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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64화
PAYLUA ORIGINAL · 제164화

164화. 드래곤의 날개를 판 광고지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202자

오프라인 책장
리네아의 중개 사무실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줄을 섰다. 대부분은 집을 구하는 고객이 아니었다. 어떤 광고지를 들고 온 사람들이었다. [왕실 감시 표식 확인 시 보증금 즉시 지급! 제47 반환 대행 전문.] 광고지에는 용의 날개와 엘프의 귀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익숙한 사람이라면 드래곤 발카스와 중개인 리네아를 연상할 법한 그림이었다. 다만 어느 한쪽도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우리 사무실에서 이걸 만들었다고요?” 리네아가 물었다. 앞줄의 여성은 광고지 맨 아래의 작은 글씨를 가리켰다. “근처 엘프 중개소와 협력한다고 적혀 있는데요.” 리네아는 글씨를 끝까지 읽었다. 회사 이름은 낯설었다. 사업 등록번호는 알아볼 수 없는 작은 인쇄로 찍혀 있었다. 그녀는 전화를 걸거나 사람을 찾아 뛰어가기 전에 먼저 고객들에게 확인된 사실을 설명했다. “저희 사무실은 이 업체와 협력 계약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또 47-C 계열 표식이 모든 보증금을 지급하게 하는 권한이라는 확인도 없습니다.” “그럼 이미 상담비를 낸 사람은요?” “지급한 비용의 계약서와 영수증을 보관하시고, 해당 업체에 반환 조건을 확인하세요. 분쟁 상담이 필요하면 독립된 기관에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리네아는 자신의 사무실 이름으로 사실관계 정정 공지를 냈다. 길드 감독관에게도 이해관계가 있어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판단했다. 연인인 태오의 기록방에 일을 떠넘기지 않았다. 점심 직전 태오가 간식을 들고 찾아왔을 때 그녀는 공지문을 붙이는 중이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지금은 괜찮아요. 제 직업의 문제니까요.” “그렇죠. 그럼 간식은 사적인 도움으로 인정됩니까?” 리네아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이건 엄격한 심사 대상이네요.” “무슨 기준입니까?” “견과류가 충분한지요.” 봉투를 열어 본 그녀의 표정이 풀어졌다. 태오는 괜히 승리한 듯 어깨를 폈다. *** 같은 시각 마르셀의 사무실에는 광고지와 별개로 기록 요청이 접수됐다. ‘왕실 인영도보 제3권’을 확인하려는 신청이었다. 신청인은 이벨을 대리인으로 정한 한 명의 옛 세입자였고, 열람 목적은 자신의 통지 기록과 표식 설명을 비교하는 데 한정되어 있었다. 태오는 자료 목차를 정리하는 일만 맡았다. “이걸 열면 진품 47-C를 찾을 수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그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물건이 어디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세딘이 답했다. “그림도 허가가 필요합니까?” “도안 속에 개인 이름이나 인증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개 범위를 분리해야 하죠.”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왕실 보관소의 모든 문에는 ‘왜 보려는가’라는 질문이 붙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질문이 싫지 않았다. 과거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함부로 신청인 칸에 옮겨 적은 탓에 얼마나 큰 혼란이 생겼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딘은 검토 가능한 공개부분만 먼저 설명했다. 제3권에는 ‘감시 표식의 외형 판별 방식’과 ‘분실 신고 시 인영 대조 절차’의 목차가 있었다. 47-C 항목의 본문 존재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 분실된 표식이라면요?” “분실 신고가 있었다는 별도 기록이 필요합니다. 추측만으로 분실이라 부르지 마세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 광고를 낸 업체는 오후에 직접 리네아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남자는 얇은 구두와 지나치게 광택 나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는 광고지가 ‘업계 협력의 가능성’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이미 협력 중인 것처럼 써도 됩니까?” 리네아가 차분히 물었다. “아직 확정된 계약은 없지만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제 이름을 이용해 비용을 받는 건 도움이 아닙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태오는 문밖에서 일행을 기다리다 잠깐 그 대화를 들었다. 그러나 끼어들지 않았다. 리네아는 길드 등록서와 자신이 체결하지 않은 협력 계약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고객 명단을 주시면 일부 환불도…” “고객 개인정보를 제게 넘기실 필요는 없습니다. 비용을 받으신 계약의 당사자에게 직접 적법한 절차를 안내하세요. 저는 제 명칭 사용 문제를 별도로 공식 제기하겠습니다.” 젊은 남자는 항의하려다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광고지 회수 여부를 확인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회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표가 떠난 뒤 리네아는 한숨을 쉬었다. 태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들었어요?” “네. 하지만 제가 해야 할 말은 했어요.” “잘하셨습니다.” “당신이 대신 싸워 주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당신이 이미 훨씬 잘 싸우셨잖아요.” 그녀는 놀란 듯 웃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안았다. 리네아의 목소리가 그의 어깨 너머에서 들렸다. “그래도 가끔은 누가 제 편이라고 말해 주면 좋겠어요.” “늘 제 편입니다. 당신이 틀렸을 땐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는 편이요.” “그럼 오늘 저는 어땠어요?”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녀는 조금 더 오래 그의 품에 머물렀다. *** 기록방에는 저녁에 헤스가 찾아왔다. 그는 광고를 낸 업체가 빵집에도 들렀다며 접힌 전단을 꺼냈다. “보증서만 확인하면 밀린 돈이 곧 나온다더군. 그래서 갱신 계약에 서명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그 말은 믿지 않으셨죠?” 태오가 물었다. “빵은 오븐에 넣는다고 바로 나오지 않는데, 수년 된 돈이 종이 한 장으로 갑자기 튀어나오겠나.” 헤스는 웃다가 곧 진지해졌다. “그래도 나 같은 노인들은 흔들릴 수 있지. 하루라도 빨리 돈을 받으면 좋겠으니까.” 태오는 전단의 문구와 헤스의 실제 계약을 나눠 적었다. 광고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지금 헤스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점포 갱신 조건을 검토하고, 발카스 측 개별 지급 제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바렌 씨의 다음 연락은 언제입니까?” “이번 주 안에 검증한 재원 목록을 준다더군.” “실제 돈이 준비되기 전이면 계획으로 받아 두세요.” “안다네. 자네 덕에 그 말이 귀에 못이 박혔어.” 태오가 웃었다. 그 말은 칭찬이면서 동시에 약간의 항의처럼 들렸다. *** 정정 공지를 붙인 뒤에도 광고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리네아는 자신이 그 업체와 계약을 맺은 적 없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민원을 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는 계약서와 실제 광고 내용이 중요했다. 그녀는 길드 분쟁 상담 창구를 안내하고, 자신에게 제출된 개인정보는 본래 상담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어떤 노인은 광고지에 드래곤 그림이 있어서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림이 너무 진짜 같았어. 검은 비늘 사이로 금빛이 번지는 것까지 그렸지.” 리네아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발카스 님이 실제로 후원하거나 지급을 보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분 명의 사용도 따로 확인해야 해요.” 태오가 옆에서 덧붙였다. “실제로 돈을 받으신 적은요?” “아니. 오히려 상담비를 냈지.” “그럼 현재까지 확인된 지급은 없는 겁니다. 광고 계약에서 무슨 서비스를 약속했는지를 살펴야겠죠.” 노인은 한참 생각하다 접힌 영수증을 내밀었다. 리네아는 이를 임의로 가져가지 않았다. 당사자가 원한다면 분쟁 상담기관에 제출할 목록만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이때 마르셀이 공식 회신을 보내 왔다. 광고지에 적힌 업소의 등록 상태를 확인하는 심사가 시작되었으며, 협력 사실을 표시한 부분에 대한 해명도 요구됐다는 내용이었다. 접수된 진정이 곧 법 위반 확정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잘못된 홍보 내용이 더 퍼지지 않도록 확인하는 절차는 시작된 셈이었다. 리네아는 직원용 회의록을 짧게 남겼다. 고객에게 확인되지 않은 지급 시점을 약속하지 않는다. 중개 상담과 보증금 환급 대행을 동일한 서비스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다른 회사가 이름을 빌려 쓴 사실을 알면 출처를 확인하고 즉시 정정 요청을 한다. 단순한 세 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 그날 오후 토른은 기록방의 작은 정원에 새 화분대를 달았다. 리네아의 푸른 사무실 간판을 설치할 때 남은 나무를 사용했다고 했다. 태오는 목재를 두드려 보았다. “이것도 보수 계약에 포함됩니까?” “아니.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다.” “정말로요?” “그런 표정 짓지 마. 네 집에 선물 하나 놓으려면 왕실 허가까지 받아야 할 것 같으니까.” 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토른은 화분대에 흙을 채우고 리네아가 고른 허브 두 종류를 심었다. 비가 오면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태오는 그 구멍을 보고 기록을 찾을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 막혀 있는 길은 크게 뚫을 필요 없이 꼭 필요한 크기로만 열어도 될 때가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토른이 물었다. “이제 화분 구멍을 보고도 행정 절차가 떠오릅니다.” “그거 병이야.” “고칠 수 있습니까?” “호수에 일주일 더 다녀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에게 이 말을 전하면 당장 여행 날짜부터 잡으려고 할 것이다. *** 저녁 식사 후 리네아는 광고지 사건이 얼마나 피곤했는지 조용히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돈을 돌려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저도 처음엔 그 마음을 이용해서라도 손님을 모으는 중개인이 성공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하셨습니까?” “아니요. 하지만 필요한 말을 빠뜨린 적은 있어요. 드래곤이 집주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던 것처럼요.” 태오는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 일은 고쳐야 했죠. 그리고 지금 고치고 있잖아요.” “당신은 이제 저를 너무 잘 읽는 것 같아요.” “중개인과 오래 계약한 고객이라서요.” “그 계약은 끝났잖아요.” 태오는 잠시 웃었다. “그럼 새로운 관계는 계약서 없이 오래 갑시다.” 리네아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태오가 먼저 입을 맞추자 리네아는 놀라 웃었다. “누가 이렇게 대담하게 하래요?” “여기는 서고가 아니라 우리 집이니까요.” “지금 집은 따로 정하자고 했잖아요.” “그럼 임시 거점에서 먼저 연습하는 걸로요.” 그녀가 웃으며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태오는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모든 조사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자주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 자체를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었다. *** 다음 날 광고지 피해를 걱정하던 고객 한 명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의 상담 계약서를 보여 주었다. 리네아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을 함부로 복사하지 않고, 서비스 제공 범위와 실제 지급한 상담료의 항목만 대조하도록 안내했다. 고객은 돈을 되찾을 수 있느냐고 거듭 물었다. 리네아는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면서도, 어떤 문서를 지참해 정식 분쟁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려 주었다. 고객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 장면을 보고 깨달았다. 실무자의 친절은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데 있지 않았다.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지 않고,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실제 길을 알려 주는 데 있었다. 리네아의 푸른 간판은 이제 단순히 보기 좋은 장식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런 방식으로 일하겠다는 조용한 다짐처럼 보였다. *** 밤에 마르셀의 서신이 도착했다. 옛 인영도보 제3권의 공개 가능한 목차 대조가 허가됐다. 표식 47-C와 비슷한 숫자가 적힌 곳은 찾았지만 제목은 뜻밖이었다. [제47조 감시통지 표식 — 원본 분실 시 비교 금지. 기준 인영 폐쇄 보존.] 태오는 그 글을 읽고 멈췄다. 분실 신고가 있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다만 제도가 원본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한 절차를 마련해 두었다는 뜻이었다. 이벨은 덧붙였다. “이 절차는 진품을 찾는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가짜 표식을 진품처럼 쓰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기준 인영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위치와 인출 권한이 공개될 수 있는지는 별도 심사해야 합니다.” 태오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드래곤의 산이 보이지 않는 날이었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리네아에게 짧은 편지를 남겼다. [오늘은 광고 문제 때문에 고생했죠. 저녁은 제가 준비할게요. 계약서 없이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그럼 메뉴 선택권은 제가 가집니다.] 태오는 웃었다. 표식과 권리의 차이를 끝없이 배운 끝에 얻은 성과는, 연인에게 메뉴 선택권을 기꺼이 넘겨줄 줄 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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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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