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38화
PAYLUA ORIGINAL · 제138화

138화. 증명하는 데 드는 돈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216자

오프라인 책장
파벨 기록방의 첫 번째 재정 위기는 드래곤 때문이 아니었다. “잉크가 다 떨어졌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토른이 선반 위에 놓인 작은 병을 확인했다. “저기 하나 남았잖아.” “그건 기록 보존용 안료라 너무 비쌉니다.” “그럼 평범한 잉크를 사면 되지.” “네. 그런데 지난달 기록방 수수료에서 월세와 종이를 빼면…” 태오는 말끝을 흐렸다. 토른이 웃었다. “너는 용에게 삼백 금화를 받으러 간 사람인데 잉크 몇 병 때문에 고민하냐?” “돌려받은 보증금은 사업 매출이 아니니까요.”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겠지.” 토른은 작은 수선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태오의 장부가 모서리가 부서진 탁자를 다시 고쳐야 했다. “이번 건은 친구 할인.” “얼마나?” “점심 한 끼.” “기록방을 파산시키시겠군요.” “하하!” 태오는 결국 잉크를 조금 덜 쓰는 방식으로 장부 양식을 바꾸기로 했다. 낭비를 줄이는 것도 사업이었다. *** 제6기록실의 자료 감정에도 비용 문제가 있었다. 물을 먹은 옛 음성 수정의 복원과 봉인 보존에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고, 모든 자료를 무제한 복사할 수는 없었다. 발카스는 비용을 전부 자신이 내겠다고 제안했다. “돈이 필요하면 가져가면 되지 않느냐?” 세딘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보존을 위한 기부는 심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공자가 대상 자료의 결론을 정하거나 열람 범위를 넓히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조건은 없다.” “그 점을 문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발카스가 태오를 바라봤다. “너와 이야기하는 줄 알았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벨은 다른 세입자에게 기부 부담을 떠넘기지 말라고 덧붙였다. 아직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증명하려고 감정비부터 부담해야 한다면 불공평한 일이었다. “그럼 어떤 부분을 공적으로 보전할 수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기본 보존 절차와 특정 사건 감정은 재원과 권한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료와 인력부터 나눠 보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를 만드는 데도 예산이 필요했다. 그 비용은 사건의 일부였지만 누구에게나 마구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그날 파벨 장터에는 이상한 전단이 돌았다. [오래된 보증서만 찾으면 세입자 전원 즉시 환급! 왕국 제6기록실의 비밀 확인!] 태오는 전단을 읽고 한숨을 쉬었다. 그 안에는 BG-17이라는 글자와 금고 모양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아래쪽에는 상담 신청비를 받는 사설 창구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누가 이런 말을 한 겁니까?” 헤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네. 우리 빵집에도 가져왔어. 당장 신청하라며 재촉하더군.” 리네아가 종이를 살폈다. “왕국 제6기록실 공식 안내문 형식은 아니에요. 그래도 사람들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태오는 마르셀에게 전단 원본을 제출하고, 확인된 사실만 알리는 공식 안내문이 필요한지 물었다. 특정 업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지만 환급 보장 광고의 근거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마르셀의 답은 간단했다. “신고 내용은 접수하겠습니다. 광고에 적힌 환급 확정 주장은 현재 공적 심사 결과와 맞지 않습니다. 추가 비용을 지급하기 전 당사자들이 설명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죠.” 태오는 안도했다. 처음에는 바로 전단을 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원본을 보관해 내용과 출처를 확인하는 편이 더 나았다. *** 오후 상담에서 소피는 전단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이 학교에서도 들었대요. 우리 집이 곧 큰돈을 받는다고요.” 태오의 얼굴이 굳었다. “확정된 지급은 없습니다. 소피 씨 계약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알아요. 그런데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기대하고 돌아왔어요.” 리네아가 소피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필요한 사실만 정리하고,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같이 생각해 봐요. 지금 주소나 아이 이름은 안내문에 넣지 않을 겁니다.” 소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는 돈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렇게 소문으로 먼저 받는 건 싫어요.” 태오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오래전 발카스가 금고에 보석이 많다고 말했을 때 자신도 기대했다. 그러나 보석이 많다는 말은 내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이 아니었다. “발카스 님이 실제로 지급하시면 그때부터 지급 기록을 만들겠습니다. 그 전에는 누구도 대신 받았다고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소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이날 저녁 발카스는 소피를 비롯한 세입자들에게 짧은 공문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미확정 자산이나 BG-17 보증서만으로 전원 환급을 보장한다고 홍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별 계약에 따른 청구와 지급 협의를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적었다. “이게 도움이 될까요?” 바렌이 태오에게 물었다.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공문만으로 지급이 되는 건 아니죠.” “압니다.” 바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부터는 발카스 님도 아십니다.” “그 전에는요?” “그 전에는 공문에 불꽃을 새겨 보내시려 했죠.” 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봉투를 사용하셔서 다행입니다.” *** 전단을 만든 사설 창구의 광고 문구를 확인하기 위해 마르셀은 공개된 영업 등록을 먼저 살폈다. 광고 업체는 실제로 존재하는 상담 대행업체였다. 그러나 '왕국 제6기록실과 독점 협약'이라는 표현이 공식 등록과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장 사기라고 말해도 되나요?” 태오가 물었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마르셀이 답했다. “허위 광고 여부는 담당 기관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현재 확인된 건 지급 확정 근거가 없다는 사실과 권한 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죠.” “그럼 돈을 내려는 세입자에게는요?” “업체의 권한과 수수료, 취소 조건을 확인하기 전에는 서둘러 결정하지 말라고 안내할 수 있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광고업체의 담당자가 직접 기록방에 왔다. 젊은 남자는 단정한 옷차림에 작은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저희는 보증금 추심을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전단에 적힌 '전원 즉시 환급'은 무슨 뜻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광고 담당자가 문구를 지나치게 강하게 쓴 것 같습니다. 조사하겠습니다.” “그럼 광고를 낸 목적과 실제 제공 서비스는 문서로 설명해 주십시오. 이미 상담비를 낸 사람이 있다면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담당자는 얼굴을 굳혔다. “우리 회사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래서 공적으로 확인 가능한 질문부터 드리는 겁니다.” 담당자는 한동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며칠 안에 공식 설명문을 내겠다고 했다. 실제로 정정하거나 환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태오는 그가 떠난 뒤 깊은숨을 내쉬었다. 감정을 터뜨리면 속은 시원했겠지만, 사람들의 권리에는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 리네아는 소피에게 집세 납부 일정표를 다시 만들어 줬다. 기다리고 있는 보증금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아도 당장 이사하거나 생활을 유지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다. 소피는 숫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렇게 적으면 제가 얼마나 모자라는지 바로 보이네요.” “그렇죠. 가능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같이 확인해 보세요.” “누가 대신 결정해 줄 수는 없겠지만요.” “네. 저는 정보와 선택지를 설명할게요.” 태오는 소피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오래전 동의서에 남의 이름이 들어갔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동안, 오늘 살아 있는 사람의 선택이 흐려지지 않게 해야 했다. 소피는 서류를 접으면서 말했다. “아이에게도 기다리는 돈과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다르다고 설명해야겠어요.” “쉽지 않을 겁니다.” 태오가 답했다. “네. 하지만 아이가 거짓 기대를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날 아침 기록방 앞에는 새로운 안내문이 붙었다. 이번에는 태오가 임의로 만들어 붙인 광고가 아니었다. 파벨시 등록관 이름으로 공개된 확인 공지였다. [BG-17 관련 보증책임 및 개별 환급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음. 공식 심사 진행 여부는 왕국 제6기록실 안내에 따름. 사설 상담 수수료 납부는 공적 환급의 필수 조건이 아님.] 사람들은 안내문을 읽으며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실망했고, 누군가는 안심했다. 헤스는 빵집 앞에 같은 공지를 붙이겠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이 내게 '왜 돈을 받고도 숨기느냐'고 묻지는 않겠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로벤은 공지를 한참 읽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같군.” “그래도 사실과 다른 기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지급이나 심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분명히 알릴 수 있어요.” “맞소. 내게 돌아올 몫은 내가 확인하겠소.” 로벤은 수첩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날 기록방의 정기 고객 하나가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태오는 받은 수수료를 별도 장부에 적고 처음으로 다음 달 잉크와 종이 구입비를 넉넉히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은 자리를 잡았네요.” 리네아가 말했다. “네. 한 번에 큰돈이 들어온 건 아니지만요.” “가끔은 그런 게 더 든든하죠.” 태오는 작게 웃었다. 드래곤의 보증금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만의 수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특별했다. 그것은 사건이 끝나야 시작될 거라 생각했던 내일을 이미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태오는 전단을 붙인 사람을 찾아가 언성을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기록방 안내문부터 다시 읽었다. 그곳에도 '명확한 해결'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는 그 문구가 고객에게 모든 분쟁을 해결해 준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바꾸기로 했다. [자료를 구분하고 보존하며,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합니다. 법적 판단이나 금전 회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문장이 조금 길어졌지만 마음은 편했다. 기록방 직원이 된 적 없는 토른이 새 문구를 읽고 말했다. “광고치고는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기대해도 되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럼 손님이 줄 수도 있겠구나.”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토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집을 고칠 때 지붕은 고쳐 줄 수 있어도 비가 영영 안 오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좋은 비유네요.” “물론 네 기록방 지붕은 내가 고쳐 줄 수 있지.” 태오는 웃었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분명히 정하는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이 든든했다. 그는 인쇄업자에게도 광고의 원본 판본과 수정 시점을 보존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상대는 처음에는 불편해했지만 공식 조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만 설명하자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태오는 그 약속을 조사 완료로 기록하지 않았다. 실제 자료가 도착하면 그때 확인하기로 했다. 이날 밤 태오는 소피의 아이에게 건넬 쉬운 설명을 따로 적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돈을 곧 받을 거라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어른들이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전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소피에게 먼저 보여 주었다. 소피는 아이의 나이에 맞게 말을 고쳐 써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태오는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아이에게 말할 권리는 무엇보다 소피에게 있었다. *** 밤에 기록방 장부를 마감하면서 태오는 오늘 받은 상담비와 쓴 잉크값을 비교했다. 아직 큰 이익은 없었지만 적어도 손해만 나는 날도 아니었다. 리네아는 새 사무실의 광고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저도 광고문 하나 봐 주시겠어요?” 그녀가 물었다. 태오가 종이를 읽었다. [중요한 하자와 임대인의 권리관계를 먼저 설명하는 중개사무실.] “좋은데요.” “너무 무서운 광고 아닐까요?” “정직합니다.” “손님이 줄어들 수도 있어요.” “그럼 당신을 믿는 손님이 남겠죠.” 리네아는 웃었다. “당신은 왜 자꾸 이런 말을 잘해요?” “잉크값을 아껴서 남는 말을 여기에 쓰는 겁니다.”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늦은 시각 제6기록실에서 중간 심사 통지가 도착했다. [BG-17 관련 보존 기부의 이해관계 분리 조건부 접수. 제7 우편함 구두 기록의 보존 사본 최종 무결성 대조 계속.]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증명을 도와주는 돈과 그 증명으로 얻는 권리는 서로 다른 것.] 그는 덮개를 닫았다. 남은 원금은 25금화였다. 오늘 그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돈으로 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은 경계를 하나 더 세울 수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