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는 아침 일찍 아이의 머리카락을 땋았다. 오늘은 면담이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단정한 옷을 입었다. 아이는 엄마가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우리 집에 오기로 했던 편지가 정말 왔는지 물으러.”
“편지가 안 왔으면 우체부 아저씨가 혼나요?”
소피는 잠시 멈췄다.
“그건 아직 몰라. 누가 잘못했는지 물으러 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 내가 기다린 건 엄마가 와서 말해 줘.”
그 말이 소피를 웃게 했다. 창밖에서 기다리던 태오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는 아이의 이름을 적지 않은 봉투 두 개만 들고 있었다. 한쪽에는 서고 6-H-22의 허가된 대조목록, 다른 쪽에는 발카스에게서 실제 받은 12금화의 영수증 사본이 있었다.
“오늘 증언은 소피 씨가 하시고요. 저는 서류 순서만 알려 드릴게요.”
“알아요.”
소피가 미소 지었다.
“오히려 그게 고마워요. 누가 대신 말하는 걸 너무 오래 겪었으니까.”
왕실 조정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기록 담당 이르마와 등록관 마르셀, 법률 조력인 이벨, 소피가 지정한 별도 기록원만 앉았다. 발카스 측 바렌은 청구 금액 대조를 위해 다른 시간대에 대기하도록 했고, 소피의 사생활 자료를 임의로 열람할 수 없었다.
“시작하기 전에 공개 범위를 확인하겠습니다.” 이르마가 말했다. “현재 주소와 아이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입니다. 오늘 확인할 사항은 일곱 해 전 통지가 소피 씨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증빙입니다.”
“그리고 그게 제 채권을 없앴다는 주장이 있었는지도요.”
“그 문제는 오늘 발견되는 사실을 토대로 별도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소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가 복도에서 기다릴 때, 면담실 문은 조용히 닫혔다.
***
첫 번째 자료는 종이였다. 옛 조합의 수신 집계장은 ‘서류 접수 완료’라고 적었다. 두 번째 자료는 황동 판독기의 출력 사본이었다. 후대 판본에는 ‘수신 완료’라는 단어가 인쇄되어 있었다. 세 번째 자료는 당시 경고 표시의 흔적이었다.
[개별 당사자 교부 확인 미완. 직접 청취 또는 재송달 검토.]
소피는 세 줄을 번갈아 읽었다.
“저는 처음 두 장만 본 적 있어요.”
“어느 장소에서 보셨습니까?”
“몇 년 전 집을 옮기려고 했을 때요. 상담하던 사람이 이미 통지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으니 이의 기간이 지났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상담자가 어떤 직책이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한 장의 표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만 또렷했다.
“그분이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르마가 물었다.
“그 사람이 알던 기록이 그거였다면 잘못 읽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편지를 읽은 적이 없었어요.”
이벨은 날짜를 구분해 적었다. 소피의 진술은 실제 개인 수령이 없었다는 현재의 기억이었다. 그것을 뒷받침할 당시 우편 이동 기록과 대리수령 근거는 아직 대조해야 했다. 하지만 개인에게 전달됐다는 종전 분류는 이미 정정되었다. 더는 그 한 줄만으로 실제 교부를 단정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원하십니까?” 마르셀이 물었다.
“예전에 제가 읽을 기회가 없었던 자료를 제게 다시 보여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제 이름으로 누가 동의했다고 적혀 있다면 그 원본과 근거를 확인하고 싶어요.”
“금전 지급 문제는요?”
“별도입니다. 열두 금화는 받았고, 남은 권리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말은 분명했다. 누구도 그 진술을 대신 완성해 주지 않았다.
***
면담이 끝나자 소피는 복도로 나왔다. 태오는 일어서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무서웠어요.”
“결과는요?”
“오늘은 아직 결과가 아니래요. 대신 제게 어떤 자료를 다시 보여 줘야 하는지 목록을 만들기로 했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실제 변화가 있네요.”
“네. 누군가의 결정을 다시 심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제 목소리를 기록한 첫날이기도 해요.”
그녀는 손에 쥔 접수증을 자세히 살펴본 뒤 가방에 넣었다. 태오는 그 종이를 대신 가져가지 않았다.
대기실 맞은편에서는 헤스가 빵 상자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빵집 점포의 임대계약 갱신 문제로 리네아와 만나러 온 참이었다.
“내가 늦었소?”
“시간 맞춰 오셨어요.” 리네아가 대답했다.
“이 건물에 서류 보러 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태오가 웃었다.
“빵도 만들고, 사람도 살고, 돈도 빌리니까요.”
헤스는 빵을 한 덩이 꺼내며 투덜거렸다.
“그냥 빵만 만드는 세상이면 좋겠구먼.”
그 말에 소피가 웃었다. 불과 한 시간 전 면담실에서 울음을 참던 얼굴에는 이제 조금 여유가 있었다.
***
리네아는 헤스에게 점포 갱신안을 설명했다. 새 계약서에는 오븐 환기시설을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부담하는지가 불분명했다. 헤스는 자신이 옛날부터 사용하던 굴뚝은 수리해 왔으니 새 설비도 전부 책임져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기존 설비 유지와 건물 구조 변경은 다를 수 있어요.” 리네아가 말했다. “이 조항은 건물주에게 확인해 수정하는 편이 좋겠어요.”
“그럼 그 일 때문에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진 않을까?”
“예전 보증금 반환 의무와 지금 점포 갱신 계약은 별개의 계약관계입니다. 서로 연결된 조항이 있는지 검토는 하되 당연히 상계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헤스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나이 먹고도 배울 게 많구먼.”
“저도 계속 배워요.” 리네아가 말했다. “처음 드래곤 집을 소개할 때 제가 충분히 고지하지 못한 일이 있잖아요.”
“그 일로 자네도 고생했지.”
“그래서 더 정확히 하려고요.”
태오는 조금 떨어져 그 대화를 들었다. 리네아가 자신의 연인이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웠지만, 그녀가 고객에게 하는 판단을 그가 대신할 이유는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광장의 작은 식당에서 만났다.
“오늘 일은 잘됐어요?” 그가 물었다.
“고객이 수정 요청을 낼 근거를 이해했어요. 계약은 아직 갱신되지 않았고요.”
“그것도 진전이죠.”
리네아가 수프를 한 숟가락 떠먹고 웃었다.
“당신도 그 말을 자주 하네요.”
“오늘은 소피 씨가 자기 진술을 직접 하셨습니다.”
“그분한테 중요한 날이었겠네요.”
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식당 밖으로는 학생들이 달려갔고, 장터에서는 사과를 파는 소리가 들렸다. 오래된 기록을 바로잡는 데 수년이 걸려도 도시의 오후는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
면담이 시작되기 전, 소피는 이벨과 함께 질문의 순서를 정했다. 이벨은 듣기 좋은 답변을 대신 만들어 주지 않았다. 대신 소피가 기억하는 일과 원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연습을 했다. 소피는 몇 년 전 자신이 편지를 못 받았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누가 일부러 숨겼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제가 너무 확신해서 말하면 안 되는 부분도 있군요.”
“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건 약한 증언이 아닙니다.”
소피는 자신의 손등을 바라봤다. 오래전엔 너무 급해서 누가 대신 서명해 준 문서의 의미도 제대로 묻지 못했다. 그때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해서 오늘 역시 다른 사람의 말에 끌려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문밖에선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한 관리인이 소피의 오늘 주소를 확인해 달라고 했고, 이벨은 해당 정보가 면담의 사실확인에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별도 송달 창구에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관리인은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태오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개인정보라는 말이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소피는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할 집을 구하고 있었다. 과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 집의 위치까지 함부로 퍼져서는 안 됐다. 또 누군가 이를 이유로 필요한 통지마저 막아서도 안 됐다. 올바른 창구에 필요한 정보만 내는 것이 중요했다.
면담 뒤 소피는 가까운 시장에서 아이에게 작은 사과 두 개를 샀다. 태오는 그녀가 고개를 든 채 골목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발걸음은 전보다 단단해 보였다.
그날 오후 기록방에 들어온 다른 고객은 정반대 사정이었다. 나이 많은 상인은 젊은 대리인에게 위임장을 작성해 주었는데, 어느 범위까지 맡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태오는 바로 위임장이 무효라고 말하지 않았다. 계약서 사본을 확인한 뒤 본인에게 어떤 권한을 넘기려 했는지 다시 물었다.
“서류를 가져오는 일만 맡겼소.”
“그럼 돈을 대신 받고 계약을 해지하는 권한까지 주려고 하신 건 아니군요.”
“그렇지. 내가 직접 할 일이니까.”
태오는 위임의 목적과 범위, 실제 수행 여부를 구분하는 표를 만들어 주었다. 그 대리인이 나쁜 사람인지 여부는 이 표가 말해 주지 않았다. 다만 상인이 자신이 어디까지 맡겼는지 알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는 있었다.
“요즘 당신 가게에 오면 뭐든 칸을 나누더군.” 상인이 말했다.
“칸을 나누면 책임도 보이거든요.”
“내가 젊었을 때 장사도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걸.”
상인은 수수료를 내고 돌아갔다. 태오는 영수증에 지급 완료 도장을 찍으면서 자신이 그 도장을 어디에 쓰는지 다시 확인했다. 오늘은 실제 수수료를 받았으므로 지급 완료였다. 서류를 접수한 날에도 똑같은 도장을 찍는다면 언젠가 손님이 잘못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리네아는 저녁 식탁에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사람들은 왜 당신을 찾아올까요? 장부 정리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음, 제가 드래곤을 상대로 장사를 해 봐서요?”
“그것만은 아닐 거예요.”
“그럼 당신이 알려 주세요.”
리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당신은 손님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자기 이름으로 하게 해 줘요.”
태오는 말없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듣기에 간단했지만 사실 그 일을 배우는 데 오래 걸렸다.
그는 리네아를 보며 말했다.
“저도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우리가 함께 산다고 해서 당신의 직업까지 제가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그럼 신혼집 벽지는 제가 고를 수 있겠네요.”
태오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신혼집이라고 하셨습니까?”
“아까도 그렇게 물었잖아요. 대답은 나중에 해 드릴게요.”
그녀는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태오는 졸지에 왕실 면담보다 어려운 질의응답을 앞둔 사람이 되었다.
***
기록방 문을 닫기 전에 태오는 오늘 발급된 여러 접수증의 제목을 확인했다. 소피의 면담 접수증에는 ‘진술서 접수’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본안 판단이 뒤따를 예정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태오는 사본 보관 동의 범위를 다시 확인한 뒤 오늘 날짜의 작업 장부를 덮었다. 소피가 자신의 말을 직접 남겼다는 사실을 축하할 수는 있지만, 그 말을 누군가가 최종적으로 승인했다는 뜻으로 바꾸어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의 조심성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
한편 제6서고에서는 보관함 이관을 위한 별도 검토가 진행됐다. 안전 담당 토른은 계단 보강재를 최종 설치했고, 이르마는 이동 전 봉인 사진과 봉함표를 서로 다른 관리인이 대조하도록 했다. 발카스는 왕실이 보전비 지원을 승인한 범위만 지급하기로 했다.
세딘은 C-47-예비의 이름이 과거 공익감시부 일일 장부의 한 줄에서 왔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줄의 다른 칸에는 뜻밖의 용어가 붙어 있었다.
[미확인 표식 자료 — 기준본 소재 조회.]
“이건 진품이 있다는 확인이 아닙니다.” 세딘이 설명했다.
“그렇겠죠.” 태오가 대답했다. “어쩌면 진품과 비교할 자료를 찾으려 했다는 뜻일 뿐일 수도 있어요.”
“맞습니다. 그리고 원본 표식 대조 신청을 접수한 기관은 당시 공익감시부 임시 인계반이었습니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신청 부서의 이름은 확인되었지만 신청 담당자, 무엇을 비교하려 했는지, 결국 비교가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빈칸이었다.
“이름이 하나 더 나왔다고 곧바로 사람을 찾아가면 안 되겠군요.”
“행정 기록부터 좁히는 게 맞습니다.”
리네아가 저녁에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 같으면 당장 검은 산맥에 올라가셨을 텐데요.”
“제 돈은 다 받았거든요.”
“그것만은 아닐걸요.”
“무슨 뜻입니까?”
“누가 자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제 아는 사람이 된 거죠.”
태오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리네아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그날 밤 소피의 재검토 면담록은 본인 승인 아래 보존됐고, 향후 절차 목록이 그녀에게 송달되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업무 집계장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직접 교부했다는 확인이 별도로 작성됐다.
태오는 그 확인서를 보지 않았다. 소피가 직접 받았다는 연락만 들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반가웠다.
제16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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