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벤은 평생 말이 끄는 마차를 몰았다. 눈이 오면 속도를 줄였고 비가 오면 바퀴에 진흙이 끼지 않게 바닥을 살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을 목적지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자신의 일은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0호 관측소의 오래된 기록은 그 믿음을 흔들었다. 옛 운송일지에는 '마을 연락소까지 전달'이라고 쓰인 항목이 있었다. 태오가 말하는 원칙에 따르면, 그것은 편지가 최종 당사자에게 도착했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그럼 나는 평생 일을 절반만 했단 말인가?”
로벤이 물었다.
태오는 마차를 닦는 노인을 바라봤다.
“아닙니다. 로벤 씨의 임무가 마을 연락소까지 옮기는 것이었다면 거기서 끝난 거죠. 다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별도로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전부 나한테 물을까?”
“마차를 몰았던 사람이 기억에 남으니까요.”
로벤은 한동안 말 로지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로지는 길을 기억하네. 그날 비가 왔는지도. 하지만 편지를 누가 읽었는지는 모르지.”
“그걸 모르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태오는 로벤의 옛 운송장 가운데 지금도 개인 계약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만 허가받아 복사했다. 그가 가진 자료는 연락 경로와 날씨를 보조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수령을 대리해서 증명하지는 못했다.
***
점심 무렵 바렌이 찾아왔다. 그는 평소보다 작은 서류가방 하나만 들고 있었다.
“로벤 씨와 발카스 님의 보증금 일부 변제에 관한 일입니다.”
로벤이 손을 멈췄다.
“그 사람, 이번에는 무슨 명세서를 보내려는가?”
“계정 47과 분리된 발카스 님 개인 북부 목초지 임대 순수익에서 여덟 금화를 마련했습니다. 재원과 선순위 부담을 확인했고, 본인께 지급할 수 있습니다.”
“오늘 실제로 받는 건가?”
“당사자께서 수락하시고 금화를 직접 계수하시면 그렇습니다.”
태오는 옆에서 듣다가 조용히 일어났다. 로벤이 물었다.
“자네는 어디 가나?”
“로벤 씨가 결정하실 일입니다. 필요한 기록 정리는 도와드릴 수 있지만, 지급 상대방은 제가 아니니까요.”
로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내 돈이지.”
마르셀이 입회자로 도착했다. 그는 계정 47의 현금 출금과 전혀 관계없는 발카스의 개인 수익이라는 확인자료와 지급액을 대조했다. 로벤은 금화 여덟 닢을 하나씩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하나, 둘, 셋…”
여덟 번째 금화를 세었을 때 노인의 손이 잠시 멈췄다. 로지가 창밖에서 콧김을 내뿜었다.
“이걸 받으면 내가 다른 걸 포기하는 건 아니지?”
이벨이 답했다.
“오늘 확인서는 원금 일부 지급만을 기록합니다. 다른 계약상 청구와 이의는 별도이며, 포기나 화해 조항은 없습니다.”
로벤은 그제야 서명했다. 오랫동안 뚝뚝 끊어지던 그의 글씨가 마지막 획에서 곧게 이어졌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로벤: 178화 발카스 개인 목초지 임대 순수익에서 원금 일부 8금화 실제 수령. 계약별 잔여액 별도 검증.]
태오의 완납된 300금화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소피의 12금화, 헤스의 10금화에도 변화가 없었다. 하나의 표에 네 사람의 돈을 더해 '전부 갚았다'고 부르는 일은 하지 않았다.
***
로벤은 받은 돈 중 일부로 로지의 마구를 새로 맞추겠다고 했다. 태오는 농담삼아 물었다.
“저축은 안 하세요?”
“말이 튼튼해야 나도 일하지. 돈을 받은 이유가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건데.”
태오는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반환받은 금화를 모아 오래된 주택에서 이사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벤은 마차가 삶의 중심이고, 헤스는 빵집이, 소피는 아이와 지금 살 집이 중요했다.
“그럼 로지에게도 축하를 전해 주세요.”
“로지는 벌써 알고 있네.”
로벤은 말의 목을 툭 쳤다. 로지는 금화의 소리를 듣고 먹을 것으로 착각한 듯 태오의 주머니를 코로 밀었다.
“로지, 이건 당근 아닙니다.”
태오가 말하자 로벤이 껄껄 웃었다.
***
오후에는 제0호 관측소 자료를 위한 공개 기술 청문이 열렸다. 디아나는 먼저 수정 시계의 오차 범위를 설명했다. 수신석 기록과 연락소의 지상시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송수신 기록이 틀린 것으로 결론 나지는 않았다.
“시간을 보정하면 누가 편지를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까?” 한 참석자가 물었다.
“아니요.” 디아나가 답했다. “다만 어떤 절차가 먼저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어, 최종 수령을 따로 검증할 위치를 좁힐 수 있습니다.”
태오는 당일 자료에 자신의 이름이 실리지 않도록 했다. 그는 해당 계약의 채권자도, 왕실 설비의 책임자도 아니었다. 파벨 기록방에서 맡은 역할은 공개 가능한 목록을 읽기 쉽게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때 발카스가 뜻밖에 청문장 뒤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이 나오자 손을 들었다.
“과거 내 영지 관리실에서 왕실 연락 업무를 보조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책임을 왕실 당직업무와 한데 묶지 말아 달라.”
마르셀이 물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할 운영 위탁계약이 있습니까?”
“바렌이 찾아왔다. 제출하겠다.”
태오는 발카스가 더 길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의 말은 증거가 아니라 검증할 주장이었다. 발카스 스스로도 그것을 아는 듯했다.
***
그날 저녁 헤스가 로벤을 위해 작은 빵을 구웠다. 소피도 아이와 함께 찾아와 축하했다. 누군가 전액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노인에게 돌아온 여덟 닢은 너무 늦게 도착한 삶의 일부였다.
“이제 다 해결된 거예요?” 아이가 물었다.
로벤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래도 오늘은 말 여물부터 살 수 있어.”
“로지도 빵 먹어요?”
“특별한 날엔 조금.”
소피의 아이는 빵을 로지에게 먹여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로벤은 말에게 맞는 먹이가 따로 있다며 작은 건초 다발을 건넸다. 아이는 마구간에서 한참 웃었다.
태오는 그 광경을 보며 깨달았다. 오래된 기록을 바로잡는 일은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작은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돈이 한 사람에게 돌아오면 그날 저녁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
로벤에게 금화가 지급된 뒤 발카스의 자산관리실은 또 하나의 문서를 제출했다. 바렌이 가져온 것은 향후 변제 가능 재원의 목록이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임대료와 소유권 대조 중인 자산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태오는 지급 완료표에 옮겨 적지 않았다.
“여기에 적힌 건 앞으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수익이라는 뜻이죠?”
“네. 오늘 로벤 씨가 받은 여덟 금화와는 별도입니다.” 바렌이 답했다.
“그렇다면 소피 씨나 헤스 씨의 다음 지급액도 아직 확정된 게 아니겠네요.”
“그렇습니다. 각 계약과 재원을 검토한 뒤 개별 제안할 예정입니다.”
태오는 서류의 머리글에 '예상'이라고 크게 표시했다. 바렌은 그 글자를 보고 잠깐 웃었다.
“그렇게 크게 써야 합니까?”
“지난 백몇십 화 동안 제일 중요한 글자였습니다.”
바렌이 한숨을 쉬었다.
“발카스 님이 이 말을 듣고 또 투덜거리시겠군요.”
“이제는 이해하실 겁니다.”
실제로 발카스는 얼마 뒤 기록방에 나타나 예상을 예상이라고 쓴 태오를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불확실한 자산을 미리 처분해 타인의 돈을 잘못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태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이런 계획을 제 기록방에서 확인하십니까?”
“네가 세입자들에게 설명하기 쉬운 표를 만들 줄 아니까.”
“그 업무는 의뢰 관계와 당사자 동의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저는 발카스 님의 채무를 대신 결정하지 않습니다.”
드래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좋다. 그럼 각자 요청한 범위만 맡아라.”
“네.”
발카스는 또 하나를 배웠다. 남에게 일을 맡긴다고 그 사람의 권리나 판단을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저녁에 로벤은 작은 여물집으로 갔다. 로지는 새 마구를 맞추는 동안 얌전히 서 있지 않았다. 젊은 마구 장인은 자꾸 고개를 돌리는 말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로지, 저 사람을 괴롭히지 마라.” 로벤이 말했다.
“이 말은 사람을 잘 알아보네요.” 장인이 웃었다. “낯선 손이 닿으면 바로 반응해요.”
태오는 멀리서 구경하며 웃었다. 로지는 몇 년 전 다렌 코르를 알아보는 듯 행동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말이 사람의 얼굴과 냄새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법적인 신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은 증인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어 주는 존재는 될 수 있었다.
로벤은 자신의 오래된 마구를 새것과 나란히 놓았다. 낡은 가죽에는 셀 수 없는 비와 눈의 자국이 있었다.
“이걸 이제 버리시나요?” 태오가 물었다.
“아니. 걸어 두려고. 로지와 함께 달린 시간이니까.”
그는 여덟 금화가 전부 남지 않았어도 괜찮다고 했다. 이 돈으로 마구를 수리하고 남은 부분은 다음 겨울을 대비해 모아 두겠다고. 돈을 받은 뒤의 선택은 그의 것이었다.
“자네는 새 집을 계약한다더군.”
“네. 리네아와 함께 살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럼 사람이든 말이든 돌아갈 곳이 생기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군.”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벤의 말은 오래된 노인답게 평범했지만, 그 안에 긴 시간을 견딘 사람의 무게가 있었다.
***
며칠 뒤 로벤은 작은 마차를 몰고 파벨 기록방 앞에 섰다. 그는 새 마구가 잘 맞는지 시험하러 나왔다며 태오에게 짧은 길을 함께 가자고 했다. 태오는 잠시 일을 멈추고 올라탔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강을 따라 바람이 불었다.
“처음 이 도시로 왔을 때는 이런 길을 몰랐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때는 용을 찾아 산으로만 올라갔으니 그렇지.”
둘은 웃었다. 로벤은 옛 우편물 운송노선을 지나는 동안 그 길에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이는 편지가 늦게 온다고 화를 냈고, 어떤 이는 편지를 읽을 줄 몰라 부탁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정해진 곳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일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편지를 읽었다고 말한 적은 없네.”
“그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이 왜 중요한지 자네 덕에 알겠어.”
태오는 대답 대신 멀리 산을 바라봤다. 제0호 관측소는 바람 속에 있었다. 누군가 편지를 옮겼고, 다른 누군가는 신호를 읽었을 것이다. 그중 누가 실제 사람에게 말을 전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로벤의 마차는 천천히 강변을 돌았다. 사람 하나가 돈 일부를 돌려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돈은 마침내 말의 발걸음을 새롭게 만드는 데 쓰였다.
로벤의 수령증에는 지급 재원의 출처와 실제 계수한 여덟 금화가 또렷하게 적혔다. 그는 영수증 한 부를 자신의 상자에 넣고 한 부는 등록관이 보존하도록 했다. 태오는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 복사본이 어느 시점에 작성됐는지를 나눠 기록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돈이기에 기록이 더 많아진 것이 아니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다음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기록이었다. 태오는 로벤의 낡은 운송장과 오늘의 실지급 영수증을 나란히 생각했다. 하나는 누군가의 편지가 어느 경유지까지 갔는지 알려 주고, 다른 하나는 금화 여덟 닢이 실제로 누구 손에 돌아왔는지 증명한다. 두 기록 모두 가치 있지만 같은 뜻은 아니었다. 그는 각각의 원본 보관처만 적고 로벤이 밝히지 않기로 한 개인 사정은 장부에 남기지 않았다.
***
밤늦게 왕실 위탁실에서 중요한 회신이 왔다. 47-C 관련 야간 안전 중단 별지의 첫 줄이 비식별 형태로 공개됐다.
[재전달 유보 권고 사유: 기준 대조 미완료. 자동 수신 반응을 개인 수령으로 기재하지 말 것.]
태오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마침내 아주 오랫동안 찾던 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곱 해 전에도 누군가는 기계의 반응과 개인의 수령을 혼동하지 말라고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중 장부에는 수령 완료가 된 걸까요?” 리네아가 물었다.
“그 사이의 문서가 필요합니다. 이 권고가 누구에게 실제 도착했는지도요.”
태오는 봉인된 다음 장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 장에는 당직자의 구체적 진술과 연락창구로 향한 공문의 인계번호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단숨에 열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름과 주소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정식 허가를 거쳐야 했다.
[권고 존재는 확인. 실제 전달 및 후속 색인 반영 경위 미확정.]
그 문장을 적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마치 로벤에게 돌아온 여덟 금화가 아주 작은 소리로 멀리까지 굴러가는 것 같았다.
제17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