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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70화
PAYLUA ORIGINAL · 제170화

170화. 산에 남은 제0호 봉함표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474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가 검은 산맥에 다시 오르겠다고 말했을 때 리네아는 먼저 날씨를 확인했다. 태오는 그녀가 무서운 표정으로 반대할 줄 알았지만, 리네아는 지도에서 새로 개통된 공용 마차 노선부터 찾았다. “언제 출발할 건데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발송번호가 진짜 관측소 기록과 연결되는지부터 확인할 겁니다.” “좋아요. 예전처럼 혼자 올라가서 드래곤한테 화내지 않겠다는 뜻이죠?” “그때도 계약서를 가지고 갔습니다.” “그때는 드래곤이 계약서를 태울까 봐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태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리네아는 웃고 있었지만 말끝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당신과 일정도 공유하고, 제 일도 정리하고, 허가받은 자료만 보겠습니다.” “그럼 같이 갈지 결정할 수 있겠네요.” “당신 일도 있잖아요.” “있죠. 그래서 제가 결정하겠다는 거예요.” 태오가 웃었다. 그녀의 독립성이 그를 더 오래 곁에 머물고 싶게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았다. *** 발송번호를 확인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왕실 인영 판독실의 회신이 가리킨 곳은 ‘검은 산맥 관측소’였지만, 같은 산맥에는 천문 관측소와 옛 보존 관측대, 발카스의 개인 전망대가 따로 있었다. “전부 발카스 님의 시설 아닙니까?” 태오가 물었다. “아닙니다.” 세딘이 대답했다. “일부는 왕실에서 운영했고, 일부는 산맥 소유권과 무관한 공공 부지에 세웠습니다.” “그럼 동굴 위에 있다고 다 드래곤 소유는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태오는 머리를 긁었다. 검은 산맥은 그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드래곤의 땅이었는데, 막상 살펴보니 사람들과 조합과 왕실이 저마다 다른 목적의 시설을 사용해 왔다. 발송번호의 접두어는 '관측 제0호'였다. 제0호 관측소는 실제로 왕실 공익감시부가 일곱 해 전까지 사용하다 폐쇄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건물의 보존 상태와 자료 반출 이력은 확인 중이었다. “0호면 제일 처음 만들어졌다는 뜻입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시 관측점을 0호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숫자가 뜻을 속이는군요.” 세딘이 웃었다. *** 태오는 발카스에게 공식 확인을 요청했다. 드래곤은 의외로 제0호 관측소를 알고 있었다. 검은 산맥 동쪽 봉우리의 오래된 작은 돌집이었다. “그 집은 내가 지은 게 아니다.” “그럼 왜 알고 계십니까?” “예전에 감시부 사람들이 산의 기류와 마법 봉인 반응을 관측하러 다녔기 때문이다.” “그곳에 계정47의 표식이 보관됐습니까?” 발카스는 잠시 생각했다. “모른다. 그들이 작은 금속 상자들을 가지고 다녔다는 건 기억하지만, 그것이 어떤 서류와 관계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 말을 적었다. 발카스의 기억이 실제 자료 목록과 일치하는지도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안다는 점은 반가웠다. “건물로 가는 길은 안전합니까?” “예전 길은 낙석이 많다. 지금은 새 공용로가 있을 것이다.” “허가 없이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알고 있다.” 발카스는 약간 섭섭하다는 표정이었다. “네가 처음 내 동굴에 왔을 때는 그렇게 겁 없이 들어오더니.” “그때는 보증금 300금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액 받았습니다. 이제 제 손님들의 권리와 왕실 기록이 걸린 일이죠.” 드래곤은 오랫동안 태오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해야겠군.” *** 한편 기록방에는 헤스가 찾아왔다. 최근 돌려받은 10금화 중 일부를 굴뚝 수리비로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리네아가 검토한 점포 갱신안에는 구조 설비 부담을 명확히 하는 수정 제안이 담겨 있었다. “오늘은 뭘 결정하실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당장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건물주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소.” “좋습니다.” “자네는 왜 내가 기다린다고 하면 늘 좋다고 하나?” “준비해서 결정하는 시간도 권리니까요.” 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빵 두 개를 맡겼고 태오는 수수료 대신 정식으로 값을 치렀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집 센 드래곤도 작은 빵집 노인에게만큼은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 늦은 오후 소피에게서는 또 다른 연락이 왔다. 과거 통지를 직접 교부받았다는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는 재검토 판단 이후, 필요한 자료를 새로 안내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소피는 공식 경로를 통해 자신의 이름으로 수령할 날짜를 잡았다. “이번엔 아무도 대신 받지 않게 하려고요.” “원하시면 조력인을 동행할 수는 있죠.” 태오가 말했다. “네. 이벨 씨가 함께하실 거예요. 하지만 받았다는 확인은 제가 직접 할 겁니다.” 태오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자신이 보증금을 다 돌려받은 순간과는 다른 종류의 성과였다. 누군가에게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은 금화보다 작아 보이지만, 앞으로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일이었다. *** 저녁에 마르셀은 제0호 관측소의 외부 보존목록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회신했다. 문서에는 일곱 해 전 ‘제47 감시 관련 확인자료’가 관측소로 전달된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그 물건이 47-C의 진품 표식인지, 모양을 대조하기 위한 자료인지, 단순한 편지인지 아직 구분되지 않았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송달처는 제0호 관측소였고, 인수 확인란은 직책명만 적혀 있었다. 대신 마지막 줄에는 발카스 임대관리실의 옛 대리인 명의가 ‘협조 연락처’로 들어 있었다. 태오가 발카스를 바라봤다. “이 이름 아십니까?” 발카스는 자료의 허가된 부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오래전 내 재산관리실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협조 연락처로 적혔다고 해서 그가 물건을 받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맞습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그래도 당시 관측소와 연결된 경위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발카스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가 무엇을 떠올렸는지 태오는 알 수 없었다. *** 그날 밤 태오와 리네아는 기록방 창가에 앉았다. 호수에서 가져온 바람종이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검은 산맥으로 다시 가게 되면, 처음 당신을 만났던 날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리네아가 말했다. “처음엔 집주인한테 돈 받으러 갔죠.” “지금은요?” “누군가의 편지가 왜 도착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갈지도 모르죠.” 리네아는 손을 내밀었다. 태오는 그 손을 잡았다. “그 일 끝나면 우리 집도 진짜 알아봅시다.” 그녀가 말했다. “좋습니다. 조건은 세 가지로 할까요?” “말해 봐요.” “튼튼한 지붕, 안전한 문, 함께 살 사람의 마음에 드는 창문.” 리네아가 웃었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그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태오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 고산자료 위탁실로 가는 길을 확인하던 날, 태오는 기록방 창고 한구석에서 아주 낡은 가방을 꺼냈다. 그 가방은 처음 검은 산맥 동굴로 갈 때 가지고 갔던 것이었다. 모서리는 닳았고 끈에는 구멍이 두 개 더 뚫려 있었다. 그때는 짐을 꾸릴 돈이 없어 끈을 직접 고쳐 썼다. 그는 가방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한때 발카스에게 보여 주려던 계약서 사본의 낡은 표지가 남아 있었다. 원본은 이미 안전한 서류함에 따로 보관했고, 그의 원금 300금화도 전액 반환받았다. 이제 옛 표지는 추억에 가까웠다. “그 가방을 아직 가지고 있었어요?” 리네아가 물었다. “버리기 아깝더라고요.” “다음 산행에도 가져갈 거예요?” “아마 새 가방을 살 겁니다. 끈이 불안해서요.” 그녀가 웃었다. “옛날에는 끈이 끊어져도 그냥 올라갔겠죠.” “그때는 돌려받을 돈 말고는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태오는 가방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지난 시간에 억울했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억만으로 자기 선택을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 *** 발카스의 옛 자산관리실에는 한동안 쓰지 않은 직원 명부가 남아 있었다. 바렌은 오늘 그중 제0호 관측소와 관련된 직책의 범위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정식 목록을 준비했다. 기록에는 왕실 감시부 업무에 협력했던 날짜와 연락 담당 부서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개인 이름의 공개 여부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연락 담당자였다고 해서 관측소 물건을 받았다는 건 아니죠.”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바렌이 대답했다. “일부 연락은 기상 정보나 출입 허가를 안내하는 데 그쳤을 수도 있습니다.” 발카스는 당시 관측소 사람들이 자기 산에 드나들며 날씨를 기록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들은 화염이 강하게 솟는 날에는 관측을 중단했고, 길이 얼면 하산하지 못해 드래곤에게 식량을 얻어 가곤 했다. 발카스는 그들이 작고 시끄러운 인간이라고만 기억했다. “그중 누구 하나를 도와준 일은 있었겠지.” “그럴 수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찾는 기록과 연결되려면 당시 문서를 봐야겠죠.” 발카스는 서운한 듯 코웃음을 쳤다. “내 기억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기억은 어디를 찾아야 할지 알려 주는 단서가 되니까요. 다만 그 기억을 확인할 기록이 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드래곤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관측소에 오래된 길이 둘 있었다는 것도 말해 주마. 하나는 인간들이 걷던 길이고 하나는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만든 작은 우회로다.” “현재도 안전한 길입니까?” “모른다. 일곱 해가 지났으니.” “그럼 이번엔 최신 안전 안내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꼼꼼한 인간.” 발카스는 욕처럼 말했지만 태오는 웃었다. *** 가게로 돌아온 뒤 태오는 기록방 직원 채용 공고를 잠시 검토했다. 손님이 늘어나면서 원고 정리와 예약 일정을 돕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기록 보전 조사에 참여하는 날이면 가게를 비워야 했고, 그것이 오래 이어지면 다른 고객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이제 사람을 고용하려고요?” 리네아가 물었다.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일단 업무량과 수입을 확인하려고요.” “그런데 구인 공고는 왜 써 놨어요?” “가능성을 적어 본 거죠.” 리네아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집 계획도 가능성이라고 써 놓은 건 아니겠죠?” 태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실제로 함께 보고 싶습니다. 당신 일정에 맞춰서요.” “좋아요. 그럼 이번 주말에 세 곳만 보죠.” “세 곳이요?” “당신이 최소 세 곳은 비교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태오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가르친 규칙에 당하는 기분이었다. *** 관측소 위탁실과 관련된 첫 회신이 도착했을 때 그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왕실 담당자는 외부 보존목록의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동행할 사람이 있다면 역할과 열람권을 따로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태오는 자신의 이름을 ‘민간 기록정리 의뢰인’으로, 리네아의 이름은 아직 방문 예정 여부 미정으로 두었다. “제 이름을 먼저 넣지 않았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당신이 결정해야 하니까요.” 그녀는 만족한 듯 웃었다. “그럼 저는 가고 싶을 때 같이 갈게요. 다만 그날 중개 상담이 있으면 일정은 조정해야 해요.” “물론이죠.” 태오는 문서의 맨 아래에 적었다. 방문 신청 접수는 방문 승인과 다르며, 관측소의 실제 보존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지권이나 관리권을 단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산행이 또 다른 무모한 돌진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장이 필요했다. 저녁 식탁에는 헤스가 준 빵과 리네아가 만든 수프가 놓였다. 태오는 수프를 한 숟가락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영수증 없이도 믿을 수 있습니다.” “정말요?” “네. 실제로 맛을 봤으니까요.” 리네아는 웃다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자신이 드래곤 동굴에서 처음 배운 것보다 더 중요한 교훈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증명해야 할 일과 믿어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도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말하는 것. *** 자정 가까이 세딘의 두 번째 봉함표가 전달됐다. 제0호 관측소 인수 목록의 다음 장에 오래된 회수 지시가 기록되어 있었다. [기준 자료 회수 요청. 회수 결과 별첨.] 그 아래에는 결과란이 텅 비어 있었다. 태오는 한참 그 빈칸을 바라봤다. 회수했다는 말도, 회수하지 못했다는 말도 아니었다. 회수 결과를 별첨으로 보라는 지시일 뿐이었다. 더 아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별첨 보존처: 제0호 관측소 폐쇄 후 왕실 고산자료 위탁실.] 그곳은 이미 폐쇄된 시설의 뒷이야기였다. 금고 아래로 들어갈 필요 없이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170화. 내 보증금 원금 완납. 소피12금화 일부 실수령, 헤스10금화 일부 실수령. 기타 세입자 계약별 확인. 47-C 진품 소유자·관리권 미확정. 제0호 관측소 별첨 결과 조회 필요.]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좀 더 작은 글씨를 남겼다. [돌려받을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돌려줄 대답을 찾는 일이 남았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모험이 다시 검은 산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산에 올라가기 전에 누구의 허락과 어떤 기록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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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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