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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전달되지 않은 편지의 양식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60자

오프라인 책장
베라 퀸의 종이공방에는 습기가 적당히 머물렀다. 벽에는 손으로 만든 종이가 줄지어 매달려 있었고, 작은 틀 안에서는 새하얀 펄프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태오는 문을 열자마자 입술을 다물었다. 공방의 정교한 질서가 어딘가 경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구를 찾으러 왔습니까?” 베라가 물었다. “일곱 해 전 통지 문서를 전달했던 사람들의 업무 절차를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절차를 찾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혹시 특정 사람을 탓할 근거가 있으면 그다음에 확인해야겠죠.” 베라는 웃으며 뒤쪽 선반에서 푸른 표지의 작은 공책을 꺼냈다. 후대 교육용으로 다시 쓴 수업 공책이었다. 태오는 그 종이가 당시 공식 기록 원본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옛 담당자들이 어떤 경우를 구분하도록 교육받았는지에 관한 참고사항뿐이었다. “당시에 문서를 못 받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했습니까?” “수신자 불명, 주소 불명, 수취 거절, 위험 때문에 전달 불가. 적어도 그 네 경우는 따로 표시했어요.” “왜요?” “사람이 거절한 게 아닌데 거절했다고 기록하면, 다음에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할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그 대답에 태오는 소피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거의 어떤 기록은 ‘업무 수신 완료’라고 적혀 있었고, 그녀는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실수였는지 제도상의 축약인지 아직 몰랐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대답할 기회가 좁아졌던 것은 분명했다. “미도착 문서 목록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아십니까?” “당시에는 일일 연락원이 작성하고, 정식 감독관이 대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모든 날의 감독관을 기억하는 건 아니에요.” 베라는 허락된 이름이 아닌 직책만 말해 주었다. 태오는 그 신중함을 존중했다. *** 공방의 문이 다시 열렸다. 허리가 굽은 중년 여성이 들어오더니 베라에게 오래된 종이틀을 돌려주었다. 베라는 그녀를 '루덴 씨'라고 불렀다. 한때 우편을 나르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바느질을 하며 산다고 했다. “이분이 예전 연락원 업무를 좀 아세요.” 베라가 말했다. 태오는 소개를 받자마자 질문하지 않았다. 먼저 이 대화를 기록해도 괜찮은지 물었다. 루덴은 자신의 건강이나 집 주소를 적지 않는 조건으로 일반적인 업무 관행을 설명하는 데 동의했다. “누가 편지를 받지 못하면 어찌했습니까?” “비 오는 날엔 길이 끊기기도 했지.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돌아온 편지를 보관소에 맡기는 게 일이었네.” “그럼 그 편지가 도착한 걸로 기록됐습니까?” “보관소에는 도착했겠지. 받기로 한 사람에게 간 건 아니었고.” 루덴은 말끝에 낡은 단추를 손으로 만졌다. 그것은 어떤 표식의 증거라기보다 오랜 습관처럼 보였다. “그 시절에는 이름을 잘못 적은 편지도 있었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둘이면 더 헷갈렸지.” 태오는 다렌 코르와 다렌 베스를 떠올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 여성의 기억 속 인물인지 묻지 않았다. 막연한 단서를 눈앞의 사람에게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았다. “기록을 남기던 양식을 보신 적 있습니까?” “받은 사람 칸과 들고 돌아온 사람 칸이 따로 있었지. 그런데 나중에 그걸 한 칸으로 줄인 새 양식을 봤어.” “언제입니까?” “정확한 해는 기억나지 않아. 내가 일을 그만두기 전이었는지 뒤였는지도 모르겠어.” 태오는 그 기억을 참고 진술로만 적었다. 지금 당장 특정 표식을 추적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었지만, 후대 색인의 의미가 축약된 경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 오후에는 소피의 재검토 절차에서 실제 변화가 있었다. 이르마는 소피가 본인 자료의 추가 열람을 요청한 범위 가운데, 개인에게 통지를 다시 보내려 했던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의 목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본안 판단은 아니었다. 다만 소피는 해당 항목의 사본을 허가 범위 안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또 제가 읽을 수 있겠네요.” 소피가 말했다. “네. 필요하면 읽기 보조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내용을 대신 승인할 권한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르마가 답했다.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읽어 주는 사람과 제 대신 결정하는 사람은 다르죠. 이제 그 차이를 알아요.” 태오는 멀리서 그 말을 들었다. 일곱 해 전 어떤 문서는 낭독되고, 어떤 문서는 반송되었다. 오늘은 당사자가 자신의 언어로 다시 확인할 기회를 얻고 있었다. *** 기록방에 돌아온 태오에게 발카스가 편지를 보내 왔다. 헤스에게 10금화를 지급한 날 이후, 오래된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새 절차를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다. 개인이 아닌 공동소유 재산에서는 상대 지분자의 동의를 먼저 받겠다고 했다. “이제 드래곤도 동의를 배우는군.” 태오가 중얼거렸다. 리네아가 옆에서 물었다. “당신도 배웠잖아요.” “저는 어떤 동의를요?” “지난번 여행에서 보트 운전대를 제가 잡겠다고 했을 때요.” “그건 생존 본능입니다.” “서로를 믿는 것과 생존 본능을 구분해야겠네요.” 두 사람은 웃었다. 리네아는 소매 속에서 바늘과 실을 꺼내 태오의 외투 단추를 달아 주었다. 호수 여행에서 떨어진 단추였다. “이거 당신이 직접 해도 될 텐데.” “할 수는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신에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그럼 부탁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녀는 단추를 단 뒤 가볍게 외투를 당겼다. 태오는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리네아가 웃으려다 살짝 얼굴을 붉혔다. *** 베라의 공방에서 돌아온 다음 날 태오는 옛 전달 양식의 차이를 보여 주는 작은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라고 해 봐야 파벨 기록방의 긴 책상에 아델과 루덴, 이벨, 세딘이 앉아 종이 세 장을 비교하는 자리였다. 원본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절차의 차이는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개인명은 없는 시험 양식을 사용했다. 첫 번째 양식에는 ‘문서 수령 확인’이라는 칸 하나가 있었다. 두 번째 양식에는 ‘보관기관 접수’, ‘수취인 교부’, ‘반송’, ‘대리 낭독’이 각기 다른 칸으로 나뉘었다. 세 번째 양식은 중간 과정 일부가 줄어든 후대판이었다. “저런 양식이면 제가 읽어 준 것과 대신 받아 간 것이 섞일 수 있겠군요.” 아델이 말했다. “그런 위험이 있습니다.” 이벨이 답했다. “하지만 특정 사건에서 실제로 섞였는지는 그날의 접수기록과 증언을 봐야 합니다.” 루덴은 연습용 양식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에 이 칸을 일하던 사람이 채웠던 것 같네. 그런데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소.” “그 사실을 그대로 적어 두면 됩니다.” 세딘이 말했다. “일반적인 경험을 말씀하신 것과 특정 사건에 관여하셨다는 걸 혼동하지 않겠습니다.” 아델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누군가는 글을 읽지 못해서 옆 사람에게 부탁했겠죠. 부탁받은 사람이 편지를 읽어 주는 일은 좋은 일일 수도 있어요. 문제는 그때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그 사람의 뜻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죠.” 태오는 종이 위에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하나에는 '읽어 준 사람', 다른 하나에는 '결정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둘은 같은 사람일 수도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그 사이에 화살표를 그리려다가 멈췄다. 읽어 주었다는 사실이 결정을 위임받았다는 뜻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이 생각보다 어려워지네요.” “그럴수록 가짜 화살표를 그리면 안 되죠.” 이벨이 웃었다. *** 공방 밖에서는 상인들이 작은 장터를 열고 있었다. 베라는 손으로 만든 종이와 편지지를 팔았다. 태오는 여러 장을 사서 기록방에 놓으려 했다. 베라는 값을 조금 깎아 주겠다고 했지만 태오는 정가로 계산했다. “후대 교육 공책까지 보여 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럼 종이 한 장만 더 드릴게요. 이건 덤이니까 계산서에 상품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적어 두세요.” 태오는 웃었다. 베라는 그의 원칙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터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적은 책갈피를 만들고 있었다. 아델이 문해교실 학생들을 데려온 것이다. 다렌 코르는 아이들보다 커다란 손으로 조심조심 글자를 썼다. 두 아이가 그의 글씨를 바라보다 말했다. “아저씨, 글씨가 삐뚤어요.” 코르는 얼굴을 붉혔다. “나도 이제 배우는 중이라 그렇단다.” “그럼 같이 연습해요.” 아이는 자기 연습장을 내밀었다. 코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옆자리에 앉았다. 태오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과거의 수령증과 코르가 정말 같은 사람이었는지는 아직 독립적인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이름을 직접 쓰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했다. 어쩌면 중요한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몰랐다. *** 오후 늦게 베라가 작업장 문을 닫으며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일곱 해 전에는 감시 담당이 바뀌는 시기에 편지의 행선지가 많이 수정됐어요. 그때 원래 목적지와 변경 목적지를 모두 적도록 한 적이 있었죠.” “공식 규칙 원본을 보신 적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있을 수도 있어요. 제가 가진 건 후대 공책뿐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인수인계용 서식 제목은 기억나요.” 베라는 낡은 종이 가장자리에 글자를 적었다. [발송 대상 정정 이력.] 태오는 그 말을 기록했다. 기존 왕실 기록의 '수신 완료'와 달리, 이 양식은 누군가의 주소가 왜 바뀌었는지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특정 47-C 신청과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보관기관에서 실제 제목으로 검색할 실마리는 됐다. “이걸 기록국에 조회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정확히 그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베라는 웃었다. 태오도 웃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무언가를 확정하기보다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설명할 줄 알았다. *** 그날 저녁 기록방 책상 위에 작은 편지 한 장이 놓였다. 소피의 아이가 만든 것이었다. 종이에는 서툰 글씨로 '편지 잘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고, 귀퉁이에는 금빛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는 금화보다 편지가 잘 도착하는 일이 더 궁금한 듯했다. 태오는 그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리네아에게 보여 주었다. “당신에게도 이런 편지를 보내 볼까요?” “어떤 말을 적을 건데요?”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직접 전달하겠다는 말입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그건 편지보다 먼저 듣고 싶은 말이네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젠가 그들은 같은 집에 살아도 서로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실제로 읽고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 *** 베라의 공방에는 그날 저녁 작은 등불이 켜졌다. 종이를 말리던 직원은 태오에게 종이의 결이 세로와 가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오래된 문서의 섬유 방향을 보면 일부가 나중에 덧붙여졌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런 관찰을 곧장 위조 증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태오는 직원에게 감사하고 시험 종이 두 장을 구매했다. 그는 기록방으로 돌아와 자신이 잘못 이해했던 문장들을 적은 작은 목록을 만들었다. 수령, 접수, 낭독, 보관, 집행, 완료. 그중 어떤 단어는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뜻으로 쓰였다. 단어를 하나씩 구분하는 일이 처음엔 성가셨지만, 누군가가 자기 이름으로 말할 기회를 잃지 않도록 돕는 도구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다. *** 밤이 되자 태오는 베라가 건네준 작은 책갈피를 책상 모서리에 세웠다. 거기에는 일부러 빈 칸을 남겨 둔 편지 그림이 있었다. 누군가가 아직 대답하지 못한 자리는 잘못된 도장으로 채우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보였다. 그는 그 빈칸을 그대로 두었다. *** 그날 밤 세딘은 왕실 인영 판독실의 구 목록을 확보했다. 제4 보존대장에 47-C 원표식 기준 인영과 관련된 항목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열람 심사 전에는 그림 자체를 복사할 수 없었다. [표식 실물과 대조 기준 인영의 법적 목적 구별 요망.] 태오는 수첩에 한 줄을 덧붙였다. 표식이 있어도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며, 그림이 있어도 물건을 소유한 것은 아니다. 베라에게 받은 후대 교육 공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편지가 도착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착했다는 도장이 아니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길이다.] 그 문장은 공식 법령도 판결도 아니었다. 그러나 태오는 오래 바라봤다. 오늘 소피가 그 길의 한 부분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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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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