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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45화
PAYLUA ORIGINAL · 제145화

145화. 고대 드래곤의 대기번호 47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287자

오프라인 책장
47-C의 정식 보관대장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온 날, 발카스는 태오보다 먼저 기록국에 도착했다. 그는 긴 복도의 가운데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얼굴에는 오래전 검은 산맥을 지키던 용의 위엄이 서려 있었지만 무릎 위에는 아주 작은 대기표가 놓여 있었다. “드래곤 님도 번호표를 뽑으셨습니까?” “서기가 시켰다.” “몇 번이세요?” “마흔일곱.” 태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필 47이라니.” “나도 처음에는 너희 인간이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발카스는 손에 든 번호표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오늘의 순서더군.” “정확합니다. 계정 47과는 관계없습니다.” “그걸 나도 이제 안다.” 태오는 잠시 드래곤을 바라봤다. 예전에는 47이라는 숫자만 봐도 금고가 열릴 것처럼 소리치던 존재였다. 오늘은 번호표가 단순한 번호표라는 걸 스스로 설명했다. 리네아가 뒤늦게 들어와 두 사람을 보더니 낮게 말했다. “이 광경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요.” “왜요?” “고대 드래곤이 순서를 기다리는 장면이니까요.” 발카스는 낮게 코웃음을 쳤다. “나는 왕들도 기다리게 했다.” 태오가 대답했다. “그래도 접수창구는 차례대로입니다.” *** 왕실 공익 감시부에서 도착한 담당자는 엄격한 표정의 중년 인간이었다. 이름은 카일 렌티. 그는 자신이 사건 담당 판사가 아니라 옛 표식의 관리 이력을 설명할 수 있는 행정 담당자라는 사실을 먼저 밝혔다. “현재 47-C의 실제 소재를 알려 드릴 권한은 제한돼 있습니다. 다만 당시 관리대장에 어떤 종류의 기록이 남았는지는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소지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는 계속되는군요.” 태오가 말했다. “현 단계에서는 그렇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 BG-17 문서에 적힌 '47-C 계열'이라는 표현은 진품 비늘 표식의 정식 보관번호와 동일한 등록번호가 아니었습니다.” 태오는 종이에 줄을 그었다. “기능군 표시였군요.” “그렇습니다. 감시 담당의 연락처를 분류할 때 여러 계정에서 비슷한 표기를 썼습니다.” 발카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내 47-C는 어디 있느냐?” 카일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질문은 별도 신청 절차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은 BG-17 통지 경로의 대조 범위입니다.” 태오는 놀랐다. 드래곤의 목소리에도 움찔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발카스는 잠시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알겠다. 계속해라.” 그 한마디에 바렌은 눈을 감고 잠깐 기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관리대장에는 일곱 해 전 담당직 교체일이 나와 있었다. 옛 연락인은 교체되는 날까지 수신함에 들어온 우편을 정리하고, 새 연락인은 다음 날부터 새로 들어오는 것을 받도록 돼 있었다. 문제는 두 사람 사이의 인수인계 시간이 어긋났다는 점이었다. “옛 연락인이 하루 일찍 퇴근했다고 적혀 있네요.” 태오가 말했다. “당일에는 급한 가족 사정으로 대체 근무자가 처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카일이 설명했다. “그럼 실제로 일을 한 사람은 또 다르군요.” “네. 그날은 임시 연락원이 근무했습니다. 개인정보는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딘은 제6기록실의 발송 준비일과 교체 전날을 대조했다. 준비표 작성일은 옛 연락인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출발일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통지가 옛 연락인에게 가려 했지만 새 연락인이 받아야 할 때 출발했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입니다.” 카일이 답했다. “실제 발송이 확인되지 않으면 이 가설도 검증되지 않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날짜의 순서가 사람의 실수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준비표 한 장만으로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오후에 태오는 기록방의 중요한 손님을 맞았다. 마을에서 작은 수선점을 운영하는 도로시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점포를 옮길까 고민했지만 새 가게의 임대인이 오래된 난방 설비를 고치지 않은 상태였다. “가게를 옮기고 나서 난방이 안 되면 제가 손해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계약 전에 어떤 설비를 누가 고칠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태오는 점검 항목을 설명하다가 자신이 변호사나 중개인처럼 최종 법률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는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고, 실제 중개와 계약 조언은 도로시가 원하는 중개사에게 의뢰하도록 안내했다. “여기 리네아 중개 사무실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곳을 이용하실 필요는 없어요.” 도로시가 웃었다. “두 분이 사귀는 사이라면서요?” “맞습니다.” “그럼 그쪽을 소개해 주면 돈을 더 버는 거 아닌가요?” “제가 대신 수수료를 받을 권리는 없습니다. 각자의 일을 따로 합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오히려 믿음이 가네요.” 태오는 그녀가 떠난 뒤 자신의 장부를 바라봤다. 혼자 시작했던 기록방이 이제 다른 사람의 결정에 도움을 줄 만큼 자라났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했다. *** 그날 저녁, 리네아는 늦게 기록방에 왔다. 새 사무실에 손님이 많아 저녁을 먹지 못한 참이었다. “오늘은 제가 먼저 먹자고 했어야 했는데.” 태오가 말했다. “사람이 먹을 걸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면 안 되는데요.” “당신도 그렇잖아요.” 리네아는 웃다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오늘은 고객 세 집을 보고 왔어요. 다들 자기 사정이 다르더라고요. 집에 작은 정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가족, 통근길이 짧아야 하는 상인, 반려동물이 있는 할머니.” “고객이 각각 고른 집이 다르겠네요.” “맞아요. 한 가지 기준으로 전부 결정할 수 없죠.” 태오는 그녀 앞에 따뜻한 수프를 놓았다. “그럼 오늘 제 기준은 하나입니다.” “뭔데요?” “당신이 제대로 저녁 먹는 것.” 그녀는 숟가락을 들다가 잠시 멈췄다. “이런 말은 정말 반칙이에요.” “저는 규칙을 지키는 편입니다.” “연애에는 당신이 만들지 않은 규칙도 많아요.” “배우겠습니다.” 리네아는 웃으며 수프를 먹었다. 태오는 그녀의 앞머리가 눈가에 내려오자 조심스럽게 넘겨 주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왕실 대조회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태오는 오래된 세입자 다렌 코르와 우연히 마주쳤다. 코르는 서점 앞에서 작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오른손의 흉터 때문에 종이를 펴는 동작이 조금 어색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다렌 씨.” “반갑소. 요즘도 내 이름이 옛 문서에 나옵니까?” 태오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확인한 기록에 코르의 이름이 직접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부터 말했다. “오늘은 47-C 계열 감시업무의 옛 연락인 기록을 살폈습니다. 다렌 씨와 직접 연결된 사실은 새로 확인되지 않았어요.” 코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구먼. 누군가 내 이름을 읽기만 해도 다른 사람의 돈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할까 봐 불안해서.” “그런 결론은 낼 수 없죠.” 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서점에서 산 오래된 말 사육법 책이었다. 로벤이 자신이 어릴 때 돌보던 말 로지에 관한 얘기를 해 준 뒤부터 말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소. 글씨가 작아서.” “아델 씨 문해교실에 큰 글씨 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녀를 자꾸 찾아가도 될지 모르겠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다만 아델 씨의 일정도 존중해야겠죠.” 코르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그렇군. 내 말을 대신 읽어 준 사람이라고 해서 평생 나만 돕게 할 수는 없지.” 태오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델의 당시 역할이 실제 어떤 문서와 연결되는지는 아직 미확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이 어떤 도움을 주고받을지는 각자가 결정할 수 있었다. *** 서점의 주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낡은 책갈피를 꺼냈다. 거기에는 말을 돌보는 간단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코르가 웃으며 받아들자 태오는 책값을 대신 내겠다고 했다. “그럴 필요 없소.” 코르가 말했다. “선물입니다. 계약이나 조사와 상관없어요.” “그래도 내가 내 돈으로 사고 싶소.” 태오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고르실 때 같이 오죠.” 코르는 서툴지만 분명한 손길로 돈을 꺼내 책값을 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과 상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빼앗지 않는 일은 때때로 충돌했다. 리네아가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당신도 많이 바뀌었네요.” “그냥 책값을 내드리려던 건데요.” “그게 바로 문제예요. 상대가 원하는 게 책값이 아니라 자기 선택일 수 있잖아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사람을 도울 때는 선택할 공간도 함께 남겨 줘야 했다. *** 오후에는 기록방의 사업 장부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지난달 수입은 조금 늘었지만, 작업실의 보존상자와 마력 등불을 새로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갔다. 태오는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 보증금 반환액 일부를 자본금으로 쓰되 모든 출처를 분리해 기록하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도 그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이번 달에 손님을 많이 받았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네. 그런데 순이익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일을 더 받아야 할까요?” “그것도 방법이지만, 너무 많이 받으면 기존 고객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죠.” 리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중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했다. “이번 달엔 상담한 집이 많았는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 일부예요. 그래도 고객이 무리한 계약을 안 하기로 결정한 걸 실패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좋은 선택 같습니다.” 둘은 각자의 장부를 펼쳐 놓고 자신의 일에 관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입을 마음대로 쓰거나, 연인이라는 이유로 계산서를 합치지 않았다. 대신 공통으로 부담할 식비나 여행 경비는 어떻게 정할지 편하게 의논했다. “이번 여행은 제가 숙소를 알아볼까요?” 리네아가 물었다. “좋습니다. 저는 이동편을 알아보죠.” “결제는요?” “각자 부담할 부분을 정하면 되겠네요.” “너무 딱딱하게 말하지 마세요.” “그럼 제가 당신과 더 오래 놀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하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그건 마음에 들어요.” *** 그날 밤 발카스에게서 작은 질문이 왔다. [내 재무관들이 여러 해 동안 수신 업무를 맡아 왔다고 해서, 내 사유 재산 담당과 왕실 감시업무가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느냐?] 태오는 한참 생각하다 답장을 썼다. [근무 기간과 기관별 인사 기록을 대조해야 합니다. 직책이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동일한 사람이 같은 권한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잠시 뒤 발카스의 답장이 왔다. [그렇군. 내 기록부터 정리해 오겠다.] 태오는 가볍게 웃었다. 처음에는 발카스가 남의 실수를 찾아 책임을 돌리는 줄만 알았다. 지금은 자신이 맡았던 일과 맡기지 않았던 일을 나누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이 진정한 책임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해야 할 행동에 달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부에서 남은 원금 25금화를 확인했다. 책 한 권을 자기가 직접 사는 일만큼이나, 남의 돈을 정해진 사람에게 직접 돌려주는 일도 중요했다. 그리고 그런 당연한 일을 잊지 않는 것이 긴 사건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 밤에는 카일에게서 추가 설명이 도착했다. 당시 임시 연락원에게 우편물을 인계한 기록은 있지만 ‘BG-17 미완료 통지’라는 문서명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연락원이 받은 것은 감시부의 공용 수신함 열쇠와 당일 미처리 문서 목록이었다. 그 목록의 실제 세부항목이 확인돼야 통지와의 연결을 판단할 수 있었다. 태오는 받은 편지를 읽고 잠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가까워진 것 같은데 또 다른 목록이 나오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그래도 담당직과 실제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했잖아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누군가 통지를 안 받았다고 결론 낼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럼 내일은 무엇을 해요?” “임시 연락원의 미처리 문서 목록을 가능한 범위에서 확인해야죠.” “내일 오전에는 제가 혼자 집을 보여 줄게요.” “그럼 오후에 같이 갈까요?” “좋아요.” 태오는 작은 수첩을 폈다. [47-C 기능군 표시와 진품 표식 동일성 미확정.] [옛 연락인 교체·임시 연락원 근무 확인. BG-17 실제 송달·수령 미확정.] [미환급 25금화.] 그는 기록방 문을 잠갔다. 발카스가 차례를 기다리던 장면을 떠올리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드래곤도 정해진 순서를 배웠다. 그러니 자기 역시 서둘러 빈칸을 채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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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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