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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57화
PAYLUA ORIGINAL · 제157화

157화. 다렌 코르가 쓰고 싶었던 문장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74자

오프라인 책장
다렌 코르는 파벨 기록방 문 앞에서 세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다. 김태오는 창가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노인은 한 손으로 모자챙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문장을 연습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태오는 밖으로 나가 인사를 건넸다. “들어오시죠.” “자네가 바쁠까 봐.” “예약 시간 맞습니다. 오늘은 다렌 씨 차례예요.” 코르는 머쓱하게 웃었다. 한때 자신의 이름으로 돈이 수령되었다는 기록을 보았을 때 그는 큰 소리를 냈었다. 지금은 목소리를 낮추고 필요한 단어부터 고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태오는 기록방 상담대를 정리한 뒤 물을 내밀었다. 코르는 가죽 주머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오래전에 쓰던 펜이오.” 나무 상자 안에는 손잡이가 닳은 필기구와 얇은 종이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오른손을 크게 다친 뒤 코르는 오랫동안 펜을 쥐기 어려웠다고 했다. 지금도 손목에 흉터가 남아 있었다. “이걸 왜 가져오셨어요?” 태오가 물었다. “내가 옛날에 어떻게 글씨를 썼는지 보여 주고 싶었소. 그 수령증에 내 이름이 있긴 한데, 그게 내 손으로 쓴 것인지는 모르겠어서.” 태오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오래된 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곱 해 전의 서명이 진짜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가능성은 있었다. “이걸 감정에 제출하시려면 원본 보존 방식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원치 않으면 제출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출할 생각이오. 다만 돌려받을 수 있게 기록해 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오후 기록국의 작은 면담실에는 아델 마린과 이벨, 감정인 디아나 벨크가 모였다. 다렌 코르는 직접 참여를 선택했고, 자신의 건강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조건에 서명했다. 아델이 과거의 면담 기록 일부를 읽었다. 제7 우편함에서 발견된 명의 사용 이의·대리 수령 거부 진술은 앞서 제한 대조한 문서였다. 여기에 새로운 옛 낭독 초안이 참조자료로 붙어 있었다. [본인의 이름으로 타인이 수령할 경우 다시 확인받기를 원한다.] 코르는 문장을 듣고 눈을 감았다. “그 말은 내가 했을 것 같소.” “기억이 나십니까?” 아델이 물었다. “정확한 날짜는 안 나지만, 누군가 내 이름을 빌려 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런 말을 했던 건 생각나오.” 태오는 그가 기억하는 상황과 문서에 실제 적힌 문장을 섞지 않았다. 기억은 오늘의 진술로 기록하고, 옛 초안은 작성 경위 확인이 필요한 문서로 기록했다. 아델은 조용히 말했다. “제가 그날 낭독했는지는 아직 공식 검증이 끝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읽기 보조인이 타인의 의사를 본인에게 확인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렇지요.” 코르가 답했다. “나는 글을 못 읽었다고 남들이 내 대신 결정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소.” 그 말을 들은 태오는 마음이 움직였다. 소피가 직접 자기 이름을 적던 장면이 떠올랐다.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할 때 누군가 도와줄 수는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의사 결정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 디아나는 오래된 수령증과 코르가 가져온 비교 필기자료의 보존 상태를 확인했다. 필기구의 무늬, 종이 재질, 잉크 성분, 글씨의 눌림 정도를 각각 나눠 검토했다. “현재로서는 동일한 사람이 작성했다고 결론 낼 수 없습니다.” 코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이 썼다는 뜻입니까?” “그것도 아직 아닙니다. 오른손을 다쳤던 시기에 필기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고, 누군가 옆에서 도왔을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군.” “네. 대신 이 자료는 당시 본인이 쓸 수 있었던 글씨의 범위를 연구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코르는 고개를 숙였다. 태오는 그의 얼굴에서 실망을 보았다. “오늘 바로 결론 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닙니다.” 태오가 말했다. “무엇이 달라졌소?” “다렌 씨가 원하시는 확인 범위를 직접 선택했고, 비교 자료를 스스로 제출하셨잖아요.” 코르는 잠시 생각하더니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소.” *** 그날 오후 다렌 베스도 면담실로 왔다. 베스는 코르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여러 번 엉뚱한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들어오자마자 명함 두 장을 내밀었다. “나는 다렌 베스요. 저분은 다렌 코르. 둘 다 다렌이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태오가 웃었다. “이번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신문에선 둘을 합쳐서 ‘다렌 씨’라고 썼더군. 같은 이름이라는 게 이런 때는 불편하오.” 베스는 당시 서류에서 어떤 칸이 본인 직접 서명용이고 어떤 칸이 보조 작성자용이었는지 설명했다. 그는 실제 그 수령증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표준 양식의 구조는 기억한다고 했다. “여기 이 작은 네모는 전달 내용 확인란이었소. 금화를 받았다는 칸이 아니었지.” 코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내 이름이 여기 있더라도 돈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겠군.” “그것만으로는 아니오.” 베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그 문서에 쓰인 글씨가 자네 것이라고 증명할 수도 없소.” 코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두 사람이 서로를 처음으로 같은 의뢰인이나 피의자가 아니라 각자 다른 삶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았다. 오래된 조합 장부의 한 칸에는 이름 한 줄만 적혔을지 모르지만, 그 이름 뒤에는 서로 다른 기억이 있었다. *** *** 잠시 쉬는 동안 다렌 코르는 기록국 정원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오래된 말 형상의 석상이 있었다. 코르는 석상을 보더니 한참 말을 잃었다. 태오가 가까이 다가가자 노인은 조용히 말했다. “로지가 생각나오.” “그 말 말씀하시는군요.” “내가 돌아왔을 때 나를 알아본 것 같던 말 말이오.” 다렌 코르가 정말 과거 주택조합의 당사자인지는 아직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된 말 로지에 관한 기억은 로벤과의 면담에서도 나왔었다. 태오는 그 기억이 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지만 먼저 묻지는 않았다. 코르는 손등의 흉터를 만지며 말했다. “그때 내 손이 아파서 글을 쓸 수 없었소. 누군가 대신 읽어 주고 대신 적어 주었지. 그건 도움이 됐소.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종이가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일까지 허락한 걸로 보이더군.”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억울하셨겠습니다.” “그랬소. 그런데 내가 모든 걸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니, 잘못 기억하는 건 아닐까 겁도 났지.”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은 불확실하다고 말해도 됩니다.” 코르는 그를 바라봤다. “자네는 늘 그렇게 말하더군.” “저도 모르는 걸 안다고 했다가 오래 헤맸습니다.” 코르는 낮게 웃었다. “돈은 돌려받았다고?” “네. 제 원금은 전액 돌려받았습니다.” “축하하오. 하지만 자네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닌 모양이군.” “제 이야기도 계속되겠죠.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요.” 코르는 한참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언젠가 자기 이름으로 된 수령증의 진위를 끝까지 밝힐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현재 자기 목소리를 다시 찾는 일까지 미룰 필요는 없었다. *** 아델이 정원으로 나와 그들에게 차를 건넸다. 그녀는 자신이 옛 우편함의 네 번째 동석자였을 가능성에 대해 아직 최종 감정 결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가 읽어 드렸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어요. 기억이 흐릿한 부분도 많으니까요.” 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 내 말을 읽어 주실 수는 있겠지요?” “물론이죠.” 코르는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가 기록방에서 태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오늘의 진술문이었다. [나는 누구의 돈도 대신 받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의 옛 기록이 내 의사와 다르게 쓰였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아델은 천천히 읽었다. 코르는 문장 하나하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말이오.” 태오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일곱 해 전의 진실이 무엇이든, 오늘의 이 장면은 누구도 대신 빼앗을 수 없는 현재의 사실이었다. 아델이 종이를 돌려주려 하자 코르는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 더 들려주시오. 글씨를 정확히 익히고 싶소.” 그녀는 다시 읽었다. 코르는 입술을 움직이며 따라 했다. 한 문장에 몇 번이나 멈췄지만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 오후에 로벤이 마차를 끌고 기록국 앞에 왔다. 그는 면담이 끝난 코르를 태워 주겠다고 했다. 코르는 마차 앞에 서서 늙은 말을 쓰다듬었다. 로지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받았다. “기억할까?” 코르가 물었다. 로벤은 어깨를 으쓱했다. “말이 뭘 얼마나 기억하는지는 나도 모르오. 그래도 낯선 손길이라면 피했을 텐데, 지금은 가만히 있지 않소.” 태오는 그 말을 들으며 웃었다. 로벤 역시 말의 반응만으로 사람의 신원을 증명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장면의 감정을 숫자와 법적 증명으로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코르는 마차에 오르기 전에 태오에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해서 내가 아무도 아닌 것은 아니군.”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차가 천천히 길을 떠났다. 태오는 로지가 걷는 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종이에 적힌 이름의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눈앞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분명했다. 아델은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오래된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코르가 배우려는 글씨는 끝까지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태오는 그 약속을 들으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의 크기를 다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의 과거를 대신 증명할 수는 없어도, 오늘 그의 손에 펜을 쥐여 주는 일은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불분명한 기록들 사이에서 분명한 현재였다. 이벨은 면담이 끝난 뒤 태오에게 새로운 법률적 방향을 설명했다. “코르 씨의 실제 과거 서명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현재 본인이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을 부인하는지는 독립적인 자료로 제출할 수 있어요.” “그럼 과거 처리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아닙니다. 그건 필요한 기관이 해당 증거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 그분이 자기 이름을 지키려는 의사는 분명하죠.” 태오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현재의 의사 표현은 현재의 권리. 과거의 효력은 과거 증거로 검증.] 리네아는 마침 상담을 마치고 들어왔다. 그녀는 코르가 직접 문서를 살피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그분, 예전엔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말했는데요.” “오늘은 달랐어요.” “좋네요.” 태오는 그녀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물었다. 리네아는 놀린다는 듯 답했다. “혹시 면담 기록을 다시 읽어 달라고요?” “아뇨. 새로 생긴 작은 식당에 가고 싶어서요.” “당신이 먼저요?” “네.” “큰일이네요. 이제 제가 밀어붙일 일이 없어지겠어요.” “당신이 먼저 놀리면 저는 계속 당할걸요.” 리네아는 소리 내어 웃었다. *** 해 질 무렵 코르는 자신의 옛 필기구를 돌려받았다. 아직 감정에는 사본과 촬영기록만 쓰기로 한 상태였다. 그는 상자를 가슴에 안고 태오에게 말했다. “내가 다음에 할 일을 알 것 같소.” “뭡니까?” “아델 선생의 교실에 가서 지금 손으로 쓸 수 있는 글씨를 더 배울 거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 이름을 쓸 거요. 누가 대신 적어 주지 않아도.” 태오는 고개를 숙였다. 코르는 문밖에 서서 한 번 더 돌아봤다. “돈을 다 받은 자네가 왜 아직 이런 일을 도와주나?” “그냥 이게 제 일이 됐으니까요.” “돈을 받는 일이?” “아뇨. 사람이 자기 말을 제대로 남길 수 있도록 돕는 일이요.” 코르는 웃었다. 그날 밤 태오는 기록방 장부에 코르의 이름을 새로 적었다. 수령증 명의자라는 제목 대신 ‘본인 요청 자료 정리 의뢰인’이라고 썼다. 태오의 보증금은 이미 전액 돌아왔지만, 이 기록방이 필요한 이유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세딘에게서 마지막으로 연락이 왔다. [6-H-22 표목 대조 완료. 집계 처리와 대외 통지의 구분이 인정되어 후대 색인 정정심사에 증거로 제출 가능. 최종 정정 결정은 미발급.] 태오는 그 문장을 코르 사건과 혼동하지 않고 따로 저장했다. 여러 일이 같은 날 움직일 수 있어도 하나의 증거가 모든 사람의 권리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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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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