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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감사관의 이름 대신 남은 목소리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27자

오프라인 책장
아델 마린이 기록방에 찾아온 것은 오전 수업을 마친 뒤였다. 그녀는 제0호 관측소 이야기를 듣고 자료 하나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제 문해교실에 다니는 노인이 옛날에 감찰실에서 일했답니다.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전에, 지금 무슨 자료가 필요한지부터 묻더군요.” 태오는 곧바로 찾아가자고 하지 않았다. “그분의 과거 직책을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본인이 갖고 있는 옛 근무 증명서가 있대요. 다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정도 있어요.” “그럼 공식 면담에 동의하실지 먼저 여쭤봐 주세요. 특정 문서의 작성자라고 단정할 순 없으니까요.” 아델이 미소 지었다. “당신도 이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처럼 차근차근 묻는군요.” “아이들보다 늦게 배운 건 확실합니다.” *** 그날 오후 왕실 감찰실은 옛 근무 경력을 가진 참고인과 제한 면담을 주선했다. 작은 회의실에 나타난 사람은 은발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보조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눈빛은 맑았다. “제 이름은 린 하르델입니다. 과거 긴급 보존 감찰실의 교대 서기였습니다.” 태오는 인사를 하고 그녀의 증명서를 담당자에게 넘겼다. 담당자는 당시 근무기간과 직책을 확인했다. 린은 임시 감사관의 직책을 대행했던 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 문제의 서류를 받으셨습니까?” 태오가 묻자 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먼저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죠. 제가 어떤 밤에 무엇을 받았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태오가 얼굴을 붉혔다. “맞습니다. 제가 서둘렀습니다.” 그녀는 소매를 걷고 책상 위에 낡은 수첩을 놓았다. 수첩에는 날씨와 근무교대, 병원에 갔던 동료에 대한 사적인 메모가 함께 적혀 있었다. 개인정보가 섞여 있으므로 전체를 공개할 수 없었다. “저는 모든 종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신 어떤 일이 이상했는지 적어 뒀죠.” *** 린은 감찰실에서 사용하던 옛 문서 전달 방식을 설명했다. 산악 관측소의 마법 신호는 긴급 자료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 줬지만, 그 신호 안에 어떤 사람의 서명이 있는지는 별도의 봉함 원문을 받아야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계는 잘 울렸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종소리만 듣고 문서가 끝났다고 믿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그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그 사례였는지는 원본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수첩을 펼쳐 날짜 하나를 가리켰다. 그날 감찰실의 야간 교대에 결원자가 생겨 반입 서류의 일부를 보류했다는 메모가 있었다. “제가 보류된 봉투를 직접 맡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쓴 메모는 당시 업무 환경을 보여 줄 뿐이에요.” 디아나가 수첩의 종이와 잉크를 비접촉 방식으로 살폈다. 세월이 쌓인 문서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특정 날짜에 해당 문장이 적혔다고 즉시 단정하지는 않았다. “증명서는 근무기간을 확인해 줍니다. 수첩은 당시 사정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고요. 둘을 합쳐도 특정 봉투를 린 씨가 받았다고 결론 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기록해 주세요.” 린이 대답했다. *** 면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린이 오래전 동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그분은 기계의 완료 표시를 유난히 싫어했습니다.” “왜요?” 리네아가 물었다. “자신이 아픈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전달 완료라는 표식이 찍힌 뒤에도 편지는 도착하지 않았거든요.” 그 동료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린은 당시의 사건이 계정 47과 관련됐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완료 표시를 신뢰하지 않게 된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는 기억을 공유했다. 태오는 소피를 떠올렸다. 오래전 본인이 받지 못한 통지 때문에 삶이 흔들렸던 사람. 담당 직원이 겪었던 가족의 편지 문제가 누군가의 계약을 구했을 수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과 입증을 구분하는 일이었다. “그 동료가 기록을 고치자고 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누가 요청서를 작성했는지는 서명 원본을 봐야 합니다.” 린은 단호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오래된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용기처럼 느껴졌다. ***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발카스가 복도에 서 있었다. 거대한 체구를 인간 모습으로 줄였는데도 그의 그림자는 유난히 길었다. “내가 그때 문서를 제대로 읽었다면 일이 달라졌을까?” 태오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적어도 저에게는 보증금을 더 빨리 돌려주실 수 있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약마다 상황이 다르니 확답은 못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걸 더 빨리 인정할 수는 있었겠죠.” 발카스는 벽에 등을 기댔다. “내가 일곱 해 전 받은 회신의 부속을 읽지 않은 게 아직도 부끄럽다.” “부끄러움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겠죠.” “안다. 그래서 지금은 돈과 서류를 별도로 내고 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발카스의 행동이 과거를 지우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선택은 바꿀 수 있었다. *** 점심시간에는 오래된 마차 공방에 들렀다. 로벤이 로지의 마구를 새로 맞추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공방에서는 말이 여유롭게 여물을 씹고 있었다. “새 마구는 잘 맞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아주 좋소. 이번에 돌려받은 여덟 닢 가운데 일부로 샀지.” “그건 이미 들었습니다.” “그래도 여러 번 말하고 싶소.” 로벤이 환하게 웃었다. 태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마음껏 말씀하세요.” 로벤은 마구 장인에게 수리비 영수증을 받아 접어 넣었다. 태오는 그가 돈을 다시 자신의 생활에 쓰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안도했다. 오래도록 ‘반환 대상자’로만 불리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생활을 되찾고 있었다. “다음 금화가 언제 나올지 아직 모르겠소.” 로벤이 말했다. “바렌 씨가 개별 지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새 지급 확정이 없어요.” “괜찮소. 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지.” *** 그날 저녁 리네아가 태오에게 작은 초록 상자를 내밀었다. 새집 열쇠 보관함이었다. 상자 안에는 열쇠 두 개를 나란히 걸 수 있는 고리가 있었다. “하나는 당신, 하나는 저.” “그럼 예비 열쇠는요?” “집주인이 봉인해서 보관하기로 했잖아요. 필요한 경우 절차도 적었고요.” “정확합니다.” “저도 이제 장부 전문가와 사니까요.” 태오는 상자를 벽에 대고 어디에 걸지 고민했다. 그녀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다른 데 걸어 봐요.” “어디에요?” “제가 볼 수 있는 곳에요.” 그녀는 태오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태오는 웃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오래된 기록의 날짜를 분석하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이런 장난에는 여전히 서툴렀다. “아무래도 당신이 제일 어려운 사건입니다.” “그럼 장기 미제로 남겨 둘까요?” “그건 싫습니다.” 리네아는 천천히 웃으며 그를 껴안았다. *** 린 하르델은 면담 뒤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오래된 감찰실을 천천히 걸어 보겠다고 했다. 젊은 직원이 지팡이를 짚은 그녀를 안내했다. 태오와 리네아는 허가된 공개 구역까지만 동행했다. “여기서 가장 많이 바뀐 건 무엇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린은 복도를 가리켰다. “색인기계의 소리예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기록함을 열고 닫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됐죠. 지금은 수정판이 아주 조용합니다.” “조용해진 건 좋은 일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죠. 다만 사람들이 소리가 안 난다고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녀는 작은 창가에 잠시 멈춰 섰다. 아래쪽에는 신입 직원들이 공문을 나눠 들고 서 있었다. “전 그때 문서가 늦게 도착하면 제가 일을 못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산 위에 폭설이 오고, 중간 연락소 사람이 아프고, 보관함 봉인이 젖으면 아무리 서둘러도 못 오는 종이가 있더군요.” “그런데 업무 종료 표식이 찍히면 다 끝난 줄 알게 됐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어떤 선배는 끝나지 않은 일을 ‘끝났다고 쓰지 마라’고 늘 말했지요.” 태오는 선배의 이름을 물으려다가 멈췄다. 린은 그 사람을 떠올리며 눈이 잠깐 흐려졌다. 떠오르는 기억을 전부 공식 자료로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 말씀을 하셨던 분이 누구인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기억하는 이름은 있어요. 다만 그분이 문제의 요청서를 썼다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우선 그 이름이 당시 근무명부에 있는지 보존기관이 확인하면 좋겠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본인 확인이 가능한 기관에 비공개로 제출하기로 했다. 정확한 이름 하나가 생겼다고 즉시 사건의 주인공으로 내세울 이유는 없었다. *** 그날 오후 소피는 이벨과 함께 지난 재통지 자료의 후속 의견을 정리했다. 태오는 기록방의 별도 방을 빌려 주었지만 면담 내용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소피가 자신의 생활에 대한 설명을 어디까지 공개할지 직접 고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 소피는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다.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힘드셨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가 몰랐던 주소를 제 주소라고 적지 않았어요. 그건 좋았어요.” 그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골목 끝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예전에는 누가 내 이름으로 편지를 받았다고 하면 아무 대답도 못했거든요.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을까 봐요.” “지금은 어떤가요?” “이젠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말할 수 있어요. 누가 그날 실제 어디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하겠지만요.” 태오는 소피가 직접 재통지 문서를 받은 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현재 날짜의 실제 수령 사실에 서명했다. 그 일이 일곱 해 전의 기록을 지우거나 확인해 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받은 것을 자신의 말로 적을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리네아가 따뜻한 차를 가져왔다. 소피는 고맙다고 말하고 잠깐 앉아 쉬었다. “두 분은 언제 이사하세요?” “지붕 점검이 끝나면요.” 리네아가 답했다. “좋겠네요. 저는 당분간 지금 집에 더 머무를 수 있을지가 중요해요.” 리네아는 곧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소피의 현재 임대계약과 재통지 문제를 별개의 상담 건으로 다루고 있었다. “원하시면 다음 주에 현재 임대인의 갱신 조건부터 확인해 드릴게요. 제 사무실에서 정식 상담으로요.” 소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두 여인의 대화를 들으며 집이라는 말의 무게를 생각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집을 기다리는 설렘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현재 사는 집을 잃지 않으려는 간절함이었다. 두 사정이 모두 진짜라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 해가 질 무렵 린에게서 정식 전달문이 도착했다. 그녀가 동의한 범위의 과거 근무증명 정보와, 옛 동료 이름의 비공개 확인 요청이 함께 제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그것을 감찰실의 정식 접수번호로 기록했다. 이름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고, 해당 인물이 47-C 관련 자료를 받거나 기재 취소 요청을 제출했다고 적지도 않았다. 린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해 준 참고인이었다. “왜 자료를 더 크게 공개하지 않았어요?” 리네아가 물었다. “그분은 오늘 자발적으로 말씀하신 겁니다. 다음에 누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도 직접 결정하셔야죠.” “그런 점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예전엔 바로 범인을 찾겠다고 들떠 있었죠.” “네. 가끔은 무서웠어요.” 태오는 멋쩍게 웃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살짝 눌렀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먼저 보니까 좋아요.” 태오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귀 끝이 붉어졌다. 종이와 숫자가 아무리 복잡해도 이런 순간의 뜻만큼은 해석에 어려움이 없었다. *** 밤늦게 감찰실의 연락이 도착했다. 린의 교대 근무 기록과 별도 장부의 인수 보류 시기가 일부 겹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실제 문서 수령자가 린이라고 확정할 자료는 아직 없었다. 태오는 자료 옆에 노란 표시를 붙였다. 겹치는 근무기간, 미확인 개인 서명, 야간 결원, 기계 완료 표시의 오독을 경계한 기억. 네 조각을 하나로 억지로 붙일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는 감찰실에 요청했다. [옛 당직자의 실제 서명 인수증이 보존되어 있다면, 본인의 동의와 필요한 허가를 거쳐 최소 범위에서 대조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네아에게 말했다. “내일은 태오 기록방 고객 약속부터 챙기겠습니다.” 그녀가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 성장했네요.” 태오는 웃었다. 감찰실의 오래된 수첩보다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약속이 먼저인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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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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