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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눈사태보다 먼저 내려온 공문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99자

오프라인 책장
관측소 옛 송수신 대응표를 보기 위해 산에 오르는 날이 정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산 위 현장을 직접 보는 날이 아니라 옛 당직표의 인계 경로를 살펴보기 위한 안전조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왕실 위탁실이 보낸 허가서에는 그 구분이 지나칠 정도로 또렷했다. [현장 진입 범위: 폐쇄 관측소 외부 안전 경계선까지.] [열람 허가: 없음. 봉함자료 반출 허가: 없음.] [기상 악화 시 접근 취소.] 태오는 허가서를 두 번 읽고 리네아에게 보여 주었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죠. 누군가 산 위 장치를 만져야 할 경우엔 그때 또 승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왜 제 이름도 있죠?” “동행 의사란에 아직 체크가 안 돼 있어요.” 리네아가 웃었다. “정말 제 선택을 기다렸네요.” “당연하죠.” “그럼 저는 이번엔 안 갈래요. 중요한 고객 상담이 있어서요.” “잘하셨습니다.” “서운하지도 않아요?” “서운할 시간은 저녁에 남겨 두겠습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와 태오의 옷깃을 매만졌다. “그럼 저녁에는 서운한 얼굴로 오세요. 제가 달래 드릴게요.” 태오는 순간 목덜미까지 붉어졌다. “그런 말은 반칙 아닙니까?” “서면으로 정한 규칙이 없는데요?” “새 규칙을 만들고 싶군요.” “그 전에 키스부터 할까요?” 그녀는 허락을 기다렸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깐의 입맞춤이 두 사람의 아침을 조금 늦췄다. *** 토른은 산길에 들어가기 전 바퀴 고정장치와 안전줄부터 확인했다. 왕실 산악보전반의 직원들이 안내하고, 태오와 디아나는 외부 참관인이었다. 발카스는 멀리 산 위를 선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왕실 조사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드래곤이 없으니 조용하군.” 토른이 말했다. “그분이 들으시면 서운하시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서운함을 접수하라고 하게.” 마차 안에 작게 웃음이 퍼졌다. 첫 번째 관측 지점에서 일행이 멈췄다. 돌담 너머로 오래된 탑의 잔해가 보였다. 제0호 관측소는 사람들이 상상한 왕궁 같은 건물이 아니었다. 눈과 바람을 견디는 작은 석조실, 철제 지지대, 커다란 수정 렌즈가 있었을 듯한 받침만 남아 있었다. “저게 바로 송신석 자리였나요?” 태오가 물었다. 안내 직원이 대답했다. “예전 지도와 외벽 흔적이 맞는 범위에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내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태오는 풍경을 바라봤다. 수천 년 살아온 용조차도 저 작은 돌담 뒤에서 어떤 공문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모른다. 실제로 지켜 온 사람들은 이름도 남기지 못했을 수 있었다. 토른은 벽면이 기울어졌는지 외부에서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서 농담이 사라졌다. “이 바닥은 눈이 녹으면 속이 빈다. 누구도 줄 바깥으로 나가선 안 된다.” 태오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 하나를 확인하겠다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는 없었다. *** 그때 산악보전반의 전달 수정이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다. 직원이 받아든 것은 통상적인 기상 경보였다. 높은 산등성이에서 미세한 눈층 이동이 관측됐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예정된 경계선 외부 점검은 중단합니다.” 직원이 말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토른이 먼저 줄을 정리했고, 일행은 표지석이 있는 안전 지대까지 내려갔다. 눈사태가 실제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위험 신호가 있으니 계획을 바꾼 것이다. “몇 달 전의 당신이라면 더 보자고 했겠죠?” 디아나가 물었다. “아마도요. 지금은 확인할 자료가 산 아래에도 있다는 걸 압니다.” “좋은 변화예요.” 태오는 산 위의 탑을 다시 올려다봤다. 외부 점검을 마친 것이 아니라 중단했다는 기록을 정확히 남겨야 했다. 안전 때문에 돌아온 일을 마치 계획대로 끝난 것처럼 쓴다면, 일곱 해 전의 잘못을 또 반복하는 셈이었다. *** 대피소에서 따뜻한 차를 마실 때 발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날아온 것이 아니라 검은 외투를 입고 마을 쪽 길로 걸어왔다. 바렌도 뒤따랐다.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더냐?” “작은 눈층 이동 경보가 있어서 예정된 점검을 중단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내가 가서 눈을 치워 주지.” 토른이 눈썹을 올렸다. “드래곤이 눈을 치우다가 바위를 건드리면 더 큰 눈사태가 나지.” 발카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럼 하지 않겠다.” 태오는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쉽게요?” “네가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제가 그랬죠.” “네 말이 맞다면 굳이 반박할 이유가 없다.” 토른이 감탄했다. “그대가 오래 살긴 오래 살았군. 이제야 지혜가 늘었으니.” 발카스는 으르렁거리려다 차잔을 집었다. “이 차는 왜 이렇게 작지?” “손님용 한 잔입니다.” “나는 손님인데 세 잔은 있어야겠다.” 그 순간만큼은 오래된 드래곤이 아니라 산길에서 배고픈 노인 같았다. *** 대피소의 벽에는 제0호 관측소의 옛 경보 전달 절차가 걸려 있었다. 자료는 일반 방문자에게 공개되는 역사 안내문이었다. 태오는 그것을 보고 한참 멈췄다. [수신석 반응 후 관측 당직자가 내용을 확인하여 아래 마을 연락소로 재전달한다.] 즉 송신석이 빛났다고 일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보고, 내용을 해석하고, 아래 마을 연락소에 전달한 뒤, 필요하면 다시 해당 기관이나 사람에게 통지해야 했다. “소피의 사례와 닮아 있군요.” 디아나가 말했다. “닮았을 뿐 같은 사건인지는 아직 모르죠.” “그렇습니다.” 태오는 자신의 노트에 절차를 그렸다. 왕실 상급기관 → 산 위 송신석 → 당직자 확인 → 마을 연락소 → 해당 이해관계자. 각 단계에는 따로 기록이 있어야 했다. 기록이 없다면 누가 어디까지 했는지 알 수 없다. 바렌이 옆에서 말했다. “옛 자산관리실은 마을 연락소의 협조 연락처였습니다.” 태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발카스 님 소속 직원이 일반적으로 길 안내를 했다는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특정 공문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드래곤은 차를 한 모금 마시다가 혀를 찼다. “그런 설명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마을에 더 많은 직원을 두었을 것이다.” “그랬어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면 똑같았을 겁니다.” 태오가 말했다. 발카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 산 아래로 내려온 뒤 일행은 고산자료 위탁실에서 사고 기록이 아니라 일정 변경 기록을 작성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했다. 현장에 가지 못했는데 ‘점검 완료’가 찍힌다면, 어느 날 누군가는 관측소가 안전하다고 믿고 올라갈지도 모른다. 나엘이 서류를 받고 말했다. “오늘은 좋은 보고입니다. 중단 이유가 분명하고, 남은 점검도 남았다고 쓰셨으니까요.” 태오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못 봐서 실패한 것 같았는데요.” “안전하게 돌아왔잖아요. 그리고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걸 확인했다고 쓰지 않았고요.” “그것도 결과군요.” “예. 꽤 중요한 결과죠.” *** 저녁에 파벨로 돌아오니 리네아가 작은 냄비를 올려놓고 있었다. “상처는 없어요?” “없습니다. 계획보다 일찍 내려왔어요.” “그럼 오늘은 성공이네요.”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안 다치고 돌아오는 약속은 지켰잖아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제가 달래 주겠다고 했던 약속도 있죠.” “저녁식사 말입니까?” “글쎄요.” 그녀의 눈이 장난스럽게 휘었다. 태오는 웃으며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뺨에 닿는 손끝이 따뜻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가까이 있어도 각자의 속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 대피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토른은 위험 경보가 어떻게 내려왔는지 공개된 정보를 확인했다. 몇몇 산길 이용자들은 경고가 과장됐다고 불평했다. 그날 눈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아예 위험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건 결과를 보고 거꾸로 말하는 거야.” 토른이 중얼거렸다. 태오가 물었다. “경고를 내렸는데 실제 눈사태가 없으면 잘못된 판단입니까?” “그때 알고 있던 사실로 판단해야지. 나중에 무너지지 않았으니 괜찮았다고 하면 매번 위험을 무시하게 된다.” 토른은 작은 종이 위에 지형을 그렸다. 산의 윗부분에서 바람을 타고 쌓인 눈은 겉보기와 다르게 무게가 한쪽으로 모일 수 있었다. 사람 하나가 미끄러지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돌담의 기초가 드러난 곳에 눈이 쏟아지면 경계선 안쪽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럼 저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했나요?” “경계선 밖은 확인이 안 돼 있었어. 그래서 가지 않은 거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 조사도 비슷했다. 확인된 범위 밖으로 나가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 이야기를 사실로 믿으면 피해가 생긴다. 밖에서 산악보전반의 직원 둘이 들어왔다. 그들은 점검 중단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류 상단의 빈 칸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다. 한 명은 '예정 작업 취소'라고 쓰려 했고, 다른 한 명은 '작업 일부 완료 후 중단'이라고 쓰려 했다. 태오가 조용히 물었다. “오늘 무엇을 실제로 확인하셨습니까?” 첫 번째 직원이 대답했다. “안전 경계선까지 이동했고 외벽 상태를 멀리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경계선 안쪽은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외부 관찰 완료와 상세 점검 중단을 나누어 적으면 어떨까요?” 두 직원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자신이 전문가처럼 지시한 게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적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과 관련된 최종 보고 판단은 담당 직원의 몫이었다. 발카스는 그 대화를 한참 듣고 있었다. “네 말대로라면 나는 일곱 해 전에도 이랬어야 했겠군.” “어떤 부분에서요?” 태오가 물었다. “금고를 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내가 실제로 하지 못한 일만 적고 할 수 있었던 반환을 따로 적었어야 했지.” 잠깐 침묵이 흘렀다. 태오는 드래곤이 스스로 한 말을 서둘러 칭찬하지 않았다. 말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누군가의 돈을 돌려주는 건 다른 일이었다. 그래도 발카스가 이제 그 차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앞으로 다른 세입자들께도 지급 가능한 부분부터 갚으시면 됩니다.” “그럴 생각이다.” “실제 지급되면 기록하겠습니다.” “내가 보물 산을 보여 줘도?” “그건 구경하겠습니다. 지급액은 별도입니다.” 토른이 박장대소했다. 발카스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돌렸지만 작은 찻잔을 다시 채웠다. 밖에서는 산악보전반의 경고 깃발이 아직 내려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대피로를 정리했다. 태오는 그 풍경을 바라봤다. 옳은 판단은 때때로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중에 남는 증거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뿐일 때도 그 결정을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정확히 남기는 것이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다. 산악보전반은 대피로의 보수 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지반 측량 수치까지 확인된 것처럼 설명하지는 않았다. 태오는 그 결정을 들으며 처음 드래곤이 보물 산을 보여 주던 날을 떠올렸다. 보물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자신의 보증금이 그 안에 있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눈앞의 산과 그 안의 기록조차 차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산악보전반은 다음 조사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 눈층이 안정되고 대체 통행로의 안전성이 확인된 뒤에야 새로 정하기로 했다. 태오는 답답했지만 그 결정에 동의했다. 조사는 기다릴 수 있지만 다친 사람을 돌려놓을 방법은 없었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그는 중단 보고서의 날짜와 담당자의 설명을 따로 적었다. *** 그날 밤 위탁실은 옛 산악 당직 명부의 일부를 공개했다. 눈사태로 돌아온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명부에는 긴급 경보가 있을 때 관측소가 ‘송신 대기’를 ‘업무 중단’으로 바꾸는 절차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일곱 해 전 47-C 관련 날짜 옆에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표시가 남아 있었다. [재전달 잠정 유보. 사유 별지.] 태오는 숨을 멈췄다. 이것은 실제 수신인에게 보내기를 거부했다는 뜻일 수도, 날씨나 담당자 부재로 다음 날로 미뤘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옆에 붙은 사유 별지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었다. 수첩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재전달 유보는 송신 미실시와도, 당사자 수령 거절과도 동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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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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