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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146화. 남의 목소리로 대신 살지 않겠습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23자

오프라인 책장
소피가 제6기록실에 들어온 날, 태오는 자기 수첩을 덮었다. 그녀는 아이를 친척에게 맡기고 혼자 왔다. 당초 공동 청문에서는 소피의 진술을 태오가 요약해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절했다. “제 이야기는 제가 하겠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가 오늘의 모든 절차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오린은 소피의 신원을 확인하고 비공개 면담실을 안내했다. 리네아는 독립 중개인으로서 소피의 현재 임대계약과 관련된 자료만 준비했고, 태오는 기록 정리를 돕는 사람으로서 허가받은 범위 밖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도 마음대로 일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태오 씨는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소피가 물었다. “네.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고마워요.” 문이 닫혔다. 태오는 복도에 앉았다. 자신이 없어도 진행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당연하고 다행스러웠다. *** 면담실 밖에는 오래된 시계가 놓여 있었다. 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발카스도 복도 반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너는 안 들어가느냐?” 드래곤이 물었다. “소피 씨가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왜 왔느냐?”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 드리려고요. 그리고 끝나면 집까지 함께 갈 수도 있고요.” 발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은 자꾸 누군가 자기를 대신해 말해 주길 바라는 줄 알았다.” “그럴 때도 있겠죠. 하지만 직접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그걸 오래 모르고 살았군.” 태오는 발카스를 바라봤다. 그가 세입자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것도 분명한 변화였다. “그런데 드래곤 님은 왜 오셨습니까?” “소피의 말을 대신하러 온 건 아니다. 내가 당시 처리에 관여한 부분이 있다면 내 자료를 제출하려고 왔다.” “그건 마르셀 씨와 먼저 상의하시면 됩니다.” “안다. 이미 접수했어.” 발카스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꺼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용이 접수증 하나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었다. *** 한 시간이 지나 소피가 면담실에서 나왔다. 태오는 무엇을 말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소피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물을 마셨다. “말하니까 좀 낫네요.” “다행입니다.” “그때 전 편지를 못 받았어요. 받았다고 적혀 있는 곳을 볼 때마다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답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제 말이 정확히 남을까요?” “오늘 면담의 공식 기록은 소피 씨가 확인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공개되는 범위도 따로 지정할 수 있고요.”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리네아는 그녀가 원한다면 다음 중개 상담에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피는 조금 생각하다 다음 주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오늘은 혼자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것이다. 태오는 택시 대신 마차를 불러 줬다. 소피는 마부에게 목적지를 직접 알려 줬다. 기록에는 주소를 남기지 않았다. *** 그날 오후에는 아델 마린이 제6기록실을 찾았다. 그녀는 소피와 다른 시간에 별도 면담을 신청했다. 제7 우편함에서 읽기 보조인으로 일했던 과거에 대해 말할 것이 있다고 했다. 아델은 오래전 자신이 낭독한 문장들을 기억하려 애썼지만 단어 하나하나까지 확실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분명하게 말한 것은 손을 다친 사람이 어떤 서류를 읽어 달라고 부탁했고, 그 사람이 타인을 대신해 돈을 받을 권한까지 자신에게 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제가 대신 읽는다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 대신 정하는 건 아니죠.” 오린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혹시 BG-17의 비식별 음성 자료가 선생님 목소리인지 기억하십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수정 음성을 듣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확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기억하는 사실을 먼저 기록하겠습니다.” 아델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오래전 누군가의 말을 읽어 주던 일을 지금 와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무거워졌다.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네. 다만 어떤 사람이 제 목소리를 자기 허락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쓰여요.” “그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지금 조사 중인 거죠.”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 저녁에 태오는 기록방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짧은 수업을 했다. 아델의 문해교실 학생들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대신 읽기와 대신 서명하기’였다. “친구가 글을 못 읽으면 어떻게 하죠?” “읽어 줘요!” 아이들이 대답했다. “그럼 친구 대신 마음대로 계약해도 될까요?” “안 돼요!” “왜 안 되죠?”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제 마음은 제가 결정하니까요.” 태오는 미소 지었다. 아이는 뒤에서 웃고 있는 리네아를 돌아봤다. “선생님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대신 말할 수 있어요?” 리네아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태오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말은 당사자가 직접 하는 게 좋겠죠.” “그럼 지금 해 보세요!”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태오는 하늘을 한 번 바라봤다.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었다. “리네아 씨, 사랑합니다.” 리네아는 잠깐 굳었다가 환하게 웃었다. “저도요.”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태오는 오늘 가장 위험한 증언을 공개석상에서 해 버린 것 같았다. *** 수업이 끝나자 리네아가 태오를 창가로 불렀다.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저도요.” 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고 아주 살짝 끌어당겼다. “그럼 다시 한번, 이번에는 나한테만 말해 줄래요?” 태오는 웃었다. “사랑합니다, 리네아.” 그녀가 조용히 입을 맞췄다. 누군가의 서명이 없어도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물론 계약과 채무는 그와 달랐다. 그러나 사랑에는 때때로 분명한 한마디가 어떤 도장보다 오래 남았다. *** 소피의 면담이 끝난 뒤 태오는 마르셀에게 남은 공식 절차를 물었다. 마르셀은 각 당사자의 동의에 따라 기록되는 진술이 다른 사람의 동의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부터 설명했다. “과거에 잘못된 통지 기록이 있었다면 오늘의 새 진술로 자동으로 덮어쓸 수 있습니까?” “아니요. 당시 기록이 어떤 상태로 남았는지 확인하고, 별도 정정 이력을 남겨야 합니다.” “그럼 새 진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과거 심사가 적법했다고 인정하는 것도 아니겠군요.” “맞습니다. 오늘의 진술은 오늘의 진술입니다. 과거 효력을 판단하는 건 별도의 절차에 달려 있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린이 덧붙였다. “그리고 당사자가 지금 진술을 원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억지로 밝히게 할 수 없습니다. 심사 목적과 권한을 벗어나지 않아야 하죠.” 태오는 문틈 너머 닫힌 면담실을 바라봤다. 그 안에서 소피가 무엇을 말했는지 자신은 다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모른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었다. 필요한 범위에서만 정보를 알고 그 정보를 지키는 것 역시 사람을 돕는 방법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록방 고객명부를 떠올렸다. 그곳에도 손님이 맡긴 작은 비밀들이 있었다. 상점의 거래 상대방, 가족의 주소, 아직 결정하지 않은 이사 계획 같은 것들. 정보를 다룬다는 건 단순히 잃어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보아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하는 일이었다. ***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바렌이 발카스의 새 자산 정산표를 들고 나타났다. 태오는 서류를 잠깐 보다가 한 가지를 물었다. “이 자료를 오늘 소피 씨 면담에 내실 건가요?”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발카스 님이 다른 세입자들의 상환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려고요.” “소피 씨가 지금은 자기 말만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재원에 관한 자료는 별도 협의에 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바렌은 잠시 생각하다 마르셀에게 물었다. 마르셀은 두 절차를 분리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안내했다. “그렇군요. 이 자료는 다음 개별 변제 협의 자료로 접수하겠습니다.” 발카스가 옆에서 불쑥 말했다. “나는 좋은 뜻으로 준비했다.” “좋은 뜻이라는 이유로 오늘의 목적을 바꾸면 안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발카스는 잠깐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알겠다. 내가 기다리겠다.” 바렌은 태오를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드래곤 님이 기다릴 줄 아시는 건 분명합니다.” “대신 많이 답답해하시겠죠.” “상상하시는 것보다요.” 둘은 조용히 웃었다. *** 오후에는 로벤이 태오의 기록방을 찾아왔다. 그는 늙은 마부에게는 생소한 마법 복사 도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태오는 실수로 옛 세상의 단어가 떠오른 자신에게 웃었다. 이곳의 복사 도구는 수정판 위에 종이를 놓으면 글씨의 형상을 얇은 마법 종이에 옮기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복사하면 원래 종이를 안 훼손해도 되는 건가?” “보존 허가가 있는 자료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민감한 문서는 복사 자체가 제한될 수도 있어요.” 로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차 운송일지에도 남에게 보이면 안 되는 주소가 있지.” “맞습니다. 어떤 날 어디를 지나갔는지와 누가 살았는지는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허가된 옛 노선 지도에서 지명만 추려 표를 만들었다. 로벤이 표의 한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길은 홍수 때마다 막혔소. 그래서 마차가 우편 집하대까지 가지 못할 때가 있었지.” 태오는 눈을 들었다. “BG-17 문서가 그 길로 갔다는 뜻은 아니겠죠?” “물론이지. 내가 안 건 그날의 길 사정이지, 그 안의 봉투가 아니오.” 태오는 웃었다. 로벤은 이제 그가 물어보기도 전에 기억의 범위를 정확히 구분했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 사이에 쌓이는 신뢰가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 로벤이 떠나기 전,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자네가 보증금을 다 받으면 이 동네를 떠날 줄 알았네.”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처음엔 돌아갈 길만 찾는 사람 같았으니까.”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는 돈을 찾으면 곧장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지금은 기록방이 있고 리네아가 있고, 자신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로벤은 웃었다. “그래. 마부는 목적지만 생각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도 오래 기억하는 법이지.” 태오는 그 말을 수첩에 적고 싶었지만 참았다. 모든 좋은 말을 기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가슴속에 남기기로 했다. 로벤이 돌아간 뒤 태오는 작업장 창문을 열었다. 서가 위에는 늘어난 의뢰 장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드래곤의 돈을 받는 일 때문에 시작된 조사에서 자신의 일이 자라났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 늦은 밤 세딘에게서 보고서가 왔다. 오늘 진행된 별도 면담의 비공개 원문은 공유되지 않았다. 대신 절차 기록에 ‘원 권리자 및 참고인의 개별 의견 접수 완료, 심사 재검토 범위 결정 예정’이라고 기재됐다. 태오는 그 문장을 보며 안도했다. 적어도 오늘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BG-17 D 단위의 과거 미완료가 오늘의 면담으로 자동 치유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당시 어떤 통지가 누구에게 전달됐고, 어떤 법적 효력이 생겼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했다. 발카스도 짧은 쪽지를 보냈다. [오늘은 내가 아무도 대신 말하지 않았다. 그게 옳은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라고 들었다.] 태오는 답장을 적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빼앗지 않으신 것은 옳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채무는 별도입니다.] 잠시 뒤 답장이 왔다. [스물다섯 금화. 잊지 않았다.] 태오는 웃었다. 그 숫자는 아직 그대로였다. 모든 진술이 끝나야 지급하겠다는 구실을 더는 듣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그는 장부에 적었다. [146화. 소피 개별 청취 진행. 아델 참고 진술 별도. BG-17 과거 효력 재검토 중.] [보증금 잔액 25금화.] 그리고 조용히 책을 덮었다. 그날 밤 파벨은 비가 오지 않았다. 문서도 젖지 않았고, 누구의 말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덮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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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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