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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50화
PAYLUA ORIGINAL · 제150화

150화. 빚을 다 받은 사람의 다음 아침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704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가 전세금 원금 반환을 모두 받은 다음 날, 파벨의 아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했다. 상인이 빵값을 흥정했고, 우체부는 고양이에게 쫓겼으며, 기록방 문 앞에는 ‘오늘의 영업시간’이라고 적힌 작은 나무판이 걸려 있었다. 태오는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가장 먼저 장부 두 권을 꺼냈다. “또 장부예요?” 리네아가 문을 밀고 들어오며 물었다. “네. 다만 이번에는 다른 장부입니다.” 그는 첫 번째 장부를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보증금 원금: 반환 완료 300/300.] 그다음 두 번째 장부를 펼쳤다. [파벨 기록방: 이번 달 수입과 지출.] “이제 제 일로 돈을 벌어야죠.” “그럼 드래곤이 사장님 인생에서 퇴장한 건가요?”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의 일이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제 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모든 하루가 붙잡히지는 않겠죠.” 리네아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그 말이 제일 기뻐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둘은 밀물항에서 돌아온 뒤로도 서로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 첫 손님은 소피였다. 그녀는 자신의 계약과 관련된 면담 기록의 공개 범위를 확인하려고 왔다. 태오는 환영했지만 먼저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이제 제가 돈을 다 받았다는 이유로 소피 씨의 권리를 대신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은 더 분명히 할게요.” “그럼 저는 뭘 먼저 해야 할까요?” “이벨 씨의 법률 상담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그곳에서 공식 청구에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저는 허가된 자료 목록을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소피는 안심한 표정이었다. “고마워요. 예전에는 다 같이 움직여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서로 돕는 건 좋지만 결정은 각자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거기에는 직접 말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장이 여러 번 쓰여 있었다. 태오는 그 내용을 허락 없이 읽지 않았다. 소피가 스스로 한 장을 보여 준 뒤에야 함께 필요한 항목을 찾았다. “이제는 제가 원하는 만큼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중요합니다.” 태오는 그녀가 돌아간 뒤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어제 금화를 전부 받았다고 해서 오늘 누군가의 속상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었다. *** 오전 늦게 왕실 제6기록실에서 공식 회신이 왔다. 카일 렌티가 미도착 목록을 추가 대조한 결과, 한 회차 번호가 후대 명부에서 다른 의미로 다시 입력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구 발송 준비표: 미완료 심사 안내, 감시 연락인 측 배달 준비.] [후대 집계표: 감시업무 수신 처리.] 두 표의 표현은 달랐다. 그러나 누가 언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수신 처리’로 옮겼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태오는 이벨에게 문서를 보냈다. 이벨은 중요한 질문을 되돌려 주었다. “그 변경이 실제로 누군가의 청구권 행사에 영향을 줬나요?” “아직 계약별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후대 표기의 의미와 사용처를 추적해야겠군요. 표기가 부정확하더라도 자동으로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닙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날 자신이 보증금을 받지 못했던 가장 답답한 이유도 기록의 빈칸을 누군가 너무 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뜻으로 읽었기 때문이었다. *** 오후에는 엘레아 의장 주재로 공개 범위를 제한한 간담회가 열렸다. 로벤, 헤스, 소피를 비롯한 세입자들은 각자 필요한 자료를 어느 범위에서 확인할지 결정했다. 다른 사람의 원금이나 현재 주소를 한데 모아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발카스도 출석했다. 그는 어제와 같은 검은 외투를 입었지만 표정은 조금 달랐다. 태오에 대한 원금 반환이 끝난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청구가 끝났다는 증거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내가 김태오에게 갚을 돈은 모두 갚았다. 다른 사람의 계약도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반환 계획을 만들겠다.” 로벤이 지팡이를 짚고 물었다. “내 원금도 내 계약에 따라 말해 주겠소?” “그렇게 하겠다.” “다른 사람의 말로 대체하지 말고?” “그렇게 하겠다.” 로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면을 본 태오는 자신이 처음 마을 사람들과 만났을 때보다 서로의 말이 훨씬 또렷해졌다고 느꼈다. 브라운도 자료 제출을 위해 회의실에 왔다. 그는 자신이 인수한 서식과 운송 장비 목록의 추가 제출을 약속했지만, 과거 통지를 누가 발송하거나 수령했는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오는 그 말 자체에는 동의했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사건을 읽기보다, 근거가 있는 부분부터 확인해야 했다. *** 간담회가 끝난 뒤 세딘은 태오를 별도 보관실로 불렀다. 그는 수차례 등장했던 47-C 기능군 기록 가운데 하나가 전혀 다른 서고의 목록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단순한 번호 일치일까요?” 태오가 물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번호뿐 아니라 보관 목적과 시기가 일부 일치합니다.” 세딘은 색인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원 권리자 재청취 요청 관련 감시 결과 보관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관 상태 칸은 비어 있었지만 별도 서고에 봉함 자료가 접수될 예정이라는 표기가 있었다. “그러면 실제 자료가 있었습니까?” “목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실물을 확인한 건 아닙니다. 현재 서고 위치와 보관 이력을 검증 중입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새 문이 생긴다고 모두 열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엔 어디를 봐야 하는지 조금 알겠네요.” “그렇습니다. 제6기록실의 공문이 수신 처리됐다는 후대 표기와, 그 표기의 근거가 된 감시 결과 보관 예정 기록을 나란히 확인해야 합니다.” *** 그날 오후, 태오는 왕실 제6기록실의 소식과 별개로 자신의 작업장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손님이 개인 자료를 안전하게 열람할 수 있는 자리였다. 토른은 가림막을 달아 주었고, 리네아는 외부에서 화면을 볼 수 없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이 정도면 손님이 계약서를 편하게 볼 수 있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토른은 받침을 두드렸다. “튼튼해. 하지만 누가 여기 앉을지는 자네가 정할 일이야.” “예약하고 필요한 업무를 설명받은 고객만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네아는 작은 안내문을 작성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허락 없이 사진으로 찍지 말 것, 계약 관련 문의는 해당 당사자가 결정할 것, 법률 판단이 필요하면 적절한 전문가를 찾아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안내문을 보고 웃었다. “당신이 더 깐깐해진 것 같아요.” “당연하죠. 드래곤 집을 소개했다가 얼마나 배웠는데요.” “그 경험은 잊지 못하겠습니다.” 리네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 일만으로 제 일을 설명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은 제가 스스로 선택한 중개인이니까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는 돈을 못 받은 세입자일 뿐 아니라 기록방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실패가 그를 가르쳤지만, 미래의 모든 이름을 대신 정할 수는 없었다. *** 로벤은 오후 늦게 새로 마련한 열람석의 첫 손님이 됐다. 그는 자신의 옛 운송일지를 가져와 어떤 부분을 공개하고 어떤 부분을 보관할지 의논했다. 일지의 바깥에는 낡은 황동 G-2 표찰 사진이 붙어 있었다. “여전히 이 표찰이 무슨 사건과 관련됐는지는 모르는군.” 태오가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이게 내 마차에서 쓰였다는 사실은 기억하네.” “그 기억만 정확히 남겨도 충분히 중요합니다.” 로벤은 돋보기를 꺼내 장부를 읽었다. 태오는 그의 곁에서 글자를 크게 확대해 주었다. 두 사람은 과거의 운송경로와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구분했다. “자네는 이제 원금 다 받았으니 내 자료를 볼 이유도 없지 않나?” 로벤이 물었다. “의뢰를 받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요. 물론 로벤 씨가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겠습니다.” 노인은 미소 지었다. “그럼 계속 부탁하겠네. 다만 내 이름으로 누가 돈을 받았다고 말할 땐 꼭 나에게 확인해 주게.” “물론입니다.” 태오는 그 약속을 장부에 적었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이름을 대신 소유하는 기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확인 방식에 관한 기록이었다. *** 해 질 무렵 발카스에게서 조그만 편지가 왔다. 검은 산맥에서 작성된 편지였지만 그 안에는 뜻밖에도 짧은 문장 하나뿐이었다. [나는 이제 돈을 많이 가진 것과 약속을 지킨 것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한다.] 태오는 답장을 썼다. [그렇게 해 주시면 다른 세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각자의 계약은 각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답장은 곧바로 오지 않았다. 태오는 그가 오늘도 서류를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리네아가 편지를 보더니 말했다. “옛날 드래곤이 편지를 잘 쓰게 됐네요.” “바렌 씨가 고생하셨을 겁니다.” “당신도요.” “저도요.” 두 사람은 웃었다. 태오는 더 이상 발카스의 모든 행동을 의심하거나 대신 정답을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을 책임은 여러 기관과 당사자들에게 있었고, 자신은 그중 필요한 일만 도우면 됐다. *** 밤에 기록방 문을 닫으려는데 아델 마린이 찾아왔다. 그녀는 학생들이 만든 작은 축하 카드를 가져왔다. 카드에는 커다란 드래곤과 작은 인간이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이 어제 소식을 들었어요. 보증금을 돌려받았다고요.” “아이들에게도 알려졌군요.” “그런데 그림이 조금 이상해요. 드래곤이 당신에게 보석을 들이밀고 있거든요.” 태오는 카드를 보고 웃었다. “실제로는 금화였지만 괜찮습니다.” 아델은 조용히 웃다가 카드 뒷면을 가리켰다. 학생 한 명이 쓴 글씨였다. [약속한 돈은 돌려주고, 약속한 말은 직접 듣자.] 태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긴 조사 끝에 아이들이 이해한 것은 그 어떤 법률 문서보다 간단했다. “정말 좋은 문장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옛 일은 다 끝나지 않았죠?” “네. 하지만 오늘의 일을 전부 그 사건에 묶어 두진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좋겠어요.” 태오는 카드를 기록방 벽에 붙였다. 그것은 법적 증거도, 금화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된 약속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 알려 주는 작은 그림이었다. *** 리네아가 그날 마지막 손님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손에 두 장의 여행 일정표를 들고 있었다. “여행 날짜 정했어요.” “어디로 갑니까?” “북부 호수예요. 해가 뜨면 물 위가 유리처럼 빛난대요.” “이번엔 이틀이죠?” “맞아요. 약속했잖아요.” 태오는 미소 지었다. “좋습니다. 기록방 휴무 공지를 내겠습니다.” “혹시 긴급한 서류가 오면요?” “생명이나 안전이 걸린 급한 일이 아니면 돌아와서 확인하겠습니다.” 리네아는 눈을 크게 떴다가 천천히 웃었다. “당신이 드디어 그 말을 하는군요.” “제가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녀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입을 맞췄다. 태오는 손에 든 여행 일정표를 떨어뜨릴 뻔했다. “이건 또 무슨 의미입니까?” “본인이 직접 수령했는지 확인해 드린 거예요.” 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서류의 언어가 두 사람의 장난이 된 지 오래였지만, 이제는 그 장난이 둘의 모든 대화를 차지하지는 않았다. *** 북부 호수 여행 날짜를 정하자마자 태오는 기록방 앞에 휴무 공지를 붙였다. 이틀 동안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옆에는 긴급한 자료 보존 사고가 생겼을 때 연락할 보관기관 번호만 적었다.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떠넘기지 않으면서도, 긴급한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가 적절한 기관에 먼저 연락할 수 있게 해 둔 것이다. 리네아는 공지를 보며 웃었다. “믿기지 않아요. 당신이 여행을 위해 먼저 시간을 비워 두다니.” “이번에는 진짜로 쉬겠습니다.” “호수에서 종이배를 발견하면요?” 태오는 잠깐 멈췄다. “사진만 찍고, 여행이 끝난 뒤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좋아요.” 그녀는 그의 팔짱을 끼었다. 해가 지는 거리의 푸른 간판이 두 사람의 그림자 위로 흔들렸다. 태오는 가게 문을 닫고 열쇠를 돌렸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이상할 만큼 시원했다. 한때는 문을 열기 위해 모든 시간을 썼지만, 이제는 문을 닫고 나올 권리도 있다는 걸 배운 것이다. *** 자정 직전 세딘의 마지막 짧은 통지가 들어왔다. [47-C 계열 감시 결과 별도 보관 목록의 서고 식별번호 확인. 봉함 자료의 실물 존재와 관할·열람 권한은 조사 중. 기존 BG-17 수신 처리 표기와의 관계는 미확정.] 태오는 종이를 읽고 가볍게 끄덕였다. 미확정이라는 말은 이제 그에게 두려움만을 주지 않았다. 언젠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남긴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보증금 장부에 마지막으로 적힌 숫자를 바라봤다. [원금 300금화. 실제 반환 300금화. 잔액 0금화.] 그리고 공동 조사 장부를 펼쳐 새 문장을 적었다. [제6기록실 통지의 수신 처리 근거가 된 감시 결과 보관자료의 실물·권한 확인 필요. 세입자별 청구는 독립 진행.] 마지막으로 달력에 이틀을 동그라미 쳤다. 북부 호수로 떠나는 날이었다. 자기 돈을 돌려받은 이야기는 끝났다. 그렇다고 이 세계의 모든 약속을 혼자 떠맡을 필요는 없었다. 태오는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할 날짜를 먼저 지키기로 했다. 그러나 서고 깊은 곳의 봉함 목록에는 아직 누군가가 읽지 못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 그 문장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누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남겨졌는지 밝히는 일은 다음 장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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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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