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제6기록실은 예상보다 평범한 건물이었다.
높은 탑도, 수수께끼 같은 마법진도 없었다. 오래된 벽돌 사이로 담쟁이덩굴이 자라 있었고 현관에는 평범한 방문자 명부가 놓여 있었다. 태오는 오히려 긴장했다. 그가 지난 몇 달간 배운 바에 따르면, 끔찍한 오해는 대개 아주 평범한 서류철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무서운 건 계단이 아니라 접수창구죠.” 태오가 말했다.
리네아가 웃었다.
“여행 다녀온 지 하루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네요.”
“아닙니다.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럼 손에 쥔 수첩을 좀 놔봐요.”
태오는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나 건물 앞에서는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출입 절차에 오늘 열람할 자료의 번호를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세딘은 방문 허가서를 건넸다. BG-17이라는 번호가 명확하게 적혀 있었지만, 옆에는 빨간 글씨로 '후속 심사 목록, 직접 열람 제한'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목록이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세딘이 말했다. “이곳에는 당시 재판 결과가 아니라 후속 심사에 필요한 자료의 위치와 접수 상태가 정리돼 있습니다. 금전 지급 명령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는 누가 무슨 말을 해야 했는지부터 확인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개인별 자료는 해당 당사자 동의와 공적 제한 범위 안에서만 봅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의 아이 이름이 공개되거나 다렌 코르의 오래된 치료기록이 불필요하게 돌아다니는 일을 원치 않았다.
***
제6기록실의 열람실에는 의자가 여섯 개 있었다. 다섯 개는 테이블 주변에 놓여 있었고 하나는 창가에 홀로 있었다. 태오는 여섯 번째 의자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
“무슨 특별한 자리인가요?”
담당 서기 오린이 말했다.
“햇볕이 잘 들어서 글자가 작은 자료를 볼 때 쓰는 자리입니다.”
“그렇군요.”
리네아가 웃음을 참았다.
“또 비밀 의자라고 생각했죠?”
“조금요.”
“가끔 의자는 그냥 의자예요.”
태오는 빈 의자에 앉았다. 그 말이 맞았다. 세상 모든 물건에 사건의 단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람실로 들어온 자료 표지에는 분명한 단서가 있었다.
[BG-17 후속 심사 보완 대상. 보호 대상 직접 의견 청취 누락.]
문장은 짧았다. 옆의 세부 표에는 사람의 이름 대신 A, B, C, D 네 개의 구분 부호가 있었고, 일부에 '송달 완료', '재송달 예정', '직접 청취 필요' 같은 서로 다른 상태가 적혀 있었다.
“네 사람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네 명의 개인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네 개의 심사 단위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오린이 말했다. “당시 구 규정은 주소 단위와 사람 단위를 함께 사용했으니, 먼저 구분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직은 사람 수조차 확정할 수 없는 거군요.”
“정확합니다.”
태오는 놀랍게도 답답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칸이 빈칸보다 낫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
점심 전 첫 대조에서 한 가지 차이가 나왔다. 옛 보증조합이 작성한 심사 목록에는 '이의 청취 완료'가 아니라 '이의 청취서 접수'라고 적혀 있었다. 후대 색인은 이를 '심사 완료'로 압축했다.
“또 완료군요.” 태오가 중얼거렸다.
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료라는 말의 목적어가 중요하죠. 듣는 절차를 마쳤는지, 듣겠다는 문서를 받았는지, 권리 판단이 끝났는지는 서로 다릅니다.”
“그렇다면 A, B, C, D도 각각 다른 상태겠네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 원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때 오린이 보조 목록 한 장을 내밀었다.
[제6기록실 이관 이유: 구 동문 생활보증조합 청산으로 인한 잔여 심사자료 이관.]
태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료가 제6기록실로 왔다고 해서 왕국이 보증금 채무를 인수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목록에는 심사자료를 보관할 기관이 바뀌었다고만 적혀 있었다.
발카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왕실로 갔으니 왕국이 갚아라'라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태오는 그 상상을 하다가 웃음이 났다.
“왜 웃습니까?” 이벨이 물었다.
“드래곤께 설명할 문장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간단하면 좋겠군요.”
“서류가 왕실에 왔다고 돈도 왕실 돈이 된 건 아닙니다.”
“그분이 좋아하시지는 않겠네요.”
“그렇겠죠.”
***
오후에는 구 심사 신청서의 신청 기관 부분을 제한 대조했다. 발카스의 옛 자산관리실 명칭이 있었으나, 보증 책임을 수락한 기관의 서명란과는 다른 칸이었다. 보증조합의 접수 표식은 확인됐지만 최종 수락 별첨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발카스 님이 보증인을 세운 적이 있다는 뜻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보증 절차를 신청했을 가능성을 보이는 자료입니다.” 세딘이 말했다. “누가 어느 의무를 최종 수락했는지는 별첨을 찾아야 합니다.”
리네아가 자료를 들여다보다 한 문장을 가리켰다.
[직접 청취 대상자의 부재는 동의로 대체할 수 없음.]
“이 조항은 강하네요.”
“일반 원칙일 뿐 이 개별 사건에 적용되는지 심사해야 합니다.” 디아나가 말했다.
태오는 적어도 문장의 방향은 이해했다. 예전에 누군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신 동의했다고 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신청서에 잘못 들어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자동 전사 오류로 확인됐지만, 종이 한 장이 사람의 자리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실제였다.
***
잠시 쉬는 시간에 리네아는 창가 의자에 앉아 도시 지붕을 내려다봤다. 태오가 다가가자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짧았네요.”
“또 가면 됩니다.”
“언제요?”
태오는 달력을 떠올렸다가 멈췄다.
“당신 일정도 보고 정하죠.”
“잘 배웠네요.”
“제가 일방적으로 예약하면 화내실 거잖아요.”
“화내기 전에 수정하게 할 거예요.”
둘은 웃었다. 리네아가 그의 손목을 어루만졌다.
“우리 둘 다 자기 일을 하면서 같이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저도요.”
“그런데 이번엔 당신이 수첩을 안 꺼내는 장면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증인이 없습니까?”
“제가 증인이죠.”
태오는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마침 서기가 복도로 들어오다 둘을 보고 헛기침을 했다. 리네아는 태연했지만 태오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열람실 안에서는 조용히 부탁드립니다.” 서기가 말했다.
“네. 증거를 남기지 않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
오후 마지막 심사에서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보조 목록의 D 항목 아래, 수기로 적힌 아주 작은 주석이 발견됐다.
[본인 직접 청취 시도. 본인 소재 파악 곤란. 대체 진술 채택 금지.]
태오는 숨을 멈췄다.
“이게 정말 당시 문장입니까?”
디아나는 렌즈를 들여다봤다.
“글씨층 분석이 필요합니다. 보존 목록에는 기재되어 있으니 당장 지워진 후대 추측이라고도 할 수 없죠. 다만 원본 감정 전까지는 사본상의 기록입니다.”
이벨은 D가 어떤 계약과 연결되는지 묻지 않았다. 연결표가 비공개 개인 기록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대리진술 금지 지시가 다음 편철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
“그 뒤에 누군가 D를 대신해 의견을 제출했다면요?” 태오가 물었다.
“그 서류가 실제로 제출됐는지, 어떤 권한으로 제출됐는지, 심사자가 무엇을 판단했는지 단계별로 봐야 합니다. 지시를 어겼다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기록실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금화의 위치가 아니었다. 일곱 해 전 누군가를 직접 만나야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
오린은 옛 제6기록실의 열람 규정이 바뀐 과정을 별도의 안내표로 보여 주었다. 일곱 해 전에는 구두 증언의 목소리 자체를 증거로 삼는 관행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소리의 진위를 보존하면서도 증언자의 현재 의사를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럼 오래전에 말한 사람에게 다시 공개 동의를 받는 이유가 있군요.” 태오가 말했다.
“네. 기록은 보존돼야 하지만 개인이 영원히 공개되기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때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쓰였던 자료라면 더 조심해야겠네요.”
“바로 그 점입니다.”
세딘은 현재의 보존 규정과 당시의 원본 내용을 한 장에 섞어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태오는 오늘 안내표를 그 자리에서 복사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요약문을 받아 왔다.
열람실 뒤편에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작은 보존실이 있었다. 문이 열리자 마력으로 서늘해진 공기가 흘러나왔다. 오린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항목별 봉투 위치를 확인했고, 다른 사람들은 문밖에 서 있었다.
발카스가 오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동굴은 이보다 훨씬 안전하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오린이 태연히 답했다. “다만 접근 권한과 출입 기록까지 포함해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태오는 리네아의 손을 살짝 눌렀다. 둘 다 웃음을 참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허락한 자만 동굴에 들어왔다.” 발카스가 마침내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누가 허락했는지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오린의 대답에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태오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는 용을 이기려는 기사보다 보존 담당자의 정확한 질문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조금 뒤 세딘이 과거 절차표의 '완료' 정의를 더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문서에 '완료'라는 단어만 있으면 후대 색인 담당자가 내용을 압축하면서 판단 상태를 오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 사건별 종결 단계를 다르게 표기해야 합니다.”
태오가 제안했다.
“그럼 지금도 '청취 요청 발급', '청취 대상 소재 불명', '청취 완료', '권리 판단 완료'를 분리해서 적으면 어떨까요?”
마르셀이 답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해관계자의 혼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식 색인을 수정할 때는 원본 기록과 수정 이력을 함께 보존해야 합니다.”
“원본에 고쳐 쓰진 않는군요.”
“원본을 지우면 나중에 왜 오해가 생겼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요.”
태오는 기록방에서 쓸 새 표를 생각했다. 고객들의 문서도 비슷했다.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과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 사이에는 언제나 시간이 있었다. 그 틈을 없다고 적으면 나중에 누군가 불필요한 손해를 볼 수 있었다.
리네아는 그가 깊이 생각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당신은 앞으로 정말 큰 장부를 만들 것 같아요.”
“큰 장부보다 읽기 쉬운 장부가 좋습니다.”
“그럼 첫 장에 제 이름도 넣어 주세요.”
“무슨 자격으로요?”
“당신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때 쉬라고 말하는 사람.”
태오는 웃었다.
“그건 중요 업무네요.”
“보수도 있어요.”
“어떤 보수입니까?”
“가끔 바다 보러 데려가는 거요.”
태오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열람실을 나서기 전에 책상에 앉아 자신의 필기 내용을 정리했다. A부터 D까지의 네 글자가 꼭 네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 옆에 굵은 밑줄을 그었다. 누구든 앞으로 이 자료를 읽을 때 같은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칸에는 '비공개'와 '미확인'을 서로 다르게 표시했다. 비공개 자료는 존재하더라도 볼 권한이 없는 것이고, 미확인 자료는 실제로 있는지부터 더 조사해야 하는 것이었다.
***
기록방으로 돌아온 태오는 여행 때 산 조개 장식을 문에서 잠시 떼어 책상 위에 놓았다. 열람실의 빈 의자가 자꾸 떠올랐다. 누군가가 말하지 못한 채 남겨진 자리와, 그 자리를 마음대로 채우지 말라는 문장이 하나로 연결되는 듯했다.
소피는 저녁 무렵 상담을 위해 들렀다. 태오는 오늘 읽은 자료의 공개 가능한 일반 원칙만 설명했다.
“제 아이 이름도 나올까요?” 소피가 물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관련성이 확인되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방법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하지 않은 말을 누가 대신했다고 쓰는 게 가장 싫어요.”
태오는 그 문장을 적지 않았다. 먼저 소피에게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다.
“오늘 상담 메모에는 그렇게 써 주세요.” 그녀가 답했다.
“그러겠습니다.”
소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거창한 폭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정확히 받아 적는 일이 실제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다.
그날 밤 제6기록실에서 마지막 통지가 도착했다.
[BG-17 후속 심사 D 항목의 별도 구두 기록 보존 위치 확인. 원 소유자 및 직접 진술자 확인을 위한 제한 심사 필요.]
태오는 그 문장을 몇 번 읽었다. 빈 의자가 비어 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이해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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