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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5화
PAYLUA ORIGINAL · 제15화

15화. 열두 해 동안 돌아오지 않은 돈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23자

오프라인 책장
마부 로벤의 일기장은 달력을 닮았다. 하루에 한 줄씩 적은 날짜들, 새로 태어난 말의 이름, 비가 내린 날, 수레바퀴가 부서진 날. 그리고 비슷한 말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보증금 반환 문의. 답변 없음.] 김태오는 책장을 천천히 넘겼다. “열두 해 동안 계속 적으셨어요?” 로벤이 차갑게 식은 차를 마셨다. “처음엔 매달 적었지. 나중엔 분기마다. 최근에는 내 손이 멈추기 전에 한 번씩 적고 있네.” 노인의 웃음에는 힘이 없었다. 태오는 일기장을 덮지 않았다. 기록은 꾸준했지만 모든 날에 직접 증명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메모는 발송증과 함께 있을 때 더 단단해졌다. “답장을 받은 날도 있습니까?” “한 번. 일곱 해 전일세.” 로벤은 책장 사이에서 얇은 종이를 꺼냈다. [계정 관리권 정리 후 일괄 처리 예정.] 서명에는 관리사무소의 옛 담당자 이름이 있었다. 발카스 개인의 서명은 없었다. “이 문서가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돈을 받을 수 있겠나?” “바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관리권 문제가 최근에 갑자기 생긴 핑계만은 아니라는 자료가 됩니다.” 로벤은 한참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더 무섭구먼. 일곱 해 전에도 알았다는 얘기 아닌가.” 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로벤은 작은 서랍에서 낡은 은화를 꺼냈다. 색이 검게 변해 동전의 문양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돈인지 아나?” 태오는 동전을 살폈다. “왕국에서 쓰는 은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받은 거스름돈이야. 보증금을 맡기고 남은 돈이었지.” “아직 가지고 계셨어요?” “기념으로 남긴 게 아니야. 그날부터 돈을 쓴 내역을 적어 왔는데, 이 은화를 버리면 그때의 약속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태오는 동전을 돌려주었다. “로벤 씨는 정말 성실한 분이시네요.” “성실한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돈은 안 돌아오는데.” 그 말에는 반박하기 어려운 진실이 있었다. 기록을 남겼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태오는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성실함이 돈을 만드는 건 아니죠. 다만 아무 기록도 없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요구할지부터 막막했을 겁니다.” “자네는 참 희망을 작게 파는군.” “큰 희망은 가격이 비싸서요.” 로벤은 소리 내어 웃었다. 노인의 기침이 잠잠해지자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혹시 내가 죽으면 내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 태오는 몸을 굳혔다. “계약상 권리와 상속 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없어지는 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로벤 씨의 가족이나 후견 관계를 알아야 하겠죠.” “나는 조카가 하나 있어. 먼 도시에서 마차를 몰지.” “그렇다면 관련 서류를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대신 그 이유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건강해도 준비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로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나보다 어린데 가끔 늙은 마부처럼 말하는군.” “돈을 못 받으면 빨리 늙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하고 바로 후회했다. 그러나 로벤이 크게 웃어 주었다. 잠시 후 그는 마차 운행일지를 또 한 권 꺼냈다. 그날그날 어떤 상단의 짐을 운반했는지, 누구에게서 운임을 받았는지가 적힌 책이었다. 여기에는 대출 계약 때문에 곤란을 겪는 다른 마부들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 조합은 큰 상단과 일감을 나눠 받네. 그래서 혹시라도 일감이 끊길까 겁내는 사람이 많아. 내가 공동 진정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누가 화를 냈다는 소문도 돌더군.” “누가 그런 말을 했나요?” “다들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 해.”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소문일 수 있습니다. 당장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기보다는 배차 기준부터 확인합시다.” “내가 너무 겁을 먹은 건가?” “아닙니다. 일자리가 달린 일이니까 두려울 수밖에 없죠. 다만 겁이 난다고 바로 결론을 내리면 우리가 더 불리해질 수도 있어요.” 로벤은 은화를 손에 쥐었다. “자네는 정말 보증금만 찾으려는 사람인가?” 태오는 즉시 대답했다. “제 270금화를 찾으려는 사람입니다.” 노인이 웃었다. “그걸 묻는 게 아니라, 이제 다른 사람 돈도 걱정하게 된 것 같아서.” 태오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제 돈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게 가장 급합니다. 그런데 남의 돈이 보인다고 제 돈을 잊어버리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는 로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오늘은 일기장 사본부터 만들죠. 그다음은 로벤 씨가 결정하시면 됩니다.” 로벤이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이었다. “좋네. 이번에는 내가 결정하지.” *** 공동 진정 참여자 열한 명 가운데 다섯 명은 아직도 임대인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로벤도 그중 하나였다. 보증금 반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살 곳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상한 공문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안전 점검 미이행 시 임시 거주 제한 검토.] [재계약 전 거주권 확인 절차 안내.] [노후 시설 비용 분담에 관한 의견 제출 요청.] 각각 다른 문구였고, 서로 같은 날 발송됐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공통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나가라는 건가요?” 소피가 아이를 품에 안고 물었다. “공문 자체로 바로 퇴거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태오가 답했다. “그런데 다들 겁먹고 있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공문이 무슨 절차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종이에 큰 글씨로 적었다. [무서운 문구와 실제 효력은 구분할 것.] 로벤이 눈을 찌푸렸다. “글씨가 크군.” “저도 무서워서요.” 태오는 진지하게 말했다. 웃음이 몇 군데서 터졌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서 모두를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설명했다. 합의할지, 조사에 참여할지, 개별 조정을 받을지는 각자 결정해야 했다. 특히 생활비가 급한 사람에게 '끝까지 함께 버티자'는 말만 하는 것은 무책임했다.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이 약값이 급해요. 합의 제안이 오면 검토할 겁니다.” “그래야죠. 대신 서명 전에 조건을 같이 읽어 드릴 수는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태오는 그 말이 무거웠다. 드래곤보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늘어나는 일은 기뻐할 일이면서도 겁나는 일이었다. 사람의 삶이 걸린 문제에 틀린 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 그날 저녁, 로벤이 일하는 마차 조합에서 그를 불렀다. 태오는 우연히 로벤을 데리러 갔다가 그 광경을 보았다. 조합 관리자는 회색 장부를 펴 놓고 있었다. “로벤, 이번 달 배차를 줄여야겠네.” “왜?” “안전 평가가 좋지 않아.” “내 말도 내 수레도 멀쩡한데?” “운행이 가능한 것과 평가 점수가 좋은 것은 다른 문제지.” 로벤이 입술을 깨물었다. 태오는 끼어들기 전에 상황을 살폈다. 업무 배정에 외부 압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의 이유를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평가 기준을 문서로 볼 수 있을까요?” 관리자는 태오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은 누구요?” “로벤 씨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럼 업무에 끼어들지 마시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직원은 아니니까요. 다만 로벤 씨가 본인 평가서를 요구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관리자는 한숨을 쉬었다. “본인이 신청하면 열람할 수 있지.” 로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내가 신청하겠네.” “그럴 필요까지야…….” “있네. 내 말을 굶길 수는 없거든.” 로벤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둘은 조합 밖으로 나왔다. 노인은 태오를 한참 바라봤다. “자네가 대신 싸울 줄 알았네.” “저는 로벤 씨 마차 조합의 직원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거기 있었나?” “신청서를 어디서 받는지 물어보려고요.” 로벤은 껄껄 웃었다. “내 나이에 다시 신청서를 배우게 될 줄이야.” “저도 요즘 매일 배웁니다.”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마차 바퀴가 돌바닥을 긁는 소리가 뒤를 따랐다. *** 다음 날 세입자들은 작은 제과점 뒷방에 모였다. 빵집 주인 헤스가 오래된 붉은 돌을 꺼냈다. “내 증표 31-A라는 건 이전에도 말했지.” “네.” “그런데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어. 나는 금고를 본 적이 없는데, 왜 돌을 받았을까?” 토른이 돌을 살폈다. “옛 보관소에서는 계정별로 권리 확인 표식을 나눴어. 숫자가 다르다고 곧바로 서로 다른 금고라는 뜻은 아니야.” “그럼 내 돈도 계정 47에 들어갔을 수 있나?” “그건 확인해야 해. 비슷한 표식은 여러 조합이 썼거든.” 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녀의 돌을 자기 비늘 옆에 놓고 기록석으로 모양을 남겼다. 둘을 직접 맞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토른의 권고도 지켰다. 회의가 끝나갈 때쯤 소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누가 제게 찾아왔어요. 공동 진정에서 빠지면 이사비를 주겠다고요.” “누가요?” “관리사무소에서 왔다고 했는데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어요.” “문서가 있었나요?” “없었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누군가 제안을 했다는 것까지입니다. 다음에 오면 서면으로 달라고 하세요. 필요하면 안전한 곳에서 함께 만나고요.” 소피는 잠시 망설였다. “돈이 많으면 흔들릴 것 같아요.” “흔들려도 됩니다. 돈이 급한 건 잘못이 아니에요.” 태오는 자신의 금화 30닢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떠올렸다. 자신도 다르지 않았다. 세입자들 가운데 태연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마르셀 등록관은 그날 오후 예비조사 기록을 보완해 주었다. “원금 1,180금화는 열한 명의 확인된 계약에서 산정한 최초 보증금 합계입니다. 김태오 씨의 300금화도 포함돼 있습니다.” 태오는 수첩에 굵게 표시했다. “제게 돌려준 30금화는 어떻게 기재됩니까?” “확인된 변제액으로 별도 표기합니다. 다른 변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조건이라면 미환급 합계는 일단 1,150금화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계약의 지급 여부를 추가 조사해야 정확한 잔액이 확정됩니다.” “그럼 1,180에 제 270을 더하는 건 이중 계산이군요.” “정확합니다.” 마르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수치를 다시 적었다. 자신은 이미 한 번 300금화를 270금화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의 숫자는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등록관은 말미에 새 요청서를 꺼냈다. “동일한 임대인에게서 여러 시기에 유사한 청구가 나갔으니, 수리비 산정 관련 공통 문서의 제출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청구가 부당하다고 미리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그리고 로벤 씨 배차 문제는 별도 노동 분쟁 창구의 소관입니다.” 태오가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문제가 한 창구에서 해결되면 저도 좋겠는데요.” “그런 창구는 없습니다.” 마르셀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 해가 저물었을 때 로벤이 태오에게 일기장 한 권을 더 보여 주었다. 오래된 표지는 이미 닳아 있었다. “자네가 숫자를 좋아하니 이것도 보게.” 첫 장에는 마차 조합 배차 기록이 있었다. 그 뒤에 또 하나의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일곱 해 전 발카스 측 담당자가 보낸 회신과 같은 날짜였다. [계정 47 관련 자료 인계 입회자: 다렌.] 태오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다렌이요?” “그 전 세입자 말일세. 그날 회신을 가져다준 사람이 바로 그 친구였어.” “직접 보셨습니까?” “그럼. 얼굴을 보고 받았지. 그런데 며칠 뒤부터 보이지 않더라고.” 태오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다렌 씨가 관리인이었다는 뜻입니까?” “모르지. 내게 종이를 주고 갔다는 것밖에는.” 그 대답이 중요했다. 다렌의 이름이 공식 관리권 문서에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종된 전 세입자가 단지 돈을 받으려던 사람 이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은 생겼다. 태오는 로벤에게 기록 사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가게. 대신 원본은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그게 좋겠습니다.” 태오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옮겨 적었다. 드래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열두 해. 어느 날 사라진 다렌. 그리고 계정 47의 관리권 이전 기록에 남은 공백. 오래된 사건들은 이제 조금씩 같은 문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오래전에 이 돈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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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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