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하대에서 돌아왔다는 문서의 행방은, 뜻밖에도 파벨의 낡은 빨래방에서부터 추적됐다.
정확히는 빨래방이 아니라 그 건물 2층에 남은 구 우편 반송분류소였다. 문 앞에는 아직도 [젖은 우편은 불 가까이 두지 마시오]라는 경고판이 달려 있었다. 태오는 경고판을 두 번 읽었다.
“왜 하필 불을 경고했을까요?”
“젖은 마법 우편을 불로 말리면 글자가 사라지는 종류가 있거든요.” 오린이 말했다.
“정말 불편한 마법이네요.”
“그렇죠. 누군가는 편지를 빨리 말리려다가 청첩장을 텅 빈 종이로 만든 적도 있대요.”
태오는 문득 리네아를 돌아봤다.
“우리 둘에게 그런 편지가 오면요?”
“우린 아직 그런 편지를 보내기로 한 적도 없는데요?”
“예를 들자면요.”
그녀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럴 땐 태오 씨가 직접 읽어 주면 되겠네요. 글씨를 대신 기억해 주는 사람이니까.”
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한 사람이 오히려 당했다. 오린은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한 척 문고리를 돌렸다.
***
구 반송분류소에는 건조 선반과 원본 보호함이 남아 있었다. 관리인은 머리가 희끗한 반인족 여성으로, 이름은 누르 벤토였다. 그녀는 삼십 년 동안 우편물의 반송 사유를 기록했다가 은퇴한 사람이었다.
“일곱 해 전쯤이면 내가 여기 있었지.”
태오는 기대하다가 곧바로 그 말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
“당시 어떤 업무를 맡으셨습니까?”
“젖은 우편을 말려서 다시 포장하거나, 부재·주소 불명·수령 거절을 구분해서 표시했어. 돈은 만진 적 없어.”
“그 구분이 정확하게 기록됐나요?”
“될 때도 있었고 안 될 때도 있었지. 홍수 때는 인력이 모자랐거든.”
누르는 작은 인장함을 꺼내 세 개의 도장을 보여 주었다. 하나는 ‘부재’, 하나는 ‘주소 확인’, 마지막은 ‘직접 전달 보류’였다. 태오는 ‘수령 거절’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거절 표시는 어디 있습니까?”
“거절은 상대가 정말 거절했다는 확인을 받아야 하니까, 내 도장으로 찍으면 안 됐지. 우린 그걸 전달 담당자에게 다시 돌려보냈어.”
리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돌아온 편지가 있다고 해서 상대가 받기를 거절했다고 할 수 없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누군가 거절했다는 말이 적혀 있어도, 본인 의사를 확인한 건지 봐야 해.”
태오는 다렌 코르가 오래전 대리 수령을 거부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원 권리자가 위임을 거절한 일과 우편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한 일은 전혀 다를 수 있었다.
***
오린은 누르가 보관기관에 넘긴 당시 반송 장부의 색인을 열었다. 제3 분배표와 날짜가 겹치는 항목이 세 건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BG-17이라는 번호를 직접 적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 오늘도 아닌가요?” 태오가 말했다.
누르는 손을 저었다.
“날짜만 맞춘다고 같은 편지가 되진 않아. 표지의 종이 종류나 원래 발송 기관도 봐야지.”
세딘은 해당 세 건의 겉봉투 표목과 BG-17 준비표를 대조했다. 첫 번째는 법원 소환 통지, 두 번째는 상업 조합 해산 안내, 세 번째는 왕실 제6기록실에서 보낸 심사 보완 관련 문서였다.
“세 번째는 목적이 닮았네요.”
“닮았을 뿐입니다.” 세딘이 말했다. “이것이 BG-17 본문 통지인지, 같은 날 함께 발행된 다른 보완 안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원본 봉투는 이미 다른 기록 보관소로 이관됐으며 오늘은 모서리와 기재사항만 보존된 사본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수취인의 이름 대신 ‘등록 감시업무 임시 연락처’라는 직책만 적혀 있었다.
“사람 이름이 없군요.” 태오가 말했다.
누르가 끄덕였다.
“당시엔 인사 이동이 잦아서 어떤 공문은 사람보다 직책을 받는 곳에 보냈어. 나중에 담당자가 누구였는지는 인사원부를 확인해야 했지.”
태오는 깊게 숨을 쉬었다. 또다시 이름이 아니라 직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책이 실제로 어떤 서류를 받아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할지도 몰랐다.
***
누르는 오래전 일을 설명하며 분류소 창문을 열었다. 아래층 빨래방에서는 바구니가 올라오고, 뜨거운 물소리가 들렸다.
“이 일을 그만두고 여기서 빨래를 시작했어. 사람들은 젖은 옷을 가져오지. 나는 그 옷을 누구 것인지 확인하고 돌려줘.”
“우편이랑 비슷하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지. 빨래 주인이 맡긴 옷을 다른 사람이 찾아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니?”
“맡긴 사람이 허락했는지 확인해야죠.”
“그래. 그런데 그 사람이 오늘은 직접 못 온다고 하더라도 옷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태오는 작은 수건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일곱 해 전의 서류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졌을까. 결국 사람의 물건과 말을 그 사람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일이었다.
“편지의 경우는 더 어려웠겠네요.”
“편지에는 누가 원하지 않은 말도 들어 있으니까. 그걸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용의 주인이 바뀌진 않지.”
그녀는 옛 서류를 가리켰다.
“그때도 이런 걸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증언은 모든 의혹을 해결하는 열쇠는 아니었다. 하지만 ‘반송’과 ‘거절’이라는 말을 같은 뜻으로 읽던 사람에게는 분명한 차이가 생겼다.
***
점심에는 기록방에 발카스가 찾아왔다. 그는 인간 모습으로 의자에 앉자마자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네게 내 이름으로 된 보증서가 쓸모없다고 했느냐?”
태오는 놀랐다.
“아직 그런 결론을 낸 사람이 없는데요?”
“시장에선 내가 보증서 대신 종이만 쌓아 두었다고 떠들고 있다.”
“그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입니다.”
“그럼 왜 바로잡지 않느냐?”
“무엇으로 바로잡습니까? BG-17이 정확히 무엇을 보장하는지도 아직 확인 중인데.”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책상에 불꽃을 뿜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는 컵에 물을 따랐다.
“나는 사람들이 날 속인다고 생각했다.”
“지금도요?”
“지금은 내가 뭘 모르고 있었는지 생각한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태오는 드래곤에게 어떤 말을 해 줄지 고민하다 말했다.
“모른다는 걸 인정한다고 빚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알고 있다. 스물다섯 금화.”
“네. 그건 따로 갚아 주셔야 합니다.”
“알겠다.”
리네아가 옆에서 차를 내왔다.
“두 분은 이제 인사 대신 잔액을 말하시네요.”
“오해가 없으니까요.” 태오가 말했다.
발카스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것보다 인간의 차가 왜 이렇게 작은 잔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드래곤 님이 한 번에 마시면 찻집이 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
오후에는 소피가 기록방에 들렀다. 그녀는 미완료 통지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며 물었다.
“만약 그때 내 말을 직접 듣지 않고 심사를 끝냈다면, 지금 제가 뭘 할 수 있나요?”
태오는 답하기 전에 이벨과 연결해 정식 상담을 잡았다. 소피가 겪는 문제는 일반적인 절차 설명과 그녀의 특정 계약을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확인된 건 과거 심사에서 누락된 직접 청취가 있을 수 있다는 기록뿐입니다. 소피 씨의 계약이 곧바로 취소되거나 자동 보상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제 말을 다시 할 기회는 생길 수 있나요?”
“그 가능성을 법률 상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개 범위는 소피 씨가 결정하세요.”
소피는 안도한 듯 말했다.
“그럼 아이의 이름은 계속 가려 주세요.”
“물론입니다.”
소피가 돌아간 뒤 태오는 그녀의 빈 자리를 바라봤다. 조사 과정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빠졌는지 확인하는 일은 종이보다 무거웠다.
***
누르의 설명이 끝났을 때 아래층 빨래방에 급한 손님이 찾아왔다. 젊은 인간 남자는 젖은 외투 두 벌을 내밀며 하나는 자신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의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외투 두 벌의 주머니에 각각 다른 이름의 명찰이 들어 있었다.
“원래 이렇게 표시돼 있습니까?” 누르가 물었다.
“제 외투에 친구 명찰을 잠깐 넣어 놓았어요.”
“그럼 어느 외투가 어느 사람 것인지 확인해 주세요.”
남자는 급한 듯 한 벌을 가리켰다. 누르는 천천히 영수표를 만들어 두 사람의 이름을 따로 적었다. 태오는 그 과정을 보고 있었다.
“두 벌을 한 번에 맡기면 한 사람이 찾아가도 되나요?” 그가 물었다.
누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긴 사람의 동의에 따라 달라. 같은 가방에 들어온다고 주인이 같은 건 아니니까.”
남자는 잠깐 생각하다 친구에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태오는 오히려 그 모습이 안심됐다. 누가 누구의 물건을 대신 맡길 수 있는지 묻는 일이 번거롭지만, 나중에 다툴 일을 줄여 주었다.
계단을 올라오던 리네아는 그 광경을 보고 낮게 속삭였다.
“당신, 이제 빨래방에서도 서류 공부해요?”
“공부가 아니라 구경했습니다.”
“표정은 수업 듣는 얼굴이던데요.”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내용이라서요.”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제 외투를 당신에게 맡기면 잘 보관해 주실 거예요?”
“물론입니다.”
“그 안에 제 마음도 들어 있으면요?”
태오는 잠깐 말이 막혔다. 이번에는 리네아의 승리였다.
“그건 보관이 아니라 소중히 대해야죠.”
그녀는 볼을 붉히며 눈을 흘겼다.
“아무리 놀려도 결국 이렇게 대답하는군요.”
***
옛 분류소의 뒷방에는 반송 표시의 옛 규정집이 있었다. 누르는 필요한 페이지를 보존 담당자에게 안내했고, 태오는 허가된 사본의 내용을 확인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수신 불능’의 여러 이유였다. 주소 미확인, 담당직 교체, 운송 중 훼손, 본인 수령 확인 불가가 모두 같은 상위 범주 아래 묶여 있었다.
“후대 색인에서 이걸 그냥 수령 거절로 고쳐 쓰면 큰 문제가 생기겠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게 바꿨는지부터 확인해야겠지.” 세딘이 답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달간 그는 장부에 적힌 말이 사실을 보장한다고 믿던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하지만 이제는 후대 누군가가 편의상 짧게 만든 말과 당시 원래 썼던 용어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디아나는 규정집의 제정 시기와 수정 이력을 확인했다. 현행 규정을 과거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구 사본의 표지 한쪽에 찍힌 수정 연도를 지적하며 말했다.
“여기 있는 규칙이 홍수 당시 바로 적용됐는지도 대조해야 합니다. 오래된 책이라고 모두 그날의 규칙은 아닙니다.”
“그러면 같은 단어도 시기마다 의미가 바뀌었을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태오는 수첩에 날짜와 출처를 따로 적었다. 이제 아무 종이를 보고도 단번에 진실을 읽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그 글을 언제 어떤 일을 위해 썼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
누르는 마지막으로 태오에게 작은 조언을 했다.
“통지를 받았는지 확인하려면 우편물을 보낸 쪽만 보지 말게. 받는 쪽에서 그날 어떤 업무가 끝났다고 기록했는지도 봐야 해.”
“그럼 수신 담당자 변경 대장과 함께 확인해야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기록이 없다고 어떤 사람을 바로 의심하지 말고.”
태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자신이 배운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류가 없는 자리에 누군가의 악의를 넣어 버리는 것은 언제나 쉬웠다. 그러나 그렇게 채워 넣은 악의가 진짜 사람이 살아가는 자리를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빨래방을 나서자 비가 그쳐 있었다. 태오는 길가에 널린 옷들을 보았다. 사람의 옷은 제각기 다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지도 마찬가지였다. 원래의 수취인에게 닿기 전에는 누군가 받았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늦은 오후 세딘이 새 회신을 보냈다. 구 분류소의 세 번째 문서는 BG-17과 같은 날 발급된 동일 기능군의 안내일 가능성이 높지만, 본문 번호 대조를 위해 왕실 송달원부의 별도 부속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아래 적힌 작은 표기였다.
[분류 사유: 직접 수취 확인 전, 기관 보관 대행 주소 재확인.]
태오는 눈썹을 모았다. 상대가 수령을 거부했다고 적힌 것이 아니었다. 수령하기 전에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누군가 이 문서를 받은 척 기록했다면 문제가 되겠네요.”
“그런 기록이 있는지는 아직 몰라요.” 리네아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걸 먼저 찾아야죠.”
그는 수첩에 적었다.
[반송의 이유: 거절 여부 미확인. 기관 보관 대행 주소 재확인 가능성.]
[실제 수령인·개별 통지 효력 아직 미확정.]
밖에서 빨래방의 하얀 천이 바람에 흔들렸다. 돌아온 종이는 젖은 옷처럼 남의 것이었다. 잘 말려서 원래 사람에게 돌려주기 전까지는, 누가 받았다고 써 둘 수 없었다.
제14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