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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32화
PAYLUA ORIGINAL · 제132화

132화. 파도가 지우지 못한 약속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37자

오프라인 책장
밀물항의 새벽은 파도보다 생선 경매 소리로 먼저 시작됐다. 태오는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숫자에 눈을 떴다. 삼십, 마흔, 쉰. 반사적으로 머릿속에서 잔액이 계산되려던 순간, 옆에서 리네아가 그의 손등을 눌렀다. “지금 또 장부 생각했죠?” “생선값입니다.” “다행이네요. 적어도 드래곤값은 아니군요.” 그녀가 웃었다. 태오는 부드럽게 손을 뒤집어 손가락을 잡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제 좀 여행객 같네요.” “아직 눈도 안 떴는데요.” “그러니까 더요.” 둘은 여관 아래에서 빵과 따뜻한 우유를 먹고 바닷가 등대로 향했다. 어부들은 이미 배를 띄웠고, 부두 끝에서는 굵은 밧줄을 어깨에 걸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등대로 올라가는 길은 작은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다. 태오는 중간에 세 번이나 숨을 골랐다. 리네아는 엘프답게 가볍게 걸었지만 그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줄였다. “당신은 몸이 가벼워서 좋겠습니다.” “당신은 어제 수프를 세 그릇 먹었잖아요.” “여행 경비 대비 효율을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풍경도 효율적으로 보실 건가요?” “아뇨. 그건 오래 볼수록 좋을 것 같네요.” 등대에 도착하자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아래쪽 모래사장은 얇은 리본처럼 보였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길게 흘렀다. 바다 한가운데서 흰 돛이 천천히 움직였다. “처음에는 왜 이런 불빛을 세웠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밤에 돌아오는 배가 바위에 부딪치지 않으려고요.” “불빛이 배를 끌어당기는 건 아니군요.” “당연하죠.” “길을 보여 주기만 하는 거네요.” 리네아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 또 기록 이야기로 연결하고 있죠?” “조금요.” “이번 한 번은 봐줄게요.” *** 등대지기는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었다. 그는 바닷가 길을 처음 찾은 여행객이라는 말을 듣고 꼭대기의 오래된 렌즈를 보여 주었다. 빛의 방향을 바꾸는 투명한 마석 조각들이 구리테 안에 촘촘히 맞물려 있었다. “마법으로 바다를 막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바다를 막을 수는 없지. 위험한 곳을 알려 주는 거요.” 노인은 렌즈 옆에 작은 금이 간 유리를 가리켰다. “저건 몇십 년 전에 깨졌소. 덧댄 부분이라 빛이 조금 어긋나지. 그래서 항해표에도 보정 표시가 있어야 해.”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낡은 도구를 그대로 쓰면서 잘못된 부분을 기록해 두는 방식이었다. 고쳐 쓴 사실을 감추지 않으니 오히려 안전할 수 있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렌즈였다고 생각하겠네요.” “그럴 수 있지. 그러니 언제 고쳤는지 적어 놓는 거요.” 노인은 낡은 수리 일지를 보여 주었다. 태오는 직업병처럼 날짜를 유심히 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장부를 보고 있네요.” “장부 보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팔을 툭 쳤다. “어디를 가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네요.” ***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언덕 아래의 작은 찻집에 들렀다. 찻집 주인은 엘프의 귀를 보자 푸른 약초차를 권했다. 리네아는 자기 취향을 물어본 뒤에 선택하겠다며 메뉴를 꼼꼼히 살폈다. “엘프면 다 같은 차를 좋아하나요?” 태오가 물었다. “그러면 인간은 다 같은 집에 살고 싶어 해요?” “그렇지는 않죠.” “바로 그거예요.” 태오는 웃었다. 리네아는 숲 향이 나는 따뜻한 차를, 그는 씁쓸한 검은 차를 골랐다. 창밖에서는 젊은 선원 하나가 배의 닻줄을 손질하고 있었다. “돌아가면 뭐부터 하실 거예요?” 리네아가 물었다. “기록방 첫 정기 계약을 마무리해야죠. 당신은?” “부동산 사무실에서 새 계약 두 건을 검토해야 해요. 하나는 목욕탕 근처의 작은 집이고, 다른 하나는 장터 창고예요.” “그 건물주도 드래곤입니까?” “아뇨. 제가 확인했어요.” “그럼 안심입니다.” “이번에는 건물주 정체보다 누수 책임을 더 분명하게 설명할 거예요.” 그녀는 잠시 차를 바라봤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어떤 계약이든 손님에게 불편한 정보부터 말하게 됐어요.” “불편하다고 숨겨도 결국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죠. 손님이 계약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건 손님의 선택이겠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좋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은 보증금 사건 속에서 오래 걸려 배운 것이었다. *** 점심 무렵 항구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벌어졌다. 갈매기 마수 한 마리가 여행객의 모자를 물고 날아가 버렸다. 피해자는 값비싼 깃털 장식을 달았다는 이유로 부두 전체에 배상하라고 소리쳤다. “갈매기가 부두 관리인의 직원이냐!” 주인은 화가 나서 손을 흔들었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목격자와 물건의 소유자를 구분하려다가, 리네아가 그의 옷소매를 잡는 바람에 그만뒀다. “오늘은 남의 분쟁에 끼어들지 마요.”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모자는 이미 저기 있어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모자가 부두 기둥에 걸려 있었다. 부두지기 소년이 긴 막대로 모자를 내려 주자 소동은 싱겁게 끝났다. “보셨죠?” “공식 심문까지 가지 않아도 해결되는 일이 있군요.” “당연히 있죠.” “좋은 교육이었습니다.” 리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구운 작은 새우 꼬치를 하나씩 사 먹었다. *** 오후에는 모래사장 끝의 낮은 바위로 걸어갔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작은 웅덩이가 남았고, 그 속에는 푸른 껍데기의 게와 반짝이는 미세한 물고기들이 갇혀 있었다. 리네아는 게를 집으려는 태오를 말렸다. “집게가 제법 아플 거예요.” “드래곤보다 아플까요?” “드래곤한테는 물린 적 없잖아요.” “돈으로는 꽤 물렸죠.” 리네아가 그의 팔꿈치를 찔렀다. “벌점 하나.” “알겠습니다. 이제 금화 금지.” 둘은 바위 위에 앉아 멀리 배가 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리네아가 갑자기 물었다. “돌아가서 남은 돈을 다 받으면 뭘 할 거예요?” 태오는 생각했다. 처음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부터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문이 어디 있는지, 정말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뒤로 미뤄 왔다. “기록방을 조금 더 안정시키고 싶습니다.” “그다음은요?” “여행을 더 하고 싶어요. 당신이 잘 아는 숲에도 가 보고요.” “제 가족도 만나고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장난치는 눈빛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했다. “당신이 원한다면요.” “우리 집은 인간을 처음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아주 시끄러운 손님이 오면 놀랄 수도 있어요.” “전 조용한 편 아닙니까?” “집주인이 용일 때만 시끄러워요.” 태오는 웃었다. 리네아는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저도 당신의 예전 세상이 궁금해요.” “이야기해 줄게요. 지하철이랑 편의점이랑, 겨울에 먹는 따뜻한 어묵 이야기까지.” “어묵?” “아주 설명하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당신은 어려운 계약도 설명하면서 음식은 못 설명해요?” 둘은 소리 내어 웃었다. *** 여행에서 돌아가는 마차를 타기 전, 태오는 처음으로 바닷가의 모래를 작은 병에 담을까 고민했다. 기념품 상인이 다시 그에게 물었다. “용의 눈물 한 병 사겠소?” “그건 필요 없습니다. 이 바다에 온 건 제가 기억할 테니까요.” 그는 대신 리네아의 목걸이와 어울리는 작은 끈 하나를 샀다. 끈은 그녀의 여행 가방에 달렸다. 리네아는 태오에게 조개껍데기 모양의 나무 장식 하나를 건넸다. “기록방 문에 걸어 놔요.” “이건 무슨 표시입니까?” “사장님도 가끔 쉬어야 한다는 표시.” “법적 구속력이 있나요?” “제게는 있어요.” 태오는 웃으면서 장식을 가방에 넣었다. *** 귀환 마차를 기다리는 동안 여관 주인은 두 사람에게 항구의 오래된 지도 한 장을 보여 주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손그림 지도였다. 태오는 지도 가장자리에 표시된 붉은 파도 선을 유심히 살폈다. “여기는 통행 금지인가요?” “만조 때 물이 넘어오는 자리예요.” “어제 아이들이 있던 곳이군요.”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아무 표시도 없었어요. 작은 사고가 나고 나서 사람들끼리 선을 그었죠. 올해는 공식 표지판도 새로 세울 예정입니다.” 태오는 표지판 계획을 듣고 한참 생각했다. 위험한 장소에 경고를 적어 두는 일이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어제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지나가던 여행객들이 침착하게 도와줬다더군요.” 리네아가 태오를 힐끗 봤다. 태오는 얼른 손을 저었다. “저는 위치만 알려 줬습니다. 배를 몬 어부가 잘한 거죠.” 주인이 웃었다. “누군가 본 걸 정확하게 말해 주는 것도 필요하죠.” 태오는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까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여관 주인은 두 사람에게 지도 한 장을 선물했다. 리네아는 항구를 떠나기 전에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지도를 접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왔고, 다음에는 저 북쪽 해안을 가봐요.” “길이 멀지 않을까요?” 태오가 물었다. “조금 멀어요. 대신 바닷가 숲이 아주 아름다워요.” “그러면 중개 사무실 휴무일과 제 기록방 예약을 먼저 맞춰야겠군요.” “맞아요. 이번에는 당신 혼자 계획하지 말고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얼마 전 그녀와의 갈등을 떠올렸다. 리네아의 사업을 자기 사업의 일부처럼 취급했던 실수였다. 함께 산다는 것과 상대의 이름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당신이 원하는 여행부터 정합시다.” “당신도 원하는 걸 말해야죠.” “저는 당신과 같은 곳에 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곳이 좋은지 말해 달라고요.”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상대의 선택을 없애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됐다. 둘은 지도에 서로 다른 표시를 하나씩 그렸다. 놀랍게도 두 표시가 같은 해변 숲을 가리켰다. “이건 운명이에요.” 리네아가 말했다. “아니면 여행 안내서가 좋은 곳을 정확히 추천했을 수도 있죠.” “당신은 왜 그렇게 분위기를…” 태오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운명이라고 하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여관 주인이 두 사람에게 남은 음식 봉투를 건넸다. 배고플 때 먹으라는 빵이었다. 태오는 값을 치르려 했지만 주인은 이미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 식사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아, 그럼 두 번 계산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처음 봐요.” 주인이 말했다. 리네아가 대신 대답했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태오는 빵 봉투를 받아 들었다. 여행에서 배운 것은 휴식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것을 두 번 내지 않는 일, 사람의 부탁을 제대로 듣는 일, 그리고 어제 하지 못한 말을 오늘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있었다. *** 귀환 길에 태오는 마차 안에서 잠깐 졸았다. 리네아가 그의 머리를 어깨에 받쳤다. 바퀴가 돌을 넘을 때마다 흔들렸지만, 잠은 쉽게 깨지 않았다. 태오는 먼 세계에서 건너온 뒤 이렇게 깊이 잠든 적이 많지 않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파벨 역참에 도착했을 때 기록방의 대리 연락책이 반갑게 인사했다. “두 분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네. 아주.” 태오가 말했다. “업무상 긴급 건은 없었습니다. 손님 두 분이 다음 주 방문 예약을 남겼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았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정해진 날 하면 된다. 그러나 기록방 문 앞에는 봉인된 안내서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발신지는 왕국 제6기록실이었다. 태오는 잠깐 리네아를 바라봤다. “약속대로 여행 중에는 안 봤습니다.” “이제는 봐도 되죠.” 그가 봉투를 뜯었다. 내용은 예상과 달랐다. BG-17의 후속 심사 목록을 제한 열람할 수 있는 날짜가 지정되었다는 안내였다. 자료를 꺼낼 자격이 모두에게 생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관련 당사자마다 공개 가능한 범위를 먼저 대조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짧았다. [보호 대상 직접 재청취 필요. 최초 심사 때 출석하지 못한 사람의 의견은 현행 동의로 추정하지 말 것.] 태오는 숨을 들이켰다. 발카스의 금고가 아니라, 말하지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네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내일 일은 내일 합시다.” “네.” 그는 봉투를 덮고 조개 장식을 기록방 문에 걸었다. 바다에서 배운 첫 번째 일은, 돌아와서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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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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