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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76화
PAYLUA ORIGINAL · 제176화

176화. 소피가 받은 편지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16자

오프라인 책장
소피는 그날 아침에 아이의 신발끈을 두 번 묶었다. 아이는 답답하다는 듯 발을 구르다가 물었다. “엄마, 오늘 중요한 날이야?” “응. 편지를 받을 거야.” “편지는 맨날 오잖아.” “이번엔 엄마한테 꼭 와야 하는 편지야.” 소피는 웃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일곱 해 전 누군가 자신에게 보냈다는 통지는 그녀의 손에 닿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록에는 오래도록 수신이 완료된 것처럼 적혀 있었다. 그 한 줄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지나간 줄 알았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그녀는 파벨 기록방에 들렀다. 태오는 이미 작은 대기 의자와 물을 준비해 놓았다.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태오가 물었다. “네. 그런데 제 대신 설명하지는 말아 주세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립니다.” 이벨도 조력인으로 동행했다. 리네아는 다른 고객 상담이 있어 직접 함께하지 못했지만 소피에게 따뜻한 장갑을 건넸다. “손이 차가워지면 글씨도 잘 안 써져요.” 소피는 장갑을 받아 들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 왕실 재통지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넓은 법정도, 드래곤의 그림자도 없었다. 책상 한 개와 의자 세 개, 자료를 읽을 수 있는 작은 스탠드가 전부였다. 담당관은 먼저 그녀의 신분을 필요한 범위에서 확인했다. 이후 봉투의 봉인번호와 문서 목록을 보여 주고, 수령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내용을 읽을 시간과 질문할 기회를 보장했다. “이 내용은 제 계약과 관련된 거죠?” 소피가 물었다. “현재 열람 가능한 범위에선 그렇습니다. 타인의 이름과 주소는 비식별 처리되어 있어요.” “제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서명을 안 해도 됩니까?” “내용을 읽었다는 확인과 동의 여부는 별개입니다. 이해할 시간을 요청하실 수 있어요.” 소피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편지를 받는 순간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취급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종이를 천천히 읽었다. 문서에는 과거 계정 47 관련 통지의 처리 경로와 이의신청 방법, 필요한 경우 계약별 금액을 대조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서명란 옆에는 분명히 '오늘의 직접 수령 사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옛날에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아니군요.” “네. 오늘 받으셨다는 사실만 기록합니다.” “그럼 제 돈을 받았다고 적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습니다. 실제 지급 여부는 별도의 영수증과 계수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소피는 펜을 들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이름을 썼다. 태오는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봤다. 자신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중요했다. *** 수령 절차가 끝나자 소피는 곧바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그럼 일곱 해 전 기록에 '이미 수령함'이라고 적힌 것은 어떻게 되나요?” 담당관이 대답했다. “현재 재검토 판단에서는 과거 개인 교부를 입증할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 표기가 왜 작성됐는지, 어떤 자료에 근거했는지는 별도 검증합니다. 오늘의 수령 사실을 과거 날짜로 소급해서 채워 넣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잠깐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태오는 거창한 축하 말을 하지 않았다. 복도 밖에 나와서도 소피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네요.” 소피가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셨어요?” “누가 그동안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제 이름을 쓰고 나왔네요.” “그게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죠.” 소피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장갑을 내려다봤다. “오늘은 제가 제 편지를 받았어요.” 그제야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 파벨로 돌아온 뒤 발카스가 소피에게 별도 협의 일정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왔다. 태오는 바로 소피에게 알렸다. 다만 그 일정을 받아들이라고 권하지 않았다. “가 보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단, 돈을 받는 일과 옛 통지에 대한 이의는 따로 이야기할 거예요.” “이벨 씨와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네. 제가 요구할 서류 목록도 써 볼게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현재 확인된 실제 지급은 지난 155화의 12금화뿐이었다. 오늘 편지를 받았다고 보증금이 추가로 지급된 것은 아니다. 태오는 그 숫자를 바꾸지 않았다. *** 같은 시각 위탁실에선 관측소 회수 결과의 새 목록이 공개됐다. 목록대조본에는 폐쇄 관측소에서 아래 마을 연락소로 보내려다 중단된 문서 목록이 별도로 첨부돼 있었다. 태오는 세딘의 호출을 받고 오후에 기록국으로 갔다. “이 표의 미도착과 미발송은 다릅니다.” 세딘이 말했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소피 씨가 직접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옛날에 받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세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별이 이 자료에도 필요합니다.” 장부에는 세 개의 코드가 있었다. 송신석 점등, 연락소 수신석 반응, 당직자 재전달 확인. 그중 일곱 해 전 특정 시기의 몇 줄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코드만 확인됐다. “그럼 세 번째는?” 태오가 물었다. “미기재입니다. 그때 없었다는 확정은 아니고요. 별지에 따로 적혔을 수도 있습니다.” 태오는 조심스럽게 펜을 들었다. [기계가 반응했다는 사실과 사람이 확인했다는 사실은 다른 단계.] *** 기록방으로 돌아왔을 때 리네아는 고객을 보내고 있었다. 태오는 그녀가 의뢰인에게 중요한 고지사항을 또박또박 설명하는 모습을 보았다. 동거 예정인 연인이라는 사적인 관계와 별개로, 그녀는 독립된 전문가였다. “오늘은 어땠어요?” 그녀가 물었다. “소피 씨가 편지를 직접 받았어요.” 리네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다행이에요.” “돈이 들어온 건 아니지만요.” “알아요. 그래도 자기 손으로 받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해요.” 태오는 그녀의 옆 의자에 앉았다. “저희가 집을 계약할 때도 두 사람 이름으로 정확히 하고 싶어요.” 리네아는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 “그럼 오늘은 진지한 얼굴로 말해 봐요.” “당신과 살고 싶습니다. 대신 각자 결정할 일을 대신 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계약서 문구로도요?” “그것보다 더.” 그녀는 태오의 볼에 손을 얹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집 계약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요.” “뭡니까?” “저녁에 설거지는 누가 할 건데요?” 태오가 진지하게 답했다. “공동 책임으로 합시다.”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 재통지실에 들어가기 전 소피는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언제 보냈는가', '누가 받았다고 기록했는가', '그 기록을 정정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 줄뿐이었지만 글씨 끝이 모두 흔들려 있었다. “질문을 꼭 다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벨이 말했다. “그래도 하나는 꼭 물어볼래요.” “어떤 질문인가요?” “제가 전에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적혔던 이유요.” 태오는 복도 끝 창문을 바라봤다. 그 질문은 단순히 봉투가 어디로 갔느냐는 것보다 어려웠다.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말을 했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소피가 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두 사실을 완전히 혼동한 것이었다. 담당관은 그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확인된 결과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범위를 설명했다. 과거 업무집계 색인에서 기계적인 수신 완료를 개인 수령과 비슷하게 표시한 부분은 정정됐지만, 소피의 개별 사건에 어떤 문서가 언제 도착했는지는 별도 확인 중이었다. 그녀의 침묵이나 동의를 입증하는 자료로 그 표기를 쓰지 않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소피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때 아무 말도 안 한 게 아니에요. 누가 들을 곳이 없었던 거예요.” 태오는 그 말이 기록될 수 있는지 물었다. 소피는 자신이 공개해도 좋다고 정한 범위에 한해 오늘의 진술로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오늘 처음 한 말로 남겠죠?” “네.” 이벨이 말했다. “과거에 했던 말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본인이 말한 내용으로 남깁니다.” 소피는 안도했다. 정확한 기록은 과거를 억지로 바꾸지 않으면서 지금의 목소리를 지켜 주기도 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피는 시장에서 작은 과일을 샀다. 받은 편지를 넣은 봉투와 장갑을 다른 손에 나누어 들었다. 태오가 짐을 들어 드리겠다고 하자 소피는 잠깐 생각하다 과일 봉지만 건넸다. “편지는 제가 들게요.” “그러세요.” “예전에는 이런 말을 못 했어요. 남에게 부탁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어려웠거든요.” 태오는 과일 봉지를 들고 그녀와 발맞춰 걸었다. 도와주는 일에도 범위가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모든 권한을 넘긴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생각했다. 학교 앞에서 아이가 뛰어왔다. 소피는 과일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여 주었다. 아이는 봉투를 보더니 또 물었다. “엄마, 편지 받았어?” “응.” “좋은 편지야?” 소피는 잠깐 고민했다. “조금 어려운 편지야. 그래도 엄마가 직접 읽었으니까 좋았어.” 아이는 이해한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들에게 인사하고 기록방 쪽으로 돌아갔다. *** 기록방에서는 아델 마린의 문해교실 학생들이 답례 그림을 보내 왔다. 전에 태오가 장부의 세 칸을 가르친 덕분에 어떤 아이는 집에서 사과를 몇 개 샀는지 적어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아이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읽어 드리다가, 뜻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함부로 대신 대답하지 않고 물어보기로 했다고 썼다. 태오는 그림을 벽에 붙였다. 장부를 정확하게 쓰는 일이 사람을 겁주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 묻고 대답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네아가 그 그림 앞에 섰다. “당신은 이제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있네요.” “그럴 리가요. 드래곤 이야기 때문에 온 겁니다.” “그럼 다음 수업에서는 연애 이야기도 해 줄까요?” “그건 수업 주제가 아닙니다.” “왜요? 서로 허락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인데.” 태오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건 맞죠.” 리네아는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당신도 제가 뭐 하고 싶은지 가끔 물어봐 주세요.” “지금은 뭘 하고 싶습니까?” “저녁 먹고 산책이요. 오늘 당신은 서류를 꽤 오래 봤으니까.” 태오는 수첩을 덮었다. 중요한 편지를 직접 받은 소피처럼, 리네아도 자기 선택을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 오늘 남은 그의 일이었다. 태오는 소피의 오늘 수령 확인증을 보관할 때 계약번호와 수령 날짜만 목록에 적었다. 아이의 이름도 현재 집 주소도 필요 없었다. 소피가 원하면 언제든 자신이 만든 정리표에서 어떤 범위를 공유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그 설명을 듣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제 이름이 적힌 종이를 제가 어디에 두는지 알겠어요.” 태오는 그 말만큼 오늘의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피가 돌아간 뒤에도 태오는 한동안 빈 의자를 바라봤다. 그 의자에는 누군가의 대리인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할 준비를 한 당사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남은 물잔을 치우며 다음에는 소피가 어떤 도움을 원할지 먼저 묻겠다고 생각했다. *** 밤늦게 소피가 짧은 쪽지를 보내 왔다. [오늘 직접 받은 편지는 잘 보관했어요. 오래된 수첩과 새 수첩을 따로 두었어요. 아이가 왜 그러냐고 해서, 오늘과 옛날은 다른 날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태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말에는 일곱 해 동안 아무도 대신 설명해 줄 수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왕실의 자료 조회 결과도 도착했다. 제0호 관측소 당직자 재전달 확인란이 비어 있던 몇 줄에는 '사유 별지' 접수번호가 붙어 있었다. 별지는 송수신 대장이 아닌 전혀 다른 분류 아래 보존돼 있었다. [제0호 관측소. 야간 안전 중단 및 보존 책임 의견서.] 태오는 그 제목을 보며 생각했다. 통지가 끊긴 게 단순한 장비 고장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위험해서 보내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이 정당했는지와 별개로 이유를 적어 두었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첩의 마지막 줄에 그는 적었다. [편지를 받는 사람의 하루는 장부의 수신 코드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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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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