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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엘프 중개인의 자격 심사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9자

오프라인 책장
리네아의 길드 심사일이 다가오자 김태오가 먼저 긴장했다. 당사자인 리네아는 거울 앞에서 옷깃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 괜찮아 보여요?” “예.” “너무 딱딱하진 않아요?” “아뇨.” “진짜 보고 말하는 거예요?” 태오는 손에 든 자료에서 눈을 들었다. 리네아는 어두운 초록색 재킷을 입고 머리를 한쪽으로 묶고 있었다. 평소보다 단정하면서도 귀 끝이 드러나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주.” “아주 뭐요?” “길드가 긴장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칭찬으로 받죠.” 태오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길드 심사위원에게 제출할 자료였다. 리네아가 처음 임대차 계약을 중개할 당시 고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부분이 쟁점이었다. 리네아는 이미 그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계약서를 작성한 시점에 소유주의 정체가 공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였는지, 그리고 지금 세입자들의 분쟁 조사를 도운 일이 중개인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였다. “태오 씨.” “네?” “당신 계약 때문에 제 직업이 흔들리는 게 미안한가요?” 태오는 한참 생각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제가 공동 진정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알아요.” “대신 거짓으로 책임을 덮어씌우면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겠습니다.” 리네아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렇게 해 줘요.” 심사에 앞서 리네아는 옛 중개 교육자료를 꺼냈다. 두툼한 책 표지에는 '공정한 계약은 두 사람의 불신을 줄인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걸 공부할 때는 중개업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요?” “요즘은 계약서만 보면 태오 씨 얼굴이 떠올라요.” “왜요? 제가 가장 복잡한 계약이라서요?” “아뇨. 가장 열심히 질문하는 고객이라서요.” 리네아는 책을 펼쳤다. 계약 당사자에게 중요한 사실을 설명하는 항목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정말로 제가 발카스 님을 드래곤이라고 더 분명히 설명했어야 해요. 당시에는 그분이 평범한 귀족처럼 거주지를 관리한다는 얘기만 들었고, 소유주의 종족이 계약 이행과 관련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그것보다 보증금 지급 능력을 확인했으면 좋았겠네요.” “그게 맞아요.” “다만 드래곤의 통장 잔고를 볼 수는 없었겠죠.” “요청할 수는 있었을 거예요. 거절당했겠지만.” 태오는 잠시 웃다가 표정을 고쳤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잘못했는지를 피하지 않는 겁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떠안지는 마세요.” 리네아는 그를 한참 바라봤다. “태오 씨는 제가 무죄라고 증언해 주시려는 거 아니었어요?” “전문가도 아닌 제가 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제가 아는 사실을 말하러 온 겁니다.” “정말 재미없는 답이에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듣고 싶은 답이기도 하네요.” 그녀가 책을 덮었다. 둘은 거울 앞에서 예상 질문을 연습했다. 태오가 심사위원 역할을 했다. “리네아 중개인, 고객에게 가장 큰 손해를 준 원인은 무엇입니까?” “임대인의 지급 지연입니다. 제 설명 부족도 계약 당시의 위험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어요.” “고객을 도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알고 있는 기록을 제공할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것뿐입니까?” 리네아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아니요. 그 고객이 좋은 사람이기도 해서요.” 태오는 펜을 멈췄다. “그 대답은 심사장에서 하지 마세요.” “왜요?” “개인 감정으로 편들었다고 오해할 수 있잖아요.” “그럼 개인적으로만 말해 둘게요.” 그녀가 웃었다. 태오는 기침을 한 번 했다. “계속하죠. 네 번째 질문입니다.” “얼굴이 또 빨개지셨는데요?” “심사위원은 그런 질문 안 합니다.” “정말요? 그럼 제가 유리하겠네요.” 태오는 책을 펴서 얼굴을 가렸다. 준비하던 심사는 어느 순간 그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구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 웃고 나자 둘 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리네아는 잔뜩 겁먹은 표정 대신 평소의 자신감 있는 눈으로 문서를 정리했다. “오늘 제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실만 말할게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심사실을 향해 걸어가며 태오는 그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 약속은 길드 심사실에 들어갈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리네아는 문고리를 잡기 전에 잠깐 숨을 골랐다. 태오는 나란히 서서 기다렸다. 심사 결과가 무엇이든 오늘 진술한 사실은 남을 것이다. 다만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결국 그녀 자신의 몫이었다. “끝나면 따뜻한 차 마시러 갑시다.” 태오가 말했다. “차만요?” “빵도요.” “그럼 약속이에요.” *** 파벨 중개인 길드 심사실에는 별도의 출입 인장이 있었다. 입장 전 서기가 태오에게 발언 순서를 알려 주었다. “증인은 질문받은 내용에만 답하십시오. 의견을 낼 때는 근거를 제시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길드 규정의 유효성 자체를 논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태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서기가 그를 올려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그 부분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라서요.” 서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럼 참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심사위원 세 명은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운데 앉은 노엘프가 서류를 펼쳤다. “리네아 중개인. 임대인이 고대 종족이며 집 아래 고대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리네아가 고개를 숙였다. “소유주가 고대 종족이라는 점을 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은 제 판단 부족이었습니다.” “시설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까?” “봉인된 구역에 관한 옛 문헌을 본 적은 있습니다. 다만 해당 주택 아래 실제로 연결되는지는 계약 당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리네아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고지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확인이 필요하다는 불확실성 자체는 설명할 수 있었어야 했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을 피하려고 이것저것 돌려 말하는 대답보다 훨씬 믿음직했다. 두 번째 심사위원이 물었다. “중개인이 고객의 분쟁 절차에 참여하는 건 중립 의무 위반이 아닙니까?” 리네아가 답했다. “중립은 계약을 맺을 때 양쪽 정보를 공정하게 확인한다는 뜻이지, 잘못된 계약을 발견했을 때 눈을 감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제공한 것은 계약서 사본과 거래 당시의 설명 기록입니다.” “고객에게 유리한 자료를 선별해서 건넨 것 아닙니까?” “제게 불리한 중개 수수료 정산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서기가 서류를 넘겼다. 실제로 리네아가 받은 수수료 액수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종이를 보고 아주 잠깐 울상이 되었다. 태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은 자기 돈 얘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정직해지는 법이었다. *** 태오의 증언 순서가 왔다. “김태오 임차인. 중개인이 소유주의 정체를 고지하지 않아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합니까?” “당시에는 고대 드래곤이라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겠습니까?” 태오는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집 상태와 가격이 같았다면 계약했을 수도 있었다. 드래곤이 집주인이라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가 보증금을 안 돌려준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더 많은 확인을 요구했을 겁니다. 그러고도 조건이 충분히 좋다면 계약했을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이 눈썹을 올렸다. “드래곤 집주인과요?” “집주인이 드래곤이라고 집세가 공짜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서기 몇 명이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는 눈치였다. 태오는 계속했다. “저는 리네아 씨가 처음부터 모든 걸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난 뒤에는 기록을 숨기지 않았고, 제게 책임을 떠넘기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후의 행동도 심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운데 심사위원이 물었다. “그 행동이 당신에게 도움이 됐기 때문에 두둔하는 건 아닙니까?” “도움이 됐습니다. 그 사실을 감출 이유는 없죠. 다만 도움을 준 기록도 있으니까 증거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리네아는 태오를 보았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심사가 한 차례 휴정되자 복도에서 리네아가 그를 붙잡았다. “정말 감사해요.”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렸을 뿐인데요.” “그게 어렵잖아요. 자기 편을 들기 위해 과장하지 않는 거.” 태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과장은 드래곤 쪽이 훨씬 잘합니다. 저는 경쟁력이 없어요.” 리네아가 웃다가 갑자기 그의 손등을 가볍게 잡았다. “괜히 더 좋아지잖아요.” 태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제 증언이요?” “글쎄요.” 그녀는 손을 놓으며 재빠르게 심사실로 돌아갔다. 태오는 복도에 혼자 남았다. 서기가 지나가다가 물었다. “증인님, 몸이 안 좋으십니까?” “아뇨. 방금 중요한 문장의 주어를 놓쳐서요.” “주어라고요?” “네. 계약서에는 항상 주어가 있는데 대화에는 없는 경우가 있군요.” 서기는 그를 이상한 사람 보듯 하고 지나갔다. *** 오후 심사에서 뜻밖의 문서가 등장했다. 길드가 오래된 중개계약 분쟁을 조사하면서 확인한 기록이었다. [파벨 주택조합 관련 고대 종족 자산 중개 특별 주의 공고.] 공고는 리네아가 태오의 계약을 중개하기보다 훨씬 이전에 발행됐다. 다만 발행 후 며칠 만에 효력이 중지됐다는 표기가 있었다. 심사위원이 물었다. “이 공고를 본 적이 있습니까?” 리네아는 한참 들여다보았다. “없습니다. 제 교육자료에도 없었습니다.” “길드 자료실에서도 찾기 어려웠겠군요. 당시 정정 공고가 별도로 내려왔으니까요.” “정정 사유는 무엇입니까?” “관리권과 소유권이 일치한다는 추정이 부정확하다는 이의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태오는 그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 건물은 발카스 소유가 되었지만 계정 47의 관리권은 여전히 불분명했다. 길드가 오래전에 비슷한 문제를 이미 논의했다는 뜻이었다. 리네아가 질문했다. “그럼 당시 자료를 저희도 열람할 수 있습니까?” 심사위원은 잠시 망설였다. “개인 정보와 제삼자 계약이 포함돼 있어 바로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적법한 열람 신청을 하면 검토하겠습니다.” 태오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리네아가 옆눈으로 그를 봤다. “또 적으세요?” “오늘도 신청할 게 생겼으니까요.” “태오 씨 인생에는 쉬는 날이 없네요.” “돈이 돌아오면 휴가부터 갈 겁니다.” “어디로요?” “은행이 없는 곳이요.” 리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 해가 질 무렵 심사 결과가 나왔다. 리네아에게는 계약 당시 설명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식 경고가 내려졌다. 일정 기간 신규 고대 종족 자산 중개에는 추가 감독이 붙었다. 그러나 자격 정지는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공동 분쟁에서 계약 기록을 제출한 행동은 독립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리네아는 결정문을 몇 번이나 읽었다. “살았네요.” 태오가 말했다. “완전히 면책된 건 아니지만 일을 계속할 수 있겠군요.” “네. 수수료는 벌 수 있겠어요.” “그게 중요하죠.” “태오 씨는 참 한결같네요.” “제 보증금도 한결같이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길드 건물을 나섰다. 바깥에는 붉은 노을이 퍼져 있었다. 리네아가 갑자기 멈춰 섰다. “태오 씨, 오늘은 제가 저녁 살게요.” “지난번 빵값도 아직 못 갚았는데요.” “그럼 저녁 사 주는 대신 나중에 밥 한 번 사 주세요.” “그건 빚을 더 늘리는 일 아닙니까?” “계약은 좋아하시면서 이런 계약은 왜 그렇게 겁내세요?” 그녀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태오는 오랜만에 장부를 꺼내지 않았다. “좋습니다. 대신 기한은 정하죠.” “언제까지요?” “보증금 돌려받는 날까지.” 리네아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럼 제가 더 열심히 도와야겠네요.” 둘은 함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태오의 가방 속에는 심사장에서 적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과거 특별 주의 공고. 효력 중지 사유. 관리권과 소유권 불일치.] 세입자들의 문제는 현재의 발카스만으로 설명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오래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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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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