건 아닌데 마음은 가벼워지는군.”
“서류가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죠.” 태오가 답했다.
수수료가 들어오자 그는 기록방 매출 장부에 적었다. 예전과 달리 개인 보증금 장부를 펼치지 않았다. 두 돈은 서로 다른 삶의 기록이었다.
***
저녁에는 로벤이 기록방 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었다.
“소피가 새 금화를 받았다면서?”
“여덟 금화입니다. 본인이 직접 수령하셨어요.”
“잘됐군. 내 순서도 언젠가 오겠지.”
“확정된 지급 일정은 바렌 씨에게 개별 문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대신 약속할 수는 없어요.”
“그건 알지.”
로벤은 말 로지의 안장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새 마구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로지가 고갯길을 더 편안하게 다닌다고 했다. 태오는 그 이야기를 즐겁게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전 운송 기록을 잘 기억하세요?”
“길이 몸에 남아서지.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길과 장부에 적힌 날짜는 다른 법이야.”
“정확한 말씀입니다.”
“나도 이제 너한테 배웠다.”
태오는 웃었다. 옛 마부와 새 기록방 사장이 서로에게 가르칠 것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
그날 밤 감찰실에서 진행 중이던 원문 대조 결과의 중간 보고가 도착했다. 제0호 관측소의 자동 수신 표시가 후대 색인에서 완료로 압축되는 과정의 일부 규칙이 확인되었지만, 문제의 문서가 어느 사람에게 실제 도착했는지는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소피 씨한테 돈이 왔다는 사실과 이 조사 결과가 직접 연결된 건 아니겠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맞아요. 발카스의 개인 자산에서 계약상 채무를 일부 갚은 거고, 옛 관측소 기록은 별도로 조사 중입니다.”
“그럼 오늘은 좋은 소식 하나만 정확히 기뻐하면 되겠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는 식탁 위에 작은 과자를 놓았다. 소피가 감사의 뜻으로 보내온 것이었다. 각 과자 위에는 나뭇잎 모양의 설탕 장식이 붙어 있었다.
“소피 씨가 직접 만든 건가요?”
“헤스 씨 빵집에서 샀대요. 둘 다 서로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태오는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았다. 오래된 서류에서 나온 진실은 아직 쓰고 복잡했지만 오늘 누군가의 손에 들어온 금화 여덟 닢은 분명한 기쁨이었다.
***
소피가 금화를 받고 나온 날 오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그녀는 작은 천 주머니를 보여 주었다. 아이는 동전의 반짝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엄마, 이거 다 우리 돈이에요?”
“오늘 받은 여덟 닢은 우리가 돌려받아야 할 돈 가운데 일부야. 전에 받은 열두 닢도 있었지.”
“그럼 스무 닢이에요?”
“그래. 하지만 아직 돌려받을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야 해.”
아이는 조금 실망한 듯 입술을 내밀었다.
“그럼 이걸로 과자를 다 사면 안 되겠네요.”
소피가 웃었다.
“과자 한 개는 살 수 있지. 하지만 겨울에 쓸 연료도 사야 해.”
두 사람은 시장으로 걸어갔다. 장작가게 앞에는 잘 마른 참나무와 조금 싼 생나무가 따로 쌓여 있었다. 소피는 가격뿐 아니라 젖은 장작이 연기를 많이 낸다는 설명을 듣고 필요한 수량만 골랐다. 장작가게 주인은 영수증을 내주었다.
“언제부터 영수증을 챙기기 시작했소?” 주인이 물었다.
“오래전에 챙겼어야 했던 걸 이제 배우고 있어요.”
소피는 쑥스럽게 웃었다. 아이는 영수증을 받아 글자를 하나씩 읽었다. 소피는 그 작은 손을 바라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자신의 돈 문제 때문에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게를 나온 두 사람은 헤스의 빵집에 들렀다. 헤스는 구운 빵 하나를 아이에게 건넸다.
“오늘은 축하 빵이야.”
“왜요?”
“네 엄마가 오늘 자기 돈을 또 받았으니까.”
소피가 손사래를 쳤지만 헤스는 웃었다.
“내가 열 닢 받았을 때도 얼마나 기뻤는지 알잖아. 서로 축하해 줘야지.”
소피는 빵값을 내겠다고 했다. 헤스는 받지 않으려다 결국 작은 금액만 받았다. 서로의 형편을 알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날 밤 소피는 장작을 창고에 넣고 아이의 신발을 문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왕실 감찰실의 기록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오늘의 여덟 금화는 이렇게 구체적인 물건과 따뜻한 저녁으로 바뀌었다.
***
한편 감찰실에서는 소피의 실제 지급 사실을 기록하는 방식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세딘은 개인별 계약 자료를 왕실 공개 색인에 그대로 적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마르셀의 입회 사실은 정해진 행정 기록에 남았고, 당사자가 허락하지 않은 생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피 씨가 받은 돈을 공개하면 다른 세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 젊은 직원이 물었다.
“공개 범위는 당사자와 목적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세딘이 답했다. “다른 세입자의 권리 확인에 필요한 공통 절차는 설명할 수 있지만, 소피 씨의 모든 재정 사정을 공개할 필요는 없어요.”
태오는 예전 자신에게 많은 사람이 ‘얼마를 받았느냐’고 물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답하지 않으면 누군가 자신을 의심할까 봐 불안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록방에서 사용하던 지급 확인표를 수정했다. 공개용에는 실지급 여부와 필요한 증빙의 존재만 남기고, 당사자의 이름과 세부 계약번호는 별도 접근권을 가진 자료에 기록했다.
리네아가 표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까지 배우다니 신기해요.”
“처음에 발카스 님이 제 계약서를 들고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요?”
“그땐 드래곤보다 당신이 더 무모했을 수도 있어요.”
“설마요.”
“동굴에 혼자 들어갔잖아요.”
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무섭고 화가 나는 순간에는 상대의 힘과 절차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용기가 없었다면 저도 당신을 다시 못 만났을지 모르겠어요.” 리네아가 말했다.
태오는 그녀를 돌아봤다.
“그건 후회하지 않아요.”
그녀는 웃으며 태오의 손을 잡았다. 기록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우연을 없애야 할 필요는 없었다.
***
저녁에 발카스의 회계 담당자는 다음 달 지급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별도 재원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회신을 보냈다. 일부 다른 세입자들이 아직 금화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피에게만 추가 지급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질문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태오는 조정소에 제안했다. 어떤 계약이 먼저 지급되는지의 기준을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범위에서 설명하자는 것이었다. 긴급한 생계 사정과 계약상 지급일, 실제 재원 확보 여부를 어떻게 검토하는지 알려 주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르셀은 단정적인 순위표를 만들지 말고 개별 사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사람의 삶을 단순한 우선순위 숫자로 줄여 버리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날 밤 그의 수첩에는 서로 다른 색으로 적힌 세 줄이 있었다. 실제 지급은 검은색, 향후 계획은 푸른색,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자료는 회색이었다. 소피의 여덟 금화는 검은색 줄에만 적혔다. 태오는 그 단순한 사실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
이사 상자를 정리하다 태오는 소피에게 보냈던 첫 상담 안내문을 발견했다. 그때 소피는 무서워서 자기 이름을 공개하기도 꺼렸다. 지금은 직접 조정실에 와서 금화를 세고 원하는 문구를 영수증에 넣었다.
“사람이 달라졌군요.” 태오가 말했다.
리네아가 웃었다.
“소피 씨가 달라진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죠.”
태오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른 사람을 대신 구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몫을 되찾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리네아는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태오는 손을 잡았다. 내일은 또 다른 자료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금화 여덟 닢이 진짜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기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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