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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잃어버렸다는 말의 증거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73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임시 인계반의 옛 사무실은 지금 우산 수리점이었다. 문 앞에는 방수 천과 부러진 우산살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건물 벽에 남은 왕실 휘장만이 과거를 짐작하게 했다. “저 안에 표식이 있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세딘이 대답했다. “건물의 현재 용도는 관계없습니다. 보관기록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등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온 겁니까?” “등록부에는 인계반 폐쇄 당시 임시 인장이 남은 위치를 확인하러 왔다고 돼 있습니다. 건물에 있는 우산은 보러 온 게 아니죠.” 가게 주인인 노파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비죽 웃었다. “임시 인장이요? 이쪽에선 그런 걸 못 봤고, 지붕에서 물 새는 것만 수백 번 봤수다.” “그 물은 기록해 두셨습니까?” 태오가 농담했다. “기록을 했지. 매년 비 새는 자리랑 수리공이 약속한 날짜. 그걸 보면 세상에서 제일 거짓말 잘하는 건 구름이랑 수리공이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토른에게 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노파의 동의를 얻어 건물 인수 시 받은 목록의 표제만 확인했다. 목록에는 가구와 오래된 안내판은 있었지만 감시 표식 실물은 없었다. 다른 기관으로 옮긴 자료를 개인 상점에서 찾을 이유도 없었다. “확실히 해 둡시다.” 세딘이 말했다. “건물을 샀다고 왕실의 옛 기록을 가진 건 아닙니다.” “집을 샀다고 세입자 돈까지 자기 것이 되는 게 아닌 것과 같군요.” “당신은 모든 것을 그 예시로 설명할 수 있군요.” “경력이 쌓였습니다.” *** 오후에 세딘은 옛 인계반의 폐쇄 대장을 정식 열람했다. 그 안에는 ‘47-C 원표식 기준본 소재 조회’에 관한 두 가지 기록이 있었다. 하나는 일지에 적힌 접수번호였고, 다른 하나는 담당자가 작성한 부속 메모였다. [실물 제시 없음. 대조 기준 인영 목록 요청.] 인영은 표식으로 눌러 만든 흔적이나 도안이었다. 실제 금속 표식을 가지고 오지 않아도 책 속의 모양과 비교할 수 있었다. 태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금고 열쇠를 들고 돌아다녔다고 생각할 필요는 적어도 지금은 없었다. 그런데 디아나가 메모 맨 아래를 가리켰다.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어요. 누가 실물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뜻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신청자가요?” “그럴 수도 있고, 보관기관이 기준 실물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죠. 당시 서식 규칙을 봐야 합니다.” 태오는 펜 끝을 멈췄다. 한 글자의 주어가 빠진 문장이 일곱 해 뒤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수께끼가 되는 순간이었다. 디아나는 기록층을 살핀 뒤 덧붙였다. “다만 접수일과 메모 작성일은 같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잉크 색이 조금 다르지만, 그것만으로 누군가 나중에 속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 이렇게 모든 결론이 보류됩니까?” 태오가 투덜거렸다. “역사 자료가 그렇죠. 저는 저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이 게으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연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 대답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 기록방에는 오후 세 시가 되기 전에 드래곤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문을 통과하려고 몸집을 줄인 뒤에도 의자가 좁다고 불평했다. 태오는 벽에 붙여 둔 방문객 안내문을 가리켰다. [서류 제출은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화염 마법 사용 금지.] “내 이름을 직접 적지 않았군.” 발카스가 말했다. “모든 방문객에게 적용됩니다.” “그러면 나 아닌 용도 오는가?” “와도 동일한 규칙입니다.” “내 친척들은 글자를 작게 읽지 못한다.” “그럼 안내문을 더 크게 만들겠습니다.” 바렌이 서둘러 접수함을 책상에 올렸다. 발카스가 가져온 것은 새 지급 약속이 아니라, 예전 개인 자산관리실의 인영 견본 목록이었다. 기록방은 이를 정리하는 독립 업무를 유상 수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오는 그 자료가 세입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지 먼저 검토했다. “원본 관리자는 따로 있고, 저는 허가된 목록을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겁니다.” “네가 좀 봐 주면 안 되느냐.” 발카스가 말했다. “그 '좀'이 제 사업에선 가장 비싼 단어입니다.” 드래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좋다. 정식 견적을 내라.” 태오는 리네아가 선물한 펜으로 의뢰 범위를 작성했다. 낡은 인영의 도안 정리, 자료 출처별 파일명 부여, 비교표 작성. 물리 표식의 진위 감정이나 제3자 권리 판단은 포함하지 않았다. “보증금 원금 다 받은 사람한테 또 돈을 주는 게 우습군.” 발카스가 말했다. “이번엔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돈입니다.” “구분할 줄 안다.” 드래곤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퇴근 무렵 리네아는 중개 사무실에서 들은 이상한 소문을 전했다. 북쪽 골목의 중개업자가 ‘47-C 확인만 받으면 모든 보증금을 한꺼번에 되돌려받는다’는 말을 고객에게 했다는 것이다. 리네아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객에게 기대를 조절해 달라고 설명했다. “아직 표식의 소지자가 누군지도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태오가 말했다. “그러니까요. 그 말을 믿고 당장 현재 집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위험하네요.” “그래서 사실관계 안내문이 필요해요. 하지만 소문 낸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되겠죠.” 태오는 마르셀이 발표한 기존 확인사항만 활용해 짧은 안내문을 만들었다. 47-C는 감시·통지 관련 표식이며 현금 인출권이 아니다. 대조 신청 기록의 존재와 실제 대조 완료는 다르다. 지급은 계약별로 확인해야 한다. 문장은 세 줄뿐이었다. “세 줄이면 충분합니까?” 리네아가 물었다. “거짓 희망을 막는 데는 세 줄이면 됩니다. 희망 자체를 막을 생각은 없고요.” 그녀는 다정하게 웃었다. *** 다음날 판독실에서 돌아온 디아나는 태오에게 매우 단순한 질문을 했다. 어떤 도장이 찍힌 종이 두 장을 보여 주고, 둘이 같은 물건으로 찍힌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태오는 확대경을 들여다봤다. 두 둥근 자국의 가장자리에는 똑같은 세 갈래 흠집이 있었다. “같은 것 같은데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아닙니다.” “같은 흠집인데도요?” “복제 인장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하나의 인장으로 서로 다른 사람이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원본에서 다시 인쇄한 표본일 수도 있죠.” 태오는 확대경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숙인 채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은 누가 찍었느냐겠네요.” “그 질문은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합니다. 인장 보관기록, 작성 장소, 당시 출입 담당자. 한 종류의 표본으로 모두 답할 수는 없어요.” 디아나는 두 표본의 뒷면을 펼쳤다. 하나는 오래전 공익감시부 수업용 인영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연습용 복제 탁본이었다. 태오는 두 자료가 전혀 다른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틀릴 줄 알았습니다.” “틀렸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같아 보인다는 관찰은 옳았습니다. 관찰에서 곧장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문제였죠.” 그 말에 태오는 힘을 얻었다. 앞으로 사건을 다루는 기록방 직원에게도 비슷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디아나는 자신의 감정 기록을 닫으며 덧붙였다. “의도적인 위조가 있다는 가설과, 단순한 관리 착오가 있었다는 가설을 나란히 놓아야 합니다. 아직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어요.” “그래도 관리 오류라면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할 수 있겠군요.” “그렇겠죠. 다만 책임의 형태는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규칙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 그날 저녁 발카스는 기록방에 남아 있던 자신의 인영 견본을 보고 거창한 제안을 했다. “내가 네게 직접 인장 하나를 만들어 주마.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면 수천 년은 쓸 수 있다.” 태오는 잠시 혹했다. 드래곤의 비늘을 깎아 만든 인장이라면 거래처가 경외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 인장이 있으면 제 이름으로 다른 사람이 서류를 찍기 어려워집니까?” “당연히 어렵지.” “비늘을 누가 보관하는지와 분실했을 때의 조치도 필요하겠네요.” 발카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선물도 받기 전에 규칙을 만들겠다는 말이냐?” “선물이 귀할수록 더 주의해야죠.” 드래곤은 한참 태오를 바라보다 결국 웃었다. “좋다. 그럼 작은 장식으로만 주마.” “그건 괜찮습니다. 상표 대신 장식으로 쓸게요.” 그러자 바렌이 두꺼운 수첩을 펼쳤다. “증여 재산 평가와 용도 제한을 기록해 두겠습니다.” 드래곤이 바렌을 노려봤다. “인간들아, 이제 내 선물에까지 회계를 붙이는구나.” 태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증금을 받느라 배웠던 규칙이 이제는 고대 드래곤에게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 문해교실에서 열린 수업에는 코르 외에도 나이 든 학습자가 몇 명 있었다. 아델은 사람마다 글씨를 쓰는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떤 이는 이름을 곧바로 쓰고, 다른 이는 첫 글자를 수십 번 연습했다. 코르는 필기구를 든 손이 오래된 흉터 때문에 아프다고 했다. “쉬면서 하셔도 돼요.” 아델이 말했다. “내 이름은 손이 아파도 내가 써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읽어 드릴 수는 있지만, 대신 결정해 드리는 건 다른 문제죠.” 코르는 웃었다. 그는 예전에 누구의 도움으로 문서를 읽었는지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수령증이 지금까지 어떤 효력을 만들어 냈는지도 아직 조사 중이었다. 그러나 오늘 문해교실의 학습카드에 이름을 쓴 사람은 분명 자신이었다. 태오는 수업을 구경하다가 과거 수령증의 필적과 지금 글씨를 바로 비교하려는 마음을 접었다. 과거에는 상처 상태와 필기구, 종이가 달랐다. 제대로 된 감정 절차 없이 둘이 닮았다는 말을 했다간 코르에게 새로운 기대나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아델이 태오에게 물었다. “오늘 새로운 단서를 찾았나요?” “단서보다는, 오늘 쓰는 글씨가 누구 것인지를 확인했습니다.” “그거면 충분히 중요한 날이지요.” 그들은 함께 교실 문을 닫았다. 태오는 잊고 있던 장면을 떠올렸다. 자신의 처음 계약서에도 평범한 서명이 있었다. 그 서명은 드래곤에게 억울함을 증명할 근거가 되었고, 지금은 다른 이들에게 자기 이름으로 대답할 기회를 지켜 주는 일을 배우게 했다. *** 늦은 밤 태오는 도안 견본을 정리하면서 옛날 자신이 그린 검은 산맥 지도를 발견했다. 처음 드래곤의 동굴을 찾아갈 때는 산의 길보다 ‘돈을 숨긴 장소’라는 거친 표시가 더 컸다. 그는 연필을 들어 그 표시를 지웠다. 산에는 왕실 관측소도, 공공 도로도, 사람이 위험을 피해 돌아가는 길도 있었다. 무조건 한 사람의 재산이나 의심만으로 모든 지형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낡은 지도가 새롭게 보였다. 리네아가 지도를 내려다보다 물었다. ‘이제 산에 다시 가고 싶어요?’ 태오는 웃으며 대답했다. ‘필요하면요. 하지만 이번에는 왜 가는지부터 정해야겠죠.’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새로운 집을 찾는 일도 똑같았다. 단지 드래곤이 없는 집을 고르는 게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결정하는 일이었다. *** 밤에는 코르가 기록방을 찾았다. 그는 아델의 문해교실에서 쓴 종이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걸 좀 봐 주시오.” 종이에는 큼직한 글씨로 ‘다렌 코르’라고 적혀 있었다. 옛 수령증에 남은 이름과는 다른, 오늘 그가 직접 쓴 이름이었다. “잘 쓰셨네요.” “이걸 일곱 해 전에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태오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 쓸 수 있으니까 앞으로 필요한 문서에는 직접 쓰시면 되죠.” 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문서가 진짜 누구의 글씨였는지 감정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글씨가 누구의 것인지는 코르가 직접 증명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 대신 서명하지 않겠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때 창밖에서 바람종이 울렸다. 태오는 리네아가 새 집에 달자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름을 자기 손으로 쓰는 일과 자기 집의 문을 여는 일. 비슷해 보이지 않는 두 일이 모두 누군가의 자유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늦게 도착한 감정인의 메모에는 표식 도안 견본을 보관했던 장소가 적혀 있었다. ‘왕실 인영도보 제3권, 관련 장부 위치 별도’. 진품 소지자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태오는 잠깐 웃었다. “이제는 열쇠를 찾는 게 아니라 열쇠 그림을 찾는군.” 그리고 그 그림을 누가 언제 그렸는지 확인해야 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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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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