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렌 코르와 다렌 베스가 한 자리에 앉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한 사람은 옛날부터 마차를 다뤘던 세입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조합의 옛 회계 보조인이었다. 둘의 이름은 비슷했지만 얼굴도 목소리도 완전히 달랐다. 태오는 두 사람의 이름 앞에 커다랗게 서로 다른 색의 표식을 붙였다.
“제가 두 분을 착각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습니까?” 코르가 물었다.
“저는 여러 번 착각했습니다.” 태오가 솔직하게 답했다.
베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왕실 기록관도 같은 실수를 했소. 옛 장부에는 이름 한 글자만 남은 칸이 많았으니.”
그날 면담의 주제는 권리 정산 위임 확인서의 원래 서식을 누가 준비했는지였다. 베스는 자신이 조합 근무 당시 주소 변경 통지용 표를 정리한 적은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금전 청구권을 양도하는 문서를 만들 권한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편지를 받을 주소를 알려 줬다는 이유로 보증금까지 넘기는 건 말이 안 되지요.”
“그것이 당시 문서에도 적혀 있습니까?” 이벨이 물었다.
“정관과 별표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코르를 돌아봤다.
“당시 직접 서명했던 내용은 어디까지 기억하십니까?”
코르는 다친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글씨를 대신 읽어 달라고 부탁한 기억은 있소. 누군가 내 돈을 대신 받을 권한을 줬다는 기억은 없소. 하지만 기억만으로 그때 종이에 뭐가 적혀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겠지.”
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옛 장부에는 수취인 이름이 아니라 ‘서류 보조인’이라는 직책이 적힌 칸이 있었다. 이벨은 그 칸을 가리켰다.
“두 분 이름이 뒤섞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제 문서를 받은 사람, 내용을 읽어 준 사람, 회계표에 번호를 기록한 사람이 다른데 후대 색인은 세 업무를 한 칸으로 묶었습니다.”
베스가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저는 그때 금액을 적은 두 장의 장부가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계약별 원금표와 통지 대기표였지요.”
태오는 예전에 발견한 서로 다른 두 목록을 떠올렸다. 숫자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반드시 모두 부정행위라고 볼 수는 없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표라면 같은 계약번호가 두 번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중복이 정상이라는 뜻도 아니겠죠.”
“맞소. 실제로 잘못 옮겨 쓴 것인지 확인해야지.”
디아나는 두 목록의 필체와 번호 표기법을 각각 조사하기로 했다. 코르의 옛 부상 기록과 현재 서명은 필요 범위를 정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비교할 수 있었다. 베스는 자신의 구 근무확인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태오는 물었다.
“두 분의 자료를 하나의 판정에 섞어도 됩니까?”
“안 됩니다.” 이벨이 말했다. “각각의 역할과 권한은 별도로 확인한 뒤 동일 문서와 연결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
면담이 끝나자 코르는 태오에게 자기 이름을 연습한 종이를 보여 줬다. 아델의 문해교실에서 쓴 글씨였다. 글자 획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직접 썼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젠 적어도 오늘 내 이름은 내가 쓸 수 있소.”
“좋은 일입니다.”
“일곱 해 전에도 내 말이 그렇게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태오는 선뜻 위로하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 잃어버린 서명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지금 코르가 어떤 문서를 제출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늘 진술서를 직접 쓰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소. 아델 씨가 읽어 주고 내가 이해한 뒤 서명하겠소.”
이벨은 그 절차를 허가 범위에 맞게 정리했다. 누군가 읽어 주는 것과 그 사람이 동의한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코르는 자신이 현재 기억하는 것, 확실하지 않은 것,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구분해 적었다.
그 종이를 완성하는 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태오는 기꺼이 기다렸다. 일곱 해를 기다린 사람에게 오늘 한 시간은 충분히 줄 수 있었다.
***
점심에는 헤스의 빵집에서 모였다. 헤스는 화덕을 청소하다가 손등에 밀가루를 묻힌 채 나왔다.
“다렌 두 사람을 동시에 불렀다더니, 문제를 해결했나?”
“이름 때문에 생긴 혼동을 일부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옛 서명과 권리 문제는 여전히 검증 중입니다.” 태오가 답했다.
“그럼 빵으로 축하할 일은 아니군.”
“이름을 서로 다르게 부르게 됐으니 작은 축하는 할 수 있겠죠.”
헤스는 웃으며 둥근 빵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발카스에게서 받은 금화 열 닢의 일부로 화덕 문짝을 고쳤다고 자랑했다. 그 돈은 다른 누구의 반환액과도 관계가 없었다.
“내가 쓴 돈은 빵집에 남지.” 헤스가 말했다. “하지만 내 계약에 남은 돈이 얼마인지는 내 장부로 다시 확인하고 싶어.”
“당연합니다.” 태오가 답했다.
리네아는 헤스의 점포 갱신 계약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그녀는 화덕 수리비와 임대료 조항이 뒤섞인 부분을 찾아내 수정 의견을 냈다.
“태오 씨 사건과는 별개의 중개 업무입니다.” 그녀가 분명히 말했다.
헤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연인끼리도 서로의 일을 구분하네.”
태오가 빵을 집으며 답했다.
“안 그러면 제 기록방을 이분이 다 인수해 버릴지도 몰라요.”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빵을 반으로 갈랐다.
“인수는 안 해요. 맛있는 부분만 가져갈래요.”
***
오후 감찰실에서 전해 온 소식은 작지만 의미 있었다. 옛 ‘자동 수신란 기재 취소 요청’의 첨부 목록 중 하나가 조합 통지 대기표를 참고자료로 지목하고 있었다. 문서가 동일한 건인지까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계적 수신 완료 기재가 실제로 사람의 이름과 결합하는 경로를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태오는 베스에게 다시 물었다.
“조합 통지 대기표를 왕실 감찰실에 제출한 적이 있습니까?”
“내가 직접 낸 기억은 없소. 그때는 그 자료를 보관하도록 관리하던 사람도 여럿이었지.”
“그렇다면 오늘은 근무 기록과 제출 기관을 확인하겠습니다.”
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코르도 말했다.
“내 이름을 잘못 썼다면 고쳐 주시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쓰지는 말아 주시오.”
그 말은 태오에게 오랫동안 남았다. 애초에 소설 같은 사건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두 다렌 중 하나가 결정적인 비밀을 쥐고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태오는 이제 그보다 사람의 이름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저녁에는 발카스의 심부름꾼이 찾아왔다. 바렌이 준비한 다른 세입자들의 개별 지급 검토표였다. 태오는 표의 제목을 확인한 뒤 서랍에 넣지 않았다.
“왜 안 받느냐?” 심부름꾼이 물었다.
“이분들 각자의 계약 관련 자료입니다. 저에게 모두 보관할 권한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바렌에게 회신했다. 공통적으로 공개 가능한 지급 원칙만 기록방에 보내고, 각자의 금액과 재원·기간은 본인이 지정한 수령 경로로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잠시 뒤 바렌에게서 답장이 왔다.
[지적을 받아들입니다. 자료 전달 범위를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태오는 웃었다. 옛날이라면 드래곤의 대리인이 이렇게 정중한 답장을 보낼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리네아는 그 옆에서 새집의 식탁 크기를 재고 있었다.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걸로 할까요?”
“두 사람 집인데요?”
“친구들이 오잖아요.”
“토른 씨는 또 냄비를 들고 오겠군요.”
“그럼 여섯 명과 냄비 한 개가 앉을 식탁이 필요하네요.”
태오는 웃었다. 서류를 정리하는 낮과 함께 밥을 먹을 저녁이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았다.
***
기록방을 나서기 전에 베스는 태오에게 낡은 회계 연습표를 보여 주었다. 원본 거래 장부는 아니었다. 젊은 조합 직원들에게 통지 대기표 작성법을 가르칠 때 쓰던 사본이었다.
“우리 업무를 모르는 사람에겐 이 두 칸이 똑같아 보일 거요.”
베스는 위쪽에 적힌 금액을 가리켰다. 첫 줄에는 계약상 보증금 원금, 두 번째 줄에는 통지 발송 대상 계약의 참고 금액이 표시돼 있었다.
“같은 금액을 두 번 적기도 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네. 계약 당사자에게 안내할 때 그 계약과 관련된 금액이 얼마인지를 적어야 하니까.”
“그럼 후대에 두 표를 합산하면 돈이 두 배가 되겠네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지요.”
태오는 열한 명의 최초 계약 원금 합계가 1,180금화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숫자는 계약 당시 원금의 합계였다. 현재 미지급 총액도 아니었고, 계정 47에 남은 현금도 아니었다. 만약 통지표의 참고 금액까지 더한다면 전혀 다른 숫자가 되어 버릴 것이다.
베스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는 우리가 만든 서식이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 줄 몰랐소. 장부 하나가 그 시절을 다 설명해 줄 거라 믿었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식만으로는 사람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다 알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소. 그렇다고 서식이 아무 의미 없다는 뜻도 아니지.”
그의 말은 태오가 몇 달 동안 배워 온 것을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는 듯했다. 태오는 교육용 사본을 원본 거래 증빙으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확인하고, 필요하면 별도 제출 절차를 안내했다.
***
리네아의 중개 사무실에는 이날 이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남자는 발카스가 있는 건물이라면 세입자보다 관광객이 더 관심을 보일 테니 숙박업으로 바꿔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실제 소유권과 용도 변경 허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건물이 유명하잖아요. 이름만 빌리면 사람들이 줄을 설 겁니다.”
리네아는 웃지 않았다.
“해당 건물에 현재 거주자가 있다면 그분들의 임대계약이 먼저입니다. 소유자와 용도, 안전 관련 허가를 확인하기 전에는 중개 상품으로 소개할 수 없습니다.”
“당신 연인이 그 드래곤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았다면서요. 안면이 있잖습니까?”
“제 연인의 개인 사건은 중개 권한이 아닙니다.”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갔다. 리네아는 잠시 창문을 열었다.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태오가 그녀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그 남자가 골목을 떠나고 있었다.
“누구예요?”
“안내할 수 없는 상품을 안내해 달라는 사람이었어요.”
“제 이름을 팔았나요?”
“조금요.”
태오는 눈썹을 찌푸렸다. 리네아는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제 사무실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제가 정하니까.”
태오는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봤다. 옛날 리네아가 드래곤 집의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지 못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그 변화를 대신 만들어 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책임지고 바꿔 온 일이었다.
“오늘 저녁 제가 밥 살게요.” 태오가 말했다.
“왜요?”
“당신이 멋져서요.”
리네아가 잠깐 멈추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말로 저를 넘어뜨리려는 건가요?”
“이미 넘어오셨던 줄 알았는데요.”
그녀는 웃으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태오는 그녀가 얼굴 가까이 오는 걸 보며 잠깐 숨을 멈췄다. 리네아는 그의 코끝에만 가볍게 입을 맞추고 물러났다.
“오늘 저녁 기대할게요.”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서류 심사보다 어려운 협상이 또 하나 끝났다.
밤에 태오는 두 다렌의 이름을 다시 읽었다. 짧은 철자가 같다고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각자 내일 할 말과 오늘 지킨 권리는 달랐다. 그는 그 차이를 기록방의 첫 원칙으로 남겼다.
***
밤에 태오는 오늘 면담의 표제를 적었다.
[다렌 코르: 오늘의 자기 진술을 직접 확인. 과거 서명·수령/관리권은 검증 전.]
[다렌 베스: 옛 조합 회계 보조인. 통지 대기표 작성 관행 설명, 제출·결재 책임 미확정.]
두 사람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적어도 이제 태오의 표에서는 그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피의 12금화, 헤스의 10금화, 로벤의 8금화가 각각 별도의 실제 지급이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늘 누구에게도 새 금화가 지급되지는 않았다. 그의 장부는 그 작은 사실을 정확히 지켰다.
그날 밤 새집 열쇠를 꺼내 보는 동안, 태오는 세상의 여러 문을 여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생각했다. 서류의 문을 열려면 권한이 필요했고,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기다림이 필요했다. 두 사람의 집 문에는 다른 어떤 표식도 아닌 평범한 열쇠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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