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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아무도 대신 거부할 수 없는 권리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2자

오프라인 책장
보증서의 뒷면에는 본문보다 작은 글씨로 쓰인 문장이 있었다. [원 권리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대리 확인은 보증 심사의 효력을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김태오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문장이 짧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서웠다. 오래전 누군가가 남을 대신해 편지를 읽고 서류를 받는 일이 흔했기에, 그 과정에서 생길 위험을 경계한 조항처럼 보였다. “이게 정말 당시 계약의 일부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디아나가 보존 사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현 단계에서는 구 규정 문구의 보존 사본입니다. BG-17 개별 계약에 어느 범위로 편입됐는지, 그 효력이 지금도 적용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런 원칙이 있었다는 건 알 수 있군요.” “표제가 아니라 실제 계약의 적용 범위를 먼저 봐야 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중요한 순간에 디아나는 결론을 늦추고 기록을 보존하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 이벨은 구 규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했다. 대리인이 권리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권리자가 분명히 거부한 결정을 대리인이 바꿔 버리려면 별도의 적법한 권한과 조건이 필요하다. “그럼 코르 씨의 거부 진술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걸 무시하면 안 됐겠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그 진술이 어떤 문서에, 어떤 날짜에, 어떤 사건에 적용됐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BG-17이 통지 절차 보증이라면 그 점이 더 중요하겠네요.” 이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찾아온 원 권리자 동의서 묶음에는 실제 동의서와 반대 진술서, 서명란이 비어 있는 보완 신청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통째로 '동의서 묶음'이라고 부른 이유가 단순한 보관 편의였을 수도 있고, 후대 색인의 오해였을 수도 있었다. 진짜 사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다렌 코르와 아델 마린이 공식 확인 절차에 다시 참석했다. 코르는 아델이 천천히 읽어 준 문구를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그때 내 이름으로 남의 돈을 받는 일을 싫어한다고 했소.” “지금 말씀하신 뜻은 기록하겠습니다.” 마르셀이 말했다. “당시 어떤 종이가 그것을 담고 있는지는 감정을 이어가겠습니다.” 코르는 오른손을 펴 보였다. 손의 상처가 오래전 수령증에 적힌 필체를 설명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수령 사실이나 권리 위임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아델은 조용히 말했다. “당시 제가 읽기 보조인으로 일했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날 코르 씨의 말을 받아 적었는지는 아직 정확한 원본을 보지 못했어요.” 태오는 두 사람이 애써 정확한 말을 고른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기억은 중요한 실마리였지만 과거를 마음대로 다시 쓰게 해 주지는 않았다.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해도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코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곱 해 동안 아무도 그걸 허락해 주지 않은 것 같았소.” 그 말에 방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 오후 청문에서는 발카스가 한 가지 결정을 발표했다. 자신이 보유한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자료를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정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세입자들의 개인별 청구와 통지 확인을 분리해 기록하고, 누군가 대신 수령했다고 표시된 경우 실제 권한과 수령 내용을 구별해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장 모든 결론을 바꾸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렌이 설명했다. “기록이 실제 어떤 단계에 있었는지를 먼저 복원하려는 겁니다.” “왜 지금 와서 그 일을 합니까?” 소피가 물었다. 발카스는 잠시 소피를 바라봤다. “내가 너무 오래, 내 금고의 문이 열리는지만 생각했다.” 그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소피가 먼저 물었다. “저희가 살던 집 이야기는 그동안 들으신 적이 없나요?” “들었다. 그러나 귀찮다고 여겼다.” 태오는 그 솔직한 대답에 놀랐다. 변명하지 않는 것은 좋은 변화였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손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소피는 잠시 떨리는 숨을 골랐다. “앞으로는 직접 말하는 사람의 말을 먼저 들어 주세요.” “그러겠다.” 그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확인할 일이었다. *** 청문이 끝난 뒤 태오는 발카스와 짧게 걸었다. 검은 외투의 고대 드래곤은 사람처럼 좁은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그가 지나가면 여전히 사람들이 길을 비켰다. “지금도 저를 하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태오가 물었다. 발카스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은요?” “매우 피곤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태오가 웃었다. “진전이군요.” “그리고 네가 옳았던 일이 많다.” “그럼 나머지 마흔 금화도 빨리 주십시오.” 발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감상적인 말을 하려는 순간마다 너는 돈 이야기를 하는구나.” “감상은 무료지만 보증금은 원래 제 돈입니다.” 드래곤은 결국 웃었다. “알겠다. 지급 계획을 확정하겠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재원을 약속하진 않겠다.” “그 점은 좋아졌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걸었다. 발카스의 그림자는 여전히 길었지만, 태오는 이제 그 그림자 속에서 자기 몫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 저녁에는 태오와 리네아가 바다 여행을 앞두고 가방을 꾸렸다. 태오가 계약서와 47-B 비늘을 함께 챙기자 리네아가 냉큼 비늘만 빼앗았다. “이건 두고 가요.” “소중한 물건입니다.” “그건 알아요. 하지만 하루쯤은 금고 없이 살 수 있잖아요.” “그럼 비늘은 어디에 두죠?” “보관함에 안전하게 넣어 두면 되죠. 비상 연락 방법은 마련하고요.”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비늘이 조회 요청 표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제든 쥐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인생 전체를 묶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됐다. “좋습니다. 여행에는 안 가져가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었다. “정말요?” “네. 대신 당신이 짐을 너무 많이 싸면 제가 들 수 있게 해 주세요.” “그건 계약합시다.” “그런 데 계약서를 쓰자고요?” “당신이 도망가지 못하게요.” 태오는 그녀의 허리를 살짝 안았다. 그녀는 한 걸음 가까이 와서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지금 뭘 하시는 거예요?” “약속을 확인합니다.” “무슨 약속?” “당신과 바다에 가겠다는 약속.” 리네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그에게 입을 맞춘 뒤 이마를 맞댔다. “이번에는 그 약속이면 충분해요.” *** 제6기록실의 후속 심사 목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그날 오후 작은 동요를 일으켰다. 누군가는 그곳에 모든 금화가 보관되어 있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왕국이 책임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태오는 공식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제6기록실로 이동한 것으로 표시된 것은 '후속 판단 자료'였다. 적어도 그 표제만으로 금화나 보증 책임 자체가 이동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또 반쯤 읽은 기록으로 소문을 만들고 있군요.” 이벨이 말했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조용히 있어야겠네요.” 태오가 답했다. 세딘은 보관 위치와 열람 권한을 확인해 돌아오겠다고 했다. 공개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태오는 자신이 당장 기록실로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리네아와 약속한 여행도 떠올랐다. 사건을 지키는 일과 삶을 지키는 일 중 하나를 영원히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 저녁에는 토른이 새 여행용 가방의 잠금쇠를 수리해 주었다. 작은 쇠붙이가 부러져 있었는데, 드워프가 손을 대자 몇 분 만에 고쳐졌다. “이 정도는 네가 직접 해도 되잖아.” 토른이 말했다.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넌 모든 일에 전문가를 찾는군.” “실패해 본 경험이 많아서요.” 토른은 웃으며 쇠붙이를 한 번 더 두드렸다. “바다에 가서는 적어도 조개껍데기마다 소유권을 확인하지 마라.”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드래곤이 따라오면?” “그때는 선착장에 내려놓을 겁니다.” 리네아가 뒤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분도 바다가 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럼 저희와는 다른 배를 타시면 됩니다.” 토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약 조건이야.”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는 혼자 살아남는 데 급급했다. 이제는 자신을 놀려 주는 친구와 함께 여행 가방을 싸 줄 사람이 있었다. *** 발카스는 마지막으로 태오를 찾아와 금화 40닢에 관한 질문을 했다. “내가 남은 금액을 다 지급하면 너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냐?”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보증금 때문에 찾아가는 일은 줄겠죠.” “그럼 네가 내게 가져온 수많은 종이도 끝나는가?” “제 개인 청구는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건은 각자의 결정에 따라 계속됩니다.” 드래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가 이제 내게 올 이유가 없어지는 게 두렵기도 하구나.” 태오는 뜻밖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발카스는 인간을 귀찮은 세입자로만 보던 시절을 지나, 누군가 자기에게 틀렸다고 말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돈을 다 돌려주신 뒤에 차 한 잔 대접하십시오.” 발카스가 눈을 크게 떴다. “내 동굴로 오겠느냐?” “그때는 손님으로요. 보증금 받으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드래곤은 한참 뒤 낮게 웃었다. “좋다. 그날은 계약서를 보여 주지 않아도 되겠지?” 태오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차값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둘은 처음으로 같은 이유로 웃었다. *** *** 여행 가방을 닫으려던 태오는 서랍 안에서 첫 계약서를 발견했다. 낡은 종이에는 2년 임대와 금화 300닢, 퇴거 점검 뒤 7일 이내 반환이라는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 종이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계약서가 자신을 지켜 줄 거라 믿었고, 나중에는 아무 소용도 없는 종이라고 원망했다. 지금은 그 문서가 혼자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했지만,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설명할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리네아가 뒤에서 물었다. “또 계약서예요?” “처음 당신에게 소개받은 집 계약서입니다.” “그걸 아직 가지고 있었네요.” “이제 조금 덜 미워하게 됐어요.” 리네아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때 좀 더 분명히 설명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둘 다 배운 게 많았죠.” 태오는 계약서를 다시 보관함에 넣었다. 리네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내일은 새로운 계약서를 찾는 날이 아니라 함께 바다를 보는 날이었다. *** 그는 다음 날 여행 출발 시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수첩을 닫았다. 기록은 기다릴 수 있었다. 리네아는 창문을 열어 밤공기를 들였다. 내일은 새로운 바람을 만나러 갈 것이다. *** 밤에 기록방을 잠그기 직전 세딘에게서 하나의 목록이 더 도착했다. BG-17의 보증계약 관련 정산 기록이 왕국 제6기록실로 이관됐다는 구 색인의 사본이었다. 본문에는 '보증 의무 존속 여부 심사 중'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것만으로 실제 보증책임이 옮겨졌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 태오는 새 목록을 읽고 오래 생각했다. 오늘까지 알아낸 것은 보증서의 존재 가능성과 그 보호 목적, 그리고 관련자의 동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을 가능성은 생겼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전세금을 지급할 사람을 새로 찾아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수첩 맨 아래에 숫자를 적었다. [최초 보증금 300금화. 누적 실지급 260금화. 미환급 원금 40금화.] 그 옆에는 이번 열 화의 결론을 짧게 남겼다. [보증서가 있는 것과 권리가 지켜진 것은 다르다. 누구도 당사자의 반대 의사를 대신 지울 수는 없다.] 새벽이 오기 전에 태오는 짐을 챙겼다. 내일은 리네아와 바다로 떠나는 날이었다. 사건은 잠시 멈춰도 기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필요하면 돌아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6기록실로 넘어간 옛 심사 목록의 맨 끝에는 아직 뜻을 알 수 없는 작은 표시 하나가 있었다. [BG-17 후속 판단: 보호 대상의 직접 의견 재청취 필요.] 태오는 그 문장을 억지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 그는 여행 가방을 닫고 불을 껐다. 이번만큼은 금고가 아니라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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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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