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서는 뜻밖에도 매우 얇았다.
정확히 말하면, 보증서의 표제와 목적이 적힌 보존 사본이 그랬다. 원본 전체의 제한 열람 허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담당기관이 비식별 처리한 첫 장은 확인할 수 있었다.
태오는 종이를 바라보며 조금 허탈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쫓아다닌 문서는 여러 사람의 삶을 묶어 놓을 만큼 무거웠다. 그러나 실제 종이는 손가락 두 마디만큼 얇았다.
“이게 그렇게 오래된 문제의 시작입니까?”
“일부일 뿐입니다.” 노엘이 답했다.
표제에는 '송달 및 의사 확인 절차 보증'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아래에는 계약별 통지의 송달과 수신인 신원 확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관해, 약정 조건과 한도 안에서 책임을 검토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보증금 전액을 지급한다는 말은 없네요.” 태오가 말했다.
“허가된 이 페이지에는 없습니다.” 이벨이 답했다. “다른 별첨에 추가 보증 범위가 있는지는 아직 봐야 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지금까지 찾은 보증서만 들고 발카스 대신 돈을 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발카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문서를 읽었다. 곁에 있던 바렌이 천천히 설명했지만 드래곤은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돌아봤다.
“나는 이걸 내 자산의 안전장치라고 들었다.”
“통지를 제대로 했다는 근거를 남기는 제도라면 자산 관리에도 도움이 되겠죠.” 태오가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의 반대 의사를 지워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
마르셀은 세입자 대표들에게 자료를 설명하기 위한 별도 시간을 마련했다. 열한 명의 계약 원금 1,180금화는 여전히 최초 계약의 총합일 뿐 현재 모두에게 미지급된 금액도 아니고 계정 47의 현금 잔고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설명했다.
“그럼 이 보증서를 찾았다고 우리가 모두 돈을 받는 것은 아니군요.” 로벤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통지나 대리 수령 때문에 어떤 권리가 잘못 처리됐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피는 잠시 표정을 굳혔다.
“저는 받은 적 없는 편지를 받았다고 적혔다고 했어요.”
“그 경우 송달 확인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벨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보증서가 곧바로 소피 씨의 손해액을 인정하는 건 아닙니다.”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누가 내 편지를 대신 받아도 되는지 묻는 절차가 원래 있었다는 건 알겠네요.”
태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랜 기다림 동안 가장 상처가 되었던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 이름으로 결정된 일에 자신은 참여하지 못했다는 감각이 사람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
오후에는 다렌 코르와 아델 마린이 함께 보존실에 왔다. 두 사람은 7년 전의 정확한 일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르는 자신이 낭독을 부탁했을지도 모른다는 장면을 떠올렸고, 아델은 당시 읽기 보조인이 문서를 읽고 질문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대신 도장을 찍었습니까?” 아델이 물었다.
“그렇게 확인된 기록은 없습니다.” 세딘이 답했다. “그리고 낭독과 대리 수령 권한은 구분됩니다.”
코르는 오래전 수령증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나는 내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몫을 넘기고 싶지 않았소.”
태오는 현재의 의사를 기록하고, 당시의 정확한 서명과 의사 표시가 무엇이었는지는 별도 조사로 남겼다. 당사자가 현재 진실하게 말하는 것과 일곱 해 전 문서에 실제로 무엇을 적었는지는 구별해야 했다.
아델은 가만히 코르의 손등을 바라봤다.
“그때 어떤 말을 적었든, 지금 말씀하신 뜻은 분명히 들었습니다.”
코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래전에 놓친 말이 전부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말이 다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
태오는 기록방에서 손님 두 명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뒤늦게 자기 장부를 돌아봤다. 사업 수수료와 보증금 일부 반환액을 따로 적는 습관은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다루는 일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을 이유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젊은 짐꾼이 계약서를 가져왔다.
“오늘 사장님이 제 계약서를 봐 줄 수 있나요?”
“당사자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내용은 보여 주지 마세요. 본인 계약서라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서명을 못 읽어서요.”
태오는 문해교실과 연결해 일반적인 읽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계약 내용을 대신 결정하지 않고, 문장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이름을 잘 쓰는 것도 큰 기술입니다.” 그가 말했다.
젊은 짐꾼은 웃었다.
“그게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적어도 내 돈을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적어 놓는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말은 태오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
저녁이 되자 발카스가 혼자 찾아왔다. 그는 지난 청문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 보증서를 신청한 것이 맞다면, 세입자에게 불리한 기록을 없애려 했다는 뜻이 되느냐?”
“그것만으로는 아닙니다.” 태오가 답했다. “누가 무엇을 목적으로 신청했는지, 그 뒤에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해야 하죠.”
“그럼 내가 잘한 일일 수도 있겠군.”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룬 일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발카스는 태오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는 항상 마지막에 그 말을 덧붙이는구나.”
“그게 시작이었으니까요.”
“나도 이제 안다.”
드래곤은 자신의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그는 당시 주택조합이 우편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는 보고를 받고 통지 보증제도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던 기억을 적어 놓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구체적 BG-17 보증서의 성립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편지를 받지 못하면 내게 민원을 넣었다. 그런 일이 귀찮았지.”
“그래서 제도를 만들었습니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됐는지는 또 다른 문제군요.”
발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밤에는 리네아가 새 중개 사무실의 첫 정기 수익을 정리했다. 태오는 그 계산을 대신해 주겠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그녀는 자기 장부를 직접 적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보세요?”
“도와드릴 일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있죠.”
“뭐든 말씀하세요.”
“차를 끓여 주세요.”
태오는 웃으며 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리네아는 그를 뒤에서 안고 잠시 눈을 감았다.
“당신이 내 일을 대신해 주지 않아도, 옆에 있다는 건 좋아요.”
태오는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감쌌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네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바다 가는 날에는 장부 얘기 정말 금지예요.”
“그건 어렵습니다.”
“왜요?”
“여행 경비는 계산해야죠.”
그녀가 크게 웃었다. 태오는 입을 맞추며 남은 말을 삼켰다.
***
BG-17의 보존 사본을 읽은 뒤 세딘은 과거 보관기관의 인수 업무를 구분한 별도 대장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서신을 '전달 완료'로 적은 시점과 상대방이 실제로 내용을 읽었다고 확인한 시점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었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권리자가 통지받았다고 봐야 할까요?” 태오가 물었다.
이벨은 곧장 한 가지 답을 주지 않았다.
“계약과 당시 규정의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이 두 칸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죠. 전달만 하고 실제 수신인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을 수 있으니까요.”
태오는 소피의 사례를 떠올렸다. 그녀는 당시 받지 못한 편지가 수령 처리되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녀가 어느 주소에서 무엇을 받았는지 보려면 결국 당시 원본과 권한 있는 수령인의 확인이 필요했다.
“소피 씨에게 이 자료를 보여 줘도 될까요?”
“비식별된 일반 절차는 가능합니다. 개별 상대방의 정보가 포함되면 별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먼저 소피의 의사를 물었다. 그녀는 일반 절차 설명을 듣겠다고 했고, 자신에게 관련된 기록의 원본 대조는 별도로 요청하겠다고 했다.
***
소피는 잠시 설명을 듣더니 말했다.
“저는 그때 제 이야기를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태오는 말을 아꼈다. 그가 뒤늦게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다고 해서 일곱 해의 시간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록에 누가 대신 받았다고 적혀 있다면, 최소한 제가 그런 사람에게 부탁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실제 계약과 당시 규정이 적용되는 범위를 확인해야 하지만, 정당한 대리권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소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예요. 누군가 저 대신 내 인생을 결정했다는 말을 또 듣고 싶지 않아요.”
태오는 그녀의 말을 현재 진술서에 적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소피가 원하지 않는 공개나 동의를 다른 사람이 꾸며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한동안 소피와 현재 집세를 어떻게 낼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얼마나 먼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법률 문제를 정리하는 동안 실제 생활이 멈추지 않도록 도울 방법은 많았다. 다만 태오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은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하기로 했다.
***
그날 저녁 발카스는 바렌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눈 뒤 태오에게 문서를 보냈다. 그는 과거 세입자에게 통지했다고 판단한 기준을 스스로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기준을 바꾸시면 기존 결정도 자동으로 바뀌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아니다. 과거 각 사건을 살피고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
“잘 이해하셨네요.”
발카스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네가 내게 한 말을 내가 되풀이하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남은 돈은 있습니다.”
“그건 안다. 내일 지급 계획을 다시 확인해 줄 것이다.”
태오는 웃었다. 발카스가 사과한다고 해서 과거의 모든 실수가 용서되거나 모든 권리가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책임이 무엇인지 모른 척하는 단계에서는 벗어나고 있었다.
***
***
그날 토른은 오래된 공동 보관소의 구조를 예로 들었다. 금고 문에는 여러 자물쇠가 달렸지만, 서류 보관실에는 서로 다른 사람이 내용을 확인하도록 작은 창이 두 개 있었다고 한다.
“금고는 물건이 사라지는 걸 막고, 보관실은 누군가 몰래 글씨를 바꾸는 걸 막으려 했던 거군요.” 태오가 말했다.
“우리 조상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 제도가 잘 지켜졌는지는 별도고요.”
토른이 크게 웃었다.
“이제 내 말보다 정확하군.”
태오는 구조도 한쪽에 작은 메모를 남겼다. 기계 장치가 아무리 정교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잘못된 권한을 행사하면 누군가의 권리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구 보증서의 통지 확인 절차가 왜 중요한지 조금 더 이해됐다.
***
세딘은 그날 확인된 일반 규정이 특정 세입자의 손해를 곧바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다시 설명했다. 태오는 소피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 그녀는 실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제 뜻을 묻는 절차가 있다는 게 중요해요.”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그날 조사 기록에는 반드시 '잠정'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
노엘의 마지막 회신이 도착했다. BG-17의 허가된 본문은 '송달 및 의사 확인 절차 보증'에 가까우며 직접적인 보증금 대지급 약정은 현재 확인된 범위에 없었다. 별첨을 아직 조사해야 하지만, 자료가 보호하려 한 중심은 금고에 있는 금화보다 사람의 의사와 서류 전달 과정에 있었다.
태오는 장부에 적었다.
[보증서가 지켜야 한 것은 돈을 대신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권리자가 모르는 사이에 권리가 바뀌지 않도록 할 절차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 문장을 적고 나니 오히려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계약을 맺은 사람의 권리는 문서가 사라지거나 다른 사람이 잘못 받아 적었다고 사라져서는 안 됐다.
그때 바렌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예정된 남부 목초지 순수익 수납을 검증했습니다. 실제 지급은 입회 절차를 거쳐 진행하겠습니다.]
태오는 수첩의 금액을 아직 고치지 않았다. 내일 실제로 금화가 손에 들어올 때까지는 여전히 65금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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