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네아의 새 중개 사무실 앞에 손팻말이 세 개 놓인 날, 태오는 그것이 새 광고인 줄 알았다.
첫 번째 팻말에는 ‘보증금 없는 집을 찾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용이 아닌 집주인’이라고 적혀 있었고, 마지막에는 ‘BG-17이면 전액 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객이 많아졌네요.”
태오가 말하자 리네아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고객이 아니라 항의하러 온 사람들이에요.”
세 명의 손팻말 주인 가운데 한 명은 실제로 리네아에게 집을 소개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도시의 다른 중개인이 BG-17과 관계된 집은 자동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왜 리네아는 그런 상품을 판매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게 보장된다면 제가 먼저 사실을 확인하고 안내했을 겁니다.” 리네아가 차분히 말했다. “현재 BG-17은 통지 절차와 의사 확인에 관한 보호가 중심일 가능성이 조사되는 중입니다. 개별 계약의 보증금 전액 대지급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저 광고는 거짓말입니까?”
“광고문이 실제로 어떤 조건을 약속하는지 봐야 합니다. 해당 업체와 계약서를 확인하기 전에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겠어요.”
태오는 그녀가 화를 내지 않는 것에 감탄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섰다면 이미 드래곤이 얼마나 늦게 돈을 돌려줬는지부터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럼 무슨 집을 소개해 줄 겁니까?”
“집주인의 신원과 보증금 반환 조건, 권리관계가 확인되는 범위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임대인에게 위험이 없다고 약속하진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첫 번째 팻말을 든 여성이 표정을 풀었다.
“그럼 제 계약서도 한번 봐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상담 범위를 확인하고 예약을 잡아 드릴게요.”
리네아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왜 이 일을 오래 해 왔는지 이해했다.
***
오전 상담이 끝난 뒤 두 사람은 근처 광장에서 빵을 사 먹었다. 태오는 팻말의 글씨가 아직 머리에 남아 있었다.
“만약 보증금을 안 받는 집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집주인은 다른 비용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렇군요.”
“당신은 요즘 모든 제도에서 보증금을 없애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겪어 봤으니까요.”
리네아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경험은 중요한데, 같은 경험을 했다고 모두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맞습니다.”
“어떤 사람은 목돈을 맡기고 월 부담을 줄이고 싶고, 어떤 사람은 목돈을 묶기 싫을 수 있죠. 설명과 선택이 중요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는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
“그런데 진짜로 그 팻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어느 것 말입니까?”
“용이 아닌 집주인.”
“저도 봤을 때 웃었습니다.”
“우리 나중에 다른 집으로 옮기면 집주인의 종족을 물어볼 거예요?”
“물어보기보다 등기와 계약을 확인하겠습니다.”
“성장했네요.”
“물론 숨겨진 드래곤 조상은 조사할지도 모릅니다.”
리네아는 웃다가 빵조각을 떨어뜨릴 뻔했다.
***
오후에는 마르셀의 요청으로 공공 설명회가 열렸다. 요즘 BG-17 관련 광고가 시장에 떠돌면서 일부 주민이 자신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다. 리네아는 독립 중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태오는 기록방 사장으로서 공개 자료의 판독을 돕는 역할만 맡았다.
“오늘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어느 상인이 물었다.
“서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리네아가 대답했다. “저는 계약 전 중개정보 제공에 관해 설명하고, 태오 씨는 공개 기록의 용어를 설명합니다.”
“둘이 사귀는 사이라면서요?”
태오가 잠깐 당황했다. 리네아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네. 그 사실은 관련 감독기관에 신고했습니다. 저희가 연인이라는 사실이 어느 서류의 효력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멋지게 답하려던 말이 리네아에게 먼저 나와 버렸다.
설명회에서는 조정 의장 엘레아도 참석했다. 그녀는 구 보증계약 문서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모든 세입자를 대신해 보증금 지급을 명할 권한이 생긴 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자료를 확인하면 어떤 경우에 다시 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 알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약별 채권은 각자의 것입니다. 이 자리에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의 청구를 포기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누군가 물었다.
“그럼 BG-17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까?”
“아닙니다. 직접 말할 기회가 누락된 사람을 찾는 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범위가 밝혀지기 전에는 좋다거나 나쁘다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태오는 그 설명을 듣고 손뼉을 치고 싶어졌다. 그러나 공식 회의에서 혼자 박수를 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참았다.
***
그날 오후 소피는 손팻말을 내려놓은 여성과 따로 이야기했다. 태오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듣지 못했다. 나중에 소피가 직접 허락한 범위에서만 알게 된 것은, 두 사람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미룬 경험을 서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이었다.
“제가 남의 일을 보고 안심하면 안 되겠죠.” 소피가 말했다.
“안심할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같이 확인하면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럼 제가 설명회에서 말한 건 기록으로 남나요?”
“공개 발언 중 공식 기록에 포함된 부분과 개인 상담에서 하신 말은 따로 관리됩니다. 개인 상담 기록은 동의한 범위를 넘겨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직도 누군가 제 주소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생각을 하면 속이 상해요.”
“그럴 수밖에요. 그래서 확인할 수 있는 경로부터 하나씩 보려는 겁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가 직접 말했어요. 그게 조금 나았습니다.”
태오는 소피의 표정을 오래 기억했다. 기록의 목적은 누군가의 말을 대신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말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일지도 몰랐다.
***
설명회 뒤 디아나와 세딘은 제6기록실에서 작은 대조회의를 열었다. 47-C 계열 감시·통지 담당 직책의 옛 배정표가 발견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럼 보관인을 찾았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직책의 이동 기록을 조금 더 확인했습니다.” 세딘이 말했다. “공식 47-C 표식의 소유·보관대장과는 아직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또 직책이군요.”
“이번 직책에는 임시 연락인과 정식 감시 담당이 별도입니다.”
디아나는 붉은 펜으로 두 칸을 나눴다. 한쪽에는 우편물 행정 수신을 대신하는 연락인, 다른 쪽에는 통지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자격자가 적혀 있었다.
“연락인이 봉투를 받았어도 심사 미완료 사실이 정식 감시 담당에게 전달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연락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까?”
“인사기록 열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범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정 주민의 개인정보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모든 이름을 한꺼번에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은 알아야 할 질문만 남기면 충분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네아는 태오에게 작은 종이봉투를 건넸다. 안에는 푸른색 실로 만든 손목끈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뭡니까?”
“밀물항에서 봤던 색을 기억해요? 같은 염료를 쓰는 장인에게 주문했어요.”
“제 것입니까?”
“네. 다만 업무용 증표는 아니에요.”
태오는 웃었다.
“저도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압니다.”
“정말요? 그럼 나한테서 받은 선물과 보증금도 따로 기록해 두겠네요.”
“당연히 그렇죠.”
리네아는 일부러 서운한 척했다.
“매정해요.”
“선물은 제 마음에 기록했습니다.”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귀 끝이 붉게 물들었다.
“요즘 계속 선수를 치네요.”
“바다에서 연습했습니다.”
그녀는 웃다가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
공공 설명회 뒤에는 시장협회에서도 작은 토론이 열렸다. 보증금을 맡기지 않는 임대상품이 실제로 가능하냐는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태오는 참석할 계획이 없었지만 도로시 수선점 사장이 기록방 고객을 대표해 함께 와 달라고 부탁했다.
“난 집을 옮기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새 가게를 고를 정보가 부족해서 걱정이야.” 도로시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특정 상품만 안전하다고 하잖아.”
“조건이 다른 상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정된 하나의 답이 아니라 어떤 비용을 언제 부담하는지가 중요하겠죠.”
도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태오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옆 사람에게도 같은 내용을 천천히 설명했다.
토론회에서는 월세가 높은 대신 목돈 보증금이 작은 집, 보증금이 크지만 월 부담이 낮은 집, 임대기간이 짧은 상인용 임시 점포가 사례로 나왔다. 리네아는 각각의 계약에서 임대인의 신원 확인과 수리 책임, 계약 종료 조건을 설명했다.
“제가 어느 유형이 가장 좋다고 선택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수입과 생활 방식이 다르니까요.”
한 남자가 반박했다.
“그렇게 말하면 중개인이 책임을 피하는 것 아닙니까?”
리네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뇨. 확인해야 할 정보를 충분히 알려 드리는 책임과 고객의 선택을 대신하는 일은 다릅니다. 제가 설명해야 할 것을 누락한다면 그 책임은 별도로 검토받아야 합니다.”
태오는 그녀가 길드 감독을 받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로 배웠는지 느꼈다. 리네아는 예전의 실수를 지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 실수 때문에 다음 고객에게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토론이 끝난 뒤 길드 감독관이 리네아에게 정기 점검표를 건넸다. 태오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 감독관과 중개인은 별도의 업무 관계였다. 연인이라는 이유로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점검이 끝난 뒤 리네아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밖에 나왔다.
“많이 힘들었습니까?”
“생각보다 아니에요. 서류가 많았지만 제가 어떤 정보를 설명했고 어떤 결정을 고객에게 남겼는지 정확히 정리했거든요.”
“잘하셨네요.”
“그래도 처음 경고를 받았을 때는 무서웠어요. 중개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때도 당신이 결정할 일이었죠. 저는 곁에서 도울 수 있었지만요.”
리네아는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
“요즘은 당신이 제 일을 대신 고치겠다고 나서지 않아서 좋아요.”
“그 대신 저녁은 사겠습니다.”
“그건 환영해요.”
두 사람은 시장 끝에 있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식탁에는 촛불 하나와 따뜻한 버섯 파이가 놓였다. 리네아는 포크를 들었다가 태오에게 작은 조각을 건넸다.
“오늘은 제가 손님들이 자기 결정을 하도록 돕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제 저녁 메뉴는 당신이 골랐네요.”
“싫으시면 바꿔 드릴까요?”
“아뇨. 이건 제가 좋다고 했으니까요.”
태오는 웃었다. 작은 식사 약속에서도 누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서로 아는 일이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다.
***
그날 늦게 누르와 카일의 기관간 대조 결과 일부가 돌아왔다. 새 담당 직책의 임명 날짜와 BG-17 통지 준비표 날짜가 하루 차이였지만, 실제 수신함의 인수 시점은 별도의 근무 교대표에서 확인해야 했다. 태오는 그날의 논의를 생각하며 수첩에 두 날짜만 적었다. 사람을 추측하기보다 일의 순서를 먼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리네아가 그의 어깨너머로 들여다봤다.
“오늘도 결론은 아직인가요?”
“네. 그래도 확인할 대상은 하나 줄었습니다.”
“어떤 거요?”
“47-C를 들고 있는 사람을 바로 찾으면 모든 게 풀릴 거라는 생각이요. 지금은 정식 표식과 업무 연락인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녀는 작게 웃었다.
“틀린 질문 하나를 버리는 것도 발전이네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그가 모은 것은 답뿐만이 아니었다. 더는 붙잡지 않아도 되는 잘못된 질문들도 있었다.
***
밤늦게 오린의 회신이 왔다. 구 감시·통지 배정표 가운데 당시 제6기록실과 왕실 공익 감시부 사이에 연락을 맡던 직책은 ‘통보 연락인’이었다. 그러나 그 직책의 인사 이동일과 BG-17 통지 예정일이 단 하루 차이였다.
“교체 시점 때문에 누가 받을 사람이었는지 애매한 건가요?” 태오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죠.” 리네아가 말했다. “하지만 교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통지를 누락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담당직 교체일과 발송 준비일 1일 차이. 실제 발송·수령·재전달 별도 확인.]
그 아래 그는 남은 원금도 적었다.
[25금화. 아직 실제로 받지 않았다.]
둘의 손목에는 밀물항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실이 감겨 있었다. 일은 계속됐지만, 바다에서 배운 하루의 여유도 같이 남아 있었다.
제1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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