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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세입자가 아닌 증인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68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발카스는 제6기록실 앞에 먼저 와 있었다.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그림자는 평범한 인간의 것보다 훨씬 길었다. 경비병 둘이 애써 시선을 돌리는 사이, 드래곤은 출입 서류에 이름을 적다가 펜촉을 부러뜨렸다. “이렇게 약하게 만든 물건을 왜 쓰느냐?” 태오는 주머니에서 여분의 펜을 꺼냈다. “힘을 조금 빼고 쓰시면 됩니다.” “수천 년 동안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상대가 종이니까요.” 발카스가 펜을 받아 들었다. 그가 한 획을 긋자 종이에 아주 진한 잉크 자국이 생겼다. 태오는 조용히 물러났다. “많이 나아지셨습니다.” “칭찬하는 표정이 아니다.”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발카스는 코웃음을 쳤지만 새 종이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린 서기는 불행한 표정으로 부러진 펜촉을 치웠다. *** D 항목의 구두 기록은 바로 들을 수 없었다. 일곱 해 전 증언을 녹인 음성 수정에는 개인의 집 주소와 건강 상태를 암시하는 부분이 섞여 있었다. 현재 당사자나 적법한 대리인의 동의를 확인해야 했고, 기록 보존 기관은 최소한의 설명만 공개할 수 있었다. “누가 말했는지만 알려 달라고 해도 안 됩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그게 오늘 가장 보호해야 하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벨이 답했다. “내 집 계약에 관한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발카스 님에게 자기 목소리를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태오는 드래곤이 언성을 높일까 걱정했다. 그러나 발카스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필요한 범위만 신청하겠다.” 바렌이 태오를 향해 아주 미세하게 엄지를 들었다. 태오는 웃음을 참았다. 그들의 거대한 집주인은 아직 느렸지만 분명 변하고 있었다. *** 오린은 개인 신원이 제거된 녹취 목록의 구조를 설명했다. D가 가리킨 것은 세입자 한 사람이 아니라 '직접 의견 재청취가 필요했던 심사 증언 단위'였다. 다시 말해 증언자가 보증서의 권리자와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그럼 우리가 찾는 사람은 보증금을 맡긴 세입자가 아닐 수도 있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시 현장 기록을 읽어 준 사람, 전달받은 사람, 행정상 확인자 중 하나였을 수도 있습니다.” 리네아가 물었다. “그럼 원 권리자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대신 결정할 사람을 찾던 건 아닙니까?” “목록만으로는 그 목적을 확정할 수 없어요. 다만 진술의 신뢰성과 권리자의 실제 의사를 검증하려 한 기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그는 '직접 청취 대상'을 또 다른 세입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무심코 채운 빈칸이었다. 오린이 한 장의 제목표를 보여 주었다. [구두 기록 분류: 제7 임시 보관 우편함 관련 '전달 과정 확인' 참고 증언.] 태오와 리네아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제7 우편함. 그곳에는 다렌 코르의 수령증, 반대 진술서, 보완 위임 확인서가 얽혀 있었다. “연결되는군요.” 태오가 말했다. 디아나가 신중하게 답했다. “문서 분류상 연관은 있습니다. 그러나 증언자가 아델인지 코르인지, 다른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죠.” *** 점심에는 기록방에 들른 헤스가 직접 구운 작은 빵을 가져왔다. 태오는 빵을 받으며 값을 치르려 했지만 헤스는 손을 내저었다. “이번에는 지난번 장부 정리 도와준 답례라네.” “그래도 빵집 영업에 지장 생기면 안 됩니다.” “자네는 남이 빵 한 조각 주는 것도 회계로 보나?” “요즘은 덜 합니다.” 헤스는 웃더니 의자에 앉았다. 한동안 망설이다가 그가 말했다. “옛날 제7 우편함에서 누군가 대신 글을 읽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난 그때 그게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지.” “지금도 고마운 일일 수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런데 읽어 주는 사람이 내가 하지 않은 말까지 써 넣으면 무섭겠지.” “그래서 읽기 보조와 대리 결정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려고요.” 헤스는 빵을 반으로 갈랐다. “그렇구먼. 난 예전엔 도장만 있으면 누구든 믿었어. 지금은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묻게 됐네.” 태오는 그 말을 수첩에 적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상담은 인터뷰가 아니었다. 그는 빵을 천천히 씹었다. *** 오후 제한 청문에서는 아델 마린이 직접 나타났다. 그녀는 오늘 구두 기록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전 업무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참석했다. “읽기 보조인은 말을 그대로 읽고, 당사자가 원하면 대신 글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아델이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대리 권한을 마음대로 만드는 역할은 아니었죠.” “당시 모든 곳에서 그 규칙이 지켜졌습니까?” 마르셀이 물었다. 아델이 잠시 생각했다. “저는 모든 현장을 본 사람이 아니에요. 제 업무 원칙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7 우편함 당일의 네 번째 동석자였습니까?” “그곳에 갔던 기억이 있지만 날짜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훼손된 방문등록부 서명도 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요.” 태오는 아델이 계속 모른다고 말하는 게 고마웠다. 그녀가 영웅처럼 모든 걸 기억한다고 말한다면 지금의 조사는 훨씬 쉬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쉬워 보이는 이야기와 사실인 이야기는 달랐다. 다렌 코르도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그는 오래된 오른손 흉터를 숨기지 않았다. “누가 내 말을 읽어 줬을 수는 있소. 그래도 내 이름으로 다른 사람 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은 지금도 분명하오.” 마르셀은 두 문장을 분리해 기록했다. 하나는 과거에 관한 기억, 하나는 현재의 명시적 의사였다. 태오는 문장을 보다가 말했다. “그 구별을 표에 꼭 남겨 주세요.” “물론입니다.” *** 청문이 끝난 뒤 발카스가 복도에서 코르를 불렀다. 코르는 드래곤의 얼굴을 보고 잠시 굳었다. 태오는 상황을 지켜봤지만 끼어들지 않았다. “내 자산관리실에서 일어난 일로 네 이름이 떠돌았다.” 발카스가 말했다. “그렇다고 당신이 한 일인지 아직 모릅니다.” 코르가 답했다. “그렇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책임은 남는다.” 코르는 한참 드래곤을 바라봤다. “난 내 이름이 남의 입에서 편하게 쓰이는 게 싫소.” “앞으로는 네 말을 직접 듣겠다.” “내가 당신 앞에 와야만 들을 겁니까?” 발카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소.” 코르가 덧붙였다. 드래곤은 한동안 침묵한 뒤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사람들을 찾아가야겠군.” 태오는 그 대화를 조용히 지켜봤다. 발카스가 사람들에게 찾아와 듣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보증금을 돌려준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한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마주 볼 가능성은 있었다. *** 그날 저녁 리네아는 중개 사무실에서 막 상담을 마쳤다. 새 고객은 계약서의 누수 조항을 오래 읽고 돌아갔다.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시간을 많이 쓴 것 같은데 괜찮아요?” 태오가 물었다. “괜찮아요. 고객이 중요한 정보를 듣고 결정한 거니까요.” “그럼 오늘 수익은 없겠네요.” “오늘 계약이 안 됐다고 오늘 한 일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태오는 미소 지었다. “당신에게 배워야겠군요.” “연인 할인 해드릴게요.” “얼마나 할인해 주십니까?” “키스 한 번.” 태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말만 하라는 뜻이 아니었네요.” “약속은 지켜야죠.” “어머, 계약서 없어도요?” “없어도요.” *** 오후 청문이 잠시 쉬는 동안, 태오는 아델과 함께 건물 밖 작은 벤치에 앉았다. 아델은 문해교실 학생들의 시험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과 날짜를 쓰게 한 종이였다. “이걸 왜 가지고 오셨어요?” 태오가 물었다. “청문은 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요. 그럴 때 할 일이 있으면 좋아요.” “저도 수첩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난감했겠군요.” 아델이 웃었다. “아까 직접 청취라는 말을 듣고 조금 속상했어요.” “왜요?” “당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말로 바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아무 의사가 없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읽기 보조인은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해 존재했을 것이다. 문제는 읽어 주는 행위와 대신 결정하는 행위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생겼다. “당사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보조를 받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랬다면 좋았을 거예요. 다만 과거에 실제로 어떤 방식이 쓰였는지는 이제 확인해야죠.” 그녀는 시험지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아이 하나가 이름을 삐뚤빼뚤 적다가 중간에 다시 썼다. 앞의 글씨를 지우지 않고 옆에 바른 글씨를 적었다. “저 아이는 잘못 쓴 글씨를 보고 슬퍼했어요. 그래서 저는 틀린 글씨도 그 아이가 직접 쓴 것이라고 말해 줬죠. 고쳐 쓰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요.” 태오는 잠시 종이를 바라봤다. 자신도 오래전 장부에 틀린 금액을 적었다가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정정 이력을 남기는 일이 사람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아이한테 좋은 말씀을 하셨네요.” “어른도 들어야 하는 말이에요.” 아델은 시험지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 아델은 제7 우편함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사정을 떠올렸다. 읽기 보조인은 대부분 일당이 작았고, 때로는 눈을 잘 못 보는 노인이나 먼 곳에서 온 사람을 도왔다. 한 사람이 말을 받아 적는 동안 다른 사람은 편지를 운반했다. “그 업무가 분리돼 있었군요.” “원칙은 그랬어요. 그런데 일이 바쁘면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나중에 헷갈리기 쉬웠죠.” “혹시 그 당시 어떤 사람이 잘못했는지도 기억하십니까?” 아델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할 만큼 저는 모든 현장을 보지 못했습니다.” 태오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어떤 완벽한 증언보다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복도로 돌아가려는데 아델이 갑자기 그를 불렀다. “태오 씨. 당신도 누군가의 말을 받아 적을 때가 있죠?” “네.” “그럼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문장은 멋있어 보여도 적지 마세요.” 태오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약속은 사건번호와 상관없이 오래 지킬 만한 것이었다. 아델과 태오가 기록실로 돌아가자 복도에는 서류를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서명을 확인하려 했고, 다른 사람은 오래된 출생기록의 철자가 틀렸다고 말했다. 태오는 이 사건 때문에 기록실이 자신만을 위해 열려 있는 곳처럼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실 이곳은 서로 다른 사정을 지닌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는 차례표를 다시 뽑고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꽤 오래 기다리시겠어요.” 아델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녁 약속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보다 많이 여유로워졌군요.” 태오는 웃었다. 그날 자신은 누구보다 빨리 답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다. 대신 답을 얻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줄을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태오는 그날 기록방에 돌아와 상담용 종이에도 같은 원칙을 적었다. 확인한 사실과 누군가의 기억, 앞으로 살펴볼 질문을 각각 다른 칸에 넣었다. 완전한 답을 얻을 때까지 사람들의 생활이 멈춰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았다. 내일도 기록방에는 손님이 올 것이고, 리네아에게는 중개 상담이 기다릴 것이다. *** 밤에 오린의 공식 회신이 도착했다. 현재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있는 구두 기록의 첫 문장만 비식별 처리해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서둘러 읽지 않고 리네아와 함께 앉았다. [나는 그날 돈을 받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다만 편지가 누구에게 읽혔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태오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세입자가 아닌 증인이었군요.” “적어도 그 말의 작성자는 금전 수령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지 않았어요.” 리네아가 말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아직 모르죠.” “하지만 무엇을 증언하려 했는지는 조금 보입니다.” 태오는 한 줄을 수첩에 남겼다. [직접 청취가 필요한 증언은 금화가 아니라 편지의 전달과 읽기에 관한 것일 수 있다.] 그때까지 태오는 다렌 코르가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계속해 왔다. 이제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일곱 해 전, 과연 누구의 말을 누구에게 읽어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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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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