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남부 우편 집하대는 버려진 성당처럼 생겼다. 높은 천장 아래 수십 개의 고리가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새 발자국과 마법 우편의 흠집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태오는 문턱에 섰다가 바닥을 내려다봤다.
“여긴 편지를 보내는 데 쓰던 곳이죠?”
“네.” 오린이 대답했다. “하역장으로도 쓰였지만 주된 일은 우편을 노선별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이렇게 큰 긁힌 자국은 뭡니까?”
“날개 달린 우편수레가 갑자기 멈추면 생기는 자국입니다.”
태오는 눈을 끔뻑였다.
“우편수레에 날개가 달렸다고요?”
“당연하죠. 지상이 물에 잠기는 날에는 하늘로 가야 하니까요.”
태오는 오래전 한국에서 택배가 폭설에 늦어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세계에서는 택배 기사에게 비행 능력이 필요했나 보다.
“택배 지연 문구도 있었습니까?”
“폭우로 인해 배송이 지연됩니다, 라는?”
“아니요. 날개 정비로 인해 배송이 지연됩니다.”
오린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런 문구는 실제로 있었습니다.”
***
집하대는 현재 시청 보존 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허가 없이 사람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 실무자인 마르셀이 동행했다. 문을 열기 전에 모두 서명하고, 조사할 날과 노선만 지정했다.
“BG-17 통지 수령인을 찾아왔다고 적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아직 누군지 모르니 그렇게 적을 수는 없습니다.” 마르셀이 말했다. “당시 송달표의 특정 노선 대조라고 적으세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지 목적이 확인됐다고 해서 그 배달 노선과 직접 연결된 것도 아니었다.
책장 위에는 낡은 장부 세 권이 놓여 있었다. 한 권은 탑재 예정표, 다른 한 권은 출발 기록, 마지막 한 권은 반송 정리표였다. 태오는 세 권의 표지가 색으로 구분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여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했군요.”
리네아가 옆에서 말했다.
“당신은 낡은 책 세 권만 봐도 사랑에 빠지는군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어머. 변명은 잘하네요.”
“변명이 아니라 확정 사실입니다.”
그녀가 살짝 웃었다. 마르셀은 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기침했다.
“여긴 기록 보존실입니다. 연애 상담실이 아니고요.”
“그 점은 동의합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
당시 홍수로 남부 다리가 닫힌 날, 우편 집하대는 세 가지 노선을 사용했다. 하늘 운송, 강 하류 연락선, 그리고 왕실 비상 전달로였다. 문제는 제6기록실의 발송 준비표에 적힌 세 번째 분배번호가 이 세 가지 노선 중 어느 것에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번호를 잘못 적었을까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린이 대답했다. “다만 당시 이 노선표는 기관마다 접두부가 달랐습니다.”
세딘은 번호를 적은 두 장의 사본을 포개지 않고 나란히 놓았다. 글자 앞부분이 조금 달랐다. 하나는 ‘남부 3’, 다른 하나는 ‘제3 분배’였다.
“이 둘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태오는 펜을 멈췄다. 얼마 전까지 그를 괴롭혔던 E-47/4의 숫자가 떠올랐다. 비슷한 번호를 하나로 읽는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는 이미 배웠다.
“그럼 다음은 무엇을 보면 됩니까?”
“발송 당시 봉투를 실제로 담은 수레의 적재장입니다.”
적재장은 반쯤 훼손돼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부분에서 ‘보존실 문건 묶음’이라는 낯익은 문구가 발견됐다. 그 아래에는 말린 해초처럼 보이는 표식이 있었다.
“이건 우편물이 바닷가까지 갔다는 뜻입니까?”
“아니요. 바닷소금으로 종이를 보존하던 약품의 제조사 표시입니다.”
태오는 자신이 얼마나 쉽게 의미를 갖다 붙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
“이제 종이에 해초가 그려져 있어도 믿지 않겠습니다.”
“해초는 믿으셔도 됩니다. 뜻을 먼저 확인하세요.” 세딘이 말했다.
***
점심에 네 사람은 창고 앞 작은 식당에 앉았다. 메뉴는 버섯을 넣은 뿌리채소 수프였다. 태오는 수프보다 오래된 안내판에 시선을 빼앗겼다.
[우편물 지연은 식사 제공 사유가 아닙니다.]
“여기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안내문이 붙었을까요?”
식당 주인인 할머니가 빙긋 웃었다.
“예전에 사흘 동안 비행 우편이 못 떴지. 그래서 기사들이 하루 세 끼를 여기서 먹었어. 나중에는 외상값을 왕실에 보내라더군.”
“왕실이 냈습니까?”
“한 끼는 냈지.”
태오는 웃었다.
“나머지는요?”
“기사들 월급날에 받았어. 실제로 동전 세어 봤지.”
태오는 그 말을 듣고 리네아를 쳐다봤다. 그녀도 웃고 있었다.
“세상이 다 똑같네요.”
“맞아요. 못 받은 돈은 장부에 있더라도 밥값은 실제로 내야 하죠.”
할머니는 낡은 계산서를 꺼냈다. 물론 일곱 해 전 자료는 아니었다. 다만 당시에 우편 기사들이 종종 짐을 싣고 오지 못하면 먼저 자기 손으로 편지를 지켜야 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홍수에 젖은 봉투를 가게 난로 옆에 펼쳐 말린 날도 있었다고 했다.
“혹시 누가 편지를 대신 받아 주는 일도 있었나요?” 태오가 물었다.
“있었지. 하지만 읽어 달라고 맡긴 편지와 직접 받을 사람이 정해진 편지는 달랐어. 그 구분 때문에 우체국 사람들과 싸운 적도 있어.”
태오는 그 말을 메모했다. 할머니의 기억이 BG-17에 관한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당시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현실적으로 있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오후에 토른이 집하대로 왔다. 그는 건물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르셀의 요청을 받고 있었다. 오래된 수레창고 지붕에서 물이 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붕을 뜯으면 안 됩니다.” 오린이 말했다.
“알아. 버팀대를 먼저 세울 거다.”
토른은 기둥을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위에 물이 차 있군. 서류를 아래에 그냥 두지 마.”
“위험합니까?” 태오가 물었다.
“지금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갑자기 폭우가 오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사람들은 허가된 보관물을 지정된 임시 선반으로 옮겼다. 태오는 물건을 직접 집어 들기보다 번호를 읽어 주고 이동 전후 목록을 대조했다. 기록방에서 늘 하던 일이었다.
한 상자에서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손으로 바로 펴지 않았다. 디아나가 보호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은 뒤 원래 위치를 확인했다. 종이에는 '불착'이라고 적혀 있었다.
“배달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럴 수도 있어요.” 디아나가 말했다. “하지만 당시 규정의 불착은 수취인에게 도달하지 못함과 기관 인계표 누락을 모두 가리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원본 문맥부터 보겠습니다.”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이 도시의 문서 담당자들은 사람을 일부러 시험하려고 했습니까?”
“그 시절에는 오늘날처럼 전부 표준화돼 있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표준 양식을 만들어 팔면 잘 팔릴까요?”
“당장은 그럴 겁니다.” 리네아가 말했다. “하지만 팔기 전에 이용 설명서를 먼저 쓰세요.”
“저를 못 믿으십니까?”
“당신이 연애 설명서까지 쓸까 봐 걱정돼요.”
태오는 웃고 말았다.
***
날이 기울 무렵, 오린이 적재장 맨 끝에서 한 장의 보관표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제3 분배표: 직접 송달 수취 확인 이전 임시 복귀'라고 적혀 있었다. 수신자 이름은 없고 기관 구역 번호만 있었다.
“복귀라면 다시 돌아온 겁니까?”
“서류가 집하대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돌아왔는지 표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세딘은 수첩에 번호를 옮겼다.
“이 번호는 BG-17 발송 준비표와 구성 방식이 닮았습니다. 다만 실제 같은 물건인지 인계 기록을 더 대조해야 합니다.”
태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모든 빈칸에 답을 넣을 뻔했다. '제3 분배'라는 말 하나로 빠진 통지의 행방이 밝혀졌다고 주장하면 또다시 누군가의 권리를 잘못 설명할 수 있었다.
리네아는 그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많이 실망했어요?”
“조금요. 오늘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돌아온 봉투가 있었는지 찾아볼 장소는 생겼네요.”
“그렇죠.”
두 사람은 함께 집하대 문을 나섰다. 서쪽 하늘에는 흐린 구름이 걸려 있었다. 태오는 우편수레에 달려 있던 날개를 떠올렸다. 빨리 날 수 있는 수레가 있다고 해서 꼭 모든 편지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아니었다.
***
저녁에 발카스가 보내온 짧은 편지가 기록방으로 들어왔다.
[구 인수 대장에 나타난 내 옛 자산관리실의 직책을 함께 확인하겠다. 다만 나는 타인의 편지를 열람할 권한이 없다.]
그 문장을 읽고 태오는 잠깐 감탄했다.
“드래곤 님이 이제는 제한 문구까지 스스로 쓰네요.”
리네아가 물었다.
“바렌 씨가 쓴 거 아니에요?”
“그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은 웃었다.
잠시 후 두 번째 전달문이 왔다.
[참고로 바렌이 써 주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다.]
태오는 소리 내어 웃었다. 리네아도 웃음이 터져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
서류를 살펴보는 동안 태오는 과거 하늘 우편수레의 운행표도 몇 장 보았다. 날개를 움직이는 마력석은 정해진 횟수만큼 충전할 수 있었고, 장거리 우편물은 우선순위가 달랐다. 전염병 관련 통지는 가장 먼저, 일반 상업우편은 그다음, 사적인 초대장은 마지막으로 배정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럼 BG-17은 어느 순서였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후속 심사 안내라면 보통 공문 노선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긴급 등급은 당시 발송표를 봐야 합니다.”
태오는 임의로 답을 적지 않았다. 대신 운행표에서 해당 기간의 기상 상태를 대조했다. 비가 내린 날이 많았지만 모든 항공 우편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날개 정비를 마친 수레 한 대는 예정대로 출발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럼 적어도 당시 하늘길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었네요.”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 찾는 봉투가 그 수레에 실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때 누르가 보존 담당의 허가를 받아 이탈 방지용 우편끈을 보여 주었다. 색이 다른 끈 두 개가 있었다. 보통 노선에 쓰던 흰 끈과, 반송 분류 예정 물품에 쓰던 회색 끈이었다. 끈은 물건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그 끈을 묶은 사람이 권한 있는 수령자라는 뜻은 아니었다.
“저도 장부 색을 나누고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럼 사람들이 알아보기 편하겠군.”
“편하긴 한데, 가끔 색이 같다고 사건도 같은 줄 착각하게 되네요.”
누르는 끈을 내려놓고 웃었다.
“실무자는 색으로 길을 찾고, 최종 확인은 번호와 내용을 대조해야 해. 색이 잘못 붙어도 편지가 다른 사람의 것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 설명에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우편물 분류 이야기인데도 그가 지금껏 붙잡고 있던 사건의 중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
오후에는 기록방 손님 페르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곡물 한 자루의 입고 여부를 확인했던 양조업자였다. 그는 정정된 창고 장부를 가져와 고맙다고 말했다.
“덕분에 운송인에게 엉뚱한 책임을 묻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손님에게 술을 보냈다는 기록이 하나 더 틀렸습니다.”
태오는 웃었다.
“어떤 기록인지 봅시다.”
페르딘이 건넨 배달명세에는 열 병이 ‘배송 완료’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식당에서는 여덟 병만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실제로 두 병이 다른 곳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 번 계산이 맞았다고 다음도 자동으로 맞는 건 아니네요.” 페르딘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먼저 식당과 운송인의 인수 기록을 각각 확인하세요.”
태오는 의뢰받은 자료를 표로 정리하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했다. 배달이 끝났다는 회사 기록, 식당이 확인한 수량, 아직 차이가 나는 수량을 각기 칸에 적었다.
페르딘은 잠시 표를 바라보다 말했다.
“사장님, 이건 마법보다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마법이 더 빠를 수는 있죠.”
“하지만 마법으로 잘못된 곳에 배달하면 곤란하잖아요.”
“그렇죠. 전달보다 확인이 중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손님이 돌아가자 태오는 자신이 기록방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계정 47의 돈은 아직 전액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제 자기 일의 성과를 사람들의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금화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아도,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는 있었다.
***
저녁에 리네아는 태오가 만든 배달표를 보고 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중개업에서도 비슷하게 쓸 수 있겠어요. 계약서 전달 예정, 확인, 서명, 실제 열쇠 인도, 이런 걸 한 줄에 다 쓰면 고객이 헷갈리거든요.”
“맞습니다. 원하시면 양식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리네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정식 의뢰로 해야 하나요?”
“업무용이라면 그렇죠. 당신이 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고객으로서 비용을 정하셔야 합니다.”
“연인 할인은요?”
태오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저녁 식사 한 번에 양식 하나면 어떻습니까?”
“그건 너무 싼 거 아니에요?”
“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건 꽤 큰 가치가 있거든요.”
리네아는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
“그럼 그건 개인 약속으로 하고, 업무 의뢰는 제대로 수수료를 정해요. 같이 사는 사이는 아니어도 서로의 일을 가볍게 여기고 싶진 않으니까.”
태오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좋은 관계는 서로의 능력을 공짜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하는 일을 알아주는 데서 자랐다. 두 사람은 식탁에서 양식의 첫 줄을 함께 생각했지만, 실제 작업은 다음 근무일에 하기로 했다.
***
그날 장부의 두 줄은 여전히 별개였다.
[제6기록실 BG-17: 미완료 통지 준비 기록. 제3 분배표와의 동일성 대조 중.]
[발카스에 대한 보증금 미환급 원금: 25금화.]
태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창문을 닫았다. 서류 한 장이 비를 피해 돌아왔을 수 있었다. 문제는 돌아왔다고 기록된 것이 누구의 의사를 기다리던 편지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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