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가 제6기록실에서 발견한 오래된 결산표에는 금화 그림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 서로 다른 색으로 그은 줄 네 개가 있었다. 파란 줄은 통지 발송, 붉은 줄은 반송, 녹색 줄은 낭독 확인, 검은 줄은 후속 심사였다. 이름과 주소는 별도 보호목록으로 분리돼 있었다.
“이걸 왜 외부 결제 원부와 같은 번호로 묶어 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노엘 카시는 날짜를 대조하더니 말했다.
“당시에는 대금 결제 지시와 그에 따르는 보증서·통지 서류가 같은 운송 묶음으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번호가 같다고 서류의 성격도 같다는 뜻은 아니죠.”
“E-47/4 말이군요.”
“그 항목의 보완 대조 원부와 관련된 표제입니다. 개별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는지는 대조 중입니다.”
태오는 긴 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그 번호를 따라 동문 환전소와 서부 정산지, 동부 보관 대리점까지 돌아다녔다. 이제 숫자의 길 끝에는 금고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달된 말의 흔적이 놓여 있었다.
리네아가 표를 들여다봤다.
“초록색이 있다고 모두 동의했다는 뜻도 아니겠죠?”
“맞습니다. 낭독했다는 사실과 동의했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세딘이 답했다.
태오는 그 문장을 보고 작게 웃었다. 몇 달 전이라면 색깔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
오전 심사에서 디아나는 결산표와 과거 외부 결제 예정 목록의 접수 시점을 비교했다. 먼저 작성된 원부에는 돈의 직접 지급을 위한 칸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칸에는 실제 금화 인계 확인이 없었다. 나중에 작성된 대조표에는 문서와 보증 절차의 이동 경로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럼 실제 돈은 아무도 받지 않은 겁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아직 그렇게 말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디아나가 답했다. “여기에는 특정 경로의 실물 지급이 확인되지 않는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다른 결제기관이나 계약 상대 자료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자꾸 반복되는군.”
“반복된다고 덜 중요해지지는 않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드래곤은 태오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도 확정하지 말자.”
바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씀을 공식 의견서에도 적으실 겁니까?”
“물론이다.”
태오는 웃음을 삼켰다. 발카스가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
중간 보관기관의 자료에서 새로운 연결이 나왔다. BG-17의 후속 심사 목록과 E-47/4의 외부 정산 보완 기록은 당시 동일한 우편 운송 묶음에 실려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다만 각 문서는 다른 수신 부서로 구분됐다.
“문서 묶음 하나가 도착했다고 모든 부서의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었겠네요.” 이벨이 말했다.
“맞습니다.” 오린이 답했다. “운송 완료, 보관 접수, 보완 심사, 실제 지급은 각자 별도의 기록이 필요했습니다.”
태오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바빴을지 생각했다. 우편함에서 주소를 다시 쓰고, 환전소에서는 폐업 서류를 정리하고, 보증조합에서는 누가 대신 말할 권한이 있는지 따졌다. 그러는 동안 세입자들은 이사 날짜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시절 누군가는 정말 돈이 이미 지급됐다고 믿었을 수도 있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믿었다는 것과 실제 지급은 별개지만, 그 믿음이 이후 기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조사할 가치가 있습니다.”
디아나가 말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미워했던 발카스도 그 혼동을 이용해 의무를 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오류가 드래곤의 머리에서 시작됐다는 식으로 정리하는 건 정확하지 않았다.
***
오후에는 로벤의 운송 일지가 다시 등장했다. 그는 예전과 같이 낡은 가죽 수첩을 들고 와 날짜별 운송 노선을 보여 주었다.
“이 날은 비가 와서 동문으로 바로 가지 않았소.”
“그때 G-2 표찰을 쓰셨나요?” 태오가 물었다.
“내 마차 짐칸에 붙은 표찰이야. 특정 보증서를 담은 상자였는지는 모르겠소.”
“그럼 오늘도 확정할 수 없군요.”
로벤은 허허 웃었다.
“자네에게 배운 말이지.”
오린은 운송 관례를 설명했다. G-2 같은 표식은 차량 구역을 가리키기도 하고 보관함 번호를 가리키기도 했다. 로벤이 가진 황동 표찰과 문서에 나온 비슷한 표기가 동일한 물건이라는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당시 길을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래. 그건 내가 봤으니까.” 로벤이 답했다.
태오는 로벤의 수첩에서 공개하기로 한 날씨와 노선 부분만 복사했다. 오래전 말을 끌고 다녔던 사람의 기록이 지금 중요한 이유는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기가 실제로 본 길을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
저녁에는 태오가 리네아와 기록방 근처의 작은 국수집에 갔다. 주인은 태오가 자리에 앉자 먼저 물었다.
“드래곤한테 돈은 얼마나 더 받아야 하오?”
“스물다섯 금화입니다.”
“많이 줄었네. 처음에는 삼백이라더니.”
“네. 그래도 다 받은 건 아닙니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국수를 내왔다.
“그럼 오늘은 축하를 해도 되겠구먼.”
“아직 완결된 건 아닌데요.”
“완결될 때만 국수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소.”
리네아가 웃었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태오는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제야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미궁 같은 서류를 읽는 날에도 저녁은 있었다. 돈을 모두 받지 못한 날에도 즐거운 음식은 있었다.
“조금 더 여행 다녀도 괜찮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리네아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당신이 먼저 그런 말을 해요?”
“네. 기록방 일정이 허락한다면요.”
“그럼 다음엔 숲으로 가요.”
그녀는 웃으며 국수 한 가닥을 후루룩 먹었다.
***
태오는 동문 환전소의 마지막 업무를 맡았던 정산 보조인들의 명부에서 한 사람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이름은 브라운도, 발카스의 옛 재무관도 아니었다. 당시 결산표를 옮겨 적던 서기 '윤세프'였다. 이름 옆에는 퇴직 이후의 주소가 없었다.
“이 사람은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디아나는 명부의 해당 부분을 살펴봤다.
“서기라는 직책이 나타내는 업무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어떤 판단을 확인하고 싶은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누가 글자를 옮겨 적었는지와 누가 지급을 승인했는지는 다른 문제니까요.”
“우선 색인 작성 방식을 알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양식 지침을 먼저 확인해 봅시다. 사람을 찾는 건 그다음이어도 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래된 서기에게 갑자기 찾아가 의혹을 들이밀지 않았다. 기록국에는 당시 업무 지침이 남아 있었고, 공개 가능한 내용은 누구나 볼 수 있었다.
지침의 한 장에는 '업무 완료'를 뜻하는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둥근 점 하나는 우편물 분류를 마쳤다는 뜻이고, 두 점은 서류 이관을 마쳤다는 뜻이었다. 금전 결제 완료는 다른 종류의 수납 원부에서 확인해야 했다.
“그럼 한 점과 두 점을 금화 지급 완료로 바꿔 적으면 엉뚱한 일이 생기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실제로 누가 언제 그렇게 바꾸었는지는 수정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디아나는 업무 지침의 제작연도와 후대 색인 개정연도를 나란히 적었다. 태오는 두 연도 사이에 여러 기관이 합쳐지고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기록이 흐려진 이유에는 악의 말고도 사람의 실수와 조직 개편이 있을 수 있었다.
***
그날 오후에는 작은 공개 설명회가 열렸다. 노엘은 옛 결제원부의 색인 개정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상인들은 오래된 장부를 남겨 두면 보관료가 늘어난다고 걱정했고, 세입자들은 장부를 없애면 자신의 권리까지 사라질까 두려워했다.
태오는 처음부터 양쪽 모두에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발언 기회를 얻자 자신이 겪은 아주 작은 사례를 들었다.
“제 기록방에서 어떤 상인이 물건을 보관증으로만 맡겼는데도 실제 인수 완료라고 적혀 있어 분쟁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원본을 지우지 않고 별도 정정표를 만들었어요.”
“그게 여기와 무슨 상관입니까?” 누군가 물었다.
“완료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의 완료인지 적으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청중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은 예산을 어디서 마련하느냐고 물었다. 태오는 그 질문에는 답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건 보관기관의 운영과 공적 재원 검토가 필요할 겁니다. 다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필요한 수정 이력까지 모두 지우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회가 끝나자 노엘이 다가왔다.
“서류 사건 당사자가 이렇게 차분히 말할 줄 몰랐습니다.”
“저도 놀랍습니다.” 태오가 웃었다.
“처음엔 드래곤이 집주인이라고 해서 전부 의심하셨다면서요.”
“지금도 돈을 안 돌려주면 독촉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죄까지 제 마음대로 정하지 않으려고요.”
노엘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
기록실을 나서는 길에 태오는 발카스와 마주쳤다. 드래곤은 작은 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새로운 금화가 아니라 과거 자산관리실의 서명 연습지와 직원 교육용 장부가 들어 있었다.
“왜 이런 자료를 가져오셨습니까?”
“당시 직원들이 어떤 용어를 배웠는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뜻밖에도 유용한 제안이었다. 다만 자료가 실제 특정 사건 담당자에게 적용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옛날에는 제 직원들이 모두 제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카스가 말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겠죠.”
“내가 '금을 옮겨라'고 말하면 어떤 자는 금화를 생각했고, 어떤 자는 장부상 금액을 옮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네. 그래서 명령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발카스는 오래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너는 날 화나게 할 때도 구체적이었지.”
“원금 300금화, 퇴거 뒤 7일 이내 반환. 아주 구체적인 계약이었으니까요.”
드래곤이 씁쓸하게 웃었다.
“남은 스물다섯도 구체적으로 갚겠다.”
“그 말만으로 장부 숫자를 바꾸진 않겠습니다.”
“안다.”
그들의 대화는 전보다 짧아졌다. 서로가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밤에는 기록방의 단골 손님들이 작은 선반 설치를 도왔다. 로벤은 못을 건네줬고, 헤스는 빵을 가져왔다. 토른은 선반이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확인했다. 리네아는 손님들이 가져온 종이를 별도 상자에 보관할 수 있도록 명패를 붙였다.
“이건 상업용 기록, 이건 개인 기록, 이건 아직 분류 안 된 자료.”
태오는 그녀가 붙인 명패를 보며 미소 지었다.
“잘하셨네요.”
“저도 중개 계약서 정리하는 사람이에요.”
“맞습니다. 제가 괜한 칭찬을 했군요.”
“아뇨, 칭찬은 계속해도 돼요.”
토른이 망치를 내려놓으며 크게 웃었다.
“둘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연애하는 것 같구먼.”
“둘 다 맞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모두가 웃었다. 오래된 계정 47을 조사하는 일이 그들의 삶 전부는 아니었다. 누군가의 빵집이 있고, 마차가 있고, 새 중개 사무실과 작은 기록방이 있었다. 그 사이에서 사실을 정확히 남기는 일은 작은 도움일 수 있었다.
그는 빈칸을 지우지 않고 잠시 바라봤다.
태오는 결산표의 네 가지 색을 기억하려고 수첩 한쪽에 작은 도형을 그렸다. 발송, 반송, 낭독, 심사. 그중 어느 것도 금화를 손에 쥐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도형 아래에 마지막 칸을 추가했다. 실지급 확인. 그러나 그 칸은 비어 있었다. 빈칸을 억지로 채우는 대신 나중에 확인 가능한 자료의 이름을 적었다. 적어도 다음 회의에서는 무엇이 부족한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늦은 밤 제6기록실의 임시 회신이 도착했다. 구 결산표에서 파란 줄과 초록 줄을 같은 '수령 처리'로 합쳐 적은 후대 색인 판본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발송과 낭독을 구분했는데 나중에 한 칸으로 압축한 것이었다.
“아마 편지를 받은 일과 돈을 받은 일이 같은 말처럼 보였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게 오해할 여지는 생겼겠죠.” 리네아가 답했다. “그렇지만 누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거고요.”
“네.”
태오는 정정 건의 초안을 만들었다. 실물 원부를 바꾸지 말고, 과거 색인의 뜻을 설명하는 별도 주석을 붙이자는 제안이었다. 옛 자료의 오류를 고친다는 명분으로 원본을 지워 버리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적었다.
[돈의 기록과 사람의 말이 같은 봉투에 들어 있었다고,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결산표는 마침내 조금 말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금전 지급의 마지막 확인란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제13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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