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긴급 보존 감찰실의 문은 생각보다 낮았다.
김태오는 고개를 숙여 문턱을 넘다가 천장에 걸린 글귀를 읽었다.
[이미 제출한 서류는 다시 찾아갈 수 없습니다. 다만 잘못된 기재는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군요.” 태오가 말했다.
리네아가 그 뒤에서 속삭였다.
“당신이 여기서 살게 될까 봐 걱정돼요. 문장이 취향에 딱 맞잖아요.”
“어쩌면 침실보다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새집 서재는 제가 다 쓸게요.”
태오가 즉시 돌아봤다. 리네아는 그가 진짜로 당황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혼자 살던 때부터 태오에게 책상은 귀중했다. 두 사람이 구한 새집에는 책상 두 개가 놓일 예정이었다.
감찰실 복도는 한여름인데도 서늘했다. 벽에 설치된 작은 구리 관이 낡은 공기의 습기를 빨아들였다. 바닥의 검은 돌에는 오래전 젖은 신발 자국처럼 보이는 무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발자국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마법 문서함을 밀고 다니며 생긴 흠집이었다.
세딘이 직원증을 내보이고 창구에 섰다.
“긴급 보존 감찰실 구 접수대장의 제한 대조 허가를 받았습니다. 47계열 관측소 별지 관련입니다.”
창구 직원은 도장을 찍지 않고 먼저 허가서의 끝 날짜를 확인했다. 태오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자 직원이 말했다.
“이 건물에서는 아무리 오래된 용도 최신 허가서가 없으면 열람할 수 없습니다.”
“용이 실제로 왔습니까?”
“세 번요. 한 번은 문 높이 때문에 곤란했습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
그날 확인할 자료는 세 묶음이었다. 제0호 관측소에서 보냈다는 보존 의견서의 접수 예정 기록, 임시 감사관 인수 예정보류표, 그리고 말썽의 근원인 ‘자동 수신란 기재 취소 요청’의 사본이었다.
마르셀은 모든 참가자의 열람 범위를 먼저 읽었다. 태오는 민간 기록 정리 보조인으로 허가된 비식별 비교표에만 접근할 수 있었다. 디아나 벨크는 원본 잉크와 봉인층 감정에 참여하되 원본을 훼손할 수 없었다. 세딘은 공적 보존 담당자였지만 개인 주소를 임의로 공개할 수 없었다.
“의장도 못 여는 서류가 있습니다.” 감찰실 직원이 말했다.
“그 점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첫 표의 숫자는 익숙했다. 관측소 별지에 남은 번호의 마지막 자리는 훼손되어 있었는데 감찰실 대장에는 같은 앞자리를 가진 신청이 두 건 있었다.
“두 건이라고요?”
“한 건은 장비 안전중단 보고, 다른 한 건은 수신 완료 분류 이의입니다.”
디아나가 확대 수정렌즈를 건네받았다. 두 기록은 같은 날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각 표기 방식이 달랐다. 산 위 수정 시계와 평지의 표준시가 섞이면 순서가 거꾸로 읽힐 수 있었다.
“마지막 자리 하나를 추측해서 채울 수는 없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목이 비슷해도 각각 다른 사건번호일 가능성을 남겨야 합니다.” 세딘이 답했다.
태오는 새 표를 만들었다. 한 칸에는 확정 번호, 다른 칸에는 훼손 구간을 적고, 그 사이를 굵은 선으로 나누었다. 기록을 모으는 일보다 기록 사이에 함부로 다리를 놓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해진 순간이었다.
***
문제의 취소 요청에는 예상과 다른 문장이 있었다.
[취소 대상: 기기 수신 반응 표시가 아니라, 개인 교부 완료 칸으로 전사된 후속 요약 기재.]
태오는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두 번 읽었다.
“기계가 신호를 받았던 사실 자체를 지우라는 게 아니군요.”
“지금 보이는 사본의 문면은 그렇습니다.” 디아나가 말했다. “다만 원본의 같은 위치가 수정되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리네아가 손을 들었다.
“그럼 당시에도 누군가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던 거네요.”
“요청자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증거는 됩니다. 요청이 실제 받아들여졌는지, 나중에 다른 판본에 반영됐는지는 별개예요.”
태오는 자신도 예전에 똑같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드래곤이 보증금을 돌려줄 예정이라고 말하면 마치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돈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예정’은 언제나 ‘실제’가 될 기회만을 뜻했다.
그는 또 하나를 물었다.
“이 요청에는 이름이 없습니까?”
“공개 사본에는 직책만 있습니다. 원본에는 서명란이 있을 수 있으나 보존·개인정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그럼 지금은 누구를 영웅으로 만들 수도, 범인으로 몰 수도 없겠네요.”
감찰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 목적의 열람도 아니고요.”
태오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의 결말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 걸린 사건인데 말이다.
***
점심에는 감찰실 안뜰의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 주인은 태오가 ‘드래곤 보증금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럼 그 어마어마한 보물을 다 받으셨소?”
“제 계약 원금 삼백 금화는 전액 돌려받았습니다.”
“왕실 금고에서 꺼냈소?”
“아닙니다. 발카스 님이 검증된 자기 재원에서 여러 차례 나눠 지급했습니다.”
“아, 그럼 왕실 금고는?”
“그건 아직 조사 중인 별개의 문제입니다.”
식당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음식을 한 숟가락 더 담았다.
“그래도 돈을 받았다니 다행이오. 어느 신문에서는 용이 세입자들의 돈을 전부 돌려줬다고 적었던데.”
리네아가 바로 답했다.
“다른 계약은 각각 확인하고 있어요. 그 기사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태오는 식당의 창문 너머로 짐수레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뉴스 한 줄이 사실처럼 굳어지는 속도는 마차보다 빨랐다. 소피가 받지 못한 편지를 받았다고 오해받았던 때도 그랬다.
“정정문을 보내 드릴까요?”
“그럼 벽에 붙여 놓겠소. 손님들이 많이 묻거든.”
태오는 짧은 문구를 적어 주었다. 자신의 전액 반환 사실과 다른 세입자의 미환급 문제가 따로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짓말을 바로잡는 일이 언제나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
오후의 대조는 의외로 빨리 막혔다. 인수 예정보류표의 ‘임시 감사관’ 칸에 인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아무도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세딘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예정 등록이므로 인수증이 별도 장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어느 기록을 볼 수 있죠?”
“정해진 허가 범위 안에서는 수령 예정 날짜와 인수 보류 사유까지만요.”
태오는 실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리네아가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처음부터 하루에 끝낼 생각이었어요?”
“아뇨. 그래도 한 번쯤은 문 하나가 열리면 바로 답이 있기를 바랐죠.”
“그건 가끔 동화에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직원이 조용히 웃었다. 그가 보고 있는 사본에는 또렷한 세 글자가 있었다.
[인수 유보.]
그 아래에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외부 제3 대리 통지 기재의 출처 확인 전, 완료 판정 부여하지 말 것.]
“이것도 당시엔 문제 삼았군요.”
태오는 자신의 수첩에 기재했다. 후대의 전산 색인에는 수신 완료만 크게 남았지만, 그 시절 어느 서기는 보완자료를 확인하기 전에는 그렇게 적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기가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몰랐지만 그 판단은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
기록방으로 돌아온 태오는 늦은 고객의 서류를 정리했다. 저울 가게 주인은 거래처에서 돌려받기로 한 대여금과 기계 수리비를 한 장부에 섞어 적었다가 손해를 봤다고 했다. 태오는 상대 계약을 확인하고 두 금액을 별개의 칸으로 나눴다.
“이렇게 하니 제가 받을 돈이 눈에 들어오네요.” 손님이 말했다.
“다만 수리비를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는 계약을 봐야 합니다. 숫자가 나눠졌다고 권리가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요.”
손님은 놀란 듯 태오를 바라봤다.
“평소에도 그렇게 조심해서 말씀하십니까?”
“예전에는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비싼 수업을 들었죠.”
태오는 상담료를 사업 장부에 적었다. 자기 보증금 반환 장부에는 아무 숫자도 더하지 않았다. 거기는 이미 300금화 수령, 잔액 0금화로 끝나 있었다.
리네아는 기록방 앞에서 새집에 놓을 접시를 골라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몫으로 네 장 샀어요.”
“왜 네 장인가요?”
“친구가 올 수도 있잖아요.”
“토른 씨가 오면?”
“그분은 접시를 쓰지 않고 냄비째 드실지도 몰라요.”
태오는 웃었다. 집을 함께 꾸린다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예측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다.
***
감찰실을 처음 방문한 시민들에게는 간단한 안내 책자가 배부됐다. 서두에는 ‘오래된 자료를 확인하는 일은 누군가를 즉시 고발하는 일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태오는 그 문장을 읽다가 멈췄다.
“이 책자는 언제 만들어졌습니까?”
창구 직원은 날짜를 확인했다.
“지난해입니다. 오랫동안 자료를 열람하던 시민들이 원본을 보자마자 결과를 확정하려 하는 일이 많아서요.”
“저도 그런 시민 중 하나였습니다.”
“아직도 그렇습니까?”
“조금은요. 하지만 지금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빈칸으로 남길 줄 압니다.”
직원은 태오에게 연필 하나를 건넸다. 끝이 뭉툭한 것이었다.
“여기는 지우개가 잘 붙은 연필을 쓰지요. 잘못 베껴 적었다고 원본을 다시 만지는 일이 없게 하려고요.”
태오는 웃으며 연필을 받아 들었다. 한편 리네아는 소파에 앉은 노인이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무턱대고 개인 정보를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담당 창구가 어디인지 알려 주고, 기록의 어떤 범위를 문의하는지 본인이 결정하도록 도왔다. 그 작은 행동은 대답을 대신 해 주는 것과 달랐다.
“고맙소.” 노인이 말했다.
“제가 아는 건 창구 위치뿐이에요. 내용은 담당자와 상의하세요.”
그 말을 듣고 태오는 리네아를 바라봤다. 그는 종종 리네아를 자신의 서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동료로만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며 쌓아 온 판단과 경험을 가진 독립적인 중개인이었다. 그 사실이 오늘 다시 분명해졌다.
***
점심을 먹고 복귀하는 길에는 오래된 우편함 앞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행상인이 수신인을 찾지 못한 편지 묶음을 들고 ‘왕실이 모든 수신을 완료로 처리했다’고 소리쳤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태오는 앞으로 나서서 그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대신 감찰실의 담당 직원에게 문의했다. 직원은 편지 묶음을 정식으로 인수할 권한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 뒤, 분실물 접수와 개인별 우편 문의를 구분해 안내했다.
“사람들이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알아요.” 행상인이 말했다.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태오가 답했다. “다만 그 편지가 진짜 왕실 공문인지, 어느 단계에서 멈춘 편지인지 이 자리에서 모른다는 뜻입니다.”
행상인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태오는 자신의 수첩을 펼쳐 예전에 진짜 보증금 원금과 잘못된 관리비 청구를 한꺼번에 적었다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설명했다.
“처음에는 제게 불리한 모든 문서가 한 사람의 계획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계약, 접수, 보류, 송달이 서로 다른 일이었습니다.”
행상인은 편지 뭉치를 다시 감쌌다.
“그러면 여기서는 누군가 제 말을 들어 주기는 하나요?”
“자료를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도 설명해야겠지만요.”
행상인은 조금 진정됐다. 그는 담당 창구로 향했고 태오는 그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모두 맡을 필요가 없다는 리네아의 말을 오늘 또 한 번 실천해 본 셈이었다.
그날 태오는 기록방 벽에 시민들이 쓸 수 있는 작은 안내판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로 확인된 일’, ‘의견’, ‘추가 증빙이 필요한 일’을 구분한 세 개의 칸만 있는 게시판이었다. 이것이 감찰실의 실무까지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누군가 처음 상담을 받으러 올 때 혼란을 덜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
저녁 무렵 감찰실에서 전달문이 한 장 도착했다. 예정표 사본과 다른 장부에서 서로 가까운 시각에 동일한 직책명을 썼다는 사실까지만 대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임시 감사관이 실제로 문서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군요.” 리네아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 그 직책으로 인수할 예정이었다는 기록이 겹칩니다.”
태오는 전달문 옆에 스스로 만든 표를 놓았다. 신청, 접수 대기, 인수 보류, 실제 인수, 후속 처리.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칸은 빈칸 그대로였다.
그때 작은 덧붙임이 눈에 들어왔다.
[인수 유보 기간 중 별도 임시 장부로 재분류된 자료 1건. 목적: 원문과 자동 요약 기재의 차이 보존.]
다시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간 종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답답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원문과 요약본의 차이를 지워지지 않도록 지키려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태오는 수첩을 닫으며 말했다.
“내일은 임시 장부를 찾아보겠습니다.”
리네아가 고개를 저었다.
“내일 아침은 지붕 점검부터예요. 계약서에도 적혀 있죠.”
태오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웃었다.
“맞습니다. 그 약속이 먼저입니다.”
그는 처음으로 왕실 서류보다 새집 열쇠를 먼저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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